차풍 신부(의정부교구 마석본당 주임)
마석성당은 공소로 시작해 본당으로 승격했다. 주변의 많은 성당을 분가시키느라 지금은 무척 노쇠하고 오래된 모습을 간직한 마석성당은 마치 시골에 계신 부모님 집 같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마석성당은 작고, 춥고, 낡고, 언젠간 새로 지어야 할 건물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푸근하고 정겹고,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신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보자면, 우선 작은 건물들이 수평적으로 배치되어있고 마당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좋다. 이런 구조가 신자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미사가 끝나면 신자들이 마당에서 모두 만날 수 있게 한다. 빌딩같이 높은 건물의 성당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하느님의 선물로 받게 되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성당이 작아서 신자들 간의 친밀감이 높아진다. 마석성당에서는 늘 교중미사에서 신자들이 보조의자를 놓고 다닥다닥 어깨를 붙여가며 앉아 미사를 봉헌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성전은 늘 미어터지는 듯한 모습으로 모든 공간을 신자들의 기도 소리와 성가 소리로 가득 채운다.
마지막으로 마석성당 마당은 지역주민들이 집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용하고 있어 선교 효과가 있다. 집에 가는 길에 성당 밖으로 울려 퍼지는 신자들의 기도 소리와 성가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주임신부로서 나는 더 많은 사람이 성당 마당을 가로질러가고 스쳐 지나가면서, 이 작고 오래된 성당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서 집으로 가는 지름길뿐 아니라 천국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알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교회 안에서만 우리끼리의 신앙생활로 머물지 말고 교회 밖으로 나가 복음의 기쁨과 가치를 알리자고 선교운동을 강조하는 요즘이다. 성당 마당을 길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성당에서 웃고 기뻐하며 행복하게 머물다 가는 신자들의 모습이 그들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신앙의 길’이 되었으면 한다.
마석본당 신자들과 함께 성당이 지역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복음의 기쁨으로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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