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는 입주 지정 기간이 이달 초 끝났는데 분양가(3억4000만원)의 30%인 잔금을 내지 않고 미루고 있다. 미납한 잔금에 대한 연체료를 하루 2만8000원씩 부담하지만 세테크 차원에서 감수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22일 발표한 취득세 50% 감면 정책에 대한 세법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취득세를 내는 기준이 잔금 납부 기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잔금납부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취득세 인하로 인한 절세 혜택이 연체부담금보다 크기 때문에 일단 잔금 납부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존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 기준(취득가액의 2.2%)으로 748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세법개정이 이뤄지면 절반인 374만원만 내면 된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3월22일 발표한 취득세 인하 방침으로 인해 입주예정자들이 잔금납부를 미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취득세 줄이려 잔금납부 미루는 입주예정자 많아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취득세 인하 방침에 대한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입주예정자들의 혼란이 커지면서다.
취득세 인하가 확정될 경우 정책이 발표된 3월22일 이후 잔금을 낸 사람에까지 소급적용할 것이라고 전해지지만 믿지 않는 입주예정자가 대부분이다.
부산에 입주를 진행하고 있는 A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취득세 인하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잔금 납부율이 뚝 떨어졌다”며 “취득세 인하가 결정될 경우 소급 적용될 것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입주예정자들이 별로 믿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한번 낸 세금을 다시 돌려받긴 어렵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강한 것 같다”며 “나중에 환급을 받으려는 것보다 일단 잔금납부를 미루면서 상황을 보자고 생각하는 입주예정자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렇게 3~5월 입주 예정을 앞두고 잔금 납부 여부를 고민하는 대상이 2만5854가구나 된다. 지역별로도 수도권 1만635가구, 지방 1만5219가구다.
특히 9억원이상의 고가 아파트 입주예정자는 취득세 감면에 따른 기존 4.4%에서 2.2%로 절세금이 크기 때문에 잔금 납부를 미루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잔금 납부를 미루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지자체 반대로 취득세 감면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서다. 만약 실제로 취득세 감면 계획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고율의 연체료만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된다.
만약 정부의 의도대로 취득세 감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시행 시점은 소급적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는 “정부에서 입법 추진을 발표하고 난 이후 국회에서 세법개정에 실패했던 경우가 그동안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 안될 것이라고 불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세법개정이 안된다면 모를까 만약 통과한다면 세법개정안 부칙에 시행일로 3월22일을 못박으면 소급적용이 되는 만큼 잔금납부를 미뤄 쓸데없는 손해를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잔금을 연체한다면 10%정도만 남기는 게 좋아
그래도 정부의 소급적용 계획을 믿지 못해 잔금 납부를 미루고 싶다면 잔금 규모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택하라는 게 세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통 잔금 비중은 총분양대금의 40%정도 되지만 요즘 계약금 정액제와 계약금분납제 등으로 잔금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단지도 있다.
연체율은 잔금 기준으로 통상 1개월 이내는 연 11% 정도, 1~3개월 14~15%, 3~6개월 15~16%, 6개월 초과는 16~17% 정도다. 고율의 연체율이니 만큼 전체 잔금 납부를 미루는 것보다 일정정도를 우선 내는 게 좋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간주취득으로 판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간주취득은 취득자가 특정 목적으로 준공된 아파트의 잔금을 일부러 지급하지 않았다고 보고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특히 총분양대금의 5~10% 정도 잔금을 남겨둘 경우 세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주를 미룬 간주취득으로 보는 지자체도 있다.
따라서 간주취득으로 판정되지 않을 만큼인 매매대금의 10% 이상의 잔금을 남겨두고 입법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