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실패 끝에 창업에 성공한 창원시 귀곡동 대교횟집 권기학 사장이 마창대교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마창대교 개통을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지켜본 이가 있다. 대교 바로 아래 횟집을 창업한 권기학(55) 사장. 횟집 이름도 ‘대교횟집’으로 지었다.
마창대교가 개통되면서 삼귀해안(창원 귀곡동·귀산동·귀현동)이 새롭게 조명받았고, 대교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대교횟집도 자연스레 명소가 됐다.
2007년 창업 당시 월 매출액이 30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매출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대교횟집을 창업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고, 성공 창업에 이르기까지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공무원 그만둔 사연= 권기학 사장은 원래 지식경제부 산하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에서 건축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20년간 공무원으로 일하다 건축업이 자유업이 되면서 독립을 결심했다. 1994년이다. 퇴직금과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건축업에 뛰어들었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창원시 봉곡동에 8층짜리 건물을 지었지만, 하필 IMF 외환위기가 왔다. 1998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애써 지은 건물은 분양이 되지 않았고, 빌려 쓴 돈에 대한 이자만 매달 2000만원에 달했다.
“뭐라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미분양된 상가에서 이것저것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 건물에서 당구장과 주점, 찜질방, 노래연습장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러나 건설업 부도를 면하기 위해 시작한 가게가 잘 될 리 없었다. 그러다 2000년에 일식집을 차렸다. 바닷가 출신인 아내가 큰 도움이 됐고, 자신도 틈틈이 조리학원에 다니며 일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앞선 가게와 달리 일식집은 초창기에 장사가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상남상업지구가 번성하면서 상권이 급속도로 침체됐다. 명곡로터리 주변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상권인 중앙동과 용호동까지 상남동이라는 거대한 상권 앞에 무력해졌다.
◆창원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다= 건설업은 물론이고 앞서 하던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그가 자리를 잡은 곳은 고향 귀곡동이었다. 건축 경력을 활용해 해변에 3층 규모의 건물을 지었고, 2007년 9월 대교횟집을 열었다.
그동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횟집 창업 전 제 발로 창원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았다. 어떤 가게가 잘되는지, 잘되는 가게는 어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묻고 또 물었다.
창업 관련 서적을 섭렵했고, 서울과 부산 등 창업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창업 아이템과 노하우를 찾았다.
그리고 창원소상공인지원센터로부터 창업 컨설팅을 받았다. 자부담 5만원이 있지만 무료나 다름없었다. 전담 컨설턴트가 점포 입주, 인테리어, 자금 지원 등 전 과정에서 도움을 주었고, 창업시뮬레이션도 진행했다.
창업 이후에도 메뉴 개발이나 인력 관리 등에 많은 조언을 해줬다. 원래 고집이 있었던 터라 남의 말을 쉽게 듣지 않았지만, 더 이상 실패할 수 없었기에 컨설턴트의 말을 믿고 따랐다고 한다.
◆성공의 조건은 차별화= 삼귀해안을 가 본 이들이라면 그곳에 얼마나 많은 횟집이 있는지 알 것이다. 그런 곳에 횟집을 내는 것은 위험부담이 컸다. 그러나 대교횟집은 마창대교가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입지적 이점이 있어 다른 가게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일식집 운영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창원 시내에는 횟집에 일식집 메뉴와 서비스를 가미한 퓨전형 가게들이 많이 생겼지만, 귀곡동에는 아직이었다. 승부수를 띄웠다. 일식집 수준의 스키다시(기본반찬 또는 안주)를 내놓았다.
어린이 메뉴도 개발했다. 생선을 잘 먹지 않는 어린이를 위해 커틀릿과 스테이크, 탕수육 등 생선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했고, 소스도 새롭게 만들었다. 자녀 먹거리 걱정이 없어지니 가족들이 많이 찾아오게 됐다.
부추를 통째로 갈아서 만든 부추전은 나이 지긋한 고객을 위해 만든 메뉴로, 리필 요청이 쇄도하는 메뉴가 됐다.
그러나 횟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회. 권 사장은 직접 횟감을 구하러 다닌다. 귀곡동이 고향인지라, 어부인 친구들을 통해 자연산 횟감을 구함으로써 모든 회를 자연산으로만 제공한다.
◆주는 만큼? 아니, 주는 이상 일한다!= 대부분의 음식업 창업자들이 겪는 고민이 바로 인력 관리.
권 사장은 “100만원을 주면 100만원짜리 주방장이 되고, 200만원을 주면 200만원의 몫을 한다는 컨설턴트의 말을 듣고, 더 나은 대우를 하고 있다”며 “그 덕분인지 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회를 써는 방법과 내는 그릇까지 다양화하는 등 메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월급과 처우에 신경을 썼고, 서비스도 눈에 띄게 나아졌다.
◆멘티(mentee)에서 멘토(mentor)로= 창업 과정에서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는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됐다. 센터에서 권 사장에게 ‘창업 도우미’가 돼 줄 것을 요청했고, 흔쾌히 수락했다. 음식업 등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견학 장소로 제공하고, 창업 과정의 어려움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등을 설명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권 사장은 10년째 거의 매일 마산어시장을 찾는다. 식자재를 사기 위해서인데, 이제 웬만한 상인들은 다 알게 됐다. 물론 물건도 다른 사람보다 싸게 살 수 있단다.
그는 “인건비, 물가가 올랐지만 음식값 올리기는 쉽지 않다”며 “싸고 좋은 물건 구입하려면 결국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공 창업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거창한 거 없습니다. 끈질기게,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저 역시 수많은 실패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좀 더 길게 보고 준비하기를 바랍니다.”
■ 어떤 컨설팅 받았나
권기학 사장은 창원소상공인지원센터에 창업과 관련한 자문을 했고, 센터에서는 전문위원을 파견해 창업 준비 과정부터 창업 초기는 물론이고 사후까지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점포 입주= 신용성 창원소상공인지원센터 전문위원은 권 사장이 건물을 지은 창원시 귀곡동 일대에 대해 기존 100대 상권조사자료 및 GIS 상권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상권 기초자료를 제공했다. 또 평일과 주말, 야간 등 시간대별로 유동인구 조사방법도 지도했다.
◆인테리어= 센터 창업도우미인 동인 대표건축사 권영찬씨를 통해 인테리어 자문에 나섰다. 바닷가 배경을 살려 중후한 분위기,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독립공간 분위기,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분위기 연출을 권유했다. 간판과 전면 유리, 실내장식도 자문했고, BI(Brand Identity)와 CI(Corporate Identity)에 대해서도 도움을 줬다.
◆창업자금 지원=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지원했다. 권 사장의 경우 우선지원 대상자에 해당돼 최고액인 50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창원 시내에서 창업할 경우 최고 지원금인 50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창업 시뮬레이션= 창업자가 지역 출신인 점을 감안해 자연산회 전문점 이미지를 강조하도록 하고, 특화상품인 우럭 탕수육을 식탁에서 직접 조리하도록 했다. 주방 입구의 카운터와 음료 냉장고를 출입문과 마당으로 옮기도록 했다.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2가지 소스를 한 접시에 담에 1인당 하나씩 제공하도록 했다. 고객이 방문했을 때, 음식을 내놓을 때, 계산을 할 때, 배웅을 할 때 반드시 인사하도록 하고, 고객 불만 시 즉시 사과하고 새로운 메뉴를 제공하도록 지도했다.
◆사후 관리= 상가 임대차 실태조사에 대교횟집을 포함시켜 적절한 사후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전담 전문위원이 수시로 방문해 사업주와 대화를 나누고, 전화와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활용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신용성 전문위원은 “예비창업자들이 업종을 정하고 나면 ‘개업병’이 생긴다”며 “하루라도 빨리 개업하고 싶어하고, 개업하면 곧바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만, 이런 개업은 곧 폐업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으면 실패 확률을 5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신문]
첫댓글 저도 요즘은 먹거리 쪽으로 창업할까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데 함 찾아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