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혹은 어떤 특별한 지향으로 미사를 바쳤다고 할 때, 꼭 미사예물을 내야 그런 미사를 봉헌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오늘날 미사예물의 사전적 의미는,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에게 주는 예물을 뜻합니다. 예물을 주는 신자는 사제에게 특별한 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봉헌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고, 사제는 그 지향에 따라 미사를 봉헌합니다(가톨릭 대사전, ‘미사예물’ 참조).
그러니 이런 의미라면, 미사예물을 가져와서 특별한 지향을 밝혀야겠지요. 우리는 보통 본당 사무실에 가서 봉투에 봉헌금을 넣고 봉투 겉면에 지향을 써서 제출하는 식으로 지향을 알립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과 함께 이 지향에 마음을 모아 미사를 봉헌하게 됩니다. 마음을 모아야 할 것에 공동체가 함께 하는 모습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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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미사 중 신자들이 헌금하고 있다. ⓒ강한 기자 |
역사적으로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바쳐진 미사예물(성찬 전례를 위한 빵과 포도주 외의 다른 예물들)의 실제적인 기능은 미사 뒤에 고아, 과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그리스도교가 박해의 시대를 벗어난 후 신자가 늘어나면서 요즘처럼 말씀의 전례 뒤에 하듯, 예물 봉헌 행렬이 생겼습니다.
각 교회 공동체는 이렇게 모인 예물을 교회 운영과 교회를 위해 일해 주는 이들, 가난한 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미사예물은 “교회의 선익에 기여하는 한편 이 예물 제공으로써 교회의 교역자들과 사업을 지원하는 교회의 배려에 참여”(교회법 946조 참조)하는 의미를 띠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사지향을 위해서 반드시 미사예물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법(945조 2항)에서는 미사예물이 없을지라도 특정 지향을 가지고 미사를 원하는 신자가 있다면, 특히 가난한 이들의 지향에 따라 미사를 봉헌할 것을 사제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반적인 법규 하에 각 지역 주교회의는 지역 배경에 따라 미사예물에 관한 규정을 알맞게 정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특별히 지향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형편상 그럴 수 없는 이들은 사제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입장 바꿔 이야기하면, 미사 예물을 받는 이는 미사예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게다가 종종 이 정도를 넘는 천사 같은 미사 주례자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천사 같냐고요? 그는 미사의 시작부분에 있는 인사말을 통해 미사에 참례하는 이들이 각자 지향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청하자고 초대하고 신자들의 그런 마음을 모아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라서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런 천사를 만난 경우, 미사 주례자가 미사예물을 받은 미사 지향은 공적인 것, 미사 참례자 각자의 미사 지향은 사적인 것이 될 것입니다.
마음으로 바쳐 올리는 것을 공적이다 사적이다를 가지고 하느님께서 듣고 말고를 따지지는 않으실 겁니다.
설령 사제가 신자들의 개인적 차원의 미사지향을 함께 기도하자고 유도하지 않았다 해도 누군가를 기억하며 기도해 주고 싶어서 마음을 잡고 미사에 참여하셨다면, 그 누군가를 위해 미사를 봉헌했다고 말씀하셔도 좋겠습니다.
당연히 참례해야 하는 주일미사나 대축일 미사가 아닌 평일미사에 참석하여 (그러니까 특별히 시간을 내어) 기도해 주는 것은 더욱더 의미 있게 보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적인 지향보다는 가능한한 공동체가 함께 마음을 모으는 노력이 중요해 보입니다.
게다가 액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닌 만큼, 마음으로만 미사지향을 할 것이 아니라 작은 정성이라도 봉헌해 주신다면 교회의 다양한 일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미사예물이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매우 새롭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하느님, 우리의 비참을 돌보소서.
박종인 신부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