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46장 구속사 강해
이스라엘이 애굽으로 이주한 역사적 의의
야곱이 요셉의 초청으로 애굽으로 이주하게 된 일은 결코 우연하게 발생한 사건이 아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야곱의 후손을 애굽으로 인도하여 큰 민족을 형성하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깊으신 의도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그 일을 이룸에 있어 하나님은 요셉을 특별히 선택하여 애굽으로 불러들이시고 마침내 애굽의 총리가 되기까지 인도해 주셨다.
요셉이 하나님 나라의 진행에 있어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인식하고 있었음은 보디발의 아내의 집요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돈독하게 지켜 온 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비록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모략하여 옥에 갇히게 하였으나 오히려 요셉은 그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며 하나님께서 자신을 유용하게 사용하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때는 술맡은 관원장의 꿈을 해석해 준 대가로 가나안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기도 했으나, 바로의 꿈을 해석하는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 비로소 자신을 사용하실 때임을 확인하고 애굽에 머물러 총리가 됨으로서 마침내 큰 흉년 기간을 맞아 이스라엘의 후손들을 기근으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애굽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의 계획과 요셉의 인생이 일치하여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요셉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가 크게 작용하였지만, 요셉 역시 하나님의 나라에서 자신이 처한 위치와 역할에 대하여 늘 바르게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약속을 늘 바라보며 신앙한 야곱의 판단력이 합력하여 그와 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일이란 우연히 만들어진 영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중시하는 신앙의 용사들에 의해 차근차근 성취되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경륜에 대한 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취하여야 할 바른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올바른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1. 야곱의 믿음에 대하여
야곱은 위대한 신앙의 용사였다. 한 평생 동안 야곱이 살아 온 길을 본다면 파란만장한 역경의 세월이 계속되었을지라도 하나님은 야곱을 당대에 가장 완전한 신앙의 용사로 인정하셨다. 야곱은 아브라함과 맺은 하나님의 언약이 자신을 통해 성취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 평생을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이주하는 일에 있어서 요셉의 역할이 큰 힘이 되었기는 하지만 이 모든 일이 하나님에 의해 주도되었음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도 꺼려하지 않고 애굽으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양식을 사기 위해 아들들을 애굽으로 두 번째 보낼 때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 사람 앞에서 너희에게 은혜를 베푸사 그 사람으로 너희 다른 형제와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창 43:14)고 한 말과 같이 언약을 성취해 나가시는 전능자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약속하신 언약을 이루실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야곱이 소유를 이끌고 애굽으로 가던 중 브엘세바에 이르러 하나님께 희생을 드리는 모습은, 한 평생동안 자신의 갈 길을 온전히 달려간 야곱의 진솔한 삶의 한 단편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님은 야곱의 희생을 받으시고 친히 야곱에게 앞으로의 되어질 일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비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정녕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요셉이 그 손으로 네 눈을 감기리라”(창 46:3-4).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하나님을 만난 경험은 그동안 야곱의 인생이 하나님 앞에 전적으로 인정받은 삶이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로써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니라 생육하고 번성하라 국민과 많은 국민이 네게서 나고 왕들이 네 허리에서 나오리라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네게 주고 내가 네 후손에게도 그 땅을 주리라”(창 35:11-12)고 하신 약속이 마침내 애굽에서 어떻게 완성될 것인가를 명확하게 밝혀지게 되었다. 그동안 야곱은 오직 그 한 길을 가기 위해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살아왔던 것이다. 때문에 애굽으로 내려가는 야곱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약속은 이미 완벽하게 성취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야곱은 이처럼 성취된 하나님의 약속을 가슴에 담고 애굽으로 내려갔던 것이다.
2. 새롭게 추가된 하나님의 약속
하나님은 브엘세바에서 야곱에게 나타나시어 애굽으로 내려가는 일에 대하여 두려움을 갖지 말 것을 격려하시며 지금까지 야곱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약속의 내용을 추가해 주셨다(창 46:3-4).
첫째, 아브라함의 언약을 성취할 야곱(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약속이 애굽에서 큰 민족을 이루게 될 것으로 완성된다는 점에 대한 것이다. 이 약속은 아브라함을 갈대아 우르에서 불러내시어 가나안에 이르게 하시고 그 아들 이삭을 통해 야곱에게 유업으로 주어진 하나님의 언약이 마침내 완성될 단계에 와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둘째, 이 부분은 새롭게 추가된 부분인데, 야곱(이스라엘)은 애굽에서 눈을 감게 될 것이지만 하나님은 야곱(이스라엘)과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셨다가 이스라엘과 함께 가나안으로 돌아오실 것이라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매우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는 하나님께서 ‘야곱’을 한 개인으로서 호칭하고 상대하시면서 동시에 야곱을 전체 ‘이스라엘’ 민족으로 상대하신다는 점이다.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정녕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하나님의 선언 속에서 호칭된 ‘너’는 개인으로서의 야곱이면서 동시에 집단 이스라엘로서의 야곱이기도 하다. 특히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 올 것’이라는 부분은 요셉의 품안에서 죽은 한 개인으로서의 야곱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나님은 야곱을 전체 이스라엘의 대명사로 상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야곱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인생으로서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전체 이스라엘의 존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존재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때문에 야곱의 인생 행로는 전체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예표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야곱이 브엘세바에서 일어나 애굽으로 향한 역사적 행보는 야곱이라는 한 개인의 역사라기보다는 민족적 형태로서의 집단 이스라엘이라는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 갈대아 우르를 떠나 가나안에 입성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이어지는 족장사는 실질적으로 야곱이 애굽으로 내려가는 여기에서 끝나게 된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개인의 신앙과 삶을 근거로 한 족장사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민족 공동체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성경은 이 사실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야곱과 함께 애굽으로 내려간 인물들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이것은 성경이 야곱이라는 한 개인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의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성경은 이스라엘이라는 민족 단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야곱은 유다를 요셉에게 앞서 보내 자신을 고센으로 인도하게 하고 고센에서 요셉을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야곱은 유다를 특별히 신뢰하고 있음이 역력히 나타난다. 유다가 언제부터 야곱의 신임을 받고 이스라엘의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세워나가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자신의 생명을 담보하여 야곱을 설득하고 베냐민을 데리고 애굽에 내려간 일과, 애굽에서 요셉의 시험으로 베냐민이 요셉의 종이 될 위기에서 아버지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베냐민을 대신하여 종이 되겠다고 나섬으로서 요셉의 마음을 안심하게 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야곱의 신뢰를 받고 유다가 모든 형제들의 지도자로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후 유다는 야곱의 진정한 후계자로서 형제들의 지도자가 될 뿐만 아니라 야곱의 유업을 잇게 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나님의 특별하신 섭리가운데 20여 년이 지난 후 야곱과 요셉은 상봉하였고, 요셉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고센 땅에 정착하게 함으로서 새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하나님의 언약을 바라보았다. 이상의 일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이 성취도고 있음을 바라본 야곱의 일생은 여기에서 일단락을 맺게 된다. 여기에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언약이 현실적으로 성취되고 있음을 우리는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는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정녕히 알라 네 자손이 이방에서 객이 되어 그들을 섬기겠고 그들은 사백 년 동안 네 자손을 괴롭게 하리니 그 섬기는 나라를 내가 징치할지며 그 후에 네 자손이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오리라”(창 15:13-14)는 하나님의 예언이 마침내 가시화되어 역사를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출처: 예장 서울노회 원문보기 글쓴이: 최정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