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 중국 운남성 여강 옥주경천 트래킹 - 망설봉 대협곡>
가장 가까이서 본 옥룡설산
- 중국 운남성 여강 옥주경천(玉柱擎天) 트래킹
내가 설산(雪山)이 되는 곳, 옥룡설산 망설봉 대협곡으로 가는 길
중국 운남성 여강고성에서 옥룡설산 방향으로 차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옥호촌을 출발하여 해발 5,100m 망설봉대협곡까지 이어지는 옥주경천 트레킹 코스는 만년설에 덮인 옥룡설산의 주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길이다.
유람 궤도를 벗어나 산악 궤도로
‘저 높은 봉우리에서 바라본 세상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해발 5000미터급 봉우리에 오른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체력 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그 정도 높이의 산이라면 누구나 저 머나먼 히말라야를 떠올리며 고개를 젓는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
하지만 여기 그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옥룡설산 아래 첫 마을, 옥호촌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마을 어귀에 있는 마방에서 말에 오른 뒤 돌담으로 둘러싸인 수많은 골목을 유람하거나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한가로이 거닐게 된다. 그러나 좀 더 특별한 체험을 원하는 적극적인 여행자들은 관광 궤도를 벗어나 설산으로 이어진 오르막길, 바로 옥주경천트래킹코스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옥호촌 마방(해발 2,900미터)에서 출발하여 산을 향해 1000여 미터 이상을 더 오르는 3시간 동안 말 위의 여행자들은 아다락과 메밀밭, 그리고 마황패를 거치며 원시자연의 울창한 숲길을 만끽할 수 있다. 그 사이 사람을 위한 휴식과 말을 위한 휴식을 한 차례씩 나눠가진 뒤 드디어 중간 경유지인 전죽림에 이르면 해발 3,980미터의 꿀맛 같은 점심식사가 기다린다.
트래킹으로 마황패까지 도착한 사람들 말에서 내려 점심을 먹는 전죽림 쉼터
해발 5100, 몸에 새겨지는 고도
전죽림의 황홀한 점심식사가 끝나면, 이제 여행자들은 그때까지 타고 왔던 말들과 이별하게 된다. 지금부터 목적지인 망설봉대협곡까지 약 1000여 미터는 오로지 자신의 두 다리로 올라야 한다. 그러나 두려워할 것은 전혀 없다. 초등학생 소년이 엄마 손을 잡고 오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이며 쉬고 싶을 때는 언제라도 주저앉아 등 뒤로 펼쳐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호흡을 세며 걷다 보면 모래와 자갈이 물처럼 흘러내리는 비탈을 만나게 된다. 유사파(流沙坡)라 불리는 이 비탈은 수만 년 전 빙하가 흘러내린 자국으로 지금은 빙하 대신 모래와 자갈이 그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식물성장한계선이며, 고산 지대에서만 사는 야크 떼가 노닐고 있다.
트래킹 코스에서 만나게 되는 야크들 유사파를 지나며 잠시 휴식
유사파를 네 발로 통과하고 나면 노새의 등처럼 생긴 ‘나비파’를 지나 해발 4,500미터의 충초파(虫草坡)가 나온다. 충초파는 나시족 사람들이 동충하초를 채취하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처럼 부드럽고 산처럼 강한 나시족들은 동충하초를 캐기 위해 며칠, 혹은 몇 주일씩 이렇게 산 위에 머물곤 한다.
지금까지 정상만 바라보고 거친 숨을 내쉬며 올라왔다면 녹설해(綠雪海)에 이르러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도 좋다. 어떤 이는 초록빛 얼음이 깔려 있다고 해서 녹설해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여름에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초록 식물들과 설산의 흰빛이 어우러진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산 위의 이 아름다운 풍경에서부터 여행자들은 능선을 따라 여유롭게 걸으며 옥룡설산의 신비로운 장관을 끝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이 바로 옥주경천트래킹의 최종 목적지인 망설봉대협곡(5,100m)이며, 옥룡설산의 눈 덮인 주봉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녹설해를 지나 최종 목적지인 망설봉 대협곡으로 오르는 길
해발 5,100미터, 이 고도의 숫자를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몸에 새겨지기 때문이다.
당신은 신의 고도를 떠나고 있습니다.
망설봉대협곡에 오르기 전까지는 여행자였지만, 하산할 때는 산악인이 되어 내려간다. 몸은 해발 5,100미터의 고도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나시족의 성산인 옥룡설산의 주봉을 코앞에서 목격했던 그 느낌도 결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산 길에는 옥호촌과 저 멀리 여강 시내까지 모두 내려다볼 수 있다.
중간경유지인 전죽림까지 내려오는 2시간 동안 발아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뭇 달라진 듯하다. 설산 아래 거대한 규모로 지어진 부채꼴 무대는 거장 장이모우 감독의 집체극 <인상여강>의 상설공연장이다. 운이 좋으면 4백여 명의 소수민족들이 펼치는 장대한 공연을 가장 높은 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장 골프 코스(8,548야드), 옥룡설산 GC
옆으로 길게 뻗은 초록 평원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 길이’로 기록된 골프장이다. 해발 3,200미터의 그린에서 샷을 날리는 기분은 어떨까? 실제로 골프를 쳐본 사람들 얘기로는 공이 새처럼 멀리 날아간단다.
출발지였던 옥호촌과 멀리 아득하게 펼쳐진 여강 시의 모습도 오르기 전과는 약간 다른 느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전죽림에 이르러 커피와 컵라면, 그리고 당신을 다시 인간세계로 태워다 줄 말들이 기다리고 있다.
옥룡설산은 운남성 일대의 다른 설산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보호 조치에 따라 주봉 등반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등반금지령을 내리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산 자체가 허락하지 않았다. 이 지역의 모든 설산은 성산이며, 그 자체가 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단체 패키지 코스의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해발 4,680미터 지점까지만 접근이 가능할 뿐이다.
케이블카로 저 구름을 뚫고 올라오다 단체 관광 코스에서 갈 수 있는 최대 높이
옥주경천 트래킹 코스를 통해 밟게 되는 해발 5,100미터, 그것은 아마 옥룡설산이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고도의 한계선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 지점에 두 발로 서있었다는 짜릿한 기억으로 인해 나의 삶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다.
옥주경천 트래킹 코스를 출발하면서 보게 되는 옥룡설산(5,596미터)의 모습
코스 소요시간
옥호촌 마방을 출발하여 해발 5,100미터 망설봉대협곡까지 갔다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휴식과 식사시간을 포함하며 총 11시간이 소요된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옥룡설산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해가 떠있을 뿐만 아니라 나시족 마을에서의 풍부한 만찬을 즐길 시간도 남아있는 셈이다.
어디서 묵을 것인가?
옥주경천 트래킹을 위해 여강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선택에 따라 다양한 장소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먼저 옥주경천 트래킹이 시작되는 옥호촌의 객잔에서 묵을 경우, 걷거나 말을 타고 나시족 전통마을인 옥호촌 및 주변의 옥주경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비교적 여유롭게 일정을 잡았다면 옥호촌에서 30여분 거리의 여강고성이나 수허고성, 혹은 시내의 각종 호텔을 이용하며 더욱 다양한 관광을 체험할 수 있다.
여행 Tip
한국이나 현지 여행사를 통하여 한국말 통역과 안전한 안내가 가능한 현지 트래킹 전문가이드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 (현지 가이드와 협의하여 코스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
옥주경천 트래킹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은 바로 도보 트래킹이 시작되는 전죽림에서의 점심식사일 것이다. 해발 4000여 미터의 고도에서 먹는 된장찌개와 김밥, 과일, 커피, 컵라면의 맛은 이전에 느꼈던 맛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옥호촌의 객잔에서는 나시족 전통 음식인 야크티와 빠바(빵)의 특별한 맛을 체험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골프를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에게는 망설봉대협곡에서 하산할 때 보았던 옥룡설산 골프장을 이용해보기를 권한다.(골프 장비 일체 대여 가능) 아니면 바로 옆에 위치한 옥룡설산 대공연장에서 장이모우 감독의 집체극 <인상여강>을 관람하는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이 글은 나노끄의 카페 '여강이야기'에 올린 글입니다. ^^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한달 후에 가는데 벌써 설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사진이 안보여서 조금 아쉬어요~^^
사진 다시 올렸습니다. ^^ 그리고 www.lijiangstory.com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홍콩이랑 교통편은 어떤지요?? 동남아랑 같이 생각중입니다 윈난성요
언제나 한 번 가볼까. 중국여행한 지 어언 5년이 다 되어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