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속도전’…정부 숙제 해결 능력 절대 '조건'
전력·용수 공급 앞당겨야 하지만 송전망·방류 협의 과제
정부 조정·지원 역할 중요…지역 상생 해법 마련해야
정부가 용인 반도체 생산시설 완공 시기를 크게 앞당기는 ‘속도전’에 나선 가운데, 대규모 전력과 용수 확보에 필요한 송전망 건설과 용수 공급·방류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협의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용인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반도체산업을 도시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으로 보고 행정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송전선로 건설과 용수 공급·방류는 여러 지역에 걸쳐 추진되는 만큼 중앙정부가 조정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수도권 반도체 생산시설을 조기에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의 최종 팹 완공 시점은 기존 계획보다 7년, SK하이닉스가 입주하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는 12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시설 공급과 행정 절차도 이에 맞춰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용인시도 같은 흐름이다.
이상일 시장은 7월 1일 민선 9기 첫 결재로 ‘용인시 반도체산업 육성 및 클러스터 조성 종합계획’에 서명했다.
시는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과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 기반시설 조성에 대한 행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7월 22일에는 경기도에 국가산단의 조기 가동 시기에 맞춰 전력과 용수 공급계획도 앞당겨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도체 생산시설 조기 가동을 위해서는 공장 건설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공급 일정을 함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력은 용인 반도체 산업 추진 과정에서 핵심 과제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용인과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2053년까지 10GW가 넘는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 2개 구간과 용인 일반산단 2개 구간, 평택 일반산단 1개 구간 등 5개 송전선로를 지중화하기 위해 총사업비 1조 2천600억 원 가운데 8천851억 원을 국비로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인과 평택 주변에서는 주민 수용성과 환경 영향을 고려해 지중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발전시설이 있는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광역 송전망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광역 송전망은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거치는 만큼 지역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방식과 노선 등을 놓고 주민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조정과 소통이 중요해지고 있다.
7월 30일 해남에서 출발한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참가자들도 용인을 거쳐 서울까지 행진하며 장거리 송전망 건설 과정에서 지역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전력망 계획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8월 20일 용인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어 반도체 국가산단과 송전망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용인에서는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역경제와 일자리, 도시 기반시설 확충을 이끌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정부가 국가산업 경쟁력과 주민 수용성을 함께 고려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전력과 함께 용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통합 용수 공급사업’은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 하루 107만 2천 톤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애초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하려던 공급시설을 반도체 팹 조기 가동 일정에 맞춰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성시는 8월 5일 용인시에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공업용수 공급시설 시운전과 원수 방류 계획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용인시는 8월 14일 원수 방류 계획이라고 안성시에 통보한 상태였다.
해당 물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한 뒤 배출되는 처리수가 아니라 공업용수 공급시설 시험을 위한 원수다.
다만 수계에 따라 안성 고삼저수지와 한천으로 흐르는 만큼 안성시는 한천 정비사업과 고삼저수지 안전성, 수질과 농업 영향, 비상 대응체계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도 공정수 방류량 최소화와 환경영향평가 강화, 주민 소통 등을 주문했다.
안성시 역시 용인 반도체 사업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도체산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 주민을 위한 안전대책과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용인 반도체 산업의 조기 가동을 위해서는 이제 용인시의 행정 지원을 넘어 중앙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전선로가 여러 지방자치단체를 지나고 용수 공급과 방류 역시 행정구역을 넘어 연계되는 사안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개별적으로 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는 7월 반도체 국가산단을 주제로 세 차례 토론회를 열어 전력과 송전망, 용수, 주민 수용성 등을 주요 쟁점으로 논의했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위해 기반시설을 빠르게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환경 영향과 지역 주민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용인시 입장에서도 정부의 조정 역할은 중요하다. 반도체 생산시설 조기 가동을 위해서는 송전망과 용수 공급시설 구축 일정을 맞추는 동시에 사업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지역과의 협의도 원활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지역 주민의 생활환경 보호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업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영향을 받는 지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송전선로 노선과 지중화 범위, 지역 지원책, 안정적인 용수 확보와 방류 대책,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체계까지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가 용인 반도체 산업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업으로 보고 완공 시점을 최대 12년 앞당기겠다고 밝힌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전력과 용수 기반시설 역시 국가 차원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주민 수용성과 지역 간 이해관계를 세밀하게 조정해 산업 경쟁력과 지역 상생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용인 반도체 ‘속도전’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용인시민신문(https://www.yongin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