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롱펠로우 시
롱펠로우
1807~1882
미국의 시인
메인주(州)의 포틀랜드 출생.
보든대학을 졸업한 뒤 약 3년 동안 유럽에 유학하고, 1829년 귀국하여 모교 교수로 있다가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되었다.
1839년 독일 낭만주의 영향을 받은 첫 시집 《밤의 소리》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된 뒤, 많은 시를 발표하였다.
국민 시인으로서, 건전한 인생관을 가진 그의 시는 비교적 쉽게 쓰여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또한, 유럽의 민요를 미국 대중에게 널리 전달한 공은 크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신곡><에반젤린><하이어 워사의 노래> 등이 있다.
화살과 노래
하늘을 향해 나는 활을 당겼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길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강하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서 나는 보았다.
아직 껏이지 않은 채 박혀있는 화살을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인생예찬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아라.
인생은 한갓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어니
만물의 외양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영혼에 대해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요,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나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 향한 장송곡을 치고 있으니.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라.
잃고 얻은 것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이룬 것
저울질해 보니
자랑할 게 별로 없구나
내 아느니
많은 날 헛되이 보내고
화살처럼 날려보낸 좋은 뜻
못 미치거나 빗나갔음을
하지만 누가
이처럼 손익을 따지겠는가
실패가 알고 보면 승리일지 모르고
달도 기우면 다시 차오느니
바다의 소리
바다는 한밤중 정적을 깨고,
조약돌 해변에 몰려온다.
나는 잠을 깨고 거침없이 밀려드는
썰물 소리를 듣는다;
심연의 정적을 뚫고 나오는 소리,
산허리에 떨어지는 폭포 소리처럼,
울창한 절벽을 스치는 성난 바람 소리처럼,
신비하게 바뀌는 소리를.
때로는 우리 인생에도,
미지의 세계에서 고독의 파도가 밀려온다.
영혼으 조수가 밀려온다;
우리에게 떠오르는 영감,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없는
예지의 하느님의 뜻이.
비오는 날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붙어
불어오는 질풍에 젊음의 꿈을 날려 보냈네.
날은 어둡고, 적막하네.
슬픈 가슴이여, 조용하라!
불평은 그만하라!
먹구름 뒤에는 밝은 태양이 비치고 있다.
그대의 운명도 예외는 아닌 것!
모든 사람의 운명에 얼마의 비는 내리는 것,
인생이 어둡고 쓸쓸할 때도 있는 것!
연인의 바위
결코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부서진 가슴으로
각자 운명을 맞이하고
마치 별들이 뜨고 불타고 지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떠나가 버렸다
부드럽고 젊고 찬란하고 짧았던
봄에 떨어진 잎새 속에
자기네 세월을 묻은 채
결코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아아, 그 사랑은 무덤 너머로 이어진다
수많은 한숨으로 삶이 꺼지고
대지가 준 것을 대지가 다시 거둘 때
그 사랑의 빛은 싸늘한 바람이 불어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집을 비춘다
마을의 대장간
가지를 펼친 밤나무 아래
마을 대장간의 오막집이 있다.
대장장이는 건장한 사나이로서
손은 커다랗고 아주 억세다.
우람한 그 팔뚝의 근육은
무쇠 테처럼 강하다.
그의곱슬머리는 검고 길며
얼굴은 구릿빛이다.
눈썹은 깨끗한 땀에 젖어있다.
그는 힘껏 일해 벌고
세상을 똑바로 보고있나니
아무에게도 빚이 없기 때문이다.
매주 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풀무 소리가 들려온다.
가락에 맞추어 느릿느릿하게
저녁해가 질 때 교회지기가
울리는 마을의 종소리처럼.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이들이
문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모두들 불을 뿜는 대장간의 풀무를 보기도 하고
풀무소리 듣기가 하도 좋아서
타오르는 불꽃이 탈곡장의
낟알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그는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서
어린이들 사이에 앉는다.
목사님의 기도나 설교말씀을 듣고
그의 딸의 목소리가
성가대 속에서 들려오면
대장쟁이의 마음은 크게 두근거린다.
그에게는 그 목소리가 천국에서 노래하는
아내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대장쟁이는 무덤에 잠들어 있는 아내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하고 기뻐하며 슬퍼하면서
그는 앞을 향해 살아나간다.
매일 아침 그 어떤 일이 시작되고
매일 저녁 그일은 끝나게 된다.
무슨일인가를 시도하고 또 그 일을 끝내고서
하룻밤의 휴식을 취한다.
고맙구나 나의 친구 귀한 벗이여
그대가 베푼 교훈에 감사하노라!
그러한 인생의 불타는 풀무로부터
우리는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며
그처럼 인생의 소리 나는 모루위에서
불타는 위업과 사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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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펠로우의 고백
19세기 최고의 시인 롱펠로우는 1835년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되기 전에 첫째 부인을 잃었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둘째 부인 프랑세즈 애플턴을 만나 결혼했다. 그러나 둘째 부인도 1861년 불행한 사고를 당해 화상을 입고 결국 죽었다. 이처럼 롱펠로우는 인생의 쓰라린 경험을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롱펠로우가 임종이 가까웠을 때 한 기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부인 두 명과 사별한 아픔뿐 아니라 많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오신 것으로 아는데, 그런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그토록 아름다운 시들을 쓸 수 있었습니까?”
그러자 롱펠로우는 마당에 보이는 사과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가 내 스승이었습니다. 저 사과나무는 몹시 늙었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옛 가지에서 새 가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나는 생명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날마다 새 생명을 공급받으며 인생의 새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살아왔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새 생명은 롱펠로우에게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공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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