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87
천자문204
동봉
0729찾을 색索
0730거할 거居
0731한가할 한閑
0732곳 처處
쑤어쥐씨앤추索居闲处Suojuxianchu
-고요한곳 조용하게 지내는삶은-
(침묵이요 적요외에 다른것없네)
0729찾을 색索
찾을 색/노 삭索 자는 뜻모음 문자입니다
발음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담겨진 뜻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삭'이라 하면 노끈처럼 이어짐이고
'색'이라 하면 검색처럼 찾는 일입니다
노끈은 풀잎이나 풀의 줄기로써
두 가닥 또는 세 가닥으로 꼰 것입니다
'꼬다'라는 움직씨 외에 '따다'도 있습니다
찾다, 더듬다로 새길 때는 '색'이고
동아줄, 노끈, 바, 새끼, 꼬다, 헤어지다
쓸쓸하다, 다하다일 때는 '삭'으로 새깁니다
노끈이야 당연히 새끼고 끈이니까
실사변糸에 쓴 게 맞겠지만
검색檢索에 왜 실사변糸이 필요했을까요
지구에는 본디 가로와 세로선이 없습니다
실제로 지구 어느 곳에도
경도와 위도의 선이 그려진 데가 없습니다
이는 우리 인간이 지구 구석구석을
제대로 파악하고 찾아가기 위해
그래프 시스템으로 그려놓았을 뿐입니다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이 지도그리기였고
이 지도그리기를 바탕으로 하여
사실적으로 실측을 했습니다
지금은 세계적 지도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전 세계 어디서든 찾고자 하는 위치를
정확하게 검색해주고 있습니다
검색의 기본 원리는 역시 경도와 위도입니다
우리나라 도로도 이 원리에 따르지요
남북으로 이어진 도로 번호는 홀수이고
동서로 연결된 도로 번호는 곧 짝수입니다
따라서 보이지 않게 그어진 선線이
지구 구석구석을 조직組織하고 있습니다
찾을 색索 자에 실사변糸이 들어간 게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입니다
찾을 색索 자의 위의 열 십十 자는
위도緯度Latitude와 경도經度Longitude
조組와 직織의 짜임새를 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민갓머리冖는 지붕의 뜻이며
지구를 감싼 대기권의 뜻이며
시공의 세계 곧 우주宇宙를 의미합니다
민갓머리 아래에 놓인 실사糸자는
으레 검색시스템의 구조적 이미지입니다
이는 지도 검색만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노 삭索 자는 노가 끄나풀이니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좋을 것입니다
나는 어렸을 때 노 꼬고 새끼 꼬는 경기에서
늘 1등에서 3등 안에 들곤 했습니다
새끼 꼬기는 나보다 뛰어난 이들이 많았지만
삼麻의 속껍질로 노 꼬는 겨루기에서는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노를 꼬아 노끈을 이용하여
짚자리 왕골자리 부들자리를 짰습니다
움막집 뒷간의 거적문을 짰습니다
겨울이면 김치 곳간의 거적문도
추운 겨울 소의 등을 덮어주는 덕석도
심지어 멍석을 짜는 데도 노끈이 필요했지요
삭거索居는 은거隱居의 뜻이지만
은거의 장소가 한가한 곳閑處이라고 한다면
한가롭게 살아간다는 '삭거索居'는
삶의 양태를 그려내는 그림씨形容嗣입니다
소설가 김성동 선생은 그의《천자문》에서
아예 '한가로울 삭' 자로 새기고 있습니다
노를 꼬아 자리 가마니 멍석을 짜고
새끼를 꼬아 이엉을 엮어 초가를 잇고
그렇게 사는 것이 삭거일 것입니다
䌇 : 노 삭/찾을 색
探 : 찾을 탐
求 : 구할 구
0730거할 거居
살 거/어조사 기居라고도 새기는데
육서 구분으로는 꼴소리形聲문자입니다
주검시엄尸이 부수로 뜻을 나타내고
고정시킨다는 소릿값 고古로 이루어졌습니다
'거기에 앉아있음'을 뜻하는 글자입니다
살다, 거주하다, 있다, 차지하다, 자리 잡다
처지에 놓여 있다, 벼슬을 하지 않다, 앉다
쌓다, 저축하다, 곳, 자리, 거처하는 곳, 집
무덤, 법, 법도, 저축, 까닭, 이유, 평상시
보통 때, 살아있는 사람,
의문 어조사로 쓸 때는 '기'라고 발음합니다
'거하다'는 움직씨며 동시에 그림씨입니다
거하다라는 말은 움직이지 않고는
살아간다고 할 수 없기에 움직씨며
살기는 살되 과연 어떻게 살아가느냐입니다
험하게 욕되게 고생스럽게 살 것이냐
편안하게 영예롭게 여유롭게 살 것이냐는
같은 삶이면서도 중요한 갈래입니다
거할 거居 자를 다시 보면
엉덩이를 뜻하는 주검시엄尸이 있고
그 아래 옛 고古 자가 조신하게 앉아있습니다
옛 고古 자는 열 십十에 입 구口 자로서
수평적으로는 열 사람十의 입口을 거치면
이미 현재가 아니라 옛날이라는 뜻이고
수직적으로는 10대를 내려왔다면
1대를 30년으로 칠 때 으레 옛날이겠지요
또한 같은 교실 같은 연병장 같은 장소에서
앞으로부터 10十명口 뒤尸에 서 있다면
이미 맨 앞사람은 옛사람입니다
가령《님의 沈默》을 옮김翻譯에 있어서
10명의 번역가를 거쳐갔다고 한다면
원 작가의 뜻과는 전혀 다른 번역이 나옵니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지는 전법傳法도
물병에서 물병으로 전해지듯
그렇게 고스란히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살 거/거할 거居 자에 담긴 뜻입니다
살다, 거하다라는 말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나간 거居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지 않은 거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居는 우리에게 뒷모습尸을 보이며 살다 간
숱한十 사람口들의 삶을 거울로 삼음입니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 후손들에게
어떻게 우리의 뒷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소박하면서도 막중함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삶이란 앞사람 꽁무니尸를 따르든
뒷사람들에게 삶의 꽁무니를 남기든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영어의 Reside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관련된 한자로는
凥 : 살 거/어조사 기
㝒 : 살 거/어조사 기
㞐 : 살 거/어조사 기
住 : 살 주
活 : 살 활/물 콸콸 흐를 괄
栖 : 깃들일 서 자 따위가 있습니다
0731한가할 한閑
한가할 한閑 자는 뜻모음 문자입니다
한가할 한閒 자가 본자이고.
우아할 한嫺 자와 통하는 자며
문 문門자와 나무목木의 합한 자입니다
마소牛馬가 멋대로 도망치지 못하게
우리 입구에 가로지른 나무 막대입니다
따라서 칸 막다, 막다의 뜻으로 쓰였지요
소릿값을 빌어 '한가하다'와 함께
틈時空間이란 뜻으로 쓰이곤 했습니다
한가하다, 등한하다, 품위가 있다
무엇에 관심이 없거나 소홀하다
막다, 닫다, 아름답다, 조용하다
보위하다, 보호하고 방위하다, 틈, 틈새
법, 법도, 마구간馬廏間, 목책이 있습니다
관련 한자로는
閒 : 한가할 한/사이 간
閑 : 한가할 한
闲 : 한가할 한簡字
閼 : 한가할 어
阏 : 한가할 어
㦇 : 미음 한가할 록/녹
隙 : 틈 극
間 : 사이 간
忙 : 바쁠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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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거索居를 즐기는 이에게
동봉
벗이여!
한가롭고閑 싶으신가요
문틈門 사이에 나무木를 심으십시오
나무는 자라 문틈을 채웁니다
문틈으로 들어온 나무를 바라보며
한가롭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벗이여!
한가롭고閒 싶으신가요
문틈 사이로 달빛月光을 들이십시오
아니 아니, 아예 달月을 들이십시오
문틈 사이로 놀러 온 달이, 달빛이
당신에게 한가로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벗이여!
한가롭고閼 싶으십니까
마음의 문틈을 열어 여유於를 즐기십시오
스스로 여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당신을 한가롭게閼 할 것은 없습니다
벗이여!
한가롭고㦇 싶으십니까
마음忄을 열어 야생鹿을 받아들이십시오
사슴 고라니 노루 산토끼가 되십시오
천적이 아니라면 가장 평화롭게 풀을 뜯는
사슴 고라니 노루 산토끼들이
머릿속에서 한가로움으로 탈바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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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32곳 처處
곳 처處는 범호엄虍 부수며
뜻모음會意 문자입니다
곳 처処의 본자로서 글자 생김새를 살펴보면
책상을 뜻하는 안석 궤几와
머뭇거림의 뜻 뒤져올 치夂와
발을 아래로 향하게 쓴 자형으로
내려가다 멈추다의 뜻을 지닌 그칠 지止와
범의 문채, 가죽을 뜻하는 범호엄虍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걸상이 있는 곳까지 걸어가서
거기 머무른다는 뜻으로 된 글자입니다
중앙 관서의 하나 부처部處의 이름이고
사령부 참모부서의 이름입니다
일반 참모 부서에 쓰이기도 하지요
어떤 조직에서 일정한 사무를 맡아보는
부서 명칭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담긴 뜻으로는
곳, 처소, 때, 시간, 지위, 신분, 부분
일정한 표준, 살다, 거주하다, 휴식하다
정착하다, 머무르다, 어떤 지위에 있다
은거하다, 누리다, 향유하다, 맡다, 담당하다
다스리다, 대비하다, 미혼으로 친정에 있다
돌아가다, 사귀다, 보살피다, 처리하다
대처하다, 분별하다, 차지하다, 두다, 모이다
보지하다, 온전하게 잘 지켜 지탱해 나가다
자처하다, 결단하다, 멈추다, 병을 앓다
나누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다른 꼴 같은 뜻글자로
処 : 곳 처
处 : 곳 처
处 : 곳 처簡字
䖏 : 곳 처/사람 이름 거 자가 있고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는
所 : 바 소 자가 있으며
모양이 비슷한 한자로는
虎 : 범 호
虛 : 빌 허
號 : 이름 호/부르짖을 호 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우란분절입니다
스님네가 여름안거를 마치는 날이고
자자自恣법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숙함이며
나이法臘를 한 살 더하는 스님네 설날입니다
천승반千僧飯/千乘飯을 베풀어
법전法田에 공덕의 씨앗을 뿌리는 날입니다
오늘만큼은 수행이 좀 부족하더라도
스님네를 찾거나 초대하여 마음껏 공양하십시오
세상에 완벽한 수행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거居하다'에 현재진행형만 있듯이
수행자에게도 완료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일생에서 잠시도 멈춤이 없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의 변화만이 있듯이
큰스님 작은 스님 찾지 마시고
그냥 스님네 찾아 보시하고 공양하십시오
앞으로 엿새 뒤면 처서處暑입니다
나는 이를 우리말로 '곳더위'라 옮겼는데
나의《아미타경을 읽는 즐거움》에는
'끝더위'로 되어 있습니다
으레 '곳더위'의 오타誤打입니다
곳處에 따라 덥다暑는 뜻으로 옮겼습니다
금세기 들어 가장 혹독한 더위!
그래보았자 앞으로 겨우 엿새입니다
푄현상Foehn phenomenon 때문이라는데
힘들어도 조금만 더 견디자고요
헛소리 한마디
ab·ra·ca·dab·ra [æ?br?k?d?br?]
애브러커대브러
08/17/2016
우란분절을 맞아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