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장이 아닌 소중한 추억과 뜻깊은 환송의 장으로 눈물보다 웃음이 더 많았던 31사단 입영문화제
육군 31보병사단.
기자는 1년 6개월 전 이곳에서 남자친구를 군대로 보냈답니다.ㅠㅠ 그때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간다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데다가, 군부대라는 곳에 처음 가보아서 잔뜩 얼은 채 남자친구 얼굴만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지요. 수료식에는 가지 않았고 남자친구도 사단이 아닌 대대로 자대를 배치받았기에, 그저 제 기억 속엔 삭막하기 그지없던 곳이었습니다.
원래 입대하는 날 찾아가지 않으려다가 주변 친구들의 제안에 연락 없이 몰래 31사단으로 찾아갔는데요, 갑작스런 만남으로 얼떨떨해진 남자친구의 표정은 익숙했지만, 빡빡 깎은 머리가 낯설어 웃음이 터져 깔깔거리며 웃다 온 기억 밖에 없답니다. 그게 어느덧 1년 6개월이나 지났다니, 정말 국방부의 시간이 흐르긴 하나 봅니다.^^;
이번에는 혼자서 31사단을 찾아갔습니다. 다름 아닌 입영문화제가 지난 28일, 31사단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31사단, 언제 보아도 군부대의 삼엄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훈련병들과 가족들이 도보로, 차로 서서히 들어서고, 기자도 그 무리에 섞여 함께 발을 옮겼습니다.
<병무청 인기쟁이 굳건이와 사진 찍기 위해 줄지어있는 참석 가족들>
행사가 진행되는 충장관 옆에선 사랑의 편지작성, 군 보급품 전시. 전국 어린이 그림/글짓기 수상 작품들 전시회 그리고 즉석 사진기로 촬영해드리는 포토존이 있었습니다. 또한, 병무청에서 장소를 마련한 병무청 카페와 휴학이나 금융 등의 병무행정을 처리해드리는 one-stop 민원창구 또한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멋진 공연 (위), 병무청장님과 사단장님 (아래)>
행사는 다양한 공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31사단 군악대의 난타공연과 소조밴드 공연, 남부대학교 태권도학과의 멋진 시범과 광주대학교
댄스동아리의 공연이 있었는데요, 이날 행사에는 문병민 광주·전남 병무청장님과 박병기 31사단장님께서도 자리를 빛내주시며 많은 호응을 보내주셨습니다.
공연 중간마다 가족들과 입소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코너도 마련되었습니다. 입소자들과 동반한 가족들 가운데 부모님뿐만 아니라 조부모님께서도 참석하신 경우가 드물지 않았습니다. 함께하신 분들 중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할머님께서는 마이크를 잡으시고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하시며 손자의 건강한 군 생활만을 바라신다고 하셨습니다. 해당 입소자의 가족들에게는 무료통화 이용권이 증정되었고, 박병기 31사단장님께서 직접 전달하셨습니다.
<신병의 편지를 들으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 눈물을 훔치시는 어머니>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군악대 병사 한 명이 마이크와 함께 종이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bgm으로 깔리며 이제 막 자대를 배치받은 신병의 편지를 낭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깥에서 알지 못했던 달콤한 초코파이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며, 훈련이 고되긴 하지만 더욱 건강해지는 느낌인데다 체력도 좋아져서 앞으로 뭐든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씩씩한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후반부로 갈수록 짙어지며 연달아 어머니의 답장이 낭독되자 몇몇 어머님들께서는 옆에 앉은 아드님의 어깨를 감싸거나 손을 잡고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하지만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발랄한 음악으로 bgm이 바뀌며 말년병장 아들과 어머니의 편지가
낭독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마지막 공연, 그리고 공연을 함께 지켜보며 헤어짐을 준비하는 모자의 뒷모습.>
군악대의 금관악기 앙상블로 모든 무대가 마무리되고 헤어질 시간입니다. 입영 대상자들은 부대로 들어가고 동반 가족은 돌아가야 한다, 는 말에 다시 한 번 눈물바다가 되고
어머님들은 떠나는 아들의 얼굴을 한 번 더 보시고자 선뜻 안아주시지도 못합니다. 함께 온 여자 친구들 또한 눈 두 덩이와 코끝이 붉어진 채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문득 남자친구가 처음 입대하던 날이 생각나서 잠시 찡해졌습니다.
환복을 하기 위해 모든 입소자들이 밖에 나와 소대별로 줄을 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입소자가 아닌 훈련병이 됩니다. 잔뜩 얼은 채 걸어가는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며 놀리는 짓궂은 친구들과, 아들의 뒷모습에 자랑스럽다고 소리치는 아버지까지, 취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기자의 곁을 스쳤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입소자분들은 행사로 하여금 색다른 추억을 가지셨다는 게 새삼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타 사단의 입영문화제들보다 구성이 다양하지 못해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들었으나 지속적으로 개최되며 차츰 풍성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모든 훈련병 여러분들, 군 생활을 마치시고 전역모를 쓰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취재 : 청춘예찬 조혜진 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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