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時祭)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석청 김재교
4월은 아직도 절반이나 남았다. 첫 주부터 선조님의 시제와 제각 중수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17대조부터 모신다. 제사준비가 녹록지 않다. 제물과 과일은 신선도가 문제다. 어르신들의 산소마다 오르기가 힘들어 제각을 중수했다. 묘소마다 젊은 후손들이 합동으로 절을 하고 홀기와 축은 제각에서 예를 고하기로 했다. 큰산소의 시제를 다 모시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시간이 조금 있어서 아침 해뜸이 좋아 잠일대 사진을 찍고 대문께로 오니 물새깝조기가 소리치며 길을 막았다. 서 있으니. 한 녀석이 마당에서 깃털을 물고 날아갔다. 참 그 녀석은 재주가 좋다. 지키는 놈이 길을 떴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토방 끝자락의 금낭화가 자주색 긴 목을 쇠줄에 매달린 풍경을 잡으려고 키를 뽑고 있고. 옆 수선화도 노랑색 긴 목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울타리 장미도 푸른빛을 내뿜고 수목들은 연록색을 뽑고 있다.
내일 일요일엔 나의 당대 시제를 모셔야 한다. 오늘부터 인천과 경기도, 서울, 전남, 광주에서 동생과 조카들 14명이 시제를 모시려 온다. 일년에 한 번 시제때 보는 얼굴들이다. 결혼한 사람은 아내와 아들딸까지 함께 온다. 술 한 잔 올리고 절하고 다들 십만 원씩을 낸다. 그 돈이 금년 4월 20일 만기가 되면 일천칠백만 원이 되고 그 돈에 금년에 모아진 금액이 합산된다. 우리 어른 형제들의 제안이 적중한 것이다. 나로서는 참 고맙고 반가운 일이다.
우리 시제는 윤년이 든 해에는 내 논둑에서 키운 두릅을 따서 두릅적을 부쳐 상에 올리고 있다. 묘소방향이 남향이어서 옛부터 고사리와 쑥이 많다. 미리 온 자손들은 나물을 채취해서 늦게 온 형제에게 나누어 준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참으로 보기 좋다. 아내는 창고를 뒤져 모으고 밭에서도 마련한 먹거리를 마련하여 한 보따리씩 거네준다. 올해도 음식을 많이 장만하여 다들 나누었다. 선조님께서도 자손마다 복을 많이 주셨을 것이다.
이제 시간의 여유가 있어 집앞의 강을 보니, 버드나무가 연록색을 물고 있고, 뜰의 백매화도 바람에 흰 목을 흔든다. 앞뒤로 모이를 달라고 나만 보면 노래하는 비둘기도 보였다. 다음 주말엔 가선대부중추중구부사(嘉善大夫同知中樞中區府使)님 만 남았다. 우리 내외와 식구 형제 친지들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인도하신 덕에 내년에도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