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81121 김민혁
계획을 위한 여행, 우리를 위한 여행
나는 해외에 여행을 가본 경험이 딱 두 번 있다. 해외라고해도 중국과 일본에 가본 것뿐이다. 두 여행지의 공통점은 여름에 다녀왔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두 여행지 기간 차이가 1년 난다는 점과 ‘여행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했는가?’이다. 이제 약간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중국 여행은 칭따오로 2017년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방학 끝나는 그 주 인 것 같다. 마음이 맞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첫 해외여행인 만큼 몇 달 전부터 준비와 계획을 철저히 했다. 1일차 칭따오맥주박물관 13:00~14:30, 피차이위엔 17:00~19:00... 이 시간엔 여기 이 시간엔 저기 지도와 가이드북을 넘겨보면서 철두철미를 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4박5일의 플랜이 완성이 되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디데이를 계산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여행의 날짜가 왔고 첫날에는 우리가 계획을 세웠던 프린트를 보고서 이끌리듯이 다녔다. “이 시간에는 칭따오맥주박물관이네.”, “어 시간 다 됐다. 빨리 잔교 가야해. 이러면 일정 다 밀려!”, “대충 사진만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우리는 이렇게 시간에 얽매이게 되었고 여행을 하러 온 건지 사진만 찍으러 온 건지 대환장파티를 열고 있었다. 물론 일정에 맞게 진행은 돼서 뭔가 뿌듯한 느낌은 다소 있었지만 괜히 더 힘들고 짜증이 났다. 이틀째도 빡빡한 일정을 앞세워서 칭따오 왼쪽 해변을 거의 반 바퀴나 걸어버린 것 같다. 이튿날 일정을 소화하고 난 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야시장을 가는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여기서 친구들끼리의 의견이 갈리게 되었는데, 나는 숙소에서 쉬는 쪽으로 의견을 내세웠다. “일정대로 하면 난 못하겠다. 너무 힘들어... 야시장만 뺄게.” 이렇게 말하고는 5명 중 나를 포함한 2명은 숙소에 남았고 나머지 3명은 야시장을 나가게 되었다. 나는 남은 친구와 에어컨에 의지한 채 호캉스를 누렸는데, 이렇게 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 풀기 위해 여행을 온 것인데, 일정 내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인 느낌이었다. 마침 이 자유는 너무나도 편하고 행복함을 주어 내가 여행을 온 목적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 이후 나머지 일정들도 모두 소화한 뒤 한국에 돌아왔고 나는 친구들에게 선포했다. “이렇게 걷기만하는 여행은 못 갈 것 같아.” 해외 첫 여행을 토대로 모든 해외여행은 ‘힘듦’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일본 여행은 오사카로 2018년도 한창 더운 7월 말쯤에 한국을 떠났다. 멤버는 대학교 선배들과 갔다. ‘해외여행=힘듦’을 깨우치고 있던 나는 각오쯤은 해두었다. 역시나 계획을 짜기 위해 모인 우리 3인 멤버는 카페에 앉아 자신들이 미리 준비해둔 플랜에 대해 브리핑을 했는데, 뭔가 칭따오 갔을 때의 느낌과는 다른 회의였다. 분명 칭따오 여행을 위한 준비 모임에서는 이 시간에 이러쿵 저 시간엔 저러쿵이였는데, 오사카 여행 모임은 ‘첫날은 여기 가니까 이렇게 쭉 돌아보면 될 거 같고, 이틀째는 저기 가니까 저기 근처 가보면 될 거 같아.’라고 시간에 따른 계획, 확실한 계획이 아닌 둘러치는 느낌을 주었다. 처음 겪어보는 대화에 불안한 감정이 생겼고, 이렇게 무성의하게 계획을 짜도 되는가 싶었지만 나보다 해외여행도 많이 가본 선배가 이런 말을 하니 들어보자는 식으로 단념했다. 이렇게 엉성한 계획서를 가지고 오사카에 도착한 우리는 계획서 말 그대로 스팟이 되는 지점으로 일단 향했다. 도착한 후에는 서로 쳐다보면서 “지금 뭐가 땡겨???”, “음, 카레?”, “오 좋다. 그럼 근처 카레 맛집 검색해보자!” 이런 식으로 즉흥적 이동을 시작했다. 시간은 여유롭게 그리고 계획은 느슨하게... 이날 체력이 만땅이면 “여기 더 가보자!”, 이날 너무 피곤해서 지쳐있으면 “그냥 온천이나 가자!” 이렇게 계획 따위는 개나줘버려식으로 하니까 여행이 피곤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고 오히려 신나고 뭐할지 더 설레기까지 했다. 칭따오 때는 ‘힘듦’이라면 오사카는 ‘설렘’이라고 하고 싶다.

이 두 여행지를 다녀오면서 칭따오가 싫었고 오사카가 좋았다. 이런 게 아니다. 칭따오도 재밌었고, 오사카도 재밌었다. 단지 내 몸에 박힌 느낌이 칭따오는 ‘힘듦’, 오사카는 ‘설렘’으로 들었던 것뿐이다. 다녀온 당시 왜 칭따오는 힘들었고 오사카는 안 힘들었는지 몰랐다. 단지, 칭따오는 많이 걸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오사카는 좀 쉬면서 다닌 거라 좀 편했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공학 수업을 들으면서 다시 생각할 기회가 주어졌고, 나름 한 학기 배운 깜냥으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모든지 계획을 세우게 된다. 특히 여행을 가게 되면 낮선 곳의 방문이기 때문에 계획을 필수라고 생각하게 된다. 혹시 길을 잃을까봐, 시간을 어이없는 곳에 허비할까봐. 많은 이유로 계획을 짜고 그 계획대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게 잘못 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공학 수업을 들으면서 깨닫게 된다. 우리는 여태껏 계획에 얽매어 살고 있던 것이다. 계획이라는 틀 안에 모든 것을 끼워 맞추는데 이러면 계획 속에서 끌려 다니게 될 수밖에 없다. 반면 계획을 이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계획은 우리의 차 선택이거나 옵션정도로 생각을 한다면 어떨까? 내가 다녀온 오사카 여행처럼 말이다. 오사카의 첫날, 둘째 날 일단 이 스팟으로 간다. 그리고 그날 우리의 상태에 따라 무엇을 할지 정한다. 물론 우리가 오사카 여행을 위한 준비를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오사카성, 돈톤보리, 교토, 수족관 등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까지 많이 찾아보고 얘기도 나눠봤다. ‘여긴 뭐가 좋고 뭐가 맛있데!’, ‘여긴 이쪽 지나갈 때 꼭 보라던데!’ 찾아본 정보의 양도 칭따오랑 견줄만할 것이다. 단지 우리는 융통성이라는 것을 발휘했고, 계획은 우리의 일부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계획을 실행해서 완료하는 것이 아닌 행복한 여행이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자면 우리는 계획적인 삶을 사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계획적인 삶이라는 단어 자체가 계획에 종속 되어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라는 삶을 퇴색시키게 된다. 계획을 이용할 수는 있다. 작업을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하게 해주고 우리가 굳이 신경 안 써도 되는 문제를 쉽게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 속에서 속박되어 살아가는 것은 너무 따분하고 인간미가 없지 않을까. 아직 무계획으로 여행을 가본 적은 없다. 조만간 무계획으로다가 비행기 표만 끊어서 다녀오고 싶다. 계획을 위한 여행이 아니고 우리를 위한 여행을...
계획을 위한 여행, 우리를 위한 여행.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