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감사드리자고 초대한 다음 사제는 이제 본격적으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감사 기도의 시작 대화부터 ‘거룩하시도다’ 전까지 바치는 이 기도를 ‘감사송’이라고 합니다. 감사송의 내용은 전례 시기나 미사의 성격에 따라 바뀌는데, 주로 주님께 감사드리는 것이 하느님 백성의 의무라는 사실을 알리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사순 감사송 1)
사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이 기도를 바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림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말하며 감사 기도에 동참하고자 하는 원의를 드러낸 백성 전체를 대신하여 사제가 드리는 것입니다.
이어서 그 미사의 주제와 연관된 본 내용이 나옵니다. 하느님의 창조를 두고 감사드리거나, 전례 시기나 축제일에 따라 그리스도께서 하신 구원 활동의 특정 측면을 강조하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성탄 시기에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사실에 감사 드립니다. 성주간에는 예수님께서 사탄에 승리하신 때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합니다. 부활 시기에 사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신 영원한 생명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이 모든 기도는 하느님 구원 계획의 핵심, 곧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감사송으로 감사 기도를 일단락한 다음 사제와 교우들이 함께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합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어느 날 환시 속에서 어좌에 앉아 계시는 천상 임금님을 보게 되는데, 그분의 위엄이 성전을 가득 채우고 얼굴을 가린 천사들이 서로 주고받으며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고 있었습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이사 6,3). 사도 성 요한도 비슷한 체험을 합니다. 어느 주일에 그는 성령께 사로잡혀 천상 전례에 관한 환시를 보는데, 날개가 여섯 달린 천상 생물이 하느님의 어좌 앞에서 이사야서에 기록된 것과 비슷한 찬양의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묵시 4,8).
그러므로 ‘거룩하시도다’를 노래하는 것은 우리도 이사야나 요한과 같이 천상 전례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하늘의 천사들, 성인들이 드리는 찬양의 노래에 결합시켜, 우리도 그들처럼 왕 중의 왕이요 모든 거룩함의 원전이신 주님, 제대 위에 현존하게 되실 주님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거룩하시도다’의 후반부에서 우리는 예루살렘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했던 군중의 환호를 따라 합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받으소서.” 이 두 표현은 큰 축제일에 성전으로 올라갈 때 부르던 순례의 노래인 시편 118에 나옵니다. 예루살렘에 모인 군중이 거룩한 도성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시편에 나오는 말로 환영했듯이, 우리도 성당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그분은 이제 곧 제대 위 성체와 성혈 안에 현존하시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