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3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주를 산다는 건, 매일 바다를 실컷 본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게 좋냐고 묻냐면, 나는 당연히 '예스'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매번 보는 바다 질릴때도 있고, 그저 공기같은 존재일때도 있지만 감정이 무거울 때면 한 번씩 놀라운 광경을 보여주며 로맨틱하게 하루를 마무리시키는 바다는 이젠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되었다. 오늘 소개할 곳은 그런 제주의 여러 바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라 말할 수 있는 곳이겠다. 드라이브, 여행, 인생샷 모든 수식어가 어울리는 장소. '신창리'의 바다. 그곳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신창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신창리
바다와 접해있는 이 마을은 어업과 농업이 고루 발달된 제주 서쪽의 작은 마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바다와 육지의 이정표 역할을 한 마리여등대가 있는 곳으로 약 7백여 년 저 형성된 마을이다.
이곳 신창리엔 제주도 서쪽 끝을 따라 연결된 신창풍차해안도로가 있다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풍차를 만날 수 있고,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보이는 하얀 풍차와 에메랄드빛 바다는 드라이브를 하는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으로 다가온다. 또한 여기엔 차귀도와 여러 다양한 볼거리가 있을뿐더러 아름다운 일몰을 만날 수 있다.
싱계물공원
제주특별자치도 한경면 신창리 1322-1
싱계물공원은 한경면 용수~신창 해안도로에 있는 장소로 제주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명소다. 제주시 숨은 비경이라 불리는 이곳은 신창풍차해안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주변의 풍력발전기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싱계물은 제주어로 '새로 발견한 갯물'이라는 의미이며 갯물은 용천수를 의미한다. 싱계물공원에는 예전에 목욕탕으로 쓰이던 곳이 있는데 돌담으로 남, 여 탕이 구분되어 있으며 싱계물의 물은 시원하고 깨끗하다. 또한 이곳 싱계물공원 산책로엔 바다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는데, 이곳은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하다. 그 이유로는 만조 시기에 다리 위로 물이 차올라 마치 비밀스럽고도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만약 노을 질 때 이곳을 온다면, 풍차가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낙조를 감상해 보자.
신창리 여행기
얼마 전 신창리를 여행했다. 신창리를 자주 왔지만 제대로 된 여행이라곤 해본 적이 없던 나다. 그 이유는 그저 드라이브만 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드라이브를 하고 한 번쯤은 내려 걸었을 텐데, 단 한 번도 그렇게 신창리를 여행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신창리를 노을이 좋다고 말만 했을 뿐, 그곳에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감정을 느꼈으며 어떤 스폿이 있었더라라는 구체적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문득, 그런 신창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떠난 신창리. 나는 이곳에서 왜 이제서야 걸었을까. 왜 이제서야 여행했을까 후회하게 된다.
신창리에 도착한 나는 신창리 구석구석을 보기 위해 '신창리사무소'에 차를 주차해두고 걷기로 했다. 신창리사무소에서 지도상 신창풍차해안까지는 단 20분 거리 왜 이 짧은 거리를 걸을 생각 조차 안 했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지난 일 이제라도 걸어 본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걷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약 한 시간 전에 도착해 천천히 거닌 나는 신창리 포구를 시작으로 마을의 구석구석을 누볐고, 하얀 풍력발전기가 모여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걸어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 나는 지도상의 신창풍차해안도로를 좀 더 지났다. 그렇게 걸으니, 우연히 SNS에서 자주 보던 스폿. 싱계물공원을 만나게 되었다. 싱계물공원이 이곳에 있는 줄도 몰랐던 나기에 조금은 놀랐지만, 이 우연이 그저 좋아 기쁜 마음으로 싱계물공원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싱계물공원은 SNS에 한 장의 사진으로 유명해졌다. 만조 시기에 공원을 건너는 다리 위로 차오르는 물. 그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혹은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장면으로 환상 속 세상에 초대받은 기분을 준다. 나도 그 사진 한 장에 싱계물공원을 알게 되었고, 다음에 한 번쯤은 꼭 가봐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이번 싱계물공원은 간조 시기여서 물이 다 빠진 상태였고, 온전히 다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지는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현재 싱계물공원은 만조 시기에 다리 위로 출입이 금지 되어있다.
신창리 해안도로와 싱계물공원을 누빈 나는 신창리는 차로 드라이브하는 것뿐만 아니라, 걷는 것도 좋은 곳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로는 전체적인 모습과 분위기를 봤다면, 걸어서 만난 신창리는 작은 디테일까지 구석구석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걸어서 여행을 하니, 다시금 깨달았다. 여행은 역시 걷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은 차를 타거나, 다른 운송 기구를 타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하게 되었다.
신창리는 1박을 하고 싶은 마을이었다. 제주에 사는 나지만, 그 노을을 걸으면서 만나니 이곳에서 1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만약 여행을 서쪽으로 하는 여행자라면 신창리를 베이스캠프로 잡아보자. 그리고, 신창리를 중심으로 애월과 협재를, 또 모슬포와 수월봉을 여행해 보자. 그렇다면 그 여행은 분명 알찬 제주 서쪽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