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불씨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쪽방촌의 슈바이처'가 떠난 자리는 외롭지 않았다. 무료자선병원인 요셉의원을 설립해 지난 21년간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을 돌보다 4월 18일 선종한 고 선우경식(요셉) 원장 이야기다. 고인을 추모하는 음악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는 유가족과 요셉의원 후원자ㆍ자원봉사자, 그를 기억하는 사제ㆍ수도자ㆍ평신도 1000여 명이 한 달 전 그의 장례미사가 봉헌될 때처럼 숙연한 표정으로 무대와 좌석을 빼곡히 메웠다. 요셉의원이 해마다 이맘 때 후원자들의 따뜻한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련해온 자선음악회 '노래의 날개 위에'. 아홉 번째를 맞는 올해는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을 위해 평생을 오롯이 바친 고인을 추모하며 그 뜻을 기리는 자리였다. 오덕주(데레사) 요셉의원 후원회장은 "선종 후에도 '희생'과 '섬김'의 불씨를 많은 이들 가슴 속에 지펴놓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더 큰 불길로 비추고 계시는 원장님에 대한 애틋한 정을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담아 바친다"고 추모했다. 선우 원장이 뿌린 '사랑의 씨앗'을 하나씩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관객들은 이날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노숙자, 행려자, 알코올의존증 환자, 이주노동자 등을 무료로 치료해 주는 요셉의원을 지켜 나가자고 한마음으로 다짐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장 김용태 신부도 인사말에서 "하느님 곁으로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난하고 고통받는 환자를 돌보신 선우원장님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는 고인의 장례미사와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돼 고인의 헌신을 추억하면서 추모할 수 있는 곡들로 진행됐다. 첫머리를 장식한 오르가니스트 문병석(안드레아,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는 가톨릭성가 227장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를 주제로 한 즉흥곡을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하며 고인이 가난도, 고통도, 눈물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했다. 또 메조 소프라노 김청자(아녜스) 교수, 바리톤 성궁용(유스티노)씨와 바이올리니스트 안동호(그레고리오, 가톨릭대)ㆍ첼리스트 양성원(요셉, 연세대) 교수 등 정상급 성악가와 연주자들이 선우 원장을 추모하는 연주와 노래를 들려줬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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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회 요셉의원 자선음악회에서 소프라노 김민조씨가 고 선우경식 원장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