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생각하지 못한 제비에 관하여
이상훈
제비집은 자궁이다.
제비가 제비집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제비가 제비집을 짓는 이유는 알을 부화하고 새끼를 키우기 위한 자궁과 같은 곳이다. 이점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새끼 제비가 커서 집 밖으로 나서면 그때부터 제비집은 빈집이 되었다. 그래서 7∼8월경이면 소재지나 마을에서 제비를 볼 수 없었다. 벌써 강남으로 떠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이점이 매우 궁금했었다. 전문가에게 문의했다. 이 무렵에 제비가 남녘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제비는 풀숲에서 잠을 잔다. 평상시에 제비는 제비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풀숲에서 생활한다. 풀숲을 잠자리 터(보금자리 터)라 한다. 한 달가량 지속되는 잠은 남녘으로 떠나기 위해 힘을 비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제비가 남녘으로 떠날 무렵 제주도에 잠시 머물다 가는데 10만 마리 정도가 모인다고 한다. 대단한 장관이 펼쳐진다.
제비는 사람이 보호해 준다고 생각한다.
제비는 인간과 아주 가까운 조류이다. 우리나라에 제비와 관련된 속담이 무척 많은데, 하나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다른 조류와 달리 인가(人家)에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해 줄 것으로 믿는 것 같다. 마치 흥부전에서 새끼 제비가 둥지에서 떨어지면 흥부가 보호 준 것처럼 말이다. 실제 주민에게서 떨어진 새끼 제비를 둥지에 넣어 주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사는 주변에 둥지를 틀면 고양이, 뱀, 구렁이 등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제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 보호해 주면 복을 받는다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흥부전이 이런 사실의 바탕 위에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제비는 빈집에 집을 짓지 않는다. 마령 소재지에는 ‘제비가 찾아온 집’이란 푯말이 자주 보인다. 중화요리 번개, 서울사진관, 마령한의원, 마령전파사 등이 제비가 찾아온 집이다. 물론 제비집도 많이 남아 있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처마에 제비집을 짓는 것으로 생각하나 마령 소재지 솔안과 평산 마을에서 보았던 제비집은 그렇지 않았다. 서울 사진관이나 팔팔식당 같은 경우에는 전등 위에 제비집이 지었다. 마령종합화장품이나 마령전파사, 전주슈퍼에는 제비집이 2~4개 있다. 건물 앞 처마에 옹색한 위치에 제비집이 있다. 건물주들은 제비집 받침을 하여 제비 똥을 받거나 부화한 제비 새끼가 혹시나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받침대를 설치해주기도 했다. 제비집이 있는 곳에는 대부분 제비가 찾아왔다. 기존 집을 이용하기도 했으나, 집을 보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기존 집을 증·개축하는 것이다. 아니면 집 가까이에 새롭게 짓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한집에 제비집이 5개가 넘는 일도 있다. 제비집을 짓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머무는 곳에 짓는다. 참, 제비는 사람들이 자기네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제비집을 짓는다. 제비는 절대 빈집에서는 집을 짓지 않는다.
사라졌던 제비가 다시 찾아온 이유
마령면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전역 제비가 찾아온다. 왜 다시 찾아왔을까? 당연한 대답이지만 제비가 살만한 여건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제비가 우리 겉을 떠나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과다한 농약사용, 인구감소,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주변 환경 악화에 있다. 그런데 다시 제비가 찾아오는 이유는 제비가 살만한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예전에는 지나칠 정도로 논에도 농약을 많이 했으나 요즘 벼농사에 거의 농약을 하지 않은 정도가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청정해진 우리 지역 제비가 찾아오는 것 같다.
이중환은『택리지』복거총론에서 살만한 주거 입지의 조건을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의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필자는 제비가 찾아오는 우리 지역이 복거총론에서 제시한 4가지 요소를 갖춘 곳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제비가 찾아오는 곳은 단순히 청정한 곳을 넘어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