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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중앙박물관 - 옥외전시장(정원) 편 ▶바로가기
국립중앙박물관 옥외 전시장(정원)과 건축 외관만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박물관의 마루와 같은 ‘열린마당’을 지나 건물의 출입구를 들어서면 높은 천장으로 시야가 확 트인 ‘으뜸홀’부터 전시 영역 모든 곳이 상징성과 세련된 미적 요소들을 갖췄다. 마치 근사한 영화 속 배경과도 같았던 이곳은 서 있는 곳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역사가 시작되는 곳’으로 표현하고 있는 ‘으뜸홀’을 지나면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는 ‘역사의 길’이 펼쳐진다. '역사의 길'을 통해 관람객들은 각 전시실을 손쉽게 오가면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 ‘역사의 길’. ( 동관 1층 상설전시관 )
이곳은 열린마당 동측에 있는 ‘상설전시관’이다. 1층에는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에는 서화관과 기증관, 3층에는 조각·공예관과 세계문화관이 조성되어 있다. 특정 주제를 조명하거나 새로 발견된 주요 유물을 선보이는 ‘기획전시실’이나 어린이 박물관, 도서관, 극장 용 등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열린마당 서측에 있는 출입문을 이용하도록 하자.
박물관 내 4개의 문화상품점이 있다. 국보급 유물 모양의 상품에서 명인의 수공예 작품에 이르기까지 자체 개발 상품과 서적, 공예상품, 전통을 현대화한 디자인의 실용품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과 아름다움이 깃든 상품들은 선물로도 좋으니 한 번 방문해보도록 하자.
▼ 상설전시관 1층 중앙에 있는 문화상품점
‘역사의 길’에는 박물관 2층 높이까지 솟아있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탑을 볼 수 있다. 이는 국보 제86호로 지정된 ‘경천사 십층석탑’으로 고려의 전통과 당시 중국 원(元)나라에서 유행하던 양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대리석 탑이라 한다.
▼ 경천사 십층석탑 | 경기 개풍 경천사 터(현재 황해북도 개풍), 고려 1348년 (충목왕 4년), 국보 제86호
박물관 내에는 식당과 카페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전시관 3층에 있는 ‘사유 공간 찻집’으로 한국의 전통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take-out은 불가하니 참고하자.
▼ 사유 공간 찻집 (전시관 3층 동쪽)
이제 전시관을 둘러볼 시간이다. 방대한 문화재 자료들로 하루에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하면 지치기 십상이다. 관심 있는 주제를 우선순위로 두고,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상설전시관 각 층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설전시관 (1~3층)
<1층>
○ 선사·고대관 : 인류가 한반도에서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 ~ 삼국시대 ~통일신라와 발해가 공존한 남북국시대까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
○ 중·근세관 : 고려시대~조선~대한제국 시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볼 수 있는 공간
<2층>
○ 서화관 : 필획과 색채로 발휘된 한국 전통서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
○ 기증관 :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공유하고자 평생에 걸쳐 수집한 문화재를 기증해 주신 분들의 뜻이 담겨있는 공간
<3층>
○ 조각·공예관 : 한국 불교조각과 공예문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 국보78·83호 반가사유상을 비롯한 불상과 한국 도자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 세계문화관 : 이집트, 중앙아시아, 인도·동남아시아, 중국, 일본, 세계 도자 등 세계 주요문화의 전통과 문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
<문자의 예술, 서예>
평소 그림과 글씨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망설임 없이 2층 '서화관'으로 향했다. '문자'는 오래전부터 삶과 역사를 기록하는 중요한 도구로 여겼다. 한자를 사용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문자로 표현하는 예술, 즉 '서예'가 오래전부터 발달하였다. 서예는 시(詩), 화(畫)와 함께 예술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서화관에서는 이러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과거, 그림에 쓰인 색채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먹과 함께 석청(Azurite Blue), 석록(Malachite Green), 대자(Red Ocher), 연백(White Lead), 진사(Cinnabar Red) 최소한의 색으로 채색된 그림이 아름답다.
질 좋은 바탕 재료(Base material), 즉 서화의 기초가 되는 종이(한지, 선지), 비단, 면, 마와 같은 천부터 필 획의 강약과 변화를 구사할 수 있는 ‘붓’, 먹물을 만들어내는 도구인 ‘먹’과 ‘벼루’, 작품을 완성한 후 작가의 서명과 그림을 그린 장소나 시기 등을 기록하고, 마지막으로 찍는 작가의 ‘인장’까지 서화의 도구들을 소개하고 있다.
<초상화 제작과정>
1. 종이에 밑그림
2. 밑그림에 먹선 그리기
3. 뒷면에 채색
4. 앞면에 음영과 색을 입혀 초본 완성
5. 초본 위에 비단을 올려 밑그림
6. 밑그림에 먹선 그리기
7. 비단 뒷면에 배채
8. 앞면에 음영과 색을 입혀 정본 완성
<김홍도의 풍속도첩>
김홍도는 생업 현장과 놀이, 길 위의 풍경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 화첩은 김홍도가 각 계층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그린 25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졌다.
▼ 단원풍속도첩 | 김홍도, 조선 18-19세기, 종이에 엷은 색, 1918년 구입, 보물 제527호
<주막>
<좌 : 담배 썰기 / 우 : 우물>
<우리가 사랑한 동물 그림>
▼ 어미닭과 병아리, 국화와 고양이 | 작가 모름, 조선 18–19세기, 어미 닭과 병아리 : 종이에 색 / 국화와 고양이 : 비단에 색, 2018년 손창근 기증
▼ 고양이와 참새 | 변상벽(1726 이전~1775),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 어미닭과 병아리 | 변상벽(1726 이전~1775), 조선 18세기, 비단에 색
▼ 강둑에 풀어놓은 말 | 작가 모름, 조선 18세기, 종이에 색
커다란 박물관 곳곳에는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는데 이조차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화 감상의 즐거움>
각각 글씨와 그림을 뜻하는 한자인 서(書)와 화(畫). 이 둘이 짝을 이루면 한 폭의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글을 이해할 수 없어도 그림만으로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으며, 그림이 곁들여진 글은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지며 즐거움이 배가 된다. 현대의 일러스트레이션과 캘리그라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옛 사람들이 남긴 서화 작품들에 푹 빠져서 관람했던 것 같다.
▼ 금궤도 | 조속(1595-1668), 조선 17세기, 비단에 색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를 그린 그림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에 방문하면 장인들이 만든 다양한 공예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 나전칠기, 목가구 등을 다시 보면서 느낀 점은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면서 섬세하고 품격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목칠공예에 대한 설명이 인상 깊었는데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을 추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을 담고 있으며 완벽함보다는 여유를, 화려함보다는 품격 있는 아름다움을 전해 준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 나전칠기 : 옻칠한 용기 위에 자개를 무늬대로 오려 붙이고 칠을 한 후 자개 표면의 칠을 긁어내어 무늬를 드러나게 하는 것
▼ 빗접 : 빗이나 머리단장에 사용하는 도구, 화장용품 등을 보관하는 함
▼ 나전 칠 연꽃 넝쿨무늬 옷상자 | 조선 16~17세기(조선 전기)
▼ 나전 칠 십장생무늬 빗접 | 조선 19~20세기 초(조선 후기)
▼ 나전 칠 연상 | 조선 19~20세기 초(조선 후기)
▼ 서류함 | 조선 19세기, 1987년 김종학 기증
▼ 십장생무늬 지통 | 조선 19세기
▼ 포도무늬 벼루와 벼룻집
▼ 안방가구 : 장과 농, 삼층장 | 조선 19세기
▼ 화각 바느질 자, 화각 실패, 화각 반짇고리 | 조선 19~20세기 초
*화각 : 얇게 편 소뿔로 만든 판에 그림을 그려 장식하는 것.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으로 주로 여성용품에 이용되었고, 십장생, 용, 봉황, 모란, 물고기 등 부귀와 복을 상징하는 길상무늬가 주로 사용되었다.
▼ 화각 빗, 화각 빗접, 화각 함 | 조선 19~20세기 초
▼ 소반 : 음식을 나르고 방에 놓고 사용하는 작은 밥상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신분, 성, 지위가 다른 사람이 한 상에 모여 식사를 하지 않고, 한 사람이 하나의 상을 사용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쓰임새, 다리나 천판의 모양, 생산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전해지며, 다리 모양에 따라서는 호족반, 개다리소반이 대표적이며, 생산지에 따라서는 해주반, 통영반, 나주반이 유명하다.
▼ 사랑방 가구 : 사랑방은 조선시대 한 집안의 남자 주인인 가부장의 생활공간이었다. 학문을 연구하는 서재 즉 문방이자, 남성 손님을 접대하는 장소로 주인인 선비의 높은 안목과 세련된 취향에 맞도록 꾸며졌다. 이들은 사회 지배층으로서 청빈을 덕목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가구도 검소하고 격조가 높은 것이 선택되었다.
▼ 장석 : 일정한 기능을 하도록 목가구에 부착하는 금속 장식. 경첩, 감잡이, 귀잡이, 자물쇠, 고리 등이 있다.
<이홍근 기증 도자기>
▼ 귀거래도(歸去來圖) | 작가 모름, 조선 18세기, 비단에 먹, 1981년 이홍근 기증
▼ 백자 항아리, 조선 18세기, 1981년 이홍근 기증
▼ 백자 철화 구름 용무늬 항아리, 조선 18세기, 1981년 이홍근 기증
▼ 「수복강녕」이 쓰인 백자 청화 매화 난초무늬 항아리, 조선 18세기, 1981년 이홍근 기증
▼ 분청사기,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 왼쪽에서 세 번째(뒤) : 분청사기 연꽃 넝쿨무늬 병, 조선 15세기, 1981년 이홍근 기증, 보물 1067호
▼ 청자
<유상옥 기증 문화재>
▼ 백자 분항아리(분이나 연지 등을 담았던 작은 항아리 모양의 화장용기), 분접시(작고 오목한 접시로 분이나 연지 등을 개는 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 백자 분수기(화장품을 개는 데 쓰이는 물을 담아 두고, 분 접시에 조금씩 부어가며 사용)
▼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생님이 기증한 그리스 투구, 기원전 6세기, 청동, 보물 904호
▼ 사자상, 조선 19세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조도를 낮춘 어두운 공간 속에서 작품에 집중하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름다운 우리의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귀한 소장품을 기증해주신 분들과 문화재 연구와 보존을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계시는 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좀처럼 나지 않는 시간 탓에 재방문을 못하고 있지만, 아직 방문하지 못한 1, 3층 공간의 전시와 가을이 되어 알록달록 화사하게 물들어있을 정원을 다시 보고 싶다.
[참고·발췌] 국립중앙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