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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16년 6월 8일) 오후 4시에 열렸던 추용호 소반장의 반박기자회견 전문을 공유합니다. 추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세요. 널리 함께 알려주세요. -- <도천동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 5월 30일 강제철거를 당한 이후 며칠이 평생 살아온 날만큼이나 길기만 합니다. 국가가 공인한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임에도 얼마나 홀대받는 인생이었는지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도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나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전통 통영소반만 만들며 살아왔습니다. 돈을 빌려서 나무를 사야할 만큼 가난한 살림임에도 마치 신선이라도 되는 것처럼 신명나게 미친 듯이 소반을 만들고 소반만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렵게 국가시험을 치르고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던 날 나는 통영시로부터 축하가 아니라 집에서 나가라는 명도 소송장을 받았습니다. 도로 공사를 하다가 옛날 기왓장 하나만 나와도 공사가 중단됩니다. 하지만 나는 도로공사 도중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됐는데 공사 중단은커녕 오히려 공방에서 나가라는 소송장을 받은 겁니다. 국가지정 문화재가 됐으니 도로 공사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형문화재의 작업공간인 150년이 넘은 전통 공방을 보호할 방도를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공방 대들보에는 무진년 4월 18일에 보를 올렸다는 상량문이 있습니다. 통영시는 사람이 문화재지 건물이 무슨 문화재냐고 하는데 건물도 통제영시대 150년이나 된 공방 건물이니 충분히 문화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국가 지정 문화재를, 문화재적 공방을 낡은 기왓장 하나 만큼의 대접도 안 해 주는 것입니까. 어찌 서운함과 서러움이 없었겠습니까?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선 것은 어제(7일), 통영시에서 각 언론사에 배포한 ‘도천동 도시계획도로 개설공사 민원사항에 대한 통영시 입장’이라는 보도자료 때문입니다. 너무도 기가 차서 말문이 막히지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내가 욕심 많은 사람으로 매도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나 살던 집이자 나에게 통영소반을 물려준 아버지이자 스승인 추웅동 선생의 혼이 서려있는 작업장입니다. 게다가 조선시대 통제영 저자거리의 소반공방의 모습을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 그런 곳에서 노인이 되도록 살아온 저는 아끼는 연장하나 챙길 새도 없이 입은 옷 하나 걸치고 길바닥으로 쫓겨났습니다. 통영시는 그것도 모자라 거짓된 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저를 시민의 이익을 가로막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모멸감과 분노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래서 나는 선대로부터 이어져오는 전통과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의 명예를 걸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제 통영시의 보도자료 내용들은 사실 무근합니다. 의도적인 왜곡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통영시의 주장에 대한 저의 답변은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저는 도로개설 문제가 대두된 이후 지금까지 통영시에 전통의 모습 그대로 작업하고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는 소망 외에 지원요청이나 민원 요구를 한 적이 없습니다. 둘째, 강제집행이 있기 전까지 통영시는 저에게 보상비를 제시한 적은 있지만 공방 이전에 대한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셋째, 저는 통영시에 집을 비워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더욱이 입장을 바꾼 적도 없습니다. 먼저, 시가 주장하는 민원 요구사항에 대한 사실관계와 나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현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저는 그간 공방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다만, 강제집행이 일어난 다음 날인 5월 31일과, 6월 1일에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시청 담당자가 방문하였을 때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소반 제작 작업을 하고 있는 곳이고 40년 이상 된 기와집은 수리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있는데 하물며 그보다 더 오랜 된 한옥을 무조건 허물어서 되겠느냐. 거기다 이 공간은 주거와 작업공방이 같이 있는 옛날 통제영 저자거리의 공방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마지막 건물이니 보존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은 있습니다. 2. 보상가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시청의 주장도 거짓입니다. 나는 단 한 차례도 보상가에 대해 언급한 적도 그 어떤 의견을 피력한 적도 없습니다. 2014년 국가무형문화재 시험을 앞두었고 시험에 집중하는 것이 너무나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한 적은 있습니다만 시는 내 사정을 무시하고 명도소송을 감행하였습니다. 재판에서 보상비를 정해주었지만 나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로서 유일하게 남은 통제영의 마지막 공방을 지키는 것이 절실하기에 사실상 보상비를 따지고 살필 여력도 없었고 관심가질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둘째, 시·문화재청 대안 제시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셋째, 저는 통영시에 집을 비워주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며 더욱이 입장을 바꾼 적도 없습니다. 나에게 국가무형문화재는 명예가 아닙니다. 예전에도 여러차례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사라져가는 전통을 전승하겠다는 사명감의 다른 표현입니다. 나에게는 전통을 지키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 전통의 모습 그대로를 후세에 이어주고자 하는 단 하나의 소망뿐이었습니다. 나는 현대공예가가 아닙니다. 전통공예는 기술 가진 내 몸이 살아있고 좋은 연장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고유한 장소와 전통이 살아있는 그 장소를 지키기 위해 지금껏 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인 자리였고, 교육적인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5백억이 넘는 막대한 돈을 들여서 통제영 건물들을 복원한 통영시는 여러분이 서 계시는 바로 이 자리에서 통제영 저자거리의 마지막 남은 문화원형인 공방을 강제로 철거하려고 인간문화재인 나의 인격을 모독하고 모멸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모든 어려운 심사와 시험의 과정을 통과하고 고군분투 끝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아 오던 그 때, 통영시는 명도소송장으로 축하를 대신했습니다. 그런 통영시가 이제는 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국가무형문화재인 나를 한낱 이익때문에 떼를 쓰는 악성 민원인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내가 당사자이긴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어떤 개인적인 이익이나 보상, 지원을 바란 적이 없습니다. 나를 단지 내 집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수관이나 하나 얻을 속샘으로 주민의 안전을 볼모로 잡고 있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고 있는 통영시의 처사에 심각한 모멸감을 느낍니다. 통영시는 처음 이 일대에 도로공사를 하면서 소방도로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공방 양쪽으로 이미 길이 났고 당장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공방 앞으로도 소로가 있고 윤이상 기념관 옆 도로로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긴급 상황에서 소방차나 구급차가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소방도로를 낼 명분이 없습니다. 소방도로는 30m만 확보되면 기능이 충족되는 소방도로 역할이 이미 완료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통영시가 새로 들고 나온 핵심 이유가 공방 일대가 상습침수 지역이란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을 침수지역으로 만든 것은 통영시청입니다. 시가 90년대 만복아파트 건설 때 하수구를 꺾어 돌려버리고 복개를 해버린 탓입니다. 그 때 내가 4년간 싸웠습니다. 시청에 찾아가서 담당자를 찾으면 항상 관내 출장이라고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동사무소에도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비가 많이 오면 침수가 되지만 이 일대에서 침수 피해를 보는 곳은 내 집, 내 공방 한 곳 뿐입니다. 유일한 침수 피해자인 나는 침수 돼도 좋으니 그냥 역사와 전통이 묻어있는 이 공방에서 살게 해달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강제 철거를 하려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환자가 발목 통증이 조금 있어도 참으며 살겠다는데 돌팔이 의사가 고통을 없애기 위해 발목을 잘라주겠다고 덤비는 꼴입니다. 참으로 화가 나고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도로개설에 따른 철거와 법정공방, 강제집행까지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몇 번이고 목을 놓아 울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슬픔을 토로하기 위해 여기 여러분을 모시고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국가적 차원에서 사라져가는 문화유산과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 원형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긴 시간 경청하여 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전하며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2016년 6월 8일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 추용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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