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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푸는 명약 호깨나무
술은 백 가지 약 가운데 으뜸인 동시에 백 가지독 가운데 으뜸이기도 하다. 술은 기분을
좋게 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는 데는 좋으나 통증을 일으키며 오장을 상하게 하는 데는 이보
다 더 나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무릇 술은 예부터 중요한 예식에만 써 왔다. 제사를 지낼
때, 손님과 친척이 모일 때, 약을 만들 때에만 쓰였다. 술은 쓸 때가 있고 먹는 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함부로 마시고 함부로 취한다. 술을 함부로 마시
는 까닭에 간장과 신장과 위장과 대장이 나빠진다. 또한 머리가 혼탁해지며 심하면 알코올
중독이 되어 패가망신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술을 많이 마셔 간장.위장.대장 등이 나
빠진 것을 치료하는 약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예로부터 칡꽃, 팥꽃, 쥐는이콩, 뽕잎, 오디, 팥,
녹두, 창포 등이 술독을 푸는 약재로 알려져 있으나 그 효과는 신통하지 않다.
술을 많이 마셔서 간장과 대장이 망가진 것을 치료하고 술독을 푸는 데는 호깨나무가 으
뜸이다. 호깨나무는 술독을 푸는 데 뛰어난 신약인 셈이다. 호깨나무는 갈매나무과에 딸린
낙엽큰키나무다.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에 자생한다. 키는 15미터, 지름 1미터까지 자라는데
잎은 산뽕나무와 닮았다. 꽃은 6~7월에 피어 10~11월에 열매가 익는다.
열매의 모양이 특이하여 마치 닭의 발가락이나 산호처럼 생겼다. 열매는 단맛이 나고 씨
앗은 멧대추 씨와 비슷하다. 백석목 헛개나무, 목산호, 현포리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호깨
나무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어떤 의학책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
본초강목>, <본초습유>, <당본초>등에서는 술독을 푸는 데 으뜸가는 약으로 기록되어 있
다.
이 기록에 따라 임상실험을 해본 결과 중국에서 자라는 호깨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난 것보
다 술독을 푸는 효과가 3분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토종 호깨나무는 술독을 푸는 데 세계
에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호깨나무에 대한 옛 문헌을 찾아본다. “호깨나무는 기미가 달고
독이 없다.
두풍과 소복통을 사스리고 술독을 푼다. 나무 껍질은 다석 가지 치질을 다스리고 오장을
조화한다.”<당본초> “한 남자가 30년 동안 술을 마셔 몸에 열이 심하게 나고 또 여색을
가까이하여 기력이 극도로 쇠약하였다. 그래서 기혈을 보하는 약에 칡 뿌리를 넣어 주독을
풀었다. 그러나 땀만 조금 날 뿐 여전히 기력이 약하고 열도 내리지 않았다. 마침내 호깨나
무를 약달일 때에 넣었더니 열이 내리고 기력도 회복되었으며 술독이 풀려 병이 완전히 나
았다.” <주진형> “옛날에 남방에 살던 어떤 사람이 집을 수리할 때 이 나무를 사용하다
가 잘못하여 나무 한 토막을 술독 속에 빠뜨렷더니 며칠 쉬에 술이 모두 물이 되었다.”<맹
선> “게영신이라는 사람이 소갈병(당뇨병)으로 하루에 물을 여러말씩 마셨다. 장굉이라는
의사가 그의 병을 진찰고하 사향당문자를 술에 적셔 호깨 열매 달인 물로 먹게 하였더니 마
침내 나았다. 호깨나무는 능히 술을 이긴다. 집 밖에 이 나무가 있으면 집 안에 있는 모든
술이 묽어지고 만다.” <소동파>실제로 호깨나무 달인 물이나 이 나무의 열매 즙을 몇 방
울 술에 넣으면 금방 술이 묽어진다. 이 나무를 달인 차를 한잔 마시고 나서 술을 마시면
평소의 3~4배나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나서 구토가 나고 목이 마르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울 때 호깨나무를 달인 차를 한잔 마시면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빠리 깨어난
다.
술로 인한 황달이나 간경화.지방간 등 갖가지 간질환이나 만성 관절염에는 호깨나무만을
쓰는 것도 좋지만 유황을 먹여 키운 오리, 율무, 팥, 띠 뿌리 등을 더하여 약을 지으면 그
효과가 불가사의할 정도로 빨리 나타난다. “술은 성질이 독한데 이것을 먹고 술독이 잘 없
어지지 않으면 답답하여 날뛰게 된다. 술을 지나치게 마셔 중독된 것을 치료하려면 호깨나
무 줄기 썬 것 1냥(35그램)을 큰 잔으로 물 한 잔에 넣고 절반이 되게 달여 찌꺼기는 버리
고 따뜻하게 하여 먹으면 그 효력의 빠르기가 번개와 같다.”<성혜방> 호깨나무는 알코올
중독, 위. 뇌 등 온갖 장 부위가 망가졌을 때 큰 효험이 있다.
간질환 고쳐주는 개머루덩굴
간은 사람의 몸 속에 있는 화학공장과 같은 기관이다. 몸 안에 들어온 모든 독을 해독하
고 과잉 영양소를 저장하는 등 5백여 가지의 일을 수행하고 있다. 간은 이른바 다석 가지
장부 중에서 제일 큰 기관이고 업무도 가장 복잡하고 다양하다. 또 동양의학에서는 흔히 간
장에 사람의 혼이 안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간장에 병이 나면 화를 잘 내고 성질
이 급해지게 된다.
간장은 웬만큼 혹사당하고 망가져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또 문제가 생기더라도
회복이 빨리 되는 기관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간은 과로.스트레스.폭음.흡연.식품공해
등으로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의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세계에
서 제일 높다. 어느 통계를 보면 40대 중년 남성은 사망 원인 중에서 만성간염과 간경변증
이 1위, 간암이 3위로 나타났는데 이는 인구 10만 명단 간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2백34명
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조사한 51개 나라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이다.
간장이 맡은 가장 중요한 일은 피를 정화하는 일이다. 그러나 갖가지 공해독과 스트레스
등으로 간장의 정화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간에서 탁한 피를 만들어 내게
되어 간염.간경화.담석증.담낭염 등 갖가지 간병이 생긴다. 또 체질이 약한 사람이 술을 마시
면 간이 부어 지방간이 되고 간염.간경화로 발전한다.
간의 탁안 피를 맑게 하여 간으 기능을 본래대로 회복시켜 주는 효과가 있는 약재로 다슬
기, 호깨나무, 개머루덩굴 등을 꼽을 만하다. 이 가운데서 개머루덩굴은 사람들이 거의 모르
고 있지만 민간에서 탁월한 효과가 증명된 약재이다. 개머루는 산고등, 산포도, 까마귀머루,
배포도 등으로 부르는 덩굴성 식물이다. 잎과 줄기는 포도나무와 닮았고 열매도 포도를 닮
았으나 맛이 없어 먹지는 않는다. 열매의 크기가 일정하고 않고 열매의 색깔도 익으면서 파
랗던 것이 하얗게 변했다가 빨갛게 되고 마지막에 검푸르게 변한다. 전국 어디에나 자라는
데 그다지 흔한 편은 아니다. 그늘진 숲속이나 바위틈에 자란다.
개머루 줄기와 뿌리는 간염.간경화.부종.복수 차는 데.신장염.방광염.맹장염 등에 효과가 크
다. 간염이나 간경화로 복수가 차고 소변 보기가 어려우며 또 신장에 탈이 나서 소변이 붉
거나 탁하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에는 개머루 수액을 마시면 그 효과가 놀랍도록 빠르
다. 개머루덩굴 가운데서 가장 굵은 줄기를 골라 땅에서 20센티미터쯤 위쪽을 비스듬하게
자른다. 잘린 줄기 끝에 빈 병을 꽂고 공기가 새지 않도록 접착 테이프로 잘 봉하여 2~3일
간 두면 병 안에 수액이 가득 고인다. 한 그루에서 2~3리터의 수액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하루 2러터씩 마신다. 빠르면 7일, 늦어도 20일 이내에 복수가 빠지고 소변을 제대로 보게
된다. 간염.간경화도 1~3개월 꾸준히 마시면 완치가 가능하다.
수액은 4월부터 8월까지 받을 수 있다. 수액을 받을 수 없을 때에는 가을철 잎이 지고 난
뒤에 뿌리를 채취하여 잘 씻어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약으로 쓴다. 잘게 썬 것 50~60그램
을 물 2리터에 넣고 물이 반쯤 되게 달여서 건더기는 버리고 냉장고에 넣어 두고 마신다.
이는 하루 분량이다. 개머루 열매는 염증을 없애고 아픔을 멎게 하는 효과가 크다. 갑자기
배가 아플 때, 급성맹장염 등에는 덜 익은 열매를 따서 짓찧어 밀가루.양조식초와 함께 떡처
럼 개어서 아픈 부위에 붙이면 2시간쯤 뒤에 통증이 사라진다.
개머루덩굴 말고 산머루.머루덩굴도 간질환에 좋은 약재다. 그러나 개머루보다는 약효가
훨씬 떨어진다. 개머루덩굴이나 수액, 다슬기, 호깨나무, 노나무 등을 합하고 <방약합편>에
나오는 대시호탕 등을 함께 처방하면 웨만한 간질환은 어렵지 않게 고칠 수 있다. 개머루
수액만 열심히 마시고 간경화를 고친 사례도 적지 않다. 개머루덩굴은 간질환에 신약이라
할 만하다.
황달의 명약 인진쑥
옛날, 중국의 어느 마을에 얼굴색이 마치 생강처럼 노랗고 눈이 쑥 들어가고 장작개비처
럼 마른 환자가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잡고 간신히 걸어서 이름 난 의원인 화타를 찾아갔
다. “화타 선생님, 제발 저를 고쳐 주십시오.” 화타가 보니 그 환자는 황달이 몹시 심한
데다가 폐까지 상하여 곧 죽을 것 같았다. “아직 나는 황달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도 방법이 없습니다.” 환자는 실망하여 집으로 돌아가 죽는 날만을 기다렸
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6개월쯤 뒤에 화타는 길을 가다가 활달에 걸렸던 사람과 마주쳤다. 그런데 그 사람은 죽
기는커녕 얼굴빛이 더욱 좋아졌고 병도 나은 것 같았다. 화타가 놀라서 물었다. “어떻게 해
서 이렇게 건강해졌습니까? 어느 의원의 약을 먹었습니까? 좀 가르쳐 주십시오. 나도 그분
을 찾아가 의술을 배워야겠습니다.” “저는 의원을 찾아간 적도 없고 아무 약도 먹지 않았
습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군요, 잘 생각해 보십시오. 틀림없이 무언가 먹은 것이 있
을 겁니다.” 그제서야 그 사람은 생각난 듯이 대답했다. “한때 먹을 것이 떨어져서 한참
동안 들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살았습니다.”“그럼 그 풀이 약초였을 겁니다. 그 풀이 어떤
풀입니까?”“나도 모르는 풀입니다. 배고 고파서 한 달이 넘도록 그 풀을 먹었지요.”“그
러면 그 풀이 무엇인지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그거야 어렵지 않지요.” 두 사람은 산
기슭으로 갔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은 제비쑥이 아닙니까? 이것을 먹고 황달이 나
았다는 말이지요? 제가 한번 시험을 해 보겠습니다.” 화타는 황달에 걸린 환자에게 제비쑥
을 먹게 하였다. 그러나 며칠을 먹여도 환자는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화타는 그 사람을 다
시 찾아갔다. “혹시 당신이 먹었다는 풀을 잘못 가르쳐 준 것이 아닙니까?”“아닙니다. 저
는 틀림없이 제비쑥을 먹었습니다.” 화타는 잠시 생각한 뒤에 다시 물었다. “그럼 언제 그
풀을 먹었습니까?”“양식이 다 떨어진 3월이었습니다.” 화타는 무릎을 쳤다. “그렇지. 3
월이면 양기가 상승하여 만물이 생기가 넘치지. 그렇다면 3월의 제비쑥이 약이 된 거야.”
이듬해 봄, 호타는 제비쑥을 캐어 황달 환자에게 주었다. 과연 황달 환자는 그것을 먹고 금
세 나았다. 봄철이 지난 제비쑥은 별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화타는 몇 년 동안 연구를 계속
하여 마침내 부드러운 줄기와 잎이 가장 약효과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냈다. 화타는 사람들
이 구별하기 쉽도록 약효가 있는 시기의 쑥을 인진쑥이라 부르게 하고 후세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남겼다. 삼월 인진쑥, 사월 제비쑥 후세 사람들아 반드시 기억해 다
오 삼월 인진쑥은 병을 고치지만 사월 제비쑥은 불쏘시개일 뿐이라네 인진쑥은 국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인 사철쑥, 또는 더위지기를 가리킨다. 예부터 간을 이롭게 하는 약초로
이름 높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나는데 봄철에 한 뼘쯤 자란 것을 베어 말려서 약으로 쓴
다. 옛말에 ‘3월 인진쑥, 4월 개똥쑥’이라 하여 음력 3월에 채취한 것은 약효가 높지만 4
월 이후에 채취한 것은 약효가 없다고 한다. 모든 쑥 종류는 봄철에는 독이 없지만 여름에
는 독이 생긴다. 인진쑥은 1~1.5미터까지 자란다. 줄기의 밑부분은 나무처럼 딱딱하고 잎은
두 번 깃털 모양으로 갈라지고 솜털이 빽빽하게 난다. 줄기에서 나는 잎은 한 번만 깃털 모
양으로 갈라지고 털이 없다. 갈라진 잎 조각은 모두 실오라기처럼 가늘다.
줄기와 가지 끝에 많은 꽃이 원뿌리 꼴로 모여 피는데 꽃잎은 없고 암술과 수술이 둥글게
뭉려 달걀 꼴을 이룬다. 꽃은 8~9월에 피어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생당쑥, 댕강쑥, 사철
쑥, 더위지기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봄철에 줄기가 10센티미터쯤 자랐을 때 채취하여 그늘
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인진쑥은 황달에 효험이 큰 약으로 이름 높다. 이담작용이 높아 담
즙을 많이 나오게 하는 동시에 담즙 속의 덩어리와 콜산, 빌리루빈을 밖으로 배출하여 간을
깨끗하게 한다. 또한 혈압을 낮추고 열을 내리며 결핵균을 비롯한 갖가지 균을 죽인다.
인진쑥의 약성에 대해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매우 차다. 방광경, 비경, 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소변을 잘 보게 한다.
약리실험에서 물엑스가 담즙분비 촉진작용, 이뇨작용, 해열작용 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향기 성분과 스코풀게틴 성분도 담즙분비 촉진 작용을 한다. 황달, 급성 및 만성 간염, 위염,
소변을 잘 못 보는 장애 등에 쓴다. 하루 8~20그램을 달여 먹는다. 엑스를 뽑아 환약이나 알
약에도 넣는다.” 인진쑥은 발암공팡이와 발암독물을 억제하는 힘이 매우 세서 항암제로서
도 전망이 있다. 인진쑥의 주요 성분인 쿠마리, 콜로로겐산과 카페인, 향기 성분 등이 발암
물질인 누른 누룩 곰팡이, 누른 누룩 곰팡이균소 B1을 100퍼센트 억제하고 인진쑥 달인 물
은 암세포를 21퍼센트 억제하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되었다. 인진쑥은 민간에서 황달이나 간
염, 간경화 등 간장병 치료에 흔히 쓴다. 생즙을 내어 먹기도 하고 말려서 달여 먹기도 하며
오래 고아서 조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인진쑥을 여러 질병에 이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만성간염.황달
인진쑥과 삽주 뿌리를 각각 같은 모양으로 두고 거기에 물을 약재 분량의 3배쯤 붓고 10
시간쯤 달여서 찌꺼지는 건져 내고 남은 국물을 물엿처럼 될 때까지 천천히 달인 다음 그
양의 3분의 1쯤 복령 가루를 넣고 콩알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번에 5~10개씩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먹는다. 또는 인진쑥 800그램, 대황 40그램, 치자 40그램에 물을 약재 분량의 3
배쯤 붓고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그 물을 하루 세 번 밥먹고 나서 한번에 한
사발씩 따뜻하게 데워서 마신다.
이 방법은 황달, 급.만선 간염, 간경화증 등 간질환에 매우 효험이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이진쑥과 솔잎, 대추를 각각 같은 양으로 하여 물을 많이 붓고 진하게 달여서 한번에 한 사
발씩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마신다. 만성위염 - 인진쑥 3킬로그램과 삽주 뿌리 3킬로그램
을 각각 따로 달여서 찌꺼기는 버리고 달인 꽃만을 섞은 다음 다시 물엿처럼 될 때까지 약
한 불로 천천히 달여서 콩알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두고 한번에 다섯 알씩 하루 세 번, 밥먹
기 전에 먹는다.
변비, 설사 - 인진쑥 20~30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마신다. 종기, 부스럼 - 인진쑥을 진하
게 달여서 그 물로 아픈 부위를 자주 씻는다. 주근깨 - 인진쑥 10그램, 율무 15~20그램을
함께 달여서 그 물을 하루 3번 밥먹기 전에 마신다. 복통 - 인진쑥 10~2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반쯤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그 물을 마신다. 요통, 천식, 치질로 인한 출혈, 만성 간염
등에 효험이 있다.
구내염, 입에서 냄새가 날 때 - 인진쑥을 잘게 썰어 담배처럼 말아서 하루 2~3대 피우되
연기를 빨아 머금고 1~2분 있는다. 인진쑥은 독을 풀고 균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어 구내염
에 잘 듣는다.
둘째가름 위, 폐, 대장의 병을 고치는 약초
뼈를 튼튼하게 하는 참나무
참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나무다. 흔히 도토리나 상수리가 열리는 나무를 모두
참나무라고 부른다. 떡갈나무,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물참나
무 등 종류가 많다. 그러나 이 흔해 빠진 나무가 귀한 약이 되는 줄 누가 알까. 참나무는 잎
과 껍질, 그리고 열매인 도토리나 상수리를 약으로 쓴다. 참나무 잎은 지혈작용이 뛰어나 피
를 토하거나 코피가 날 때, 치질로 인한 출혈에 효과가 있다.
갑자기 피를 토할 때에는 참나무 잎을 말려서 가루 낸 것을 5~10그램씩에 물 한 대접을
붓고 달여서 마시면 구토가 멎는다. 또 코피가 멈추지 않을 때에는 참나무 잎을 짓찧어 즙
을 내어 한잔 마시면 신기하게도 멎는다. 치질로 피가 그치지 않을 때에는 참나무 잎을 가
루 낸 것과 회화나무 꽃을 볶아서 가루 낸 것 각각 5그램씩을 미음에 타서 복용한다. 한 번
먹어서 그치지 않으면 몇 번 더 먹는다. 임질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참나무 잎을 말려 가루
낸 것을 10~15그램씩 파 뿌리 달인 물이나 생수로 복용한다.
참나무 껍질은 악창, 종기, 장풍하혈(직장궤양 출혈), 설사, 이질 등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
다. 참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그 물로 종기나 악창, 피부염 부위를 씻으면 잘 낫는다.
대장의 염증으로 설사가 오랫동안 그치지 않을 때에는 참나무 속껍질을 채취하여 진하게 고
약처럼 달여서 먹는다. 참나무 속껍질 1근(600그램)에 물 1말을 붓고 은은한 불로 오래 달여
서 물이 5되쯤 되게 한 다음 참나무 껍질을 건져내 버리고 다시 그 물을 고약처럼 달여서
두고 수시로 물에 타서 먹거나 술에 타서 복용한다. 만성이 된 설사에 효과가 매우 좋다. 참
나무 껍질은 연주차아 치료에도 쓴다. 연주창에는 참나무 속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그 물로
자주 씻는다.
도토리는 우리 선조들이 구황식품으로 널리 먹어 온 것이다. 오장육부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기운을 도와주는 효력이 있다. 특히 뼈를 튼튼하게 하는 힘이 있고 몸
안에 있는 중금속을 해독하는 작용이 있다. 도토리를 껍질째 토종꿀 속에 3년 이상 담가 두
었다가 먹으면 뼈를 튼튼하게 하고 모든 병을 낫게 하며 무병 장수하게 하는 최고의 명약이
된다. 토종꿀과 중화되어 도토리의 떫은 맛고 독성이 없어지고 맛이 좋은 식품이 되는 동시
에 훌륭한 약이 되는 것이다. 산속에서 수도하는 사람 중에는 더러 도토리를 야생꿀 속에
오래 담가 두었다가 식량으로 삼는 사람이 있다. 또 난리를 피해 산속으로 숨었던 사람이
야생꿀 속에 담가 두었던 도토리를 먹고 몇 백 년을 살았다는 전설이 여러 곳에서 전한다.
토종꿀 속에 3년 동안 담가 두었던 도토리를 오래 복용하면 뼈가 쇳덩어리처럼 단단해져
서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뼈를 다치는 법이 없고 1백 살이 되어도 머리가 희어지지 않는다
고 한다. 참나무는 뼈를 이롭게 하는 나무이다. 그러므로 집 안의 가구나 돗자리, 침대, 밥
상, 밥그릇, 베개 등을 참나무로 만들면 좋다. 이와 함께 도토리를 즐겨 먹으면 뼈가 튼튼해
지고 골다공증이나 골연화증 등 갖가지 뼈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참나무는 골기를 많이 품
고 있는 나무이므로 참나무 숲을 자주 산책하는 것으로도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참나무 잎이나 잔가지는 담낭결석, 신장결석, 방광결석, 요로결석 등 갖가지 결석을 녹여
나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참나무가 결석을 용해하는 작용이 있으나 그 가운데서 겨울철에
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종류인 참가시나무가 결석을 녹이는 작용이 가장 세다. 참가시나무
잎이나 잔가지 40~50그램을 달여서 차처럼 마시면 웬만한 결석은 1~3개월이면 녹아서 없어
진다. 다른 나라에서는 참가시나무와 참나무 잔가지로 결석 용해약을 만든다.
참나무와는 반대로 대나무는 수기를 많이 품고 있는 나무이다. 대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
거나 대나무 돗자리로 위에서 잠을 자면 뼈가 약해진다. 대나무 자리에서 잠을 자면 찬 기
운이 뿜어져 나오므로 여름철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겠으나 냉기가 뼈에까지 스며들면 뼈뿐
만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다.
체중 물리치고 소화 돕는 아가위
아가위는 능금나무과에 딸인 아가위나무의 열매다. 산사, 적과자, 산과자, 찔광이, 질구배,
아가배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아가위나무는 낙엽활엽중간키나무로 키가 4~5미터쯤 자라고
잎 모양은 단풍나무 잎을 닮았다. 4~5월에 하얀 꽃이 피고 9~10월에 타원 꼴의 지름 0.5~1센
티미터쯤 되는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아가위는 맛은 시고 달며 아이들이 더러 따서 먹는다.
중국에서는 아가위에 엿을 발라 꼬치에 꿰어 얼려서 시장에서 파는데 겨울철 과일로 인기가
있다. 중국 아가위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보다 열매가 2~3배쯤 크다.
아가위는 음식 재료로도 널리 쓴다. 쪄서 씨앗과 껍질을 버리고 짓찧는 다음 엿과 버무려
아가위 떡을 만들기도 하고, 잼을 만들기도 하며 청량음료의 원료로도 쓴다. 아가위는 익혀
서 먹을 수도 있다. 아가위는 소화불량을 고치는 약으로 이름 나 있다. <물류상감지>라는
책을 보면 “늙은 닭의 질긴 살을 삶을 때에는 산사 열매를 넣으면 고기살이 부드러워진
다.”고 적혀 있다. 생선이나 고기를 삶을 때 아가위를 넣으면 잘 물러질 뿐만 아니라 해독
작용도 있으므로 중독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생선요리를 즐겨 먹는 일본에서는 아가위나무
가 자라지 않으므로 조선 영조 때 우리나라에서 가져가 어약원에서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
다. 중국에서는 고기를 먹고 난 뒤에 후식으로 산사를 먹는 습속이 있다. 산사 열매는 특히
육류를 많이 먹어서 체했거나 소화가 안 될 때, 속이 더부룩할 때에 효과가 좋다. 산사에는
지방을 부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가 소화액을 잘 나오게 한다.
아가위는 성질은 약간 따뜻하고 맛은 시고 달다. 음식을 잘 소화되게 하고 혈압을 낮춘다.
삶아서 즙을 마시면 설사를 멎게 하고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으면 종기나 염증을
치료한다. 또 옻이 오른 데에도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는 이렇게 적혔다. 아가위는 음
식을 소화시키고 육적(고기에 체한 것)과 담음(늑막염), 함산(위산과다), 체혈통(어혈)을 없
앤다. 두통을 없애고, 뿌리는 적취를 다스리고 반위(구토)를 치료한다. 오래된 것일수록 좋은
데 쪄서 씨를 버리고 말려서 쓴다.
아가위를 이용한 민간요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부인하혈 - 아가위를 말려 가
루 내어 쑥을 달인 탕과 같이 먹는다. 고기 먹고 체한 데 - 아가위 15그램을 물에 달여 마
신다. 노인요통 - 아가위 씨와 녹용을 같은 양으로 하여 볶아서 가루 내어 꿀로 알약을 지
어 복용한다. 오동씨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번에 50알씩 하루 2번 먹는다. 개고기 먹고 체
한 데 - 살구 씨와 아가위 각 24개를 한꺼번에 푹 달여서 그 물을 마시면 곧 낫는다.
임질 - 아가위를 태워서 가루 내어 꿀로 알약을 만들어 복용한다. 산후복통 - 오래 묵은
아가위와 계지를 각 15~20그램씩 진하게 달여서 복용한다. 아가위는 심장부정맥이나 심근
염 등 심장병에도 효과가 있다. 고혈압에는 아가위 열매보다 아가위 잎을 말려서 달여 먹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본다. 아가위꽃도 혈압을 낮추는 작용이 탁월하다. 아가위는 핏속의 콜
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작용이 뚜렷한데 아가위꽃이 그 작용이 가장 세다.
고혈압이나 관상동맥경화로 인한 심장병에는 산사 열매 말린 것 35~50그램을 진하게 달여
서 하루 3~4번 나누어 마신다. 산사 열매에는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류의 흐름을 좋게 하는
작용이 있어 혈압을 완만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낮춘다. 특히 핏속의 지방질을 없애는 효력이
크므로 동물성 지방질은 많이 먹어서 생긴 고혈압과 심장질환에 효과가 크다.
기침.간장질환에 좋은 자작나무
자작나무는 눈처럼 하얀 껍질과 시원스럽게 뻗은 키가 인상적이며 서양에서는 ‘숲속의
여왕’으로 부를 만큼 아름다운 나무다. 자작나무 껍질은 종이처럼 얇게 벗겨지는데 겉면은
희빛의 기름기 있는 밀랍 가루 같은 것으로 덮여 있고 안쪽은 밝은 갈색이며 불에 잘 타면
서도 습기에도 강하여 쓸모가 있다. 자작나무 껍질은 천 년이 넘게 지나도 썩지를 않는다.
경주 천마총에서 천마가 그려진 그림이 온전한 상태로 출토되어 온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다. 말안장에 그려진 이 그림은 천 몇 백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그 바탕 재료가
바로 자작나무였다.
자작나무는 10~20장의 얇은 껍질이 겹겹이 붙어 있으므로 한장씩 벗겨 내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썼다. 자작나무 껍질에는 부패를 막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좀도 슬지 않
고 곰팡이도 피지 않는다. 간혹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전에 땅속에 묻혔던 자작나무는 완전
히 썩어 없어졌을지라도 껍질은 생생하고 남아 있는 것이 많다. 자작나무 껍질은 물에 젖어
도 불이 잘 붙으므로 불쏘시개로 중요하게 쓰인다. 물 속에 흠뻑 담갔다가 꺼낸 것도 성냥
불을 갖다 대면 즉시 불이 붙는다. 산속에서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 두어야 할 상식
이다.
자작나무 껍질은 약재로도 펄 중요하게 쓴다. 한의학과 민간에서는 백화피, 화피 등으로
부르며 황달, 설사, 신장염, 폐결핵, 위염, 갖가지 옹종 등의 치료에 이용한다. 자작나무 껍질
은 맛이 쓰고 성질이 차다. 간경에 작용하며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며 기침을 멈추고 담을
삭이는 작용이 있다. 해독작용도 탁월하고 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상당히 강하다. 이뇨작용이
있어서 신장염이나 부종을 고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자작나무 껍질은 대개 물로 달여서 먹는다. 하루 20~40그램쯤을 물 한 되에 넣고 반 되가
될 때까지 달여 세 번으로 나누어 먹는다. 자작나무의 뿌리는 황달, 지방간, 간경화 등 간질
환 치료에 쓴다. 어떤 65세 된 할머니가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지 2년이 지났는데 기나가
던 노인한테 자작나무를 열심히 달여서 마시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
고 1년 동안 자작나무 껍질을 열심히 달여 먹고 정상적인 시력을 되찾았다는 실화가 있다.
자작나무 뿌리는 간장의 해독을 풀고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좋은 약으로 눈을 밝게 하는 데
에도 효력이 있다.
자작나무에 붙어 자라는 버섯은 갖가지 종양에 효과가 있다. 유방암, 위암, 백혈병, 자궁
암, 폐암 등 갖가지 암에는 자작나무 버섯을 달여서 먹거나 가루 내어 알약을 지어 먹는다.
약리실험에서 종양 세포으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자작나무 버섯은 남한
에서는 구하기가 극히 어렵다. 자작나무 수액도 거제수나무나 고로쇠나무 수액과 마찬가지
로 곡우 무렵에 나무에 구멍을 뚫어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아 마신다. 신경통, 류머티스 관절
염, 소화불량 등에 효험이 있으며 오래 마시면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자작나무를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쓴다. 감기, 기침, 기관지염 등에 자작나무
달인 물을 먹기도 하고 자작나무 달인 물로 목욕을 하기로 하며 한증탕의 재료로 쓰기도 한
다. 우리나라에서 쑥과 솔잎을 민간에서 흔히 쓰듯이, 러시아나 핀란드 등 자작나무가 흔한
지방의 사람들은 이 나무를 민간약으로 제일 흔하게 쓴다.
백 가지 독 푸는 잔대
잔대는 초롱꽃 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 딱주, 사삼, 남사삼, 조산제니, 백마육잔디, 잔다
구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예부터 인삼, 현삼, 단심, 고삼과 함께 다섯 가지 삼의 하나로 꼽
아 왔으며 만간 보약으로 널리 썼다. 잔대는 뱀 독, 농약 독, 중금속 독, 화학약품 등 온갖
돌을 푸는 데 묘한 힘이 있는 약초다. 옛기록에도 백 가지 독을 푸는 약초는 오직 잔대뿐이
라 하였다.
잔대는 가래를 삭히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매우 좋다. 뿌리 말린 것을 열 개
쯤 물 한 되에 넣고 두 시간쯤 풀 달여서 마신다. 오래 마시면 해소, 천식이 없어진다. 개
허파 한 개에 잔대 뿌리 열 개쯤을 넣고 푹 달여서 그 물을 마시면 효력이 더 크다. 잔대
뿌리는 그 생김새가 인삼을 닮았다. 그러나 약효와 쓰임새는 인삼과 다르다. 잔대는 독을 풀
어 주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갖가지 독으로 인하여 생기는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잔대는 성질이 차고 맛은 달다. 더덕처럼 양념을 해서 구워 반찬으로 먹어도 맛이 있다.
폐경에 주로 작용하므로 가래를 삭히고 갈증을 멈춘다. 가래가 나오면서 기침을 하거나 열
이 나면서 갈증이 있을 때 갖가지 중금속 중독과 약물 중독, 식중독, 독사 중독, 벌레 독, 종
기 등을 치료하는데 쓴다. 가을에 뿌리를 캐서 그늘에 말렸다가 쓰는데 하루 10~15그램을
달여서 먹거나 가루러 내어 먹는다.
잔대는 모든 풀 종류 가운데서 가장 오래 사는 식물의 하나다. 산삼과 마찬가지로 간혹
수백 년 묵은 것도 발견된다. 잔대는 산삼처럼 해마다 뇌두가 생기므로 뇌두의 수를 세어
보면 대략으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잔대는 주변 여건이 생장에 맞지 않으면 싹을
내지 않고 땅속에서 잠을 자기도 하는 까닭에 정확한 나이를 알 수는 없다. 글쓴이는 뇌두
가 150개가 넘는 엄청나게 큰 잔대를 발견한 적이 있다. 잔대를 반찬으로 늘 복용하면 살결
이 옥처럼 고와지고 살이 찌며 힘이 난다. 어떤 사람이 1년 동안 잔대를 열심히 캐 먹고는
천하장사의 힘을 지니게 되어 건축 공사장에서 쓰는 철근을 새끼 꼬듯 꼬았다는 실화가 있
다.
잔대는 종류가 퍽 많아서 우리나라에 40여 종류가 있다. 둥근잔대, 왕둥근잔대, 톱잔대, 덩
굴잔대, 넓적잔대, 흰넓적잔대, 도라지잔대, 두메잔대, 가는잎잔대, 지리산잔애, 흰섬잔대, 진
퍼리잔대, 가는잎진퍼리잔대, 개잔대, 금강잔대, 당잔대, 실잔대, 섬잔대, 털잔대, 층층잔대,
왕잔대, 가는잎층층잔대 등이 있는데 약으로의 쓰임새는 거의 같다.
잔대는 여성들의 산후풍에도 신효하다. 산후풍으로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플 때에는
잔대 뿌리 말린 것 3근(1,800그램)과 가물치 큰 것 한 마리를 한데 넣고 풀 고아서 그 물만
마신다. 늙은 호박의 속을 파내 버리고 그 안에 잔대를 가득 채워 넣고 풀 고아서 물만 짜
내어 마시는 방법도 있다. 웬만한 산후풍은 이 방법으로 치유된다. 상후풍 말고도 자궁염,
생리불순, 자궁출혈 등 온갖 부인병에도 효력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40여 종의 잔대
가운데 10여 종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종이다. 한때 중국에서 이 특산종 잔대를 온갖 여
성질환의 치료약으로 쓸 목적으로 대량으로 수입하려 한 적이 있었다. 잔대는 전통 한의학
에서는 별로 쓰지 않지만 미간에서 매우 귀하게 쓰는 소중한 약초이자 맛있는 산나물이다.
기침.해소.피부병에 좋은 벚나무
벚나무는 일본의 국화이다. 화사한 꽃이 온통 봄을 독차지하는 듯한 꽃나무로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를 뽑아 내고 그 대신 곳곳에 심어 ‘사쿠라’ 강산을 만들어 놓
았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극성을 떠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전남 대둔
산 일대인 것이 밝혀졌으니 일본이 자랑하는 벚나무는 결국 우리 것이 옮겨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벚나무는 불교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민간 약재이다. 벚나무 껍질에는 사쿠라닌
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을 뽑아 내어 만든 것이 ‘프로틴’이라는 기침약이다.
해소.기침에는 벚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벚나무 속껍질은 식중
독, 생선 중독, 버섯 중독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고등어, 가다랭이 같은 등푸른 생선에 중독
되었을 때 벚나무 속껍질을 달여 먹으면 효과가 있다. 또 소화불량이나 설사에도 효과가 있
다. 지름이 3~5센티미터쯤 되는 어린 가지의 녹색 속껍질을 칼로 벗겨 잘게 썰어 그늘에 잘
말려 두었다가 하루에 20~25그램을 달여서 먹는다. 벚나무 껍질 달인 물을 차로 마시면 기
관지와 폐가 튼튼해지고 위장 기능도 좋아지며 피부도 고와진다. 벚나무 잎도 피부병에 효
과가 있다. 벚나무 잎을 그늘에서 말린 것을 달여서 땀띠, 습진, 피부병 등에 바르면 잘 낫
는다.
일본에는 ‘사쿠라모찌’라는 음식이 있다. 이것은 소금에 절인 벚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으로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벚나무 잎에는 ‘쿠마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는
음식물이 잘 상하지 않게 하는 작용을 한다. 벚꽃의 꽃잎에도 약효가 있다. 싱싱한 벚꽃을
따서 꽃잎만을 모아 잘 씻은 다음 꿀을 넣어 버무려 벚꽃청을 만들어 두었다가 차로 마신
다. 벚꽃청 15그램에 끓는 물을 부어서 우려 내어 마신다. 식중독.기침 치료에 효과가 좋다.
겹벚꽃의 꽃봉오리와 꽃을 따서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차로 마시는 풍속도 있다. 벚꽃차는
화사한 꽃내음을 맡을 수가 있어 옛날에는 귀족들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 할 만큼 흔하지만 우리 민족은 벚나무를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옛 노래나 시에도 벚나무를 노래한 것이 별로 없고 벚나무에 얽
힌 민속도 없다.다만 조선조 효종이 수양벚나무를 서울 우이동에 대대적으로 심게 한 기록
이 있다. 이것은 효종이 북벌을 계획하면서 국력을 기르기 위함이었는데 수양벚나무는 탄력
이 강하여 활을 만드는 데 쓰고 그 껍질은 활에 감아서 손이 아프지 않게 하는 데 쓸 수 있
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벚나무를 집 안에 심으면 다리 아픈 사람이 생긴
다는 속설이 있다. 벚나무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훌륭한 기침 치료약이고 해독제이
다.
백일기침.간질에 효험있는 흰무궁화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나라꽃이다. 중국에서도 군자의 기상을 지닌 꽃이라 하여
예찬했고, 서양에서도 ‘샤론의 장미’라 하여 완벽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으로 여겼다. 무궁
화는 그 꽃도 아름답지만 약으로의 쓰임새도 다양하다. 알고 보면 무궁화처럼 훌륭한 약성
을 지닌 약초도 흔하지 않다. 무궁화는 한자로 목근, 근화, 훈화, 순영, 일급, 일화, 번리초,
조개모락화 등으로 부른다.
<동의보감>에는 무궁화의 약성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약성은 순하고 독이 없으며
장풍과 사혈을 멎게 하고 설사한 후 갈증이 심할 때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으며 잠을 잘 자
게 한다. 꽃은 약성이 차고 독이 없으며 적이질.백이질을 고치고 장풍.사혈이 있을 때 볶아
서 먹거나 또는 차로 달여서 마신다."<본초강목>에는 무궁화의 약성에 대해 좀더 상세하게
적혀 있다. "부인들의 적대하증.백대하증 치료에, 종기의 통증을 멎게 하는데, 또 옴 치료제
로 쓴다. 달인 물로 눈을 씻으면 눈이 맑아진다. 조한 것을 윤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다." 머리의 돈버짐.쇠버짐.무좀.치질.탈항.이질.가래.구토.두통.편두통 등의 여러 질병에 무궁
화 껍질이나 잎, 또는 꽃을 달여서 먹거나 말려서 가루 내어 바른다. 무궁화 뿌리는 간질에
특효가 있다. 무궁화 뿌리를 캐서 그늘에서 잘 말려서 하루 한 냥(37.5그램)씩 달여서 세 번
에 나누어 마신다. 반드시 흰 꽃이 피는 것을 약으로 써야 한다. 6개월이고 1년이고 꾸준히
마시면 간질이 치료될 뿐만 아니라 고질 위장병도 낫는다.
어린이의 백일기침에는 무궁화 흰 꽃을 모아서 달여 마신다. 대개 2~3주일 안에 치료된다.
어른들의 오래된 천식에도 무궁화 흰 꽃을 진하게 달여서 마시면 효과가 있다. 무좀에는 무
궁화 뿌리를 달인 물로 자주 씻거나 30분쯤 발을 담근다. 유럽에서는 무궁화꽃을 차로 많이
마신다. 흰무궁화꽃은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뜨거운 물로 우려 내어 마시는데, 은은한 분
홍빛으로 빛깔도 아름답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무궁화꽃 차는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부
은 것을 내리게 하며 독을 풀어 주는 작용이 있다. 차로 늘 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지고 비만
증 치료에도 효과가 크다.
잘 낫지 않는 두통도 무궁화차를 오래 마시면 치료된다. 무궁화는 일제시대에 가장 많은
수난을 받은 꽃이다. 일본인들은 무궁화꽃을 보고 있거나 만지면 그 꽃가루가 눈으로 날아
와 눈에 핏발이 서고 눈병이 난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그 때문에 무궁화는 지금까지 변소
옆, 담 모퉁이에나 심는 천대 받는 꽃이 되었다. 무궁화는 몇 백 년씩 사는 장수식물임에도
일제 때 거의 다 뽑혀 버리고 큰 나무가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무궁화는 그 꽃이 아름
다운 만큼 무궁구진한 약성을 지닌 약초이다.
고혈압.위장병 묘약 번행초
번행초는 바닷가 모래 밭에서 자라는 다육질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갯상추라고도 하며 영
어로는 뉴질랜드 시금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중부이남의 바닷가 모래사장이나 바위틈 같
은 곳에 자라며 일본.중국.동남아.호주.뉴질랜드.남미 등 세계 많은 나라에서 난다. 번행초는
줄기가 땅을 기듯이 자라는데 가지를 많이 치기 때문에 한 포기가 한 아름이 되는 것도 있
다. 줄기와 잎이 다육질이어서 잘 부러지고 꺾으면 희고 끈적끈적한 즙이 나온다.
잎은 달걀 꼴로 두꺼우면서도 무르다. 꽃은 4월부터 11월까지 이어서 피며 제주도 같은
따뜻한 곳에서는 1년 내내 꽃이 핀다. 노란 종 모양의 꽃이 지고 나면 뿔 같은 딱딱한 돌기
가 4~5개 달린 열매가 열린다. 열매 속에 씨앗이 들어 있다. 번행초는 위염.위궤양.위산과다.
소화불량 등 갖가지 위장병에 치료 및 예방 효과가 높은 약초인 동시에 맛 좋고 영양가도
높은 야생 채소이다. 번행초를 꺾을 때 나오는 흰 유즙이 위벽을 보호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작용을 한다. 어린 잎을 살짝 데쳐 30분쯤 찬물에 담가서 떫은 맛을 빼고 나물로 무치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을 수도 있고 샐러드로도 먹는다. 녹즙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잎과 줄기를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차로 오래 마시면 소화불량, 숙취로 인한 메스꺼움,
위염 등이 예방 또는 치료된다. 한때 위암의 특효약으로 세계가 떠들썩했을 만큼 민간에서
는 위암 치료약으로 쓰기도 한다. 번행초에는 비타민 A와 B2 등 비타민과 갖가지 영양이
매우 풍부하다. 유럽에서는 시금치처럼 채소로 즐겨 가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번행초는 밀가루 옷을 입혀 튀김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이 있고, 날것을 국을 끓
여 먹어도 맛이 일품이다. 맛이 부드럽고 담백한 데다 씹히는 맛이 좋다.
번행초는 갖가지 위장병 말고도 여러 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 봄철 입맛이 없을 때 밥
맛을 돋우는 데에도 좋고, 고혈압.빈혈.허약 체질에도 효과가 좋다. 병을 앓고 나서 기력이
부족한 사람이나 여성이 산후에 미역국처럼 국을 끓여 먹으면 빨리 몸이 회복된다. 번행초
는 생선을 오래 보관하는 데도 쓴다. 고등어나 다랑어처럼 변하기 쉬운 생선은 잡는 즉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 버리고 대신 번행초를 가득 채워 넣어 두면 오래 두어도 변질되지
않으며 식중독에 걸릴 위험도 없다. 번행초에는 육류나 생선의 부패를 방지하는 특이한 효
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번행초를 차로 마시려면 여름철에 줄기와 잎을 채취하여 잘게 썰어 그늘에서 잘 말린다.
잘 말린 번행초 20그램쯤에 물 2홉(0.4리터)쯤을 붓고 반쯤 되도록 줄여서 하루에 세 번으로
나누어 마신다. 갖가지 위장병.속병.가슴앓이.장염 등에 효과가 높고 병원에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암환자가 번행초를 열심히 먹고 완치된 사례가 더러 있다. 번행
초는 우리나라 바닷가 어디에나 자라지만 따뜻한 남쪽 해안가에 많다. 따뜻한 곳에서는 여
러 해 동안 살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겨울철에 죽는다.
생명력이 강하여 자갈밭이나 바위틈 등 몹시 척박하고 물기가 없는 곳에서도 잘 자라며,
육지에 옮겨 심어도 잘 자란다. 정원이나 화분에 옮겨 심어 두고 늘 나물로 먹으면 갖가지
병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 번식은 꺾꽂이, 포기 나누기로도 되고 가을철에 씨앗을 받아 두
었다가 봄철에 뿌리면 싹이 잘 난다. 척박한 땅에서도 생육이 몹시 왕성하다. 번행초는 맛있
는 나물인 동시에 위장병 고혈압에 효과가 높은 약초이다.
숙변 제거.비만증에 효과 큰 함초
함초는 우리나라 서해안 개펄에 자라는 한해살이 풀로 우리말로는 퉁퉁마디라고 부르며,
전체 모양이 산호를 닮았다 하여 산호초라고도 한다. 바닷물과 가까운 개펄이나 염전 주변
에 무리 지어 자란다. 줄기에 마디가 많고 가지가 1~2번 갈라지며 잎과 가지의 구별이 없다.
꽃은 8~9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고 납작하고 둥근 열매가 10월에 익는다.
함초는 그 이름대로 맛이 몹시 짜다. 함초는 거의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소금을 흡수하면
서 자라는 식물이다. 중국 최고의 의학책인 <신농본초경>에는 ‘함초’로 일본의 <대화본
초>에는 ‘신초’ 또는 ‘복초’ ‘염초’로 기록되어 있는 이 풀은 몸 안에 쌓인 독소와
숙변을 없애고, 암.자궁근종.축농증.고혈압.저혈압.요통.당뇨병.기관지천식.갑상선 기능저하.갑
상선 기능항진.피부병.관절염 등 갖가지 난치병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지니고 있는 놀라운
약초이다.
함초는 육지에 자라면서도 바닷물 속에 들어 있는 갖가지 미네랄과 효소 성분이 농축되어
들어 있다. 바닷물에는 칼슘.칼륨.마그네슘.철.요드.인 등 수십 가지의 미량 원소와 갖가지 독
소와 효소가 녹아 있는데 함초는 인체에 유익한 미량 원소와 효소를 흡수하면서 자란다. 바
닷물 1톤 속에 1그램이 들어 있는 효소는 바닷물 속의 갖가지 유기질을 분해하여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함초에는 이 바닷물의 효소가 다량 농축되어 있는데 이 효소가 사람의 몸 안
에 쌓인 갖가지 독소를 없애고 숙변을 분해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함초에 들어 있는 효소는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소장 속에 들어
있는 중성지방질인 숙변과 우리 몸의 혈관과 장기, 혈액, 세포조직 속에 붙어 있는 불필요한
지방을 분해하여 배출한다. 함초는 소자에 쌓인 숙변을 제거하고 변비를 치료하며 비만증을
개선하는 데 효력이 뛰어나다. 함초를 복용하면 숙변이 빨리 나오는 사람은 10일쯤 만에, 더
딘 사람은 1~2개월 만에 검은색이나 흑갈색의 끈적끈적한 숙변이 나오는데 평소보다 2~3배
나 많은 양이 나오게 된다. 함초의 놀라운 효능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숙변을 제거하고 비만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고혈압.저혈압을 치료한다. 함초는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피를 맑게 하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므로 고혈압.저혈압을 동시에 치
료한다. 축농증.신장염.관절염 등에 효과가 있다. 함초에는 화농성 염증을 치료하고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으므로 갖가지 염증과 관절염으로 인한 수종 등을 치료한다. 피부를
아름답게 한다. 함초는 먹는 화장품이라고 할 만큼 피부 미용에 효과가 탁월하다. 숙변이 없
어지면 피부가 놀랄 만큼 깨끗하게 된다. 기미, 주근깨, 여드름 등이 대개 치유된다.
위장 기능을 좋게 한다. 함초는 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위장 기능을 촉진하여 변비.숙
변.탈항.치질 등을 치료한다. 갑상선 기능저하, 갑상선 기능항진증에 효과가 있다.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 함초를 복용하면 혈당치가 정상으로 회복된다. 기관지 천식을 치료한다. 함초
는 기관지 점막의 기능을 회복하여 기관지 천식을 완화하거나 완치한다. 이 밖에도 함초의
효능은 무궁무진하다. 갖가지 심장순환기계 질병과, 갖가지 반성병, 피로, 가장질환 등 거의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다. 함초를 복용하면 어떤 사람이든지 식욕이 늘고, 혈색이 좋아진다.
함초에는 소금을 비롯, 바닷물에 녹아 있는 모든 미량 원소가 농축되어 있으므로 맛이 짜
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 함초는 지구상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식물이다. 그리고 함초
에 들어 있는 소금 성분은 바닷물 속에 들어 있는 독소를 걸래 낸 품질이 가장 우수한 소금
이라 할 수 있다. 함초를 먹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생즙을 내어 먹을 수도 있고, 말
려서 가루를 내거나 알약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말린 것으로는 처음에는 하루에 4그램
씩 4~5일 먹다가 차츰 약을 늘려 보름쯤 뒤에는 하루에 10~12그램씩 빈 속에 먹는다. 함초
는 그 신비와 놀라운 효능이 아직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놀라운 약초이다. 함초는 세계
어느 곳보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에서 제일 많이 자라는 산삼, 녹용을 능가하는 세계적인 보
물이다.
공해독 풀어주는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위대한 나무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 고결하고 예스런 품격, 수천 년을 사
는 긴 생명력,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쓰임새... 실로 ‘황금의 나무’라는 별명에 모자
람이 없는 나무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나무다. 그러나 아직 산
에 저절로 나서 자라고 있는 것은 발견된 적이 없다. 은행나무는 여느 나무와는 달리 사람
의 도움 없이은 번식하지 못한다. 수많은 열매를 맺지만 그 열매가 저절로 싹이 터서 자라
지는 못하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생식 능력을 잃어버린 슬픈 나무다.
은행나무는 그 몸 속에 ‘플라보노이드’라느 살균.살충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갖
가지 벌레의 유충, 식물에 기생하는 곰팡이, 바이러스 등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왕성한 식욕을 가진 딱정벌레도 굶어 죽을지언정 은행 잎을 먹지는 않는다. 노랗게 물든 은
행 잎을 책갈피 사이에 끼워 두는 풍습은 은행 잎을 사랑하는 갸륵한 마음에서 나왔겠으나,
이렇게 하면 책에 좀이 슬지 않는 뜻밖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농가에서 거름을 만들 때에
도 은행 잎을 섞어 만들면 흙 속의 해로운 미생물이나 벌레들을 죽일 수 있다.
은행나무는 몸에 독이 있을 뿐 아니라 매우 강건해서 병들거나 벌레 먹는 일이 없을 뿐더
러 공해에 대한 적응력이 대당히 강하다. 은행나무는 질소나 먼지에 잘 겨디고 아황산가스,
납 성분을 정화하는 능력이 플라타너스보다 두 배나 높아 가로수로도 적합하다. 은행나무의
열매와 잎은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으로 쓴다. 은행 잎은 예부터 고급 술안주나 신선로, 은행
단자 등의 고급 요리에 쓰이는 등 좋은 식품으로 대접을 받아 왔다. 맛이 달고 성질이 찬
은행 알을 구워 먹으면 맛을 있을 뿐 아리라 몸을 건강하게 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은행에는 간놀, 펙틴, 하스티딘, 전분, 단백질, 지방, 당분 등이 많이 들어 있어서 폐결핵
환자나 처식 환자가 오래 먹으면 기침이 없어지고 가래가 적게 나온다. 이같은 효과는 은행
이 호흡기능을 황성하게 하고 염증을 소멸하며 결핵균의 발육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
이다. 은행의 특이한 작용 가운데 하나는 레시틴과 비타민 B의 모체가 되는 엘고스테린이라
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성욕감퇴.뇌빈혈.실경쇠약.전신피로 등에 뇌혈관을 개선해 주는 효능
이다. 그러나 은행 알은 독이 있어서 날로 먹거나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대개
소금을 쳐서 구워 먹는데 독특한 풍미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많이 먹으면 배아픔.구토.설
사.발열 증세가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 빈 속에 1백50개쯤 먹으면 중독될 위험이 있다.
은행 독은 청산배당체로 불에 익히면 독성이 훨씬 줄어든다. 은행에 중독되었을 때에는
사향을 한 푼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거나 감초 달인 물을 마시면 바로 해독된다. 은행은 예
부터 불에 구워 한번에 4~5개씩 먹으면 정력을 강하게 하는 데 좋다고 하였고, 또 밤에 오
줌을 싸는 아이에게 날마다 구은 은행 알 대여섯 개씩을 먹이면 얼마 안 가서 낫는다고 한
다. 은행 알보다 더 놀라운 효과가 있는 것은 은행잎이다. 은행 잎은 예부터 민간에서 심장
을 돕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폐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하여 가슴앓이.가래 및 천식.설사.백태.상피증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널리 써 왔다.
은행 잎에 들어 있는 성분은 징코라이드 A.B.C와 진놀, 프라보놀 등인데 이는 말초혈관
장애, 노인성 치매 등을 치료.예방하는데 획기적인 효과가 있는 약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얼마 전까지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우리나라의 은행 잎을 수입하여 이들 성분을 추출하여
연간 약 10억 달러의 매출고를 올렸다고 한다. 은행 잎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나는 것은 다
른 나라에서 나는 것보다 유효 성분의 함량이 20배에서 1백 배나 많다. 음력 5월데 따서 그
늘에 말린 은행 잎 35그램에 감초 15그램을 넣고 달인 물을 수시로 마시면 몸 안에 쌓은 독
을 풀고 혈압을 내리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은행나무는 어쩌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보물 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종기.장염에 좋은 쇠비름
옛날, 아버지를 여의고 나이 많은 어머니와 세 아들이 함께 사는 집이 있었다. 맏아들과
둘째 아들은 장가를 들어 가정을 꾸렸지만 막내 아들은 아직 총각이어서 늘 쓸쓸하게 지냈
다. 늙은 어머니는 막내 아들이 혼자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민며느리를 들이기로 했다. 그래
서 중매장이를 통하여 가난한 집 처녀를 돈을 주고 사서 막내 아들의 민며느리로 삼았다.
그런데 늙은 시어머니와 큰 동서는 이제 열네 살밖에 안 된 어린 며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심하게 구박했다. 다 헤어진 옷을 입히고 먹다 남긴 음식을 주었으며 힘들고 어려운
일만 시켰다. 그뿐 아니라 걸핏하면 막내 며느리한테 욕을 하고 때리기까지 했다. “거지 같
은 게 일은 안하고 게으름만 피워.” “글쎄 말이예요.” 그러나 둘째 동서는 마음씨가 착하
여 막내 며느리가 울고 있으면 위로해 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몰래 남겨 두었다
가 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 이질이 유행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질은 설사에 피
가 섞여 나오는 병으로 불쌍하게도 막내 며느리도 이질에 걸리고 말았다. 막내 며느리가 배
가 아프다면서 앓는 것을 본 큰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가서 말했다.
“어머니, 저 거지 같은 애가 이질에 걸렸나 봐요. 그대로 두면 우리한테 옮을지도 모르니
일찌감치 내쫓아 버립시다.”“돈 주고 사온 며느리인데 내쫓아 버리면 너무 아까우니 좀더
두고 보다고 병이 나으면 또 부려먹지.” 시어머니는 막내 며느리를 밭에 있는 움막으로 보
냈다. 막내 며느리는 너무 슬펐다. 남편은 아직 어려서 아무 것도 몰랐고 어디 기댈 곳도 하
소연할 곳도 없었다.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차리라 죽는 게 낫지.”밭 옆에는 마침 우물이
하나 있었다. 막내 며느리가 우물에 뛰어들어 죽으려고 하는 순간 둘째 며느리가 급히 달려
와 말렸다.
“동서, 죽으면 안 돼. 아직 살아야 할 날이 얼마나 많은데 죽으면 어떻게 해. 앞으로 좋
은 날이 올지 어떻게 알아. 자, 내가 죽을 쒀 왔으니 이걸 먹고 힘을 내. 그리고 며칠 기다
려. 내가 의원한테 가서 약을 지어 올게.” 둘째 며느리의 위로에 막내 며느리는 마음을 고
쳐 먹고 밭에 있는 움막에서 살기로 했다. 그러나 약을 지어 오겠다던 둘째 며느리는 여러
날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배가 고프고 지친 막내 며느리는 밭둑에 있는 풀을 뜯어서 삶아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그런데 며칠 동안 풀을 뜯어먹고 나니까 배도 아프지 않고 설사도
멈췄으며 몸이 가뿐해졌다.
“야! 병이 다 나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막내 며느리는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
다. 그런데 집에 오니 어찌된 일인지 대문에 삼베 조각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조금 있으니
까 막내 며느리의 남편이 상복을 입고 나왔다. “아니 어찌 된 일이예요?”“어머니와 큰
형수님이 이질로 돌아가셨소. 그리고 둘째 형수님도 이질로 앓아 누워 있소. 그런데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니 어찌 된 거요?”“밭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병이 나았어요.”막내 며느리
는 곧 앓고 있는 둘째 며느리한테 갔다. “네가 아직 살아 있다니. 내가 이 꼴이 되어서 너
에게 약을 가져다 주지 못했구나. 정말 미안하다.” “형님, 저는 밭에 있는 풀을 뜯어먹고
병이 나았으니 제가 그 풀을 뜯어 올께요. 그걸 먹으면 나을지도 몰라요.” 막내 며느리는
들에 나가 그 풀을 뜯어서 끓여 둘째 며느리에게 갖다 주었다. 과연 그 풀을 먹고 나니 둘
째 며느리의 병이 나았다. 이질을 낫게 한 풀의 잎 모양이 말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사람
들은 이름을 마치현이라 불렀다. 마치현을 우리말로는 쇠비름이라고 한다. 쇠비름은 길옆이
나 발에 흔한 잡초이다. 줄기와 잎이 다육질로 잎은 긴 타원 꼴이고 줄기는 붉다. 한해살이
풀로 줄기는 밑동에서 갈라져 땅을 기면서 자라고 꽃은 6월에서 가을까지 노랗게 피며 열매
는 꽃이 지고 난 뒤에 까맣게 익는다.
쇠비름을 오행초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다섯 가지 색깔, 즉 음양오행설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기운을 다 갖추었기 때문이다. 쇠비름은 다섯 가지 빛깔을 다 지니고 있다. 잎은 푸르
고 줄기는 붉으며, 꽃은 노랗고, 뿌리는 희고, 씨앗은 까맣다. 쇠비름은 갖가지 악창과 종기
를 치료하는 데 놀랄 만큼 효험이 있는 약초이다. 쇠비름을 솥에 넣고 오래 달여 고약처럼
만들어 옴.습진.종기 등에 바르면 신기하리 만큼 잘 낫는다. 오래된 흉터에 바르면 흉터가
차츰 없어진다.
쇠비름은 피부를 깨끗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쇠비름은 봄부터 가을가지 계속 연한 순이
나오므로 아무 때나 뜯어서 데쳐서 찬물로 우려 내 다음 양념을 해서 먹으면 맛도 그런 대
로 괜찮고 건강에도 유익하다. 피부가 깨끗해지고 몸 속의 나쁜 독소를 깨끗하게 청소할 뿐
만 아니라 대변과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피부에 생긴 염증이나 종기에는 쇠비름을 날로
짓찧어 붙이면 잘 낫고 설사나 만성 대장염 등에는 쇠비름으로 죽을 끓여 먹으면 잘 낫는
다. 우리 선조들이 나물로 많이 먹어 왔다.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소금물로 살짝 데쳐 햇볕
에 발려 묵나물로 저장해 두었다가 물에 불려 양념을 무치든지 기름에 볶아 먹으면 맛이 썩
좋다. 쇠비름은 아무 곳에나 흔하니 잘 준비하면 좋은 겨울 찬거리가 된다. 옛날부터 쇠비름
을 장명채라고 하여 오래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고 또 늙어도 머리칼이 희어지지 않는다고
도 하였다.
쇠비름은 생즙을 내어 먹어도 좋다. 저혈압.대장염.관절염.변비.여성의 적.백대하.임질.설사
들에 효과가 좋다. 대개 소주잔으로 한잔씩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 마시면 된다. 쇠비름
에 대해 <동의학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맛은 시고 성질은 차다. 심경, 대장경에 작
용한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며, 어혈을 없애고 벌레를 죽이며 오줌을 잘 누게 한다. 약리실
험에서 강심작용, 혈압을 높이는 작용, 억균작용,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 피를 멎게 하는
작용 등이 밝혀졌다. 대장염의 예방 치료에 주로 쓴다.” 쇠비름에는 수은이 들어 있다. 쇠
비름에 들어 있는 수은은 금속 수은과는 달리 독이 없다. 쇠비름의 마디와 잎 사이에 수은
이 들어 있어 이를 추출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쇠비름은 채취하여 처마 밑에 걸어 말려야
하는데 쇠비름은 물기가 많아 잘 마르지 않는다. 뙤약볕에 열흘 동안을 내놓아도 물기가 그
대로 남아 있기 예사다. 이럴 때에는 회화나무 가지로 몇 번 툭툭 쳐 주면 잘 마른다고 한
다. 잘 말린 쇠비름을 불에 태워서 재를 얻는다. 쇠비름 태운 재 16근을 오지그릇 속에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이를 석 자 깊이의 황토 속에다 묻어 두었다가 21일 만에 꺼내면 재 속에
있던 수은이 항아리 아래쪽에 모두 모인다. 대개 쇠비름 재 16근에 수은 1근을 얻을 수가
있다. 이 수은을 종기나 종창 치료에 쓰면 효과가 신통하다.
쇠비름은 매우 흔한 풀이지만 그 약효는 몹시 귀하다. 늘 나물로 먹으면 피가 맑아지고
장이 깨끗해져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