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조 동문이 작곡한 "오페라 처용"이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기념하여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축하 공연하며 이어서 독일 Berlin 과 오스트리아 Wien 에서도 공연합니다.
• Jun 09
오페라 처용 (1987)
국립 오페라단, 국립 합창단, 국립 심포니/콘체르탄테 버젼
2024 파리 올림픽 기념 공연 / Paris Opera Comique, France
* 이영조의 오페라 처용을 관람하고
Enrique Alberto Arias (Ph. D.)
(Chicago Lyric Opera 창단 멤버)
신라의 전설적인 인물 처용을 주제로 한 이 이야기는 인간을 사랑하는 신의 아들 처용이 퇴폐와 몰락의 길을 가는 신라를 구하려고 천상에서 지상에 내려오나 그도 곧 인간 세계에 물들어 방탕하게 되며 결국 신라와 함께 자멸하는 과정을 그린다 .
이 이야기는 제우스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줌으로 인간을 구하려 했던 <프로메테우스> 나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던 <파우스트> 그리고 베버의 <자유의 사수> 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따라서 극의 내용은 극히 상징적이고 여러가지 의미의 윤리성을 띈 교훈적 메시지를 전 한다.
하늘의 뜻은 인간의 어떠한 의지에 의해서도 도전 받을 수 없으며 또한 퇴폐와 방탕으로 오염된 사회는 새로운 질서를 위해 파멸 될 수 밖에 없다는 도덕적, 윤리적 사상을 보여 준다. 이는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 <니벨룽겐의 반지>의 전설이나 세익스피어의 희곡에서도 같은 사상을 읽을 수 있다. 프로메테우스와 마찬가지로 처용은 그 구원에서 좌절과 실패를 맛 볼수 밖에 없게 되어 있고 징벌의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오페라라는 서양의 음악 형식을 생각해 볼때 처용의 이야기는 한국의 전설임에도 불구하고 대본으로서의 오페라의 스타일은 서양음악의 극적인 오라토라오 (Opera Oratorio)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앞서 말 햇듯이 강한 윤리적 메시지를 전 하고 있는데 이 역할은 고도의 작곡수법이 동원된 합창이 맡고 있다. 특이 한 것은 오페라의 구조가 이들에 의해 급격히 변화와 대비를 이루는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독창 부분은 종래의 이태리 오페라 풍의 아리아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 웅변적이고 연극적인 제스츄어를 요구 하고 있다. 두터운 관현악의 소리를 뚫고 나가야 하는 준비된 성량이 필요 하다. 이 오페라에서 관현악의 기능은 그 어느 오페라에서 보다 중요하게 쓰여져 있다.
악기들 간의 융화와 대비에서 오는 색감의 흥미, 각 주제의 명료한 표현과 통일성, 그리고 유효 적절한 타악기의 구사는 성악부분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페라 전체를 휘몰아 가는데 이는 가히 교향악적이라 하겠다. 중심 인물을 표현 하는 유도 동기(Leitmotif)는 잘 알려진대로 바로크 이전 부터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상징적으로 쓰기 시작 하여 바그너에 의해 확립된 수법인데 이영조는 바그너의 어깨 위에 그 지평을 넓혀 나갔다. 이영조의 그것은 바그너보다 더 명료하게 고정되어 있으며 다만 음색과 주변의 변화만 주어지고 있는 것이 다르다. 바그너의 반음계적 변화와 조바꿈 등에 비하면 듣는 이로 하여금 더 간결하고 확실한 상징성을 이해 할 수 있게 하며 또한 주제들 간의 결합을 통한 배역들간의 심리적 갈등, 연관성을 표현한 것, 악기 뿐만 아니라 인성에서도 같은 주제를 부여한 점 등은 새로운 발전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신비로운 색갈의 이영조 특유의 음향속에 오페라의 한 중간을 이루는 2막2장에서의 한국적인 색채감, 특히 승려의 노래는 압권이었으며 서양의 음향 세계에서 자라온 필자는 신비와 경이 속에 압도 되었다. 육중한 석조 건물을 보는 듯한 이 오페라의 구조는 작곡가가 공부한 유럽 음악의 정신을 읽게 하며 이러한 음악적 건축물과 한국적인 음향 색채의 만남은 세계 음악 언어로서의 한국 오페라 <처용>을 가능케 하고 있다.
* 이 글은 1987년 11월 1일 초연 관람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