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 이슬이 깬 10시부터 난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6월초에 정식한 칠성초부터 5월 5일에 정식한 칠성초까지 청고추를 일일이 확인하면서.
탄저나 담배나방 등 피해는 거의 없었다. 여전히 싱싱한 청고추다.
좀더 강한 햇볕과 밤낮온도차가 없다면 싱싱하고 큰 빨간고추를 많이 딸 수 있으련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아랫밭에 내려와서 청룡초와 금패황양각초를 땄다. 금패황양각초는 초중기 수세와는 달리 탄저가 온 것이 많았다.
청룡초는 이미 교잡이 된 상태라 크기도 칠성초보다는 작고 맵다. 그래도 탄저와 담배나방 피해는 없었다.
이렇게 12시까지 땄다. 따면서 고추상태를 살펴가면서 했다. 아무거나 따지도 않았다.
며칠 더 남은 동안 더 커질 것도 생각하면서 익지 않을 큰 것들을 땄다.
큰 다라이와 바구니에 한 가득. 따온 것을 수연이와 잎을 일일이 골라냈다. 혹여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것도 포함해서.
1시 넘어 점심밥을 먹었다. 점심밥을 먹고 난 뒤 1kg단위 500g 단위로 신문 포장을 했다. 맞는 박스가 없어서 이리저리
박스 길이를 만들거나, 모아놓은 뽁뽁이도 이용했지만 그것도 없고. 신문지가 동이 났다.
박스 포장까지 다 해놓으니 오후 6시. 오늘 아침에 우체국과 택배회사를 오가면서 고추박스를 부쳤다.
하루종일 걸린 셈이다.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노동자로 8시간 일한다면 하루 일당이 얼마일까? 오후에는 수연이와 같이 일을 했으니 두 사람의 노동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추 모종을 내고 재배하고 벌레를 일일이 잡고, 고추 지지대를 세우고, 풀을 매고, 고추 태풍에 쓰러진 것을 세우는 등
고추 재배과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계산을 해야 할까?
더구나 비닐을 깔지도 않고 퇴비를 듬뿍 넣지도 않고, 게다가 토종고추는 일반 개량고추에 비해 70%정도의 수확량을 가진다.
인증된 유기농이라는 것이 더 많은 수확을 위해 비닐하우스 또는 노지에서 비닐을 깔고 유기퇴비를 쓴다.
거기에 반해 나는 비닐 때신 풀로 멀칭을 했고, 일일이 풀을 맸다. 노린재들 때문에 고생할 때, 일일이 손으로 몇 번을 털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천연방제약을 쓰지 않았다.
700주의 고추농사로 빨간고추는 얼마를 땄을까? 아직 근수를 모른다. 고추들이 제법 컸다. 가뭄과 폭염 피해가 있었지만
그것은 대부분이 겪은 일이고, 뒤늦게 많이 달렸지만 빨갛게 익는 속도는 느렸다. 내가 1년 먹을 고춧가루 양은 나온 것 같다.
고추씨앗은 고스란히 씨앗으로 나갈 것이고.
7월,9월초에 풋고추를 달라고 해서 풋고추를 4키로를 판 적이 있었다.
가격을 탐색하기 위해 유기농 풋고추 가격과 생협에서 판매하는 풋고추 가격을 근거로 해서 받았다.
토종고추는 개량고추보다 수확량이 작다는 것과, 내 농사방식은 유기농보다 수확량이 작다는 것을
가격에 산정시키지 않았다. 유기농의 비닐멀칭과 대량재배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냥 개량고추의 유기농가격에 맞추었다.
그 가격 기준으로 보면 나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내가 고추농사를 해서 번 돈은 그 때와 지금 나가는 18키로가 전부일 게다.
현재 18키로를 보냈지만 그들이 얼마나 줄 지 모른다.
내가 알아서 달라고 한 것은 소비자들의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하는지
또한 그 근거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고 싶어서이다.
대부분 난감할 터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싼 농산물에 익숙하다.
특히 정부와 언론은 소비자 물가를 얘기하면 항상 농산물 가격을 들먹인다.
배추가격이니 고추 가격이니...그러면서 수급차질을 말하면서 수입을 논한다.
정말 그럴까? 소비자물가의 지수가 농산물 가격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밥상에 오르는 비용, 엥겔지수가 낮아야 부자라는 산업자본주의 발상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밥상은 개떡같아도 고급승용차비용, 헨드폰비 등 다른 기타비용이 높으면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될 말인가? 생명과 건강의 기본은 고급승용차도 아니고 헨드폰도 아니다. 전자제품도 아니다.
생명과 건강의 기본은 밥상에 오르는 식재고 그 과정이다.
그래서 난 언제나 말한다.
"엥겔지수가 높아야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이다" 라고.
언제나 소외받고 탄압받고 제값 못받는 것은 농민이다.
그래서 농민은 대량생산을 할 수 밖에 없다.
퇴비를 팍팍 넣고, 비닐도 깔고 기계도 써 가면서 천 평 이상 단작을 해서 농사를 지어야
조금이라도 팔아 쬐금한 돈을 만질 수 있다. 왜냐하면 나처럼 퇴비를 적게 하거나 거의 하지 넣고
비닐도 깔지 않고, 수확량 중심의 개량종도 아닌 토종 종자로, 단작이 아닌 작물 시너지를 위해서 혼합농을 하면
수확량도 적고 잉여물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매년 땅은 좋아지고 작물 크기도 수확량도 조금씩 늘고 있다.
작금의 농업현실은 수확량으로 증명된다. 왜냐하면 소비자 농산물을 제 가격으로 얼마나 쳐 줄까?
여전히 소비자들은 값싼 농산물에 손이 가지 않는가? 정부처럼.
내 방식의 농사와 토종이 건강한 밥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차라리 비닐을 치고 퇴비도 팍팍 넣어서 유기농 수준이라면
그래도 괜찮으니 그걸로 만족하지 않은가? 생협 생산자가 대부분 유기농을 하는 사람인 것이 그런 이유다.
토농회 초보농군님이 유기농사일 때는 평당 만원은 벌었지만 자연농으로 돌아섰을 때는 수확량도 줄고, 소비자들도
줄고, 수입은 절반도 못미쳐 결국 자연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그 분은 농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극명한 현실.
난 농민을 이해한다. 그나마 자동차 기름값이나 비용을 지불하려면 수확량을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또한 직거래 포장도 너무나 손이 많이 가서 차라리 농협직매장에 박스단위로 내보내는 것이 낫다는 것을.
나와 수연이는 전체 농사의 최소 1/4은 고추농사에 쏟았다. 또한 고추 18키로 보내는데 하루를 쏟았다.
과연 소비자들이 얼마나 매겨줄까?
엥겔지수를 높이자. 밥상물가를 더 많이 올리자.
농민이 나와 같은 방식의 농사를 짓더라도 :'자급+@'로 살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
도시소비자들에게 말한다. 제발 다른 것을 줄이라고.
커피 한잔이 4-5천원에는 별 생각이 없으면서 밥한공기 300원 올리는데 왜 이리 벌벌 떠는 지.
밥상가격이 올라야 건강하고 약이 되는 밥상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 아닌가?
추신) 내일 택배가 도착합니다. 품종명과 kg와 g을 표시했습니다.
계좌번호 : 우리은행 403-023898-02-001 변현단
첫댓글 농작물을 팔아 나온 돈으로 미래를 설계한다면 계산이 전혀 안돼요.
농업은 최소한의 衣食住에 局限해서만 이해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의 글 올립니다.
요즘 자연산 송이버섯이 1kg에 20~25만원 정도 하더군요~~^^
(최근 목디스크 시술을 했는데 30분에 150만원..1회 도수치료 30분에 10만원을 받더군요~~^^)
목디스크가 있으셨군요.
심하지 않았으면 수술하지 않으셨을텐데, 빨리 나아지시기 바랍니다.
@길위에서 ㅎㅎ..고맙습니다~본전 생각이 자꾸나서 오히려 배가 아픕니다~^^
목디스크 수술했군요..
허리도 조심해야하고.. 암튼 관리잘하세요..
@내비도 네~고맙습니다..
내비도(형)님두요~~^^
깝깝하다가 사투리말인지 모르지만 항상 숙제처럼느끼는 생각을 짚어 주셨읍니다 유기농젓소키우는분이 소비가안되 포기하실려고 했었죠
자연농을 모르는분들이 태반입니다
네미님.....!!!!
제가 요즘 바쁜중에 주말마다 중요한 자리에 참석 하거든요
앞으로는 반드시 바뀌는 세상이 될거라 믿습니다
그 자리는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일들~
질문 드리면 바로 답을 명쾌히 주시는데.....
사람들은 안될거라 믿고~
웃끼시네.....미친 사람이네.....
비아냥거리지만 저는 반드시 바뀔거라 믿습니다
그래서~명쾌한~질문의 요지 글을 주시면 제가 질의를 해보고 싶습니다~~????
너는 그럼 누구냐~~???
그냥 더불어 살고싶은 그냥 사람입니다ㅎㅎ
모든 시스템 ~
있어서는 안되는것들~다 없애고~
있어야 되는데~ 없는것들은~바로세우고~
좋은세상~ 풍요로운세상~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더불어 사는세상 바뀔거라~
@자연발효흑초 (서울) 저는 반드시 될거라 믿습니다~
선생님 일많이 하셨네요 고생하셨서요
네미님 자연 농산물 점점 사람들이 많이 찾어요 우리 한살림매장 보면 사람 무지많어요 매장에 늦께 가면 내가 사고싶은 채소 못사요 그런되요 사람들이 아직 토종 채소를 잘몰라서 제가 가면 사람들 한태 말해주지요 고추 가루는 많이 좋아해서 나오기 무섭게 팔려요
한살림매장은 그나마 활성화됐다고봅니다 저에 생각은 너도나도 자연농을 맘놓고 농사지을수있게 하는시대를 생각하고있읍니다 글쿠 저소득층도 쉽게접근할수있는 열린의식과 가격이죠 농부님들께 정부의 지원이있다면 저소득층도 사먹을수 있지않을까요 농부님도살고~~~
@네미 저도요.저소득층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자연농하시는 분들대단해요.자연도 생각하시는 예쁜 마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니깐요^^
토종고추는 조금 나오면 제가 다 사와요 지금도 소금에 절인거 먹고있서요 맛있서요 연해서 좋아요
SBS 에서 쌀값 오르는 것을 가지고 이슈화해서 떠들석하게 논란을 불러 일으켰지요.
이동통신요금, 비싼 커피와 레져비용에 대해서는 둔감한데, 하찮은 쌀값과 농산물에 대해서 왜 그리 야단법석인지 모르겠습니다.
올 고추값 비싸다고 난리였지만 한 가정에서 소모되는 고추가루를 계산하면 얼마나 될 것인지..
폭염이 극심하여 사람도 살기 어려운 환경에서 죽지 못해 살아남은 배추, 시금치를 먹으면서 비싸다고 아우성인 것은
무슨 심뽀인지 답답합니다.
결국 인공으로 만든 환경에서 제철이 아닌 농산물을 공장물건 찍어내듯 만들어 먹으려 들 것입니다.
이런글을 읽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매일 이런 고민을 하면서 지내니까요.다시 한번 읽어보렵니다
맴이 짠혀요~토종농부님들 화이팅!
토종고추 장아찌는 명품대열에 올려야합니다ㅋ
토종이 명품이되는 그날까지 농부님들 힘내셔요~~~~~^^**
그래요.
아무튼 토종을 지키려고 애쓰시는 분들 박수 보내요^^
잘도착했습니다~^^
일일히 포장하고 부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귀하게 잘먹겠습니다
힘내세요~~~^^!!힘!♡♡♡
저는 올해 수익용으로 흑임자를 계약재배(무조건 전량수매 조건) 했습니다.
계약자는 지역내 젤라또전문점입니다. 로컬로 제품을 만드는데 그중 가장 인기좋은 제품이 흑임자젤라또인데 흑임자 구하기가 어렵다며 토종이라면 더 의미있겠다하여 협약을 맺었지요. 씨앗을 구해 한 말을 목표로 심었건만
가뭄과 새떼에 반을 내주고 반을 키워
그야말로 반타작했습니다.
가격을 책정하는데 수매가+2천원 을 더 쳐준다합니다. 토종과 자연농에 대한 자존심값이랍니다. 판매도 차별할 것이라 앞으로 자존심값이 어떻게 책정이 될 지 저도 지켜볼랍니다 . 맛비교는 아직입니다.
"엥겔지수가 높아야 건강하고 행복한 국민이다" 참 좋은 말입니다. 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