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4시 40분쯤 AP 통신 기사 중심으로 사고 경위 등을 업데이트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스무 살 여대생에게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하프돔 정상을 오르는 일은 버킷 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애리조나 곳곳을 하이킹했던 아빠와 함께 정상을 발 아래 두는 감격을 나눈 지 10분도 안돼 폭풍우를 피해 하산 길을 서두르다 케이블 구간에서 미끄러져 무려 91m 아래로 추락, 목숨을 잃고 말았다.
비운의 주인공은 애리조나 주립대 재학 중인 그레이스 로로프라고 AP 통신이 현지 매체 SFGATE를 인용해 25일 전했다.
그레이스는 부친 조너선과 함께 제한된 일일 등반 허가를 얻어 꿈에 그리던 하프돔 등반에 나섰다. 피닉스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요세미티까지 왔다.
하프돔은 해발 고도 2682m에 자리하고 있으며 표고 차 1463m의 정상까지 왕복하는 데 26km정도 걸어야 한다. 정상 아래 마지막 122m는 난간 구실을 하는 철재 기둥으로 지탱되는 케이블 선을 붙잡고 오르내리게 돼 있는데 그레이스가 이곳에서 참담한 비운을 맞았다.
조너선은 한 레인저로부터 폭풍우가 예보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때때로 먹구름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케이블 구간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맑았다. 그리고 정상에서는 멋진 파노라마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먹구름이 갱단 단속하는 경찰 강력반원들처럼 몰려왔다. 난 ‘우리 이제 내려가야 해. 여기서 한 방울의 비도 맞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라고 생각했다. 글자 그대로 난데 없이 몰려왔다.”
부녀는 비가 퍼붓기 전에 케이블 구간을 내려가 하산하려 했다. 하지만 앞 사람들 때문에 느려졌다. 강한 빗줄기 때문에 바위는 아주 미끄러워졌다. 갑자기 그레이스의 발이 허공에 붕 떠버렸다.
조너선은 “딸애는 내 오른쪽에서 옆으로 미끄러졌을 뿐인데 산 아래로 떨어졌다. 너무 빨리 일어난 일이었다. 난 손을 뻗으려 했는데 딸애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가 케이블 구간의 바닥에 내려선 뒤 위를 올려다 봤더니 너무 가팔라 딸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계속 딸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구조대원이 딸의 시신을 옮겨왔고 부친은 나중에 검시의로부터 그레이스가 머리 골절로 중상을 입었으며 추락하며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버지는 "그레이스는 참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였다"며 "그 아이는 자신의 얘기를 세상 사람들이 들어줄 만한 자격을 갖춘 아이였다"고 슬퍼했다.
SFGATE는 2006년 이후 하프돔에서 비에 젖은 길을 걷다 추락해 목숨을 잃은 사망자가 적어도 6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전날 NBC 뉴스는 그레이스가 대학에서 교육학 학위를 이수할 계획이었으며 자신이 졸업한 밸리 루턴 고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이 고교는 오는 27일 그레이스의 짧은 삶을 돌아보는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NBC 뉴스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관리들에게 왜 조너선의 죽음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너선은 하프돔 케이블 구간이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 현지 KPNX 방송에 털어놓았는데 과거에도 다른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님 지구(God's Earth)의 아름다운 조각을 더 안전하게 구경하되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요세미티 케이블 시스템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딸이 바라고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