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雪嶽山·1,708m)은 남한에서 식생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남과 북의 식물이 서로 만나는 남한에서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설악산에 남한의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북방계의 희귀식물이 많은 이유다.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설악산에는 950여 종류의 고등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4,000여 종류의 식물 중 약 25%에 해당한다. 한라산의 1,800여 종류, 지리산의 1,500여 종류에는 못 미치지만 희귀식물의 수로만 본다면 한라산 못지않다.
그 주요한 이유가 바로 북한에서 자라는 식물이 설악산까지 내려와 자라기 때문이다. 이런 식물로는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으로 올라갈 때 등산로 옆에 누워 있는 눈잣나무 외에 비늘석송, 두메오리나무, 가는다리장구채, 숲개별꽃, 바람꽃, 흰인가목, 홍월귤, 장백제비꽃, 금강봄맞이, 만주송이풀, 봉래꼬리풀, 난장이붓꽃 등이 있다. 이들 식생의 남방한계선이 바로 설악산인 것이다.
반대로 설악산까지 올라와 자라는 남방계 식물도 있다. 설설고사리, 모데미풀, 사람주나무, 때죽나무, 변산바람꽃, 지리대사초 등이다. 이들 식생의 북방한계선도 설악산인 것이다.
설악산에 희귀식물이 많이 자라는 또 다른 이유는 높은 봉우리와 능선이 희귀 고산식물의 보금자리에 알맞은 환경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청봉 일대와 북주릉, 서북릉, 화채릉, 서릉 등이 높은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 능선은 주로 암벽이 노출된 곳이 많아 자연적으로 고산식물이 보호를 받으며 자랄 수 있다. 고산식물은 모두 8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악산 식물의 중요성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 많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은 모두 407종류다. 이 중 설악산에서 65종류가 자란다. 또 설악산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이 15종류나 된다.
설악산에는 정부가 법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식물들도 많다. 환경부의 64종 멸종위기 야생식물 가운데 10종류가 자란다. 연잎꿩의다리, 깽깽이풀, 한계령풀, 홍월귤, 기생꽃, 가시오갈피나무, 솜다리, 솔나리, 자주솜대, 털개불알꽃 등이 이에 속한다.
설악산은 중청봉에서 귀때청기봉(1,578m)을 거쳐 안산(1,430m)을 잇는 서북릉, 권금성과 화채봉(1,320m)을 잇는 화채릉, 가리봉(1,519m)을 품은 서릉, 미시령에서 대청봉까지 뻗어 있는 북주릉 등이 설악산의 뼈대 역할을 하며 연이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천불동계곡, 백담계곡, 흑선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등 깊고 긴 계곡들을 빚어내고 있다.
주봉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인제 쪽을 내설악, 동해 쪽을 외설악, 그리고 오색과 양양 쪽을 남설악으로 구분한다. 백두대간이 내외설악을 가르고 있는 것이다. 외설악은 설악동지구로, 남설악은 오색지구로 나타낸다. 내설악은 서북능선을 경계로 북쪽 백담사 있는 지역을 백담지구로, 남쪽을 장수대지구로 구분한다. 한계령은 내설악과 남설악을 구분하는 경계능선인 셈이다.
백두대간은 또 한반도 기후를 구분하는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백두대간의 서쪽은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영서지방이고, 동쪽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영동지방이다. 서쪽이 폭염에 휩싸여 있을 때 동쪽은 신선한 날씨를 보이는 경우는 구름이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거나, 한쪽에 비를 뿌리고 넘어가기 때문에 생긴다.
서북주릉에 들어섰다. 마침 구름이 서북주릉을 넘지 못하고 계곡에 잔뜩 모여 있다. 운치는 있지만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서쪽으로는 귀때기청봉이 보인다. 귀때기청봉은 서북주능선 상에 위치한 봉우리다. 일화에 따르면, 자기가 제일 높다고 으스대다가 대청봉·중청봉·소청봉 삼형제에게 귀싸대기를 맞아 귀때기청봉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한다. 귀때기청봉 가는 길은 완전 너덜지대다.
서북능선 상에 자생하는 희귀식물로는 기생꽃(Trientalis europaea)이 있다. 멸종위기식물 Ⅱ급이다. 북방계 식물로서 남한에서는 발견된 장소가 손에 꼽힐 정도라고 한다. 얼마 전 지리산에서 처음으로 군락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생들이 머리에 장식하는 화관과 닮았다’고 해서 기생꽃이라 불린다. 기생꽃을 찾아 이리저리 둘러봐도 아마추어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야생화는 전부 비슷하게 느껴지고, 한 번 보고 돌아서면 가물가물할 뿐이다.
갈퀴나물
송이풀
어수리
오리방풀
용담
잔대
장구채
진범 (흰색)
참바위
투구꽃
고려엉겅퀴
구절초
금강초롱
꽃향유
난쟁이바위솔
네귀쓴풀
도깨비부채
둥근이질풀
등대시호
도라모싯대
물봉선
미역취
바람꽃
바위떡풀
범꼬리풀
병조희풀
분취
산오이풀
상사화
새며느리밥풀
투구꽃
첫댓글 설악산 다녀오셨군요
역시 금강초롱이 빛이납니다
머지않아 구절초가 눈을 호강케 해주겠지요
네.
날이 더워서 딱히 어디 갈곳도 없어서 이곳에 다녀왔습니다.
여름 야생화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하지 않게 야생화를 많이 보고 왔습니다.
더위 피한다고 설악에 다녀왔는데
이렇게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