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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착각
(The knowledge illusion)
스티븐 슬로먼 Steven Sloman · 필립 페른백 Philip Fernbach
「스티븐 슬로먼 : 스텐포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브라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인지과학 저널<인식cognition>의 편집장이다. 필립 페른백 : 브라운 대학에서 인지과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리즈 경영 대학원에서 마케팅 조교로 재직.」
[Introduction]
무지와 지식 공동체
인간은 왜 기발한 독창성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면서도 어이없는 무지로 실망을 안길까? 인간은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을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책에서 답하려는 질문이다.
▪ 집단 행위로서의 생각하기
인지과학은 1950년대에 인간의 마음이 일으키는 작용, 곧 우주에서 가장 놀라운 현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출현했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 우리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도구를 사용해 식사하는 단순한 행위부터 지각 있는 존재로서 수학 문제를 풀고,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고결하며(때로는) 이타적인 행동을 할까? 기계도 동물도 이런 일은 하지 못한다.
우리 저자들은 오랫동안 마음을 연구하는데 골몰해왔다. 스티븐은 인지과학 교수로서 25년 넘게 이 주제를 연구했다. 필립은 인지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마케팅 교수로서 인간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이해하는 연구를 한다. 그간 우리가 지켜 본 바 인지과학의 역사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없는지(우리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인지과학이 들춰낸 더욱 어두운 이면은 인간의 역량이 보이는 대로가 아니며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가능한 일에는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극히 적다(그래서 누군가를 소개받았을 때 이름을 듣고 바로 잊어버리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는 정도의 기본적인 능력조차 없고 이런 능력을 학습할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사람들은(우리 저자들 중 한명도)비행기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인데도 비행기를 두려워하는 비합리적인 사고를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의 지식은 너무나 얕아서 복잡한 세계를 피상적으로만 이해할 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곧 자기가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모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서 자기가 옳다고 확신한다.
이 책에서는 심리학,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진화론, 정치학, 교육학을 두루 살펴보면서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고 마음의 용도는 무엇인지 알아볼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저장하도록 설계된 컴퓨터와 다르다. 마음은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면서 가장 쓸모 있는 정보만 추출해서 새로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도록 진화했다. 결과적으로 개인은 세계에 관해 아주 미미한 양의 정보만 머릿속에 저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벌과 같고 사회는 벌집과 같다. 지성은 개인의 머릿속이 아니라 집단의 정신에 깃든다. 개인은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머릿속에 저장된 지식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 저장된, 이를테면 몸과 환경에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타인에게 저장된 지식에 의존한다. 지식을 한데 모으면 아주 인상적인 생각이 탄생한다. 이런 생각은 공동체의 산물이지 어느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
▪ 무지와 착각
세상에는 사치품도 있고, 유용한 물건도 있고, 요긴한 물건도 있고,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도 있다. 수세식 변기는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변기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장치의 원리를 간단히 기술하는 수준 이상의 지식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물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일일이 알지는 못해도 착각 속에 살지는 않습니다. 전 과학자도 아니고 기술자도 아닙니다. 이런 것까지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정신이 온전한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모호하고 분석되지 않는 추상적인 지식에 의존해 살아간다. 물론 세세한 부분을 좋아해서 그런 이야기를 한참 동안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전문 분야나 아주 상세히 아는 분야가 있다. 그러나 웬만한 주제에서는 추상적인 정보의 조각들을 연결할 뿐이다. 그저 이해한다는 막연한 느낌이 있을 뿐 그 주제를 분석할 수준은 못된다. 사실 지식은 대체로 수많은 연상, 그러니까 구체적인 이야기로 분해되지 않는 대상이나 사람 사이의 고차원적 연결에 지나지 않는다.
▪ 생각의 목적
이런 착각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우리가 왜 생각하는지 알아봐야 한다. 생각은 몇 가지 기능을 수행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생각은 세계를 표상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세계의 존재 방식에 상응하는 모형을 머릿속에 구축하는 과정이다.
생각은 행위를 위해 존재한다. 생각은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진화했다. 생각은 또한 목표 달성에 필요한 행위를 여러 모로 더 잘하게끔 진화했다. 인간은 생각할 줄 알기에 행위의 결과를 예측하고 다르게 행동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하면서 여러 행위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도 한다.
인간이 이런 목적으로 생각한다고 추정하는 이유는 행위가 생각보다 먼저 일어나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유기체도 행위 한다. 진화 초기에 출현한 단세포 생물도 먹고 움직이고 번식했다. 행위가 발생한 것이다. 세상에 행위를 가하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진화의 과정에서는 생존에 가장 유용한 행위를 하는 생물이 선택받았다. 가장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생물이 복잡한 세상의 변화무쌍한 조건에도 잘 적응한 것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지금 하는 행위가 적절한지 아닌지 파악하는 최고의 도구는 정보를 처리하는 정신 능력이다.
생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행위를 위한 생각에 어떻게 개입할까? 기억과 추론으로 목표를 추구하려면 어떤 정신 기능이 필요할까?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사람들은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 곧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데 뛰어나다. 행위의 결과를 예측하려면 원인이 어떻게 결과를 끌어내는지 추론해야 하고,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 파악하려면 어떤 원인이 결과를 일으켰는지 추론해야 한다. 마음은 이런 일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최선의 행위를 선택할 때 인과관계가 그토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 개인은 왜 세계의 작동 원리를 자세히 알아보지 않을까? 생각은 필요한 정보만 능숙하게 추려내고 나머지를 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의 음성 인식 기관은 어떤 문장을 들으면 그 말의 요지와 의미를 추출하고 구체적인 단어는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복잡한 인과 체계를 만나도 중요한 골자만 파악하고 세세한 부분은 잊어버린다.
마음은 모든 대상이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는 경험으로 배워 새로운 대상과 상황으로 일반화한다.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때는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의 심오한 규칙성만 이해하면 된다. 피상적이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알 필요는 없다.
▪ 지식 공동체
머릿속에 저장된 한정된 지식과 추론 능력에만 의존한다면 만족스럽게 생각하기 어렵다. 인류가 성공한 비결은 도처에 지식이 널린 세계에 살기 때문이다. 지식은 우리가 만든 물건에도 있고 우리의 몸과 일터에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다. 우리는 지식 공동체 안에서 산다.
우리는 남들의 머릿속에 든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저마다 작은 전문 분야를 가진 친구와 가족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협력한다. 협력은 사회 구성원이 누리는 중요한 혜택으로 기술과 지식을 쉽게 공유하도록 돕는다.
두개골은 뇌의 경계를 정하지만 지식의 경계까지 정해주지는 않는다. 마음은 뇌를 넘어서 육체의 환경과 다른 사람들까지 포괄하므로 마음의 과학을 뇌 과학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인지과학은 신경과학과 다르다.
지식 공동체에 참여하려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가진 지식의 일부만 머릿속에 담는 세계에 참여하려면- 기억에 저장되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머릿속 지식과 외부 지식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야 한다. 마음은 외부의 정보를 머릿속 정보와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취급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스스로 얼마나 모르는지 과소평가하면서도 놀랍도록 잘 살아간다. 이것은 진화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다.
우리가 지식의 착각 속에 사는 이유는 머릿속 지식과 외부 지식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뚜렷한 경계가 없어서 선을 긋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무엇을 모르는지 모를 때가 있다.
▪ 이것이 왜 중요한가?
이해의 한계를 자각하면 겸손해져서 타인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다.
이 책을 쓰는 현재 미국의 정치권은 극심한 양극화로 분열됐다. ~~~정치권이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진 이유는 정치인이든 유권자든 스스로 얼마나 이해가 부족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제대로 알려면 전문적이고 깊은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Chapter. One
우리는 무엇으로 아는가?
앨빈 그레이브스는 1950년대 초 미군의 폭파 실험을 주도한 책임자로서 캐슬 브라보 작전을 실시하라고 명령한 장본인이다. 그 당시 세계에서 그레이브스만큼 방사능의 위험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이브스는 캐슬 브라보 작전에 앞서 8년 전 뉴멕시코주 로스 앨러모스의 핵 실험실에 근무했던 여덟 명의 연구자 중 한 사람이다. 그때 다른 연구자 루이스 슬로틴은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용의 꼬리 간질이기라고 이름 붙인 까다로운 조작을 수행했다. 슬로틴은 핵폭탄에 사용되는 방사능 물질 플루토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으로 알아보았다. 플루토늄의 핵을 둘러싼 베릴륨의 두 반구 사이에 있는 틈을 막는 실험이었다. 반구가 서로 가까워질수록 플루토늄에서 나오는 중성자가 베릴륨에 반사되어 중성자가 더 많이 나온다. 매우 위험한 실험이었다. 두 반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연쇄반응이 일어나서 방사능이 폭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노련하고 유능한 물리학자 슬로틴은 어이없게도 일자 드라이버로 반구 사이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결국 드라이버가 미끄러지고 반구가 충돌해서 실험실의 물리학자 여덟 명이 방사능에 위험한 수준으로 피폭되었다. 가장 심하게 피폭된 슬로틴은 9일 후 의무실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연구자들은 초기 방사선 질환에서 회복했지만 몇몇은 이른 나이에 암을 비롯해 이 사고와 관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질환으로 사망했다.
우리의 지식은 생각보다 피상적일까? 이것은 코넬 대학교에 오래 몸담았다가 1998년에 예일 대학교로 옮긴 인지심리학자 프랭크 케일이 메달린 질문이다. 케일은 코넬에서 사람들이 어떤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그 결과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불완전한지는 알아냈지만 난관에 부딪쳤다. 사람들이 스스로 안다고 믿는 정도에 비해 실제로 얼마나 아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설명 깊이의 착각’이라는 방법으로 기존 방법의 여러 가지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 코넷티컷주 길포드의 우리 집에서 샤워기를 틀어놓고 한참 서 있는 동안 IoED 패러다임의 거의 모든 내용이 마구 샘솟던 기억이 또렷하다 나는 연구실로 달려가서 동료 리온 로젠블리트를 붙잡았고, 우리는 세세한 부분을 그리기 시작했다. ” 이렇게 해서 무지를 연구하는 방법론이 탄생했다.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간단히 설명하게 하고 그 설명이 스스로 평가하는 이해의 수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었다. 로젠블리트와 케일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주었다.
1. 1부터 7까지 점수를 기준으로 당신은 지퍼가 작동하는 방법을 얼마나 이해하는가?
2. 지퍼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지퍼가 작동하는 과정의 모든 단계를 최대한 자세히 기술하라.
참가자들은 지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두 번째 질문에는 거의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지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 아래의 질문에 답해보자.
3. 이제 1부터 7까지 점수를 기준으로 지퍼가 작동하는 방법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평가하라.
이번에는 사람들이 전보다 겸손한 자세를 보이면서 점수를 낮춘다. 대다수 사람은 지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고 나면 스스로 얼마나 모르는지 깨닫고 점수를 1점이나 2점쯤 깍는다.
무언가를 설명해보기 전에는 그것을 깊이 이해한다고 느끼지만 설명해 본 뒤에는 생각이 달라진다.
자전거에 관해 무엇을 아는지 물어봤던 실험을 들 수 있다. 리버플 대학교의 심리학자 레베카 로손은 심리학과 학생들에게 자전거 프레임의 몇 가지 부분과 체인과 페달을 생략한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생략된 부분을 채워 넣으라고 주문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라. 프레임에서 어느 부분이 빠졌는가? 체인과 페달은 어디에 들어가는가?
이외로 어려운 질문이다. 로슨의 연구에서는 학생들 중 절반 정도가 그림을 정확히 완성하지 못했다. 정답 그림 하나와 오답 그림 세 개를 보여주고 정답을 고르라고 해도 결과는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프로 사이클 선수들도 이렇게 쉬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낯익은 물건, 늘 접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작동하는 물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놀랍도록 개략적이고 깊이가 얕다.
▪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아는가?
인지과학의 선구자인 랜다우어는 1980년대에 컴퓨터 메모리 크기를 측정하는 척도로 인간이 지닌 기억의 크기를 추정하고자 했다. ~~~결과는 0.5기가바이트였다.
바다민달팽이에게도 뉴런이 1만 8000개 정도 있다. 진화를 기준으로 볼 때 초파리와 바닷가재는 둘 다 상당히 똑똑하다. 이들은 10만 개에 달하는 뉴런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꿀벌은 뉴런이 100만 개 정도다.~~~쥐의 뉴런은 2억 개, 고양이는 10억 개 정도로 추정되며 인간의 뉴런은 1000억개에 달한다.
▪ 착각의 유혹
Chapter. Two
우리는 왜 생각하는가?
아르헨티나 문학의 거장 루이스 보르헤스는 <기억의 천재 푸네스>라는 단편소설에서 ~~~~푸네스는 우루과이 프라이 벤토스라는 변경 도시에 사는 천재이다. 그에게는 살면서 겪은 일을 모두 기억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푸네스에게 이런 특이한 기억력이 생긴 것은 말에서 떨어져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하고부터다.
이런 상태를 과잉기억증후군, 곧 과도한 자서전적 기억이라고 한다.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매우 드문 증상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사람의 뇌는 세세한 정보까지 저장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추정된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이런 능력이 없을까?
뇌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고, 세세한 부분을 기억하는 능력은 진화의 과업을 달성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2013년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에서는 과잉기억증후군 진단을 받은 환자가 55명이고 대부분 우울증을 앓는다고 보도했다.
▪ 뇌의 용도는 무엇인가?
뇌가 온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동물에게도 신경계, 곧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작동하는 뉴런 네트워크가 있다. 반면에 식물은 뇌가 없다.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세포로 진화한 식물은 없다.
식물과 동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지만 동물에게는 정교하게 행동할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식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말 그대로 동물은 환경에 정교하게 반응할 줄 안다. 식물도 신기할 만큼 복잡하고 흥미롭지만 정교한 행동을 하지는 못한다.
식물의 가장 중요한 적용 형태는 광합성이다. 동물도 가만히 서서 햇빛을 받는 것으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었다면 삶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일부 식물은 기초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많은 식물이 해를 향해 잎을 돌리고, 일부 식물은 다른 물체에 달라붙어 그것을 지지대로 삼으며, 건드리면 움츠러드는 식물도 있다. 동물처럼 움직이는 듯 보이는 식물로 흔히 등장하는 예가 육식성의 파리지옥풀이다. 파리지옥풀은 특정한 필수영양소가 결핍된 토양에서 자란다. 그 영양소를 흡수하기 위해 곤충을 잡아먹는 기능이 발달했다.
해파리는 동물의 세계에서 신경계가 가장 단순하고 뇌도 없는 종이다. 뉴런이 800개 정도밖에 없지만 파리지옥풀에 비하면 행동이 매우 정교하다.
▪ 알아채는 뇌
투구게의 뇌는 단순한 편이다. 과학자들은 투구게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명확히 확인했다.
투구게의 갑각 양쪽에는 겹눈이 하나씩 있다. 눈은 낱눈이라고도 부르는 약 800개의 광감각 세포로 이루어졌다. 빛이 들어오면 낱눈에서 뇌로 빛의 강도를 반영하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투구게의 시각계는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강도에 따라 지도를 그린다. 하틀라인의 주요한 발견은 투구게의 뇌에 그려진 지도가 환경에서 들어온 빛의 완벽한 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완벽하다기보다는 빛 강도에 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변화한다. 눈의 한 영역에서 강렬한 신호가 들어오면 부근의 다른 영역에서 들어오는 신호가 약해진다. 이것을 측면억제라고 한다. 측면억제의 중요한 효과는 시각 입력 정보에 명암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어두운 영역을 배경으로 밝은 영역이 부각된다.
▪ 푸네스의 저주
대다수 사람이 과잉기억증후군이 나닌 이유는 이것이 성공적인 진화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마음은 가장 유용한 대상을 선별하고 나머지는 잊어버리는 방식으로 행동을 선택하느라 여념이 없다. 모든 것을 기억하면 더욱 깊은 원리에 집중해서 새로운 상황이 과거의 상황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떤 행동이 효과적인지 알아채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한마디로 마음은 효과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각하는 존재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이익이 되는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른 경쟁자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 또한 높다.
세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은 유능하게 행동할 때 불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큰 그림뿐이다. 과잉기억증후군 환자와 기억의 천재 푸네스처럼 세세한 정보를 모두 저장하는 능력은 방해만 된다.
인간이 만약 효과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른 능력이 유리한 환경에서 진화했다면 마음은 지금과 다른 논리를 따를 것이다.
Chapter. three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인간의 추론은 인과관계를 따른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존재다. 우리는 성냥을 거친 표면에 긋거나, 비가 오는데 우산 없이 나가거나, 예민한 동료에게 괜한 말을 건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쉽게 예측한다. 모두 인과적 추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익숙한 메커니즘마다 그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따라서 무엇이 맞아떨어져 어떤 메카니즘으로 예상되는 결과가 나오고, 무엇이 틀려 예상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지 안다. 그런데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추론 유형이 있다. 가령 8743의 세제곱근을 구하기는 어렵다. 양자역학을 추론하는 것도 어렵다.
▪ 순서대로 추론하기와 거꾸로 추론하기
▪ 이야기하기
이야기는 인과관계의 정보와 교훈을 전달하고 경험을 나누어서 공동체의 집단 기억을 이루고 집단의 태도를 설명하며 천명하는 역할을 한다.
Chapter. Four
우리는 왜 사실과 다르게 생각하는가?
뉴턴의 제1법칙은 운동하는 물체는 같은 속도와 같은 방향으로 계속 운동하려는 성질을 갖는다. ~~~바닥에서 벽돌을 미끄러뜨리면 얼마 안 가서 멈춘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이 마찰력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정확히 이해한다. 물리학자가 아닌 일반인은 뉴턴과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 가령 벽돌을 미끄러뜨리면 벽돌에 추동력이 가해지고 시간이 가면서 추동력이 소멸한다고 생각한다. 추동력이 완전히 소멸하면 벽돌이 멈춘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의 전체 메커니즘을 생각해 여러 가지 조작 방법 중 가장 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을 택하고 어느 정도나 손볼지 판단하다 보면 웬만큼 합리적인 사람조차 자기 머리에 무슨 문제는 없는지 의구심을 품게 된다. ~~~평범한 사람의 사고방식은 어떤 현상을 이해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래서 최고의 다이어트 방법은 무엇이고, 경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며, 미국 정부가 중동 지역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야 할지와 같은 문제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과 사회구조는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딱 한 가지 올바른 이해 방법을 고를 수는 없다. 생각에는 추측과 어림짐작이 넘쳐난다.
아래의 동전의 그림을 보자. 위쪽 동전을 아래쪽 동전의 가장자리에 대고 빙 돌려서 정확히 아래쪽에 닿게 하면 화살표는 과연 어느 방향을 가리킬까? 대다수 사람은 화살표가 아래쪽을 가리킨다고 생각할 테지만 사실은 위를 가리킨다.
물체가 평면을 따라 돌아갈 때는 돌아가는 물체가 표면에서 차지하는 거리에 비례해서 회전한다. 둘레의 절반만큼 회전하면 절반만큼 돌아간다. 따라서 동전이 평면에서 반만 돌아가면 화살표가 아래쪽을 향할 것이다. 그러나 둥근 표면을 따라서 돌아가면 같은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평면에 관해 배운 인과 도형을 잘못 적용한다. 이것이 잘못된 직관의 원인이다.
인과 모형은 직관적이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결과에 이르는 메커니즘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예는 드물다. 우리는 행위를 경험하고 행위의 결과를 경험한다. 시계의 내부를 들여다 시계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알 수 있다. 겉에서 부품이 보이면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메커니즘은 아주 세밀하거나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직접 들여다 볼 수 없다. 백신이 어떻게 작용하고 식품 유전자를 어떻게 조작하는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생략된 부분을 자신의 일천한 경험으로 메우고, 그사이 잘못된 믿음을 형성하는 것이다.
▪ 충분히 괜찮은
모든 일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것은 잘못이다. 모든 상황에서 인과관계를 정확히 추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우선 우주의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물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사물이 변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기 때문에 두 가지 지식을 모두 완벽하게 갖추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 마디로 불완전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하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의 지식은 주로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의 한 부분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무관한 일보다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을 더 많이 안다. 프로하키 선수가 되는 방법 보다는 각자가 선택한 직업에서 더 발전할 방법을 더 많이 안다.
아마도 분자의 위치와 방향과 움직임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미세한 차원에서 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각계와 운동계는 이보다 높은 차원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딱 그럭저럭 살아갈 만큼만 안다. 지식에 한계가 있으므로 자연히 사물이 변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지 않다. 대다수 사람은 화학자나 물리학자가 아니므로 분자와 원자에 적용되는 인과법칙에 관심이 없다.
우리는 물리학자들이 우리의 경험 밖 세계를 설명해준다고 생각하는 양자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다. 대다수 사람은 눈에 보이는 사물의 운동에 작용하는 인과법칙이나, 작은 지역에서 여름과 겨울 사이에 체감하는 온도 변화나, 사람들과의 만남 같은 우리의 모든 경험에서 일어나는 더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사건에 관한 메커니즘에만 관심을 두면 된다. 우리가 경험하는 작은 범주에서는 얕은 수준의 인과적 추론만으로도 잘 살 수 있다.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테니 참 다행이다.
사회적 상황도 물리적 대상을 추론할 때와 다르지 않다. 상당히 얄팍하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의도를 안다면 좋기야 하겠지만 표면적으로만 이해해도 충분하다. 저 앞에 걸어오는 사람들이 나를 그냥 지나칠까? 뭘 물어볼까? 설마 돈을 원할까? 이런 것이 살면서 늘 해야 하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추론이다. 중요한 것은 추론의 깊이가 아니라 추론한다는 사실 그 자체다.
심오한 차원에서 추론해야 할 때가 있다. 사기꾼이 미끼로 우리를 유인해 속이려 한다면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해하거나 변덕을 부린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상당한 깊이의 감수성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럴 때는 대개 적절히 추론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 우리 안의 두 가지 인과관계 추론 능력
우리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인과관계를 추론하면서 살지만 인과적 추론이라고 모두 같지는 않다. 어떤 추론은 빠르다. ~~~어떤 사람의 손이 아픈 이유는 벽을 세게 쳐서라고 생각하거나 어떤 학생이 기분 좋은 이유가 수학 시험을 잘 봐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자동으로 신속하게 일어나는 과정이다. ~~~한편 다른 유형의 인과적 추론에는 훨씬 많은 생각과 분석이 개입된다. 1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니얼 카너먼은 <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두 유형의 차이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 차이는 수천 년간 지속되었고, 인지과학에서는 이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부른다. 가령 연상 사고와 규칙 사고로 나누기도 하고, 간단히 1체계와 2체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직관과 심사숙고로 구분하겠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심사숙고를 거쳐 몸에 밴 직관과 습관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적했다. “오래전에 성격에 뿌리내린 특질을 주장으로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매우 어렵다.” 플라톤은 이보다 은유적으로 직관과 욕망의 연결을 지적했다. “그러면 영혼을 날개 달린 말과 마차부가 같이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결합에 비유해보자. 말들 중 한 마리는 명예를 중시하고 말로 하는 명령만 듣는다. 다른 말은 거칠게 뻗대고 버릇없이 굴어서 채찍질을 해야 겨우 말을 듣는다.”
플라톤은 정념과 이성을 구분한다. 두 가지는 유혹을 만났을 때 서로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두 마리 말과 같다. 플라톤의 ‘이성’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상당히 유사하며 인지학자들이 ’심사숙고‘라고 부르는 개념과 같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갈망에 휘둘려 행동하지 않게 하는 신중하고 의식적인 사고다.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할지 일깨우는 내면의 작은 목소리다. 초콜릿 케이크를 한 조각 더 먹지 않게 돕거나 먹고 나서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사고 과정이다.
그렇다면 직관과 정념은 같은 개념일까? 직관은 깊이 뿌리내린 지식을 바탕 삼아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about'을 특이하게 발음하는 것을 듣고 ’저 사람은 캐나다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직관이다. 이런 생각은 욕망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직관은 대상을 갈망하게 만든다. 가령 빵집 상자는 그 안에 케이크가 들었다는 직관을 끌어내고 설탕과 지방에 대한 정념도 끌어낸다. 반대로 정념이 직관적 반응을 끌어내기도 한다. 탐나는 차를 보면 그 차를 운전하는 상상을 한다. 근사한 집에 들어가면 그 집에 사는 상상을 한다. ~~~~정념은 특정 직관과 연결된다. 물론 모든 직관이 정념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직관과 정념은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서로 밀접하다고 볼 수 있다. 직관과 정념은 서로 협조적이고 둘 다 심사숙고를 거쳐 완성된다. ~~~직관은 한 가지 결론을 향해 달려가게 하지만 심사숙고는 머뭇거리게 만든다.
직관은 사고 과정의 한 속성이다. 하지만 심사숙고는 다르다. 심사숙고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남에게 말하듯이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다. 심사숙고는 우리를 사람들과 연결해준다.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함께 직관하지는 못하지만 심사숙고할 수는 있다. 공동체와 함께 생각한다는 개념은 앞으로 이어지는 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직관, 심사숙고, 설명 깊이의 착각
설명 깊이의 착각은 직관의 산물이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식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착각이 드러난다.
예일 대학교의 마케팅 교수 셰인 프레더릭은 직관 성향과 심사숙고 성향 가운데 어떤 것이 더 강한지 알아보는 간단한 검사를 개발했다. 그는 이 검사를 CRT(cognitive reflection test. 인지 성찰 검사)라고 부른다.
“야구 배트와 공은 1달러 10센트다. 배트가 공보다 1달러 더 비싸다. 공은 얼마인가?” ~~~ “호수에 연잎이 뜬 자리가 있다. 날마다 연잎으로 덮인 면적이 두 배로 넓어진다. 연잎이 연못을 다 덮기까지 48일이 걸린다면 호수의 절반을 덮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기계 다섯 대가 5분 동안 부품 다섯 개를 만든다면 기계 100대가 100개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
이 실험에서는 메사추세츠 공대생 48%가 세 문제의 정답을 맞췄다. 프린스턴 대학교 학생들은 26%만 정답을 맞혔다.
심사숙고 성향이 강한 사람은 생각과 표현에서 심사숙고 하는 능력에 더 많이 의존하고, 심사숙고 성향이 덜한 사람은 직관에 더 많이 의존한다. 두 부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심사숙고 성향이 강한 사람은 추론 문제를 풀 때 신중한 편이다. 실수를 적게 저지르고 함정에 덜 빠진다. ~~심사숙고 성향이 강한 사람은 심사숙고 성향이 덜한 사람보다 다크 초콜릿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또 신을 믿을 가능성이 낮다.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소비재의 메커니즘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스스로 평가하게 하고 평가 전후에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설명하게 했다. CRT 전수가 높은 참가자들은 착각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에 CRT에서 0점을 받거나 한 문제밖에 맞추지 못한 참가자들은 심각한 착각을 드러냈다. 심사숙고 성향이 강한 참가자들은 설명하기 전과 후에 자신의 이해도에 대한 평가를 바꾸지 않았지만, 심사숙고 성향이 약한 참가자들은 설명하고 난 후 처음의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직관은 우리에게 단순하고 거칠고 대체로 충분히 괜찮은 분석력을 제공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보다 많이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CRT 점수가 높은 사람은 자세한 설명이 실린 제품을 선호했다. ~~~CRT 점수가 낮은 사람은 설명이 적은 제품을 선호했다.
직관은 사적이다. 각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반면에 심사숙고할 때는 자기가 아는 내용을 숙고할 뿐 아니라 어렴풋이 알거나 피상적으로만 아는 사실을 물론 남들의 머릿속에 든 사실까지 숙고한다. ~~~심사숙고는 지식 공동체에 의존한다.
Chapter. Five
우리의 몸과 세계로 생각하기
인지과학은 인간의 지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지과학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아주 놀라운 방식으로 지각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해주는 마법의 요소를 탐색한다.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초창기 AI 연구는 PC에 집중되었다. 실리콘으로 위대한 마음을 제작하는 데 목표를 둔 것이다. ~~~똑똑한 컴퓨터는 온갖 유형의 지식을 저장하는 메모리와 그 지식을 활용해서 어떤 질문에도 답을 찾아내는 신속한 프로세서를 갖추도록 설계되었다.
MIT인공지능 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초창기 AI지지자였던 마빈 민스키는 2003년의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상식을 갖춘 컴퓨터는 없습니다. 항공편을 예약하는 종류의 장치만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어떤 컴퓨터도 방을 둘러보고 그 방이 어떤지 말해주지 못합니다.” 주로 과거방식의 AI를 두고 한 말이다.
구식 인공지능 GOFAL. Good old-fashioned artificial inteligence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영역이 뚜렸이 구분된다고 전제한다. 알고리즘(계산을 위한 방법)은 소프트웨어이므로 소프트웨어를 구현 하는데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별개로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물리적 컴퓨터)는 중요하지 않다. 하드웨어는 계산 속도 같은 속성을 결정할 수 있지만 다른 모든 컴퓨터와 동일한 계산을 한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마음은 물리적 실체가 없고 마음은 육체와 전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데카르트는 생각이 육체의 물리적 영역과 별개인 정신적 영역에 속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두 영역은 서로 소통해야 한다. 어쨌든 생각은 육체를 통해서만 세계를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는 어차피 눈과 귀와 코를 비롯한 여러 감각기관을 거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영역은 반대 방향으로도 소통한다. 곧 육체가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이 결정 내리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더 나아가 이런 소통이 일어나는 장소를 정확히 짚었다. 데카르트의 주장에 따르면 정신적인 영역과 물리적인 영역은 뇌의 송과샘pineal gland에서 소통한다. GOFAL도 생각과 행동을 무형의 소프트웨어와 유형의 하드웨어라는 두 개의 영역으로 구분한다(다만 송과샘과의 유사한 점은 없다).※송과선(송과샘)에 대해서는 데니얼 데닛의 책<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를 참조.
▪ 인간의 설계 방식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연구에서도 로봇의 발전에 상응하는 대단한 변화가 일어났다.
인간이 컴퓨터처럼 기호를 처리한다는 개념이다. 다만 인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합리적인 결과를 끌어내고 이것을 기억 저장소에 저장한다. 사람들은 방대한 양의 계산으로 세계의 모형을 구성한다. 계산을 통해 최선의 방책을 발견하고, 정보를 저장하고,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하면서 탐색하고 결정한다. 만약 우리가 정말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매번 녹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은 세계를 기술하는 모형을 구축하느라 바쁘지 않다.
▪ 세계는 우리의 컴퓨터
높이 친 공이 당신 쪽으로 날아온다면 공이 하늘로 올라가는 동안 자연히 고개를 들고 시선을 올려서 당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응시한다. 시선의 방향은 지면과 비례한 각도를 말해준다. 여기서 이런 편법이 작용한다. 공이 떨어질 위치로 가려면 앞뒤로 이동하면서 각도가 항상 일정하게 상승하도록 하면 된다. 공이 방망이에 맞은 후 공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면 고개를 끊임없이 위로 들어서 공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 놀랍게도 공이 떨어지기 시작한 뒤에도 시선은 계속 위로 들어야 한다. 외야수가 공을 잡으러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시선이 같은 비율로 항상 위로 올라가도록 몸의 방향과 속도를 조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광학적 흐름은 명확한 규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사과밭을 가로지를 때도 밀밭과 같은 길로 간다면 동일한 광학적 흐름을 경험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대상은 물론 다르지만 양상은 동일하다.
사람들은 출입구에 드나들 때도 광학적 흐름을 이용한다. 가령 출입구의 양쪽 문설주에 부딪치지 않으면서 가운데로 들어가고 싶다고 해보자. 우선 문과의 거리와 문의 너비를 추산하고, 출입구 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 택해야 할 각도를 계산해야 한다. GOFAL 로봇이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 그러면 계산도 추산도 많이 해야 한다. 바쁠 때는 이런 추산이 어려울 수 있다. 다음으로 더 빠르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문틀의 양쪽이 당신에게 동일한 속도로 다가오게 해서 문을 지나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게 전부다. 이렇게 할 수만 있다면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어느 방에나 들어갈 수 있다.실l제로 사람들은 이렇게 한다. 가상현실에서 인위적으로 어느 한쪽의 광학적 흐름의 속도를 높이면 사람들은 더 이상 복도의 중앙으로 지나가지 못하고 좀 더 빠르게 흐르는 쪽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벌과 곤충들도 유사한 광학적 흐름을 활용한다. 벌은 광학적 흐름을 이용해서 벌집에도 들어가고 터널도 통과한다. 양쪽의 광학적 흐름을 다르게 조작할 수 있는 특수 터널로 벌을 통과하게 하는 실험에서 벌의 이런 특성이 드러났다. 벌은 광학적 흐름이 느린 쪽 벽에 가까이 붙어서 날았다. 벌을 비롯한 곤충들이 수많은 계산을 해내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닐 수 있다. 매우 단순할 수 있다.
▪ 뇌는 마음에 있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흔히 마음이 뇌에 있다고 대답한다.
손잡이가 오른쪽에 있는 물건의 사진을 보면 오른손을 쓰는 편이 수월한 것이다. 사진을 보면 무의식중에 당장 몸이 사진 속 물건과 상호작용하도록 준비한다. 진짜 물건의 손잡이가 아니라고 해도 왼손보다 오른손이 더 필요해지는 것이다. 사진 속 물건인데도 그렇다. 그리고 오른 손이 움직일 준비를 하므로 실제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고작 물건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도 더 빠르게 반응한다. 우리 몸이 손과 물건의 상호작용을 준비시켜서 질문에 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뇌에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몸과 뇌가 동시에 사진에 반응해서 답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는 행위에서 몸을 활용하는 예는 풍부하다. 한 연구에서는 어떤 장면을 몸으로 직접 해보는 것이 다른 기억술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연구는 흔히 체화라는 현상의 증거가 된다. 체화는 인지 과정에서 몸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관한 개념이다. 마음이 칠판에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대상과 관련된 행동을 거쳐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상이나 도구와 결합한다. 음악을 연주할 때 음악에 대한 생각과 입이나 악기로 소리 내는 음악은 같은 과정의 일부이며 서로 크게 의존한다. 실제로 기타가 있으면 기타를 치는 것처럼 손가락을 움직이기가 훨씬 쉽고,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적어보면 단어를 말하거나 계산하기가 훨씬 편하다. 대개 물리적 세계와 연결해서 생각할 때 사고 활동이 더욱 활발하다는 점에서 생각은 몸과 분리된 채 머릿속 무대에서 일어나는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신 활동은 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뇌는 몸과 세계의 여러 측면이 관련된 처리 체계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은 정서 반응도 일종의 기억으로 활용한다. 어떤 사건을 접하고 즐겁거나 고통스럽거나 두려운 반응을 보이면서 주목할 대상과 피할 대상을 찾는다.
몸은 감정을 일으켜서 상황을 지각하게 하고 경고를 보낸다. 어떤 선택이 기분 좋은 것이라면 긍정적인 정서 반응-좋은 기분-이 일어난다. 우리에게 주목하고 조사하라고 말하는 주체는 바로 몸이다. 그래서 프랑스 케이크 가게에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몸은 시야에 들어온 맛있어 보이는 모든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한다. 기분이 좋지 않은 선택이라면 혐오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정서 반응이 일어난다.
정서 반응은 우리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정서 반응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선택을 고려할지 결정해 준다.
정서 반응은 어디서 올까? 몇 가지 반응은 타고난다고, 이를테면 뱀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수천 년 동안 위험한 뱀이 득실대는 환경에서 산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지식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다. 공포증은 공포를 제어하지 못할 때 나타난다. 거미공포증, 고소공포증 따위의 일반적인 공포증은 선사시대에 실제로 위험했던 대상과 관련 있다. 이런 공포증 따위의 일반적인 공포증은 선사시대에 실제로 위험했던 대상과 관련 있다. 이런 공포증의 대상은 모두 진화의 역사에서 우리 조상들에게 위해를 가했던 대상이다.
생각은 뇌 안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생각은 뇌와 몸과 세계의 지식을 활용하여 지적 행위를 지원한다. 한마디로 마음은 뇌에 없다. 그보다는 마음에 뇌가 있다. 마음은 뇌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동원해서 정보를 처리한다.
Chapter. six
사람들로 생각하기
지금까지 생각이 복잡한 행동을 뒷받침하도록 진화한 사실을 살펴보았다. 마음은 개인이 행동할 수 있도록, 또 개인이 선호하는 대로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정보를 처리한다. 나아가 환경을 통해 생각이 일어나는 것도 살펴보았다. 세계는 기억장치로 역할하고 사고 과정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개인의 수준에서 생각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여러 사람이 협력해서 복잡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여러 인지 체계가 함께 작동하면 한 사람의 역량을 뛰어넘는 집단지능이 출현한다.
▪ 공동체 사냥
▪ 똑똑해지다
▪ 공유된 의도
인간에게는 기계나 다른 동물의 인지 체계에는 없는 능력이 있다. 바로 남들과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이다. 인간은 서로 소통하면서 같은 사건을 경험할 뿐 아니라 서로가 같은 사건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이렇게 관심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서로가 인지하면 주어진 경험의 본질 이상이 달라진다.
독일 라이프치하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의 마이클 토마셀로와 동료들은 몇 년에 걸쳐 아동과 침팬지를 대상으로 공유된 의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깊이 파고들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양동이가 있는 방에 어른과 아이가 같이 있다. 아기는 어른이 양동이를 가리키는 것을 본다. 어른이 난데없이 양동이를 가리키면 아기는 어리둥절해 한다. 어른의 의도가 무엇일까? 정확히 어떤 부분을 가리키는 것일까? 양동이의 모양을 보라는 것일까? 색깔을 보라는 것일까? 질감을 보라는 것일까? 다른 무언가를 보라는 것일까?
이제 어른과 아이가 놀이를 한다고 해보자. 어른이 물건을 감추고 아기가 찾는 놀이다. 어른이 양동이를 가리키면 아기는 어른의 목적, 곧 자신에게 물건 감춘 곳을 알려주려는 의도를 알아챈다. 이 연구에서 4개월 된 아기도 과제를 수행해냈다. 아기는 주어진 환경에서 어른의 의도를 이해했다. 침팬지와 그 밖의 유인원들은 어떤 연령에서도 이 과제를 이해하지 못했다.
유인원은 지능이 높아도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 현대의 팀워크
▪ 최전선에서의 혼동
인간이 인지 노동을 자연스럽게 분담한다는 것은 개인의 생각과 지식이 다른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지식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마음의 공동체를 위한 개인을 설계하기
공동체의 지식은 집단으로 분산된다. 어느 한 사람이 모든 지식을 독점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가 개인으로서 아는 것은 반드시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연결된다. 내 지식에는 사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포인터(메모리의 주소를 가리키는 자료)와 플레이스 홀더(빠진 내용을 대신하는 기호나 택스트의 일부)가 가득하다.
가령 내가 스핑크스가 이집트에 있는 것을 알지만 스핑크스가 뭔지 모른다고 해보자. 말하자면 나는 이집트에 관해 생각하고 추론하면서 스핑크스라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다는 믿음을 활용한다. 그러나 스핑크스를 본 적이 없으므로 스핑크스에 대한 내 믿음은 남들의 지식에 의존한다.
▪ 벌집 마음의 장점과 위험성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직접적인 감각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적다. ~~스마트폰, 커피머신~~~어느 하나도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도 우리는 이런 장치를 사용하고 의존하기까지 한다.
지식의 착각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지식 공동체 안에 살면서 머릿속에 든 지식과 외부의 지식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의 작동우너리에 관한 지식이 머릿속에 든 줄 알지만 사실 상당한 지식을 환경과 사람에게서 얻는다. p169
지식의 저주에 걸리면 내 머릿속에 든 지식이 남들 머릿속에도 들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식의 착각에 빠지면 남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 내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어느 쪽이든 누가 무엇을 아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Chapter. seven
기술과 함께 생각하기
▪ 생각의 연장으로서의 기술
새로운 기술을 숙달하는 과정은 인류 진화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인간은 기술의 변화에 맞게 빚어졌다. 인간의 몸과 뇌는 새로운 도구를 몸의 연장으로 간주해서 활동과 결합하도록 설계되었다. ~~~이처럼 뇌는 도구를 몸의 일부로 취급한다. ~~이제 기술은 여러 방면에서 우리를 앞질렀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컴퓨터에 어떤 명령을 입력하면 컴퓨터는 항상 정해진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컴퓨터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여느 생명체처럼 컴퓨터의 반응도 예측 불가능하다.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명령을 입력해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기술은 (아직) 의도를 공유하지 못 한다
컴퓨터가 의도를 공유하려면 타인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알고 남들이 무엇을 아는지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자기와 타인의 인지 과정을 성찰해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가 인지하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 누군가가 알아낸다면 우리는 의식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어떤 기계도 인간 활동의 핵심을 이루는 독특한 능력, 곧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 진정한 초지능
컴퓨터에는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이 없다. 이런 능력을 장착할 날도 요원하다. 따라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인류를 희생시키는 사악한 초지능의 출현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컴퓨터는 애초에 우리를 이해할 수조차 없어 우리의 마음을 읽고 우리보다 똑똑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
▪ 미래 예상하기
세상을 바꾸는 초지능은 지식공동체에 있다. 획기적인 기술 혁신은 초인적 마력을 보유한 기계를 발명하는 분야가 아니라 날로 커지는 지식 공동체에 정보가 원활이 흐르고 협업을 수월하게 돕는 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적인 기술은 사람들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 인터넷은 진정한 초지능이 공동체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기계 시스템의 공동체는 꾸준히 발전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영역의 수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하나의 톱니로서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는 시스템과 함께 일하는 쪽에 가깝다.
Chapter. Eight
과학을 생각하기
베타카로틴은 당근과 고구마 같은 식물에 함유된 화학물질이다(베타카로틴은 이런 작물의 특징적인 색깔을 낸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시각을 비롯한 중요한 신체 기능에 필요한 비타민 A로 변환된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이들이 베타카로틴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서 심각한 질병을 앓는다. ~~~2000년대 초반 유렵의 과학자들은 베타카로틴을 생성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벼를 개발했다. 그리고 베타카로틴 때문에 노란색을 띄는 이 쌀을 황금미라고 불렀다. 비타민 A가 결핍된 지역의 아이들은 주식이 쌀이므로 황금미가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식품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필리핀의 황금미 논에서 벼를 수확하기도 전에 작물을 파괴했다. 안타깝게도 그곳은 황금미의 안전성과 효능을 실험하기 위한 시범 경작지였다.
▪ 대중의 과학 이해
과학을 얼마나 이해하는지에 따라 과학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된다는 개념을 결핍 모형이라고 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비과학적 사고는 지식의 부족으로 생기고 일단 결핍이 해소되면 사라진다.
▪ 공동체에 헌신하기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하게 무지한 사람들과 함께 산다. 우리는 지식 공동체 구성원이고 불행히도 공동체는 과학을 오해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에 관해 한정된 지식을 가졌으며 구체적인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 스스로 얼마나 아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식 공동체를 신념의 기반으로 삼는다. 그러다 보면 열ㅈ어적이고 극단적인 태도가 생겨서 변하기 어려워진다.
▪ 인과 모형과 과학 이해
우리 중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떻게 다르고 항생제가 어떤 역할을 하고, 항생제는 왜 박테리아에만 효과를 보이는지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범한 사람이 다양한 과학적 주제를 심도 깊게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식 공동체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다.
3장에서 개인의 인제 체계는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인과 모형을 구성하고 추론한다. 인과 모형은 인간이 세계에 관해 생각하고 추론하는 방식으로,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이해에 바탕을 둔다. 4장에서는 개인의 인과 모형은 단순하고 부정확할 때가 많아서 직접적인 경험에 순응하도록 왜곡된다고 보았다. 이런 인과 모형은 우리의 태도에도 기여한다.
연구에서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할 때 약물의 효과가 빨리소진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활력 강화 캔디를 먹은 사람은 힘들게 일할 때 약효 지속 시간이 짧아진다고 믿는다. 실제로 대다수 약물이 작용하는 시간은 사람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와 무관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믿는 이유는 약효의 인과 모형을 많이 노력할수록 자원이 빨리 소진되는 다른 영역에서 습득했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 때문에 사람들이 약을 정량보다 더 많이 복용할 수도 있다.
GMO(유전자 조작식품)가 DNA를 변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오염에 관한 공포를 느끼는 듯하다.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오렌지에 시금치 유전자를 삽입하면 오렌지에서 시금치 맛이 날 것이라고 답했다(사실은 그렇지 않다).
▪ 결핍을 메우다
신념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신념은 우리의 가치관과 정체성에 감싸여 공동체에서 공유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머릿속에 든 것(인과 모형)은 빈약하고 잘못된 것일 때가 많다. 그래서 잘못된 신념을 솎아내기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공동체가 인과 모형에 이끌려서 과학을 잘못 이해하기도 한다. 또한 지식의 착각은 우리가 스스로 얼마나 이해하는지 자주 혹은 깊이 확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UC 버클리의 심리학자 마이클 래니는 지난 몇 년간 사람들에게 지구온난화에 관해 알려서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을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만들 방법을 찾았다. ~~~ 래니의 연구에서 사람들은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놀랄 만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잘못된 신념을 바로잡는 첫걸음은 사람들에게 그들과 그들의 공동체가 과학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본인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Chapter. Nine
정치를 생각하기
오클라호마 주립대학의 농경제학과에서는 어떤 식품이 유전자 공학으로 생산되었다는 사실을 라벨에 의무적으로 표기해야하는지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약 80퍼센트가 의무화해야한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관련법을 옹호하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훌륭한 근거로 보인다.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정보를 알 자격과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들 80%는 DNA를 함유하는 식품에 대한 표기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식품에 DNA 가 있다면 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모든 생물이 그렇듯 대부분의 식품에는 물론 DNA 가 있다. 이 설문 조사의 응답자들에 따르면 모든 육류와 채소류와 곡류에 “주의-DNA함유”라고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DNA가 함유된 식품을 피한다면 우리는 모두 굶어 죽을 것이다.
라벨에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DNA가 함유된 식품에는 그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라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리는 대체로 자기가 얼마나 모르는지 인정하지 못한다. 알량한 지식으로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한다. 전문가가 된 기분이 들면 전문가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우리의 말을 듣는 상대도 많이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상대에 비하면 우리는 전문가다. 그래서 더 전문가가 된 기분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 공동체는 위험에 처한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집단 구성원들이 사실을 잘 모르는 채로 입장을 공유할 때는 구성원들끼리 이해한다는 느낌을 서로 강화한다. 그래서 확실한 근거가 되는 전문 지식이 없는데도 모두가 정당하고 명백한 사명을 가졌다고 여기는 것이다. 구성원이 서로의 관점을 정당화해준다고 간주하므로 모두의 의견은 신기루 위에 선 갓과 같다. 구성원끼리 서로 지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집단을 뒷받침해줄 근거는 전혀 없다.p226
사회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Irving Janis 이런 현상을 집단 사고라고 불렀다.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논의할 때 더 극단적으로 흐른다는 점이다. ~~~일종의 군중심리다.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나 범죄, 총기 규제, 이민 정책,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싸놓은 개똥과 같은 갖가지 문제에 관해 조금 걱정하면서 저녁 식탁에 둘러앉는다. 그러면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걱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쯤에는 모두에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다른 여러 문제에 정당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특히 눈에 띄는 문제다.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아내 이미 확고한 신념을 다시 확인할 수 있고, 또 포럼을 만들어서 세계관이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사악함을 성토할 수 있다. 남들도 어차피 우리와 소통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말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는 스스로 거울의 집에 있는 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고 이런 편협함 때문에 더 무지해진다. 우리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반대 입장의 의견을 들을 일이 거의 없고 설사 듣는다고 해도 우리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가 무지해 보일 뿐이다. 상대는 또한 우리 입장의 미묘한 차이와 깊이를 모르므로 우리를 지극히 단순하다고 여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온통 “저 사람들이 이해하기만 한다면”이라는 생각만 박혀있다. 우리가 얼마나 관심이 있고 얼마나 개방적이며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아주기만 하면 상대도 우리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상대가 어떤 사안의 중요한 세부 사항과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도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소크라테스는 오염된 생각을 제거하려는 고대 아테네인들의 욕망에 희생되었다. 예수도 같은 이유로 로마인들의 손에 죽임 당했다.
▪ 착각 깨트리기
사람들은 설명 깊이의 착각에 빠져서 근거를 댈 수 있는 정도보다 더 강력한 입장을 고수한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 실험을 실시한 2012년 당시 뜨거운 쟁점이었던 다양한 정책을 지지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었다.
-국가 일률 과세가 있어야 하는가?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있어야 하는가?
-이란에 일방적인 제제를 가해야 하는가?
-사회보장을 위한 은퇴 연령을 높여야 하는가?
-국가 단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하는가?
-교사 성과급제가 필요한가?
우리는 표준 정차에 따라 우선 사람들에게 1에서 7까지를 척도로 각 쟁점에 대한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점수로 매기게 했다. 그런 다음 각 정책이 가져올 모든 효과를 설명하게 했다. ~~~실험의 참가자들은 어떤 정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라는 주문에 거의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시 이해의 정도를 묻자 사람들은 점수를 낮추었다.
▪ 가치관 vs 결과
▪ 통치와 리더십에 관하여
Chapter. Ten
똑똑함의 새로운 정의
흔히 “오바마 케어”라고 부르는 이 법안에서 오바마가 직접 작성한 부분은 얼마나 될까? 아마, 한 글자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위대한 지도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들도 분명 인간이다. 그들에게 행정부 활동을 책임지게 하는 것은 물론 정당하지만 대부분의 결정에서 대통령은 상징, 곧 행정부의 얼굴일 뿐이다.
▪ 지능
누군가의 첫인상은 그 사람의 개인적 자질, 가령 재능이나 기술, 아름다움이나 명민함으로 첫 만남에서 결정된다. 물론 그 사람의 배경과 상황에 관해, 이를테면 성장 배경과 남들에게 받은 도움과 가정환경이나 직장 환경을 조사해 알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개인적 자질, 곧 그 사람이 소유한 자질에 주목한다. 그 사람 자체가 주의를 사로잡아 첫인상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배경과 상황을 알아가면서 이미 형성된 인상을 수정해나간다.
지능 이론에서는 지능을 여러 구성 요소로 구분한다.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거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반적이고 비교적 오래된 구분이 유동지능과 결정지능이다. 유동지능은 어떤 사람을 똑똑하다고 말할 때 떠오르는 개념이다. 똑똑한 사람은 어떤 주제에서든 신속히 결론에 이르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다. 결정지능은 기억의 저장고에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를 의미한다. 결정지능에는 어휘력과 일반 상식이 포함된다.
지능은 또한 지능을 구성하는 세 가지 능력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어떤 이론에서는 언어 능력, 세계를 정확히 지각하는 속도와 능력, 머릿속으로 공간 이미지를 조작하는 능력으로 구분한다. 다른 이론은 더 나아가 지능의 기저에 여덟 가지 차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언어 차원, 논리와 수학 차원, 공간 차원, 음악 차원, 자연주의 차원, 신체 운동 차원, 대인관계 차원, 개인내 차원이다. 어떤 연구자는 실용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서 지능은 사람들이 목표를 구성하고 성취하는 능력을 반영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는 기술, 분석적인 기술, 실용적인 기술, 긍정적인 윤리적 가치를 주입해서 공동선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지혜와 관련된 기술로 구분한다.
학자마다 지능을 구성하는 기술을 각기 다르게 구분해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100년 이상 지능을 연구했지만 아직도 지능의 성격을 설명할 방법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지능검사의 간략한 역사
▪ 지식 공동체에서 받는 영감
▪ 집단지능과 그 함의
Chapter. Eleven
똑똑한 사람 만들기
몇몇 교육학자들이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아이들과 이 아이들이 다녔을 법한 학교에 다니는 10세에서 12세 사이의 또래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모두에게 산수와 숫자 문제를 냈다. 연구자들이 처음 발견한 결과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본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을 내용이었다. 두 집단 모두 큰 수의 값을 읽는 등 기초적인 과제도 잘하지 못했다. 큰 수의 여러 자리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숫자를 비교할 수는 있었다. 두 집단 모두 두 가지 숫자 중에서 어느 쪽이 큰지 올바르게 답했다. 다만 덧셈과 뺄셈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거리의 판매상들이 뛰어나게 잘하는 반면에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어려워했다. 거리의 아이들은 학생들보다 큰 수의 비율도 훨씬 잘 이해했다.
▪ 모르는 것을 알기
인간은 모든 과목을 통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인간은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설계 되었다.p284
교육이 지적 독립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개념은 학습을 매우 편협하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또한 지식이 남에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관점이다. ~~~학습에서 중요한 요인은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우리가 제공해야 할 지식은 무엇이고 남들이 채워 넣어야 할 틈새는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p285
진정한 교육에는 툭정한 정보를 모른다는 사실을 배우는 과정이 포함된다. 자신의 지식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자기가 모르는 지식을 외부에서 찾아내는 법을 배운다. 그러려면 우선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지식의 경계를 보면서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행위다. “왜?”라고 묻는 것이 핵심이다.
개인이 아는 것은 미미하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알아야 할 것이 넘쳐난다. 물론 사실과 이론을 배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사실 이것이 성공의 열쇠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은 대부분 남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식 공동체에서 개인은 퍼즐 맞추기의 한 조가일 뿐이다. 자기가 어디에 끼워 맞춰지는지 알려면 내가 아는 것뿐 아니라 나는 모르지만 남들이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지식 공동체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하려면 자기 외부의 지식, 곧 나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것과 관련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p286
▪ 지식 공동체와 과학 교육
컬럼비아 대학교에는 2006년부터 “무지”라는 제목의 강의가 개설되었다. 과학자들을 초빙해서 그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논의하는 강의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그들이 알고 싶은 것,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을 알아낼 방법, 이런저런 사실을 알아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생기ㅏ는지”에 관해 논의한다. 이 강의는 교재에 없는 내용에 주목해 학생들에게 알지 못하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에 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학생들은 모르는 것만이 아니라 과학계 전체가 모르는 것에 주목해서 학생들 스스로 과학계의 한계가 어디인지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취지다. 학생들은 과학 이론과 관련 자료를 생각할 뿐 아니라 공동체가 완벽히 밝혀냈거나 밝혀내지 못한 것을 이해해야 한다. ~~~과학자의 소임은 미지의 것을 지식으로 만드는 직업이다.
과학은 공동체가 하는 일이다. 인지 노동의 분배가 일어나야 한다. 곧 과학자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고 과학 지식은 과학자의 공동체로 분산된다. 노동을 분배한다는 것은 과학자 한 사람의 지식은 적기 때문에 지식의 총합은 모두에게 달렸다는 뜻만이 아니다. 인지 노동의 분배가 항상 일어나므로 공동체는 과학자가 수행하는 모든 활동에 스며든다는 뜻이다. 과학자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 과학자가 제기하는 모든 이론, 과학자가 가진 모든 개념이 공동체에 의해 가능해졌다.
과학의 결론은 대개 관찰이나 추론에 기초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교재나 학술지 논문이나 전문가 지인에게 들은 내용과 같은 권위에 근거를 둔다. ~~~직접 입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거나 입증하기 어려울 때 공동체에서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식 공동체는 우리의 지식에서 방대한 세부 정보를 채워준다. 모든 사람의 이해는 -과학자든 아니든- 타인의 지식에 의존하므로 학생으로서는 사실과 정당성을 직접 알아내기보다 이미 알려진 사실과 남들이 정당화할 수 있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의 지식은 과학자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지 않으므로 과학자도 남들처럼 신뢰를 토대로 연구한다. p290
우리는 자동차가 굴러가게 만드는 놀라운 기술을 잘 모르는 채로 운전하고, 스윗치의 작동 원리도 모르는 채로 전등을 켠다. 과학자들이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대부분 믿음의 영역이다.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남들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것을 믿어주는 것이다. 이런 믿음이 종교적 믿음과 다른 점은 더 높은 힘에 기댈 수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입증의 힘이다.
과학자는 진실을 중시하지만 일상의 행동은 진실 탐구보다는 지식 공동체에 수반되는 사회생활에서 나온다. ~~~과학자가 아니고서야 자기가 한 행동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꼭 과학자가 아니어도 결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따라서 일상의 행동은 과학자의 지식에 의존해서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아야 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지식은 상호 의존이다. 내가 법적으로 책임지는 지식이 꼭 내 머릿속에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p292
요즘은 지식의 상호 의존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과학의 다양한 분야가 학제간 연구로 확장되는 추세라서 여러 학과를 아우르는 지식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 연구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설렵 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인지학자들은 신경과학에서 개발된 방법을 사용한다. 물리학은 뇌 기능을 측정하는 데 쓰이는 기계에 기여하고 학습과 정보의 흐름에 관한 복잡한 수학 모형도 제공했다. 이 책은 인류학과 문화심리학과 사회심리학의 개념을 인지심리학자들이 융합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 책이 많은 연구의 방향을 바꿔주기 바란다. 이 책에서 논의한 개념을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읽고 융합해주기 바란다.
▪ 학습 공동체
공동체 구성원은 서로에게 많이 의존한다. 인간은 누구의 섬도 아니고,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생존에는 공동의 학습이 필요하다.
에이드리언 첸Adrian Chen은 <뉴욕타임스>에 러시아의 “댓글 논장“에 관한 기사를 썼다. ”댓글 농장“ 직원들은 주로 여러 개의 가짜 ID를 만들어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고 뉴스 사이트의 댓글란을 점령해 친정부적이고 근거 없는 정보를 퍼트린다. 사실 정치와 상업 모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의존해서 지식을 얻는다. 그러니 우리의 이런 특성을 악용해서 거짓을 퍼트리는 사람들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정확한 진술과 쓰레기 정보를 구별하게 해주는 교육은 단순히 보고서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p300
Chapter. Twelve
더 똑똑하게 결정하기
▪ 설명에 열광하는 사람과 적대적인 사람
Conclusion
무지와 착각을 평가하기
개인은 어떤 것에 대해 조금밖에 모른다는 점에서 무지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세상은 복잡하고 알아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 다소 놀랍기는 하지만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눈치 챘을 것이다. 질문의 담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스스로 알아챌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해의 착각 속에 살면서 스스로 지식 공동체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개인-개인의 힘, 재능, 기술, 업적-에게만 주목한다.
이 책의 중요한 주제는 세 가지다. 무지, 이해의 착각, 지식 공동체. 우리가 이 책에서 끌어낸 교훈이 단순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무지는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가?
무지가 축복은 아니지만 꼭 불행인 것도 아니다. 인간에게 무지는 불가피하다. 타고난 조건이다. 세상은 복잡해서 누구도 세상을 다 알 수 없다. 무지 때문에 좌절감이 들기는 해도 문제는 무지 그 자체가 아니다. 무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
실력이 모자란 사람은 자신의 성과를 과대평가하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더 지각 있는 공동체
지성은 공동체에 있지 어느 한 개인에게 있지 않다. 따라서 공동체의 지혜를 모으는 의사 결정 방식이 상대적으로 무지한 개인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결과를 끌어낸다. 강력한 지도자란 공동체에 영감을 불어넣고 공동체의 지식을 활용할 줄 알고 가장 뛰어난 전문가에게 책임을 맡기는 사람이다.p335
공동체가 나쁜 조언을 한다면 그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 착각을 평가하기
우리는 실제보다 세상을 더 많이 이해한다는 착각 속에 산다. 굳이 이런 착각을 버려야 할까? 항상 최대한 현실적으로 신념과 목표를 정해야 할까?
착각을 피하면 정확성이 높아진다. 자기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때문에 목표를 닰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으므로 남들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줄어든다. 약속을 잘 지킬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착각하면 즐거워진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상당한 시간 동안 일부러 착각 속에 살아 간다. 사람들은 허구의 세계를 즐긴다.
지식의 착각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땅에 들어설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우리는 실제보다 잘 안다고 착각하면서 자전거와 전기 기차 세트를 고치고 현관 앞 베란다를 직접 만든다. 우리가 이렇듯 갖가지 일들을 벌이는 이유는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조각조각 분해하거나 필요한 공구를 여기저기에서 다 사고 나서야 자기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좀 더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럴 때 깨끗이 단념하고 자전거를 수리점에 맡길 때도 있지만 가끔은 끝까지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착각은 즐거울 수 있지만 무지와 마찬가지로 축복은 아니다. ■
[Review]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물레방아를 생업으로 하는 사내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물의 흐름에 궁금증이 생겨서 유체역학과 낙차에 따른 운동에너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전문가의 말을 듣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새로운 학문을 깨우칠 때마다 그는 기쁨의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주위사람들은 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결국 사내는 학문에 열중한 나머지 기계에 기름 치는 일을 소홀이하고 수차의 날개를 살피지 못하여 고장이 나 버리고 생업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누구나 잘 아는 톨스토이의 인생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톨스토이는 이야기를 통해서 삶에는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천 억 개의 기억 메모리를 지닌 인간의 두뇌가 일상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깜빡거리는 이유는 삶 자체가 현실 우선을 선택하도록 진화되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잡한 지식은 빠른 결단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혼란만 가중시키고 오히려 장해가 될 뿐이며, 불필요하게 뇌 메모리만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행동으로 경험을 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잊히고 극히 일부분만 남긴다는 것이다.
“뇌는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했고, 세세한 부분을 기억하는 능력은 진화의 과업을 달성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이렇게 적은 지식으로 인간이 어떻게 위대한 과학문명을 발전시키며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가? 직관에 의한 판단과 숙고에 의한 판단이 다르며 공동체에 저장된 지식과 개인이 지닌 지식이 어떻게 상호 작용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담겨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어서 복잡한 세상을 큰 틀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이 아는 것은 미미하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알아야 할 것이 넘쳐난다. 물론 사실과 이론을 배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사실 이것이 성공의 열쇠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은 대부분 남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식 공동체에서 개인은 퍼즐 맞추기의 한 조가일 뿐이다.”
“세계는 기억장치로 역할하고 사고 과정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개인의 수준에서 생각한다.”
“직관은 사적이다. 각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반면에 심사숙고할 때는 자기가 아는 내용을 숙고할 뿐 아니라 어렴풋이 알거나 피상적으로만 아는 사실을 물론 남들의 머릿속에 든 사실까지 숙고한다. ~~~심사숙고는 지식 공동체에 의존한다.”
이 책으로 본다면 사람들의 많은 지식은 실상은 자신의 머릿속에 든 지식보다는 그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인간은 개인으로서 아는 지식보다 스스로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착각하며 날이 밝으면 자신감에 넘친 모습으로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나아간다. 말하자면 보물이 있는 장소가 내 집은 아니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때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인간은 공동체와 함께 살아갈 때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의 착각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지식 공동체 안에 살면서 머릿속에 든 지식과 외부의 지식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의 작동원리에 관한 지식이 머릿속에 든 줄 알지만 사실 상당한 지식을 환경과 사람에게서 얻는다.”
“인간은 모든 과목을 통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인간은 공동체에 참여하도록 설계 되었다.”
톨스토이의 물레 방아꾼의 이야기는 현실의 삶에서 부정적 측면을 지적했지만, 인간은 현실을 너머선 저편에 대한 궁금증도 현실의 삶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밤새워 책을 읽고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생각하는 일이 어쩌면 개인의 삶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일지라도 이로 인해 세상은 새로운 지식으로 채워지고 발전하며 공동체에서 확장되어가는 것이다.
오늘날 인지 심리학은 뇌 과학과 함께 정치, 경제, 사회, AI과학 모든 분야에서 교육과 국방에 이르기까지 인간심리를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제공해준다. 컴퓨터는 인지심리학을 통해 발전한다. 인간이 어떻게 정보를 나누고 또 상호 교류하는지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 오늘날의 과제다. 그러나 아직까지 컴퓨터는 상대의 의도를 알아챌 만큼 현명하지는 못하다. 인간이 오감을 이용하여 사물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본다면 기계는 아직 그 초보 단계다.
“컴퓨터에는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이 없다. 이런 능력을 장착할 날도 요원하다. ”
이 책은 스텐포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브라운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븐 슬로먼”과 브라운 대학에서 인지과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리즈 경영 대학원에서 마케팅 조교로 재직하고 있는 “필립 페른백”이 함께 쓴 책이다. 2017년도에 출판되었으며, 이 분야에서 비교적 새로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본문>
“개인이 아는 것은 미미하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알아야 할 것이 넘쳐난다. 물론 사실과 이론을 배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사실 이것이 성공의 열쇠다.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은 대부분 남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식 공동체에서 개인은 퍼즐 맞추기의 한 조각일 뿐이다. 자기가 어디에 끼워 맞춰지는지 알려면 내가 아는 것뿐 아니라 나는 모르지만 남들이 아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지식 공동체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하려면 자기 외부의 지식, 곧 나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것과 관련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과학은 공동체가 하는 일이다. 인지 노동의 분배가 일어나야 한다. 곧 과학자는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고 과학 지식은 과학자의 공동체로 분산된다. 노동을 분배한다는 것은 과학자 한 사람의 지식은 적기 때문에 지식의 총합은 모두에게 달렸다는 뜻만이 아니다. 인지 노동의 분배가 항상 일어나므로 공동체는 과학자가 수행하는 모든 활동에 스며든다는 뜻이다. 과학자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 과학자가 제기하는 모든 이론, 과학자가 가진 모든 개념이 공동체에 의해 가능해졌다.”
“과학의 결론은 대개 관찰이나 추론에 기초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교재나 학술지 논문이나 전문가 지인에게 들은 내용과 같은 권위에 근거를 둔다. ~~~직접 입증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거나 입증하기 어려울 때 공동체에서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식 공동체는 우리의 지식에서 방대한 세부 정보를 채워준다. 모든 사람의 이해는 -과학자든 아니든- 타인의 지식에 의존하므로 학생으로서는 사실과 정당성을 직접 알아내기보다 이미 알려진 사실과 남들이 정당화할 수 있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은 모든 대상이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는 경험으로 배워 새로운 대상과 상황으로 일반화한다.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때는 세상이 작동하는 원리의 심오한 규칙성만 이해하면 된다. 피상적이고 구체적인 부분까지 알 필요는 없다. ”
"과잉기억증후군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사람의 뇌는 세세한 정보까지 저장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추정된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이런 능력이 없을까? 2013년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에서는 과잉기억증후군 진단을 받은 환자가 55명이고 대부분 우울증을 앓는다고 보도했다."
“직관은 사적이다. 각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반면에 심사숙고할 때는 자기가 아는 내용을 숙고할 뿐 아니라 어렴풋이 알거나 피상적으로만 아는 사실을 물론 남들의 머릿속에 든 사실까지 숙고한다. ~~~심사숙고는 지식 공동체에 의존한다.”
“에이드리언 첸Adrian Chen은 <뉴욕타임스>에 러시아의 “댓글 논장“에 관한 기사를 썼다. ”댓글 농장“ 직원들은 주로 여러 개의 가짜 ID를 만들어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고 뉴스 사이트의 댓글란을 점령해 친정부적이고 근거 없는 정보를 퍼트린다. 사실 정치와 상업 모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의존해서 지식을 얻는다. 그러니 우리의 이런 특성을 악용해서 거짓을 퍼트리는 사람들에게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정확한 진술과 쓰레기 정보를 구별하게 해주는 교육은 단순히 보고서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d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생각은 뇌 안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생각은 뇌와 몸과 세계의 지식을 활용하여 지적 행위를 지원한다. 한마디로 마음은 뇌에 없다. 그보다는 마음에 뇌가 있다. 마음은 뇌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동원해서 정보를 처리한다.”
“컴퓨터가 의도를 공유하려면 타인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무엇을 알고 남들이 무엇을 아는지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자기와 타인의 인지 과정을 성찰해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가 인지하도록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만약 누군가가 알아낸다면 우리는 의식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어떤 기계도 인간 활동의 핵심을 이루는 독특한 능력, 곧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지성은 공동체에 있지 어느 한 개인에게 있지 않다. 따라서 공동체의 지혜를 모으는 의사 결정 방식이 상대적으로 무지한 개인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결과를 끌어낸다. 강력한 지도자란 공동체에 영감을 불어넣고 공동체의 지식을 활용할 줄 알고 가장 뛰어난 전문가에게 책임을 맡기는 사람이다.”
"우리는 대체로 자기가 얼마나 모르는지 인정하지 못한다. 알량한 지식으로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한다. 전문가가 된 기분이 들면 전문가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우리의 말을 듣는 상대도 많이 알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상대에 비하면 우리는 전문가다. 그래서 더 전문가가 된 기분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지식 공동체는 위험에 처한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집단 구성원들이 사실을 잘 모르는 채로 입장을 공유할 때는 구성원들끼리 이해한다는 느낌을 서로 강화한다. 그래서 확실한 근거가 되는 전문 지식이 없는데도 모두가 정당하고 명백한 사명을 가졌다고 여기는 것이다."
“진정한 교육에는 특정한 정보를 모른다는 사실을 배우는 과정이 포함된다. 자신의 지식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자기가 모르는 지식을 외부에서 찾아내는 법을 배운다. 그러려면 우선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해야 한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지식의 경계를 보면서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행위다. “왜?”라고 묻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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