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월 9일 (월)
드디어 오늘이다. 군대 가기 전부터 계획했던 나의 첫 여행!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목욕재계를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잠시 졸았다.(?)
5시반에 부랴부랴 전날 싸놨던 짐을 들고 인천공항行 싼타페를 타고 출발했다. 혼자만 서울 합류라는 소식을 듣고는 나 빼고 다들 아는사이가 아닐지 내심 걱정을 했지만
뭐 곧 친해지겠지...단지 난 조금 늦을 뿐이야 라는 마음과 함께 불안한 마음을 모두 집에 고이 모셔두고 출발하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모두들 만났을 땐 다소 당황하였긴 했다. 일단 왠 초등학교 들어갈까 말까한 초등학생 꼬마가 우리주위를 서성이고 있었고, 카이스트 커플로 보이지만 은근 남매 같기도 했던 두 청년들, 아무 저항 없이 왠지 끌려 온 듯한 학생들까지....나의 멤버들(어린 학생들)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8시간을 날아와 호텔에 도착하여 방 배정을 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져 난 룸메이트 상언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연지와 함께 셋이서 밖 구경하고, 호텔 피아노 연주자 가뿐히 발라주고!!!!(제일 중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나는 네팔에서 상언이와의 첫날밤을 보냈다.
1월 10일 (화)
하루 종일 차만 타고 이동한다. 눈떠보면 이동하고, 눈감으면 자고, 다시 떠보면 이동한다. 아...이동하는데 기억나는건 애플브랜디..
점차 아이들을 하나둘씩 꼬시기 시작한다. 이름을 외우기보단 별명을 지어주고, Adult음료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워나간다. 그동안 몰랐던 서로의 모습, 그 안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인연이라는 작품을 만들어간다.
1월 11일 (수)
트레킹 첫날. 이제 준비해왔던 등산용품을 장착하고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중간중간 브라우니를 먹으며, 따또한 숭늉을 마시며, 조금씩조금씩 가까워지는 마차푸차레를 보며, 우리는 참는 연습을 한다. 어떤 일도 참고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아직 군인의 힘이 남아서일까..생각보다 안 힘들다. 무엇을 상상했던지 간에 힘들지 않고 즐기며 구경하는 경치가 역시 여유를 가지며 그 풍경에 빠질 수 있다. 마음에 담아있는 앙금, 슬픈 추억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그 풍경에 푸욱 빠져 녹아버릴 것 같은.
오늘의 베이스 캠프인 난두룩에 도착했다. 이제 준비해온 기증물품들을 셋팅 파파박 하고, 이제 아이들에게 나눠주러 출동!!
해맑게 웃고있는 아이들을 보며 우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가 네팔말 모른다고 저 꼬마들이 우리를 비웃고 있는건 아닐까.
금일의 성과 : 아이들 모두 포섭했다. (형빈이는 힘들다.)
1월 12일 (목)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느껴지는건 2천 미터라는 고도의 충격이 아니었다. 바로 곳곳에 보이는 산악회 깃발. 인간이 정복 불가능한건 과연 무엇일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약간 문화적 충격이었다. 물론 그분들 덕택에 우리가 이렇게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는 거겠지만..
올라가면서 중간 중간 쉴 때, 뒤를 돌아보며 쉰다. 단 5초를 쉬더라도 나의 뒤를 받쳐주는 자연은 어떤 것인가 바라보며 그 광활한 풍경에 할 말을 잃는다. 마치 드넓은 종이를 내가 더럽히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드디어 베이스캠프 촘롱에 도착했다. 몰골이...망했네..
금일의 성과 : 우박 20만톤 + 염소 한 마리 + 대박 쏘쓰!!
1월 13일 (금)
기껏 올라왔더니 다시 그만큼 내려간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짜증난다. 왜? 돌아올때 다시 이만큼 올라와야하니까. 아..진짜 내리막 밖에 안보인다. 내려간다. 내려간다.
드디어 끝이다.
다시 올라간다.
금일의 성과 : 정직 , 용기, 신뢰
1월 14일 (토)
마지막 상승 베이스캠프! 데우랄리에 도착을 했다. 다들 고산증세가 있는지 다이닝룸에 있기보단 방에가서 누워있는걸 택한다.
연지가 자꾸 우리방에 온다.
상언이는 더블배드에서 나랑 같이 자는데
급 더블배드에 3명이 눕는다.
좁다
춥다
외롭다
혼자서 외롭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지구용사 선가드! 개구리용사 케로로! 돌격 꾸러기수비대! 마루치 아라치!
부르면 부를수록 내가 점점 이상한 사람이 되어간다.
2,3천 미터의 높이란 내가 상상하지 못한, 경험하지 못한 그런 미지의 세계.
네팔 인들에게 히말라야란 신들의 영역이라 불린다. 우린 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샘인가.
그럼 고산병은 그 신의 영역을 침범한 신들의 분노일까
아니면 위대한 자연을 침범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의 표시일까
저 높은 6~8천 미터에서 실족하는 사람들은 그 분노의 본보기겠지.
1/15(일) 역사적인 날
드디어 도착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 ABC!!!!(신발 매장같다.)
도착과 동시에 두통이 몰려온다.
아무래도 도착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나보다.
약을 먹고 따또빠니를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깨보니 저녁 7시 10분
밥 못먹었다.
식당에 가니 오늘 가장 뒷태가 아름다운 남자 배종영 형님의 생일이란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피자가 나와서 그 피자를 열심히 먹었다.
내 저녁식사를 못먹은 것 까지 모두 다!! (난 맛있었는데 왜 다들 안먹지?)
1월 16일 (월)
아! 어제 아파서 밖을 그닥 구경 못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다.
허무하다.
이 눈보라를 보기위해 몇일간 그 고생을 하며 올라왔단 말인가.
내려간다.
내려간다.
길 내
막 리
르 막
오 길
을 지나 강 건너 물 건너 도착한 곳은 바로!
밤부.
2.5일치 올라간 거리를 하루 만에 내려오다니.
허무했다.
그래도 전부다 무사히 내려왔으니 이제 먹을 일만 남았지.
1월 17일 (화)
오늘이 마지막 내리막이란다. 오늘만 지나면 앞으로 관광만남았구나 라는 부푼 꿈을 안고
열심히 내려가는데 눈에 보이는건 몇 일 전 왠지 짜증내면서 걸어 내려왔을 법한 촘롱이라는 계단이 보인다. 분명히 내리막길인데 내가 갈 곳은 위에 있다.
2시간은 올라간 것 같다.
이것이 포카라를 가는 내리막길이라...
마지막 최고의 대미를 장식할 염소 !
하지만 정작 그 염소를 준비해 주신 변호사님은 몸이 안좋으신 관계로 체력회복실에서 휴식하러 가셨고. 우리는 그저 먹을 뿐
금일의 묵념 : 형빈아 내 입술은 네 것이 아니야.
+ 역시 사람은 씻어야해. 찬물로라도 샤워는 해야지
1월 18일 (수)
하강(?) 마지막날.
트레킹중 가장 평화로운 날이었다.
나름 내리막길이 아닌 평지(경사 따위가 있어도 평지라 부른다.) 따또한 햇살.
그 평화로운 날씨 속에서 펼쳐지는 네팔 주민들의 소박한 삶
그걸 바라보는데 뭔가 가슴이 찡해진다.
이 순수한 영혼들에게 우리가 더럽히는 건 아닌지.
특히 송아지를 꼬옥 안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눈앞에 맴돌며 나를 감동시켰다.
우리나라의 6,70년대 사진을 보는 듯, 하지만 이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산다. 마치 아이들이 노는 게 유치해 보이듯, 우리가 그렇게 무시하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롯지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이제 버스를 타러 출발했다.
중간에 합류하신 선생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고.
저녁엔 다 같이 시내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크으!
원식이 형 어디갔지?
1월 19일 (목)
아침에 호텔식 아침식사를 하고 보트를 타러 갔다.
뭔진 모르지만 빠지진 않겠지.
비행기 시간까지 이것 저것 구경하고 대학교도 둘러보고
네팔 국내선을 타고 다시 카투만두로!
저녁식사는 영일이/지일이 아버지가 사주신 난!
아 색다른 신비의 맛이여
치킨의 육질이........아우
가지고온 돈을 다 쓰기 위해 우리는 안주와 와인과 (경기도 수원시가 적힌 sweet와인은 아쉽지만 내려놓고) KFC에서 닭을 사고 그 사이에 우리의 입을 달래줄 약간의 아이스크림까지 이게 바로 귀족의 사치구나 하며 우리는 마지막 밤을 즐기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날 대학생 청년 3명은
김연지양의 주도 하에
팩을 하며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남자 셋이서 맨질맨질 피부프로젝트)
1월 20일 (금) Final Round
눈떠보니 5시 반. 어제 분명히 술 한 잔 하고 잤는데 그때 눈이 떠졌다.
아침에 아저씨들 골프 간다는 것이 생각나 내려가서 배웅해드리고(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다시 올라와 씻고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크으 아침에 일어나 하는 전신욕이 아주 그냥 아침잠에) 아침 부풰를 먹고 잠시 아이스크림 사러 갔다가 메니큐어를 사고 돌아왔다.(복수하겠어, 잊지 않겠다 빨간색!!)
이제 우린 다시는 못 올지도 모르는 이 미지의 땅을 떠났다.
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m
제 일기장에 왜 이렇게 적혀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참 뭔가 두서 없이 막 썼네요.(타자치면서 너무나 오그라들었던..)
완전 수정하려 하다가 그 때 느꼈던 것을 지금 쓸 수는 없을 것 같아 약간만 살을 보탰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박연수대장님과 사모님/ 윤지와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형빈이 ( 나의 본성을 깨운자) / 연약하게 때론 여성스럽게 우리 모두를 돌봤던 원식이형 / 우리를 항상 든든하게 지켜보신(?) 최윤철 변호사님과 사모님 / 정직, 용기, 신뢰의 삼위일체를 가르쳐주신 최대만기자형님 / 앞뒤로 왔다갔다 사진찍느라 수고하신 변상규아저씨 / 유쾌한 모임으로 만들어주신 유명렬아저씨와 김기남 아저씨 / 만복의 저주(?) 김재년아저씨와 사모님 / 시끄러운것들 지일이 영일이 재건이 지헌이 / 우리 청소년들을 항상 매일 아침 돌봐주시느라 꽤 힘드셨을 것 같은 임종헌아저씨 / 탐스러운 뒷태의 소유자 종영이형님 /
그리고 몇일전에 만난 나의 룸메! 상언이와 그 옆에 붙어 있는 연지
모두들 감사합니다.!!!
[P.S] 선생님 빼먹었네..
첫댓글 닷네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