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관악극회 제2회 정기공연 아서 밀러 작 김윤철 역 이순재 연출의 시련을 보고
공연명 시련
공연단체 극단 관악극회
원작 아서 밀러
번역 김윤철
연출 이순재
공연기간 2013년 9월5일~14일
공연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관람일시 9월14일 오후3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극단 관악극회의 아서 밀러 작, 김윤철 역, 이순재 연출의 <시련>을 관람했다.
아서밀러(Arthur Miller)는 1915년 뉴욕에서 출생,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에 쓴 몇 편의 희곡으로 상을 받고, 졸업 후 라디오 드라마를 쓰고, 희곡 창작을 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대립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로 비평가와 관객의 칭찬을 받았다.
이어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꿈과 현실과의 괴리(乖離)에 부자(父子)간의 사랑을 곁들여, 회상형식의 교묘한 무대처리로 현대의 불안을 강렬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밀러는 이 작품으로 전후 미국 연극계의 제1인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도가니(가혹한 시련) The Crucible>(1953)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미국전체를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류(諷喩)한 희곡이다. 그 후 여배우 M.먼로와 두 번째 결혼을 했으나 이혼했다(1960). 그밖에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라디오 드라마·평론이 있다. 그는 T.윌리엄스와 함께 미국 연극의 발전과 실험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은 대부분 미국인의 공통된 비극적 생활을 주제로 삼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으로<행운을 잡은 사나이>(The Man Who Had All the Luck, 1944)<모두 내 아들>(All My Sons, 1947)《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1948)<도가니> (The Crucible, 1953)<다리에서의 조망>(A View From The Bridge, 1955)을 썼고, 이어서 M.몬로의 일대기<전락 이후>(After the Fall)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잔혹상을 묘사한<비시에서 생긴 일> (Incident at Vichy)을 썼다. 1968년 봄에는 <프라이스>(The Price) 1972년 가을에는 <천지창조와 다른 일들> (The Creation of the World and Other Business)을 완성 공연했다.
<시련>(1953)은 1692년 메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대미문의 ‘마녀 재판’사건을 모티브로 1950년대 미국에 몰아친 메카시즘의 집단적 광기와 폭거에 의해 자행되었던 개인의 인권유린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제작이다.
실제로 아서 밀러는 주인공 존 프락터와 마찬가지로 매카시 광풍의 희생자였다. ‘非 미 활동 조사위원회 (The House Committee on Un-American Activities)의 조사를 받으러 청문회에 소환되어 다른 혐의자의 이름을 댈 것을 강요받았으나 거절했고, 그 결과 1차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일럼의 ‘마녀 재판’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인간 본능이 철저하게 통제받는 청교도적 신권통치의 작은 마을인 세일럼에서 어느 날 밤 숲 속에서 어린 소녀들이 발가벗고 춤을 추며, 주술을 외우고 혼령을 불러내는 금기된 놀이를 벌인다. 패리스 목사에게 발각된 소녀들은 처벌이 두려워서 악마에 사로잡힌 듯 연극을 하게 된다. 거짓 연극을 하고 있는 소녀들을 본 주민들은 이성을 잃고 정말 마을에 악마가 있다고 믿어버린다. 억제된 청교도적 규범 속에서 거친 환경을 상대로 투쟁하듯 살아야 했던 마을 주민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오랜 앙금과 현실적 이해관계가 폭발 직전에 다다라 있었다.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욕구불만은 악마와 대항해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추악한 속내를 드러내며, 잔인하고 비열한 복수심은 정당화된다. 소녀들의 금기된 장난으로부터 시작되어 마녀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위장한 고소, 재판, 급기야 교수형에 치닫는 극한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평소에 품고 있던 욕망과 질시, 불만, 이기심 등 악의 요소를 드러내 보인다.
초기의 희생자는 거지나 술주정뱅이처럼 힘없고 평소 마을의 골칫거리들이었으나, 점차 집단적 광기가 가열되며 개인적인 이권이나 원한에 얽힌 사람들이 고발되기 시작한다. 이미 명분은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재판 또한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죄를 묻는 재판이 아니라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재판으로 변질되고, 정의를 상실한 힘은, 누구라도 처형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처형되었고, 권력의 편에서 폭거를 자행하던 자들마저 공포에 휩싸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소된 사람을 구명하려는 명분을 다시 날조하려 들지만, 무릇 정의의 편에 섰던 인간상들이 보여주었듯 그들은 타협을 거부하고 정의로운 증인으로서 명예로운 죽음의 길을 택하게 된다.
<시련>의 서두 작가 노트에서 아서 밀러는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상의 역할과 유사한, 어떤 경우에는 아주 똑같은 역할을 한다"며, 그래서 관객들은 "이 연극 속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괴이하고 또 가장 무서운 사건들 중의 하나가 갖는 본질을 찾아내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적어도 이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 중 하나는 인간사회에서 시대나 상황에 따라 빌미가 되는 명분은 다를지라도 정의가 없는 힘의 폭거는 저질러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환기이며 양심에의 부르짖음일 것이다.
무대는 서두에 스크린에 영상으로 숲 장면이 드러나고, 처녀들의 벌거벗고 춤추는 모습이 한 동안 지속된다. 그러다가 돌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고, 처녀들은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는 광경에서 장면전환이 된다.
향후 장면별로 영상이 투사되고, 대도구와 탁자 의자 그리고 법정 장면까지 대소도구를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극의 신속한 진행을 꾀한다.
연극은 도입에 세일럼의 숲 장면에서 출발해, 패리스 목사의 집 거실장면,
프락터의 집과 법정장면 등으로 구분되어 배경에 영상이 투사되면서 대단원까지 계속된다.
프락터로 김동범과 정태민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특히 정태민은 훤칠한 키와 잘 생긴 모습으로 여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댄포스 역의 심양홍은 그의 중후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연기로 관객을 압도한다. 해일목사 역의 최종률은 그의 출중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에서 보인 연출력에 대비되는 호연으로 그의 기량을 드러낸다. 패리스 목사 역의 김인수는 각종 뮤지컬과 연극에서 보인 기량을 이번 시련에서도 잘 나타내 연극의 버팀목이 된다. 애비게일 역의 윤소연은 놀라운 호연으로 기량을 드러내고, 엘리자베스 역의 박혜성 김선애, 최선영, 메어리워렌 역의 태영 등이 출연해 호연을 보이며 관객의 시선을 연극에 고정시킨다. 가일즈 역의 정창옥의 호연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프랜시스 김일호, 하쏘온 백영호는 연극의 주춧돌 역할을 해낸다. 푸트남 역의 박찬빈은 그의 당당한 체구와 두발삭발 모습에서 이 극에서의 악역을 완벽하게 연기한다. 푸트남 부인 역의 나호숙도 호연으로 무대를 장식한다. 레베카 역으로 이기원과 유성신, 치이버 영그로 박영주, 티튜바 역으로 문경해가 출연해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해릭으로 황도원, 사라굿으로 김은자가 출연해 깜짝 놀랄 기량을 보이고, 수잔나 이채은, 머시 당가민, 베티 김하림, 소녀들 나아름 유혜민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제작총괄 윤완석 이태식, 제작책임 김은상 설경수 이현숙, 기획총괄 한승우, 기획 김종완 박진우 김정욱, 홍보총괄 김은자, 홍보디자인 김석환 이인숙, 홍보 김윤경, 진행총괄 김승주, 진행 안태진, 협력연출 박경일, 조연출 차주영, 무대감독 문원섭, 무대조감독 손한성, 무대디자인 최종률, 조명디자인 박원근, 조명오퍼 이현구 강인정, 음향감독 이 호, 작곡 미셸K, 음향오퍼 이희원, 의상 정소진, 보이스코치 김선애, 안무 홍세정, 영상 이남훈, 분장감독 조성환, 분장팀 박윤행 이연재 김나현 이현지 정선화, 사진 윤준섭 등 스텝 전원의 기량과 호흡이 일치되어, 관악극회 제2회 정기공연 아서 밀러 작, 김윤철 역, 이순재 연출의 <시련>을 고품격, 고수준의 우수연극으로 창출시켰다.
9월14일 박정기(朴精機)
첫댓글 박정기선배님, 적확하고 애정어린 관극평 감사드립니다.
제작 윤완석 올림
선배님! 수술 직후시라 무척 힘드실텐데 공연장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빠른 쾌유를 빕니다~
항상, 연극계에 대한 애정과 그 열정 ~ ! 감사드립니다 ~^^*
예전의 형님의 열창을 더 이상 듣지 못해 아쉽지만, 오래도록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푸트남 박찬빈 입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가일즈 코레이로 부터.
박정기선배님.미셸k에요. 오셨는데 주변에 팬들이 하도 많으셔서... 멀리서 인사만 드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