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학습장애가 아닌지 의심됩니다.
안녕하세요. 모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저희 소속 아동 중에 학습장애로 진지하게 의심되는 아이가 있어 급하게 상담드립니다.
저희 아이는 1학년 때부터 센터를 다녔습니다. 그 당시 한글을 전혀 몰라 구몬한글, 센터한글지도를 병행했습니다. 한글을 너무 느리게 배워서 그때부터 아이가 학습에 좀 뒤쳐진다는 생각은 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시간이 지나고 2학년, 이제 3학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글을 유창하게 읽지 못합니다. 3학년이 된 지금은 느리지만 어느 정도 읽을 줄은 아는데, 속도가 다른 또래에 비해 매우 느립니다.
전반적으로 국,영,수 모두(수학 일부분은 제외, 각도, 도형, 큰수 등은 또래와 비슷함) 다른 또래들에 비해 습득속도가 매우 느리며, 문제풀이 속도도 느리고, 이해도도 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단 학습장애로 의심이 되는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단기기억력이 안 좋습니다.
센터 영어수업시간에 단어 10개의 발음, 뜻을 알려주고 30분 동안 쓰면서 외울 시간을 줍니다. (early, many, sand 같은 단어) 30분간 단어를 쓰면서 외웠는데도, 1-2개 겨우 맞는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1시간 뒤에 다시 물어보면 기억하지 못합니다. 독서를 할 때 저한테 '피톤치드'라는 단어를 가리키며 물어봐서 3번 정도 같이 '피톤치드'라고 읽어보고 뜻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뒤에 독후감을 쓸 때는 또 피톤치드라고 쓰지 않고 맞춤법을 틀리게 적었습니다.
2. 글을 쓸 때 맞춤법, 띄어쓰기를 매우 어려워합니다.
독후감을 쓸 때 맞춤법 및 띄어쓰기를 교정해줍니다. 어려움 겹받침(ㄶ,ㄵ) 이나 이중모음(와, 얘) 가 아닌 아주 쉬운 소리의 단어들도 잘못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ex) 범인->법인, 궁금하다->굼금하다, 분리수거->불리수거 등 이것도 제가 가리켜서 설명해주면 이해를 하지만 먼저 발견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띄어쓰기도 단어와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를 헷갈리는 게 아니라, 음절과 음절 사이의 띄어쓰기도 헷갈려합니다. ex) 나와 이야기 안 할래?-> 나와 이야기 안 할래?
3. 문장이해능력이 낮습니다.
팔각형을 사각형 세 개로 나누었다 vs 팔각형을 사각형으로 세 개로 나누었습니다. 두 문장의 차이(조사 중복)를 설명해주었는데 잘 이해하지 못했고,심지어 제가 두 문장을 반복해서 이야기했을 때 "-로 가 들어가는데.. 팔각형으로? 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며 방금 이야기한 문장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4. 시계를 잘 읽지 못합니다.
아동이 저학년일 때부터 계속 아날로그 시계를 읽지 못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아주 저학년일 때는 디지털 시계도 읽는 것을 어려워했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시', '분' 모두 읽지 못했으나, 지금은 '시'까지는 구분하고 '분'은 아직 정확히 읽지 못합니다.
ex) 현재 시각 11시 47분인데, "11시...42?43분이에요." 라고 대답합니다.
숫자 9가 '45분'을 가리키는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학습장애라고 생각한 이유는, 아동의 지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희 센터에 있는 아이들 중에 이 아이가 창의력, 공간 지각력 등은 제일 뛰어난 편입니다. 공예교실, 미술교실에서도 제일 큰 두각을 드러내며 운동능력 또한, 또래들에 비해 월등히 좋은 편입니다.
또한, 읽기,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말할 때는 또래 수준 이상의 어휘를 구사하며 어른들과도 막힘없이 대화합니다.
또한, 학습할 때는 집중력이 매우 산만하여, 5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허공을 응시한다거나, 책을 봐도 다른 생각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좋아하는 공예활동이나, 조립활동을 할 때면 1-2시간은 거뜬히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에 관해서는 너무 걱정이 되어 혹시 학습장애가 아닌가 싶어 객관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답변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입니다.
학습장애관련하여 질문을 주셨네요. 정상적인 지능을 갖추고 있고 정서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능수준에 비해 현저한 학습부진을 보이는 경우에 특정학습장애로 진단되어 평가됩니다.
특정학습장애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되는데 읽기 손상의 경우, 부정확하거나 느리고 힘겨운 단어 읽기와 읽은 것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합니다. 난독증도 이에 해당합니다.
쓰기 손상의 경우, 철자의 오류가 많고, 반복된 학습에도 불구하고 철자의 혼란이 교정되지 않으며 문장을 쓸 때 명료하지 않고 구조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학 손상의 경우, 기본적인 연산 및 수학적 추론에 있어서 지속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정학습장애가 있는 경우 기대되는 수행능력과 실제능력 사이에 차이가 커서 상대적으로 대인관계나 자아개념이 불안정하고 비현실적으로 높거나 낮을 수 있습니다.
또한, 매우 짧은 집중력의 폭을 보이며 작은 주변의 자극에도 민감하고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어, 문어 이해 및 철자오류 등 사용이 또래와 비교하여 적절하지 않아 지시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 의사소통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억 및 사고의 심리과정의 문제로 인하여 지시사항을 잘 잊어버리거나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하여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초등학생 3학년까지, 부정확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단어읽기, 읽은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 철자오류,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미숙함, 단순 연산 값이나 덧셈 뺄셈 등의 연산과정을 기억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읽기나 쓰기 어려워하여 피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4~6학년의 경우 수학적 추론에서의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위의 내용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DSM-5 기준으로 특정학습장애로 진단될 수 있으며 학습부진이나 학습지진과는 질적으로 다르게 구분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주로 읽기 기술이 부족할 때 학습장애로 나타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할 내용이 많아지고 그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기억 및 인지를 활용해야 하는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선생님께서 아동에 대해 자세하게 관찰해 주셨습니다. 센터에 있는 아동들 중에 창의력,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고 미술 및 운동에도 또래와 비교하였을 때도 큰 두각을 드러내며 읽고 쓰는 능력과는 다르게 능숙한 언어를 사용하여 성인과도 막힘없이 대화를 하는 것이 관찰되었기 때문에 아동의 지능에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관찰하고 적어주신 관찰 내용으로 보았을 때 특정학습장애로 의심되어지는 부분이 있으나 장애로 진단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해야하기 때문에 생활연령에 기대되는 수준보다 현저하게 양적으론 낮으며 아동의 학업적수행이 일상생활을 현저하게 방해한다는 것이 주관적인 관찰뿐만 아니라 학습기술이 표준화 된 성취도 검사 및 종합심리임상평가 등 객관적인 도구들을 통해서도 반드시 확인되어야 합니다.
특정학습장애는 유전, 뇌손상, 교육환경 및 교육방법, 가정불화 등이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정학습장애로 진단되는 경우 학업성적 부진, 낮은 자존감, 사회기술 부족, 사회적 위축, 공격적 행동을 드러내며 ADHD, 품행장애, 우울 장애, 반항장애 등으로 발달되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여 예방하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우리아이를 위한 TIP!>
특정학습장애는 크게 읽기영역과 쓰기영역, 수학적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읽기는 학업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습장애라 진단된 아동들의 약 80%가 읽기장애를 보입니다.
>> 읽기장애의 특징
읽기능력은 다양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데, 즉 단어를 시각적으로 전체적인 형태로 인지하는 단계에서부터 단어 각각의 소리를 분석하고 순서화시키고, 특별히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도 상세한 내용까지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단계로 발달되어 갑니다.
읽기영역에서 장애를 보이는 아동들은 다양한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일반적인 읽기 능력 발달 속도가 느린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읽기 양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읽기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책을 너무 가까이서 보려 하거나, 무언가 읽을 때 불안해하고, 거부하며, 매우 천천히 단어를 하나씩 하나씩 읽어 내려가기도 합니다.
학령기가 되면 초기부터 이런 읽기 능력은 학교 과정을 통해 매우 중요시되기 시작하고 특히 학령 후기가 되면 복잡한 이해력이나 문어적 표현 기술의 발달은 물론 과학, 사회와 같은 교과목의 내용을 학습하는 데 기초가 되기에 글을 잘 읽지 못하거나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생각하는 바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학습장애 아동들은 심각한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욱 복잡한 이해나 문어적 표현, 수학 등이 요구됨에 따라 또래들과 점차 격차가 커지게 됩니다. 아동은 실패 경험이 잦아지면서 성취욕구가 떨어지며 다른 또래들과의 어울림이 줄어들게 됩니다.
>> 쓰기장애의 특징
쓰기능력은 언어발달 중 듣기, 말하기, 읽기 능력을 획득한 다음 발달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 단계 중 학습 능력에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면 대부분 쓰기장애로 이어지게 됩니다.
쓰기는 단순히 글자를 쓰는 수준에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수준 높은 능력까지 그 범위가 다양합니다. 쓰기 영역에서 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글을 쓰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고 손에 매우 힘이 들어가 있으며 자신의 필체를 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고통스러운 쓰기 작업이 사고의 과정을 방해하기 때문에 생각을 글로 적어야 하는 경우 어려움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쓰기영역에서 장애를 보이는 아동들이 겪게 되는 오류는 불필요한 글자를 삽입하는 것, 글자를 생략하는 것,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것,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 모음을 다르게 적는 것 등으로 다양합니다.
문헌출처: 정신건강론, 양서원 (이향숙,김 경우,오영림,윤매자,이희정,정선화,조수정 공저,2017)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가능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이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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