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안녕, 보고 싶은 밤이야
운전은 전진보다 후진이 어렵고
마음은 채움보다 비움이 어렵다는데
나는 이별보다 사랑이 더 어려웠다
마음속 빈방들이 평수를 줄여가고
하루 한 끼에 감사한 날이 많아
아직 청춘인 것을 실감할 때면
뜬 눈으로도 별을 더듬던 손은 노랗게 시들어갔다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지 못한 새벽
그래, 당신은 추락했고
나는 추했다
세상에 대한 선언이니
우주를 초월한 관찰이니
모두 근사한 이름이었으나
결국 하나의 인간임을 깨달았을 때에야
감탄이 엎질러졌고, 나는
사랑해서 이별한다는 말을 이해하기엔 어렸으며
사랑해서 이별한다고 말하기엔 너무 어른이었다
나의 이십대는
다만, 사랑하고 싶었다
다치지 않을 만큼만
/자각의 역설
내가 생각해도 낯선 감정이
다시 생각해도 낯선 하루 끝에
툭, 놓여있었다
주워 담기에는 늦었고
돌아가기에는 멀어서
창 너머로 소리 없이
먼 곳만 바라보았다
/낯선 하루
그저 기다리면 언젠가
그래도 한 번은 올 것 같아
세월이 나를 놓칠 때까지
당신 이름 붙들고
외마디로 식어갔습니다
그립습니다
그러나 두렵습니다
당신 없이도
당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내가
/외마디 그리움
k에게 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애인은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k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피식,웃으며 말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하늘의 별을 따다줄 수 있느냐고 물었어
모두가 그러겠다고 답했는데
단 한 명만, 이렇게 말했어
"매일 그 별을 함께 바라볼게"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아직도 그 애가 생각나
/별
지나간 과거에
자신을 가두지 말 것
빈틈없이 어둡고
철저하게 외로워도
여전히,
너는 누군가의 내일이란 것을
잊지 말 것
/여전히
마침내 펼친 다음 장에서
기필코 손끝을 베이는 것처럼
이별은 왔다
이탈하는 믿음을 쥐고
간신히 울었다
아무개는 오늘 그랬다
기준은 아직도 멀고, 밤이면
눅눅한 마음별 주저앉아
아무 이름이나 적어 기도하고
망설이다 덮었다
/이 별을 지우는 법
너의 눈맺음 한 번에
밤하늘 모든 별이 실명했다
하늘에서 너만 빛났다
/실명
끝을 끝없이 보다 보면
멀어지는 것들이 있다
여전히라고 말하기엔
여정이 너무 길었을까
간혹 그런 생각이
나의 도착을 지운다
내가 떠난 것이 있었던가
돌아가야 할 곳마저 잊는다
돌아가야 할 곳은
이미 나를 잊어서
그림자도
내 발끝은 망설인다
/여전히라고 말하기엔
네가 없는 계절에서
너의 소식을 주저한다
맞닿을수록
붙잡을수록
다잡을수록
그리움은
멀어지는가,
왜
달력의 이마에 생긴 부스럼을
새벽의 어스름이 더듬는다
너는 아프지 않다
너는 아프지 않다
너는 나쁘지 않다
그리움은 죄가 없단다
/아프지 않다
옷깃을 여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당신은
내 시야의 사각으로
자취를 거둔다
당신이 소실한 방향으로
고요를 달리는 별
난해한 진심이란
저 별과 같을까
내가 아파서
당신이 아프지 않았다
/골목의 편견
안녕,보고 싶은 밤이야
못말 김요비 작가님의 시집이에요 :)
첫댓글 글 좋다.. 고마워
여시야 혹시 제목에 있는 구절은 어떤거야??
고마워! 잘읽었어❤️
와 넘좋다 ! 고마워 여샤
첫 번째 시 읽고 김요비 작가님 책 두개다 지르고왔어.... 고마워 여시야!
ㅠㅠ 이런글 보면 시집 사고싶다 ㅠㅠㅠ 잘보고가
글 좋다 정말... 고마워
아 제목 너무좋다..
여시야 고마워 잘 읽었어
너무좋다 진짜 ㅜㅜ 이런거 자주 써주라 여시야
진짜 좋다 ㅠㅠ 고마워 여시 잘봤어
이런 글 기다렷어ㅜㅜ 넘 좋다
와..너무좋다ㅜㅜ고마워
너무좋아..
와 다 좋아...
고마워 여시야 잘 읽었어💛💚💙
너무 좋다ㅜㅜ잘읽었어 고마워ㅠㅠ
글넘좋다 고마워
와 홀리듯이 책 질렀다...고마워...
우와 좋다
다 너무 좋다ㅠㅠㅠㅠ 고마워요 여시ㅠㅠㅠ
잘 읽고 갑니다..고마워 여시 마음이 잔잔해졌어
제목 넘나 공감되는것ㅠ 좋다
너무 좋다.. 고마워 여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