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초저출산과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1분기에는 0.81명,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0.70명, 4분기에는 0.6명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다. 이런 추세라면 2023년 인구 5167만 명이 50년 이후 2072년에는 3622만 명으로 1544만 명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학자들은 한국이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2023년 11월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8.9%다. 아울러 2024년은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가 도래한다. 그리고 노인인구 비율이 2040년 34.3%에서 2072년에는 47.7%까지 급증하여 국민 절반이 노인인 국가가 된다.
이와 동시에 일할 나이의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서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3738만 명에서 2050년 2519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연령인구의 대폭적 감소는 급속한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성장률이 2020년 평균 2%에서 2040년에는 0.8%로, 2060년부터는 -0.1%로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사회복지 분야에도 위기가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사회복지 인력이 대폭 줄면서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현재도 노인요양원 등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는 심각한 요양보호사 구인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인구고령화 등 사회복지 환경 변화에 탄력적인 대책이 필요한 사회복지시설이 각종 규제로 인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문제다. 예를 들어 경직된 시설 위·수탁 절차와 규제, 사회복지시설 시설장과 종사자 인건비 지원연령 규제, 종사자 경력인정 범위 규제 등을 들 수가 있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던 차다.
○ 사회복지시설의 범위는?
사회복지시설은 사회복지사업법 제2조에 따른 사회복지사업을 할 목적으로 설치된 시설을 의미한다. 즉, 사회복지사업은 원칙적으로 동법 제2조제1호에 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32개 개별법령에 의한 보호 및 선도 또는 복지에 관한 사업과 사회복지상담, 직업지원, 무료 숙박, 지역사회복지, 의료복지, 재가복지, 사회복지관 운영, 정신질환자 및 한센병력자의 사회복귀에 관한 사업 등 각종 복지사업과 이와 관련된 자원봉사활동 및 복지시설의 운영 또는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에 따르면 2023년 11월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시설 수는 이용시설이 2만3011개소, 생활시설이 1만275개소, 기타시설 1948개소로 총 3만5234개소에 이른다. 또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수는 이용시설이 24만5234명, 생활시설이 18만5844명, 기타시설 4333명 등 43만5382명이 근무하고 있다.
○ 2024년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 개정안, 어떤 내용 담겼나?
보건복지부는 매년 사회복지시설 관리안내서를 발간하여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에 배부하여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기초가 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 안내서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매년 현실에 맞게 개정 및 보완하고 있다. 이번 2024년 사회복지시설 관리 안내의 주요 개정사항은 특별히 그동안 사회복지 현장을 옥죄어 온 규제를 개혁하는 내용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지침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사회복지시설 위·수탁 절차 및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부담 금액을 수탁자 선정기준에 포함되지 않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고, 수탁심사 기준을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의 의결을 받는 것을 절차 중복으로 보아 폐지하도록 완화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비영리법인(사회복지법인 포함)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과도한 재정을 부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법인 전입금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도록 했다. 아울러 다수의 시설을 운영 중인 법인의 경우, 특정 시설에서 받은 행정처분이나 벌칙을 나머지 모든 산하시설의 위·수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둘째,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는 연령상한을 시설장은 정년을 70세로, 종사자는 65세로 5년씩 늘렸다. 다만 60세 이후 호봉승급은 없다. 고령화사회에 사회복지시설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근로기회를 연장하기 위한 방안이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정년이 차이가 있는 것은 시설장의 경우 풍부한 경험과 학식, 경륜을 필요로 하는 자리이며, 수탁법인이 변경될 경우 시설종사자는 고용승계가 가능하지만 시설장은 임기제로서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 점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시설장 상근의무 삭제 및 시설운영위원회 위원 기준을 완화한다. 시설장은 상근의무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겸직이 가능하며, 상근의무 위배 여부는 관할 지자체와 협의하도록 권고했다. 사회복지시설 운영위원은 당초 시설장의 친인척, 설치운영 법인의 임원 등 특수 관계가 명확한 자를 위촉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으나, 복지부 추진안에는 시설 설치운영자 또는 시설장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인척으로 특수관계의 범위를 특정했다.
○ 사회복지 현장의 반응은?
이 같은 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관리안내 개정 추진에 대해 대부분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19일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자원과 주관으로 실시된 간담회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사회복지법인협회, 관련 직능단체·협회, 각 종단을 대표하는 종교관련 협회 등이 모여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쳤다. 이날 참여한 대다수 단체는 보건복지부 추진안에 찬성했다. 이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전국 16개 시도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이 공동으로 보건복지부의 개정안 의견수렴을 적극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만 반대하는 의견을 내는 곳도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참여연대 등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사회복지시설의 민주적 운영과 공공성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규탄대회를 갖기도 했다.
대부분 일선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규제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건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반영한 이번 개정안은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복지 현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하는 개정안, 위기를 기회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의 초저출산율과 인구 고령화로 인하여 사회복지 현장에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복지서비스의 수요는 급증하는데 반하여 사회복지 인력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이는 복지서비스의 질적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향후 급변하는 사회복지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