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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푸르 종족 간 갈등의 양상
2023년 인도 북동부에 위치한 마니푸르(Manipur)의 주도(主都) 임팔(Imphal)의 다수 부족인 메이테이(Maeitei) 족과 산악 지역의 소수 부족인 쿠키(Kuki)족 및 나가(Naga)족 간의 부족 간 충돌이 발생했다. 5월 3일 쿠키족과 나가족으로 구성된 산악지역의 부족연대행진(Tribal Solidarity March)이 메이테이족의 지정부족(Scheduled Tribe) 선정에 반발하면서 첫 번째 충돌이 시작되었고, 이후 추라찬드푸르(Churachandpur), 임팔 동부(Imphal East), 임팔 서부(Imphal West, Bishnupur), 텡노우팔(Tengnoupal) 및 캉포크피(Kangpokpi)를 포함한 마니푸르의 여러 지역으로 갈등이 확산되었다. 충돌의 결과 6월 14일 기준 최소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300명 이상이 상해를 입었고, 2만 6,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으며 4만 6,000명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하였다1). 이번 사태로 군대가 투입되고, 학교는 문을 닫았으며, 인터넷 서비스 중단 및 통행 금지령까지 발령되었다. 마니푸르주는 신속대응군(RAF, Rapid Action Force)을 투입하여 최루탄과 고무탄을 동원해 군중들을 해산시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비슈누푸르(Bishnupur) 지역의 콰타(Kwakta)와 추라찬드푸르(Churacchandpur)의 캉바이(Kangvai)에서 자동 소총이 발사되거나, 임팔 지역에서 보안국 간 충돌 및 인민당(BJP, Bharatiya Janata Party) 지도부의 집 방화 시도, 경찰서의 무기를 약탈하려는 시도 또한 나타나고 있다2).
대량의 인명 피해를 야기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던 이번 충돌의 이면에는 인도의 고질적인 종족 및 부족 간 갈등이 내 재되어 있다. 이번 사태는 메이테이족의 지정부족 지위 확보에 대한 요구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요구가 무엇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유혈사태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었는지를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정부족의 요구에서 시작된 문제가 점차 종교적 문제로 비화되고, 이후 토지 소유의 문제, 그리고 국경지역의 마약 재배의 문제까지 확산되었다. 마니푸르주 지정부족 관련 갈등의 배경과 향후 전망을 논해보고자 한다.
인도에서 부족이란, 그리고 지정부족이란 무엇인가?
인도의 부족 간 갈등을 고찰하기 앞서 부족과 지정부족이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도는 헌법 ‘342조’에 따라 부족을 인도 아대륙에 최초로 정착한 땅의 토착민(autochthonous) 또는 원주민으로 규정하고 부족 공동체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렇게 인정되는 부족을 ‘지정부족(Scheduled Tribes)’으로 분류한다. 인도의 부족들은 초기 인류 발생지인 아프리카, 지중해, 서아시아 및 중앙아시아로부터 이주해 왔으며, 현재 인도에는 약 645개의 서로 다른 부족들이 있다. 2011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부족 인구는 전체 인구의 8.6%인 1억 400만 명이며, 도시에 거주하는 부족 인구는 전체의 2.8%에 불과할 정도로 도시보다는 농촌지역 및 산악지역 등에 거주하고 있다. 지정부족의 80% 이상이 마드야프라데시(Madhya Pradesh),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 오디샤(Odisha) 등 10여 개 주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번 사태의 주인공인 된 마니푸르주에 거주하는 지정부족은 전체의 1% 수준으로 매우 미미하다3).
인도의 지정부족은 1949년 인도 헌법 제342조에 따라 (1) 대통령이 주지사와 협의하여 지정한 경우 (2) 의회의 법률에 따라 명시한 부족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족의 관리 및 지원을 위해 인도는 1999년 부족부(Ministry of Tribal Affairs)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2003년에는 국가지정부족위원회(National Committee for Scheduled Tribes)를 설립하였으나 2004년에는 동 위원회를 지정 카스트를 위한 국가위원회(NCSC, National Commission for Scheduled Castes)와 지정부족을 위한 국가위원회(NCST, National Commission for Scheduled Tribes)로 분리하였다.
이러한 지정부족은 언덕이 많고 숲이 우거진 지역에 거주하면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뒤쳐져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정부족이 많은 지역은 대부분 광물과 산림자원이 풍부하여 기술적 우위의 집단들의 진입으로 착취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 부족의 생태와 문화가 훼손되는 등 사회적 약자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인구가 감소 또는 정체되고 있으며, 교육 수준이 낮아 문맹율이 높고, 오래된 농업기술 등의 후진성을 갖고 있지만 인프라 연결이 거의 되어 있지 않아 행정적 지원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메이테이 부족의 요구는 무엇인가?
이번 사태는 메이테이족이 지정부족의 지위를 갖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마니푸르 지정부족 수요 위원회(STDCM, Scheduled Tribes Demand Committee of Manipur)는 2012년부터 자신들의 문화, 언어 및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부족 지위를 요구해 왔다. 메이테이 족은 1949년에 마니푸르가 인도에 합병되기 전에는 독립된 부족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인도로 합병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지정부족에 선정되지 못하면서 메이테이족은 어떠한 법적인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소외 및 희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51년 마니푸르 전체 인구의 51%가 메이테이족이었으나 2011년 인구조사에는 44%로 감소한 것을 근거로, 자신들이 조상의 땅에서 점차 소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이테이족이 조상의 땅, 전통, 문화 및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지정부족의 지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최근에 마니푸르 고등법원에서 받아들여져 고등법원은 주정부에서 부족부에 메이테이족을 지정부족이 될 수 있도록 추천서를 보내라고 명령을 하였다. STDCM은 지난 10년간의 지정부족 지위 획득을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며 고등법원의 명령을 환영했다.
왜 다른 소수부족은 메이테이 부족의 요구를 반대하는?
이러한 메이테이족의 요구에 대하여 쿠키(Kuki)족과 나가(Nagas) 등의 다른 소수부족들은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했고, 5월 6일 마니푸르 총부족학생연대(ATSUM, All Tribal Students’ Union Manipur)는 가두 시위를 진행하였다. 메이테이족이 아닌 다른 소수 부족들은 메이테이족이 상대적으로 산악 부족들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미 지정카스트(SC, Scheduled Cast)와 기타부족(OBC, Other Backward Classes)에 포함되어 있어 관련 혜택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번 요구는 단순히 지정부족 지위 획득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과 통제권을 획득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마니푸르에는 34개의 부족이 있지만, 크게 메이테이(Meitei), 쿠키(Kuki), 나가(Naga)로 묶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는 임팔 구릉지(Imphal Valley)와 주변 산악지대 두 지역으로 구분된다. 메이테이족이 주로 거주하는 마니푸르의 구릉지는 전체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인구는 64% 이상, 주 의회의 60명 중 40명이 할당되어 있다. 이에 반해 전체 주 면적의 90%를 차지하는 소수부족 거주 산악지역에는 전체 인구의 35% 이상이 지정부족이지만, 주 의회에는 60명 중 20명 만이 할당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른 부족들은 만일 메이테이족이 지정부족의 지위를 얻게 된다면 현재 지정부족들이 이용하고 있는 혜택과 기회가 분산되고 희석되며, 제한된 자원과 보호 구역은 더욱 분열되어 그들의 대표성과 정부의 개발 계획에 대한 협상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기존의 지정부족들은 거주하는 영토에 대한 관습적 권리와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메이테이족의 합류는 기존 토지와 자원에 대한 불가피한 분쟁을 유발하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정체성은 지배적인 메이테이 문화에 의해 침식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이번 사태는 소수 부족들에게 산악지대의 보호림 등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길 수 있다는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60년 마니푸르 토지 수입 및 토지개혁법과 지정카스트 및 지정부족(잔학행위방지법)의 제3조(1)(g)는 지정카스트나 지정부족의 토지를 부당하게 박탈당하거나 토지에 대한 권리 행사에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만약에 메이테이족이 지정부족이 되면 이러한 권리가 주어지고, 이로 인해 메이테이족이 산악지역으로 진출하여 토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므로 쿠키나 나가 등 소수 부족들의 토지를 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메이테이의 지정부족 지위 획득은 마니푸르의 기존 정치적 역학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미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테이족이 지정부족으로 인정되면, 지정부족 공동체의 대표성에 영향을 미쳐 쿠키 및 나가 족으로 구성된 기존의 지정부족의 목소리와 영향력은 잠식될 것이라는 것이다.
오래된 부족 간의 갈등과 개발정책의 대립
마니푸르는 1949년 인도와 합병된 이후 독립을 요구하는 나갈리즘, 산악-구릉지 갈등, 나가-쿠키 갈등 등으로 분쟁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번 갈등 또한 이러한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메이테이족의 주장이 지지를 받는 부분도 있다.
그 첫째 이유는 불법 정착 또는 이민의 문제이다. 쿠키족은 원래 마니푸르, 미조람(Mizoram), 아쌈(Assam)과 같은 북동부지역의 주에 폭넓게 거주하는 여러 부족으로 구성된 민족 커뮤니티이다. 특히 지금의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실렛(Silet) 지역, 치타공(Chittagong) 산악지역의 부족들과 같은 종족들이다. 이러한 연유로 국경 주변에 다수의 이민자 및 피난민들이 이주해 와 있다. 비록 이 지역의 부족들은 이를 정착이라고 하지만, 주 정부는 2021 마니푸르 산림규정 제73조(Manipur Forest Rules, 2021, Rule number 73)를 인용하여 2022년 8월 이후에 추라찬드푸르-카우품(Churachandpur-Khoupum) 보호림 지역의 38개 마을을 ‘침입자’들에 의한 ‘불법 정착지’ 로 규정하고, ‘미얀마 출신’ 불법 이민자에 대한 퇴거 및 체포를 위한 신원확인 작업을 지시하였다4).
또한 2019년 12월에 마니푸르는 나갈랜드(Nagaland)의 디마푸르(Dimapur)와 함께 ILP(Inner Line Permit) 시스템에 포함되었다. ILP 시스템은 국가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온 ‘외부인’이 지정된 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다5).
이러한 주정부의 조치들에 대해 쿠키 부족은 자신들을 거주지에서 퇴거시키려는 조치이며, 이는 마니푸르족이 지배하는 산악지역에 대한 헌법 371C조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 371조는 북동주의 6개 주를 포함한 11개 주에 대해 ‘특례’를 두고 있다. 371C 조항에 따르면6) 마니푸르는 하원에 산악지대에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으며, 주지사에게 ‘특별한 책임’을 위임할 수가 있다고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마니푸르 메이테이족의 지정부족 지위부여는 불법 이민 및 정착지에 대한 주 정부의 대응이라고 해석되고 있다. 메이테이 사회운동가인 쿠라이잠 아토부아(Khuraijam Atobua)는 이번 분쟁을 “국경을 넘어 온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발생한 산악지역의 인구 불균형을 잡기 위한 싸움”이라고 언급할 정도이다7).
둘째는 종교적 갈등이다. 메이테이족의 대다수는 힌두교이며, 일부만 무슬림이다. 이에 반해 나가 및 쿠키 부족으로 인정되는 33개 부족은 대부분 기독교인들이다.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이번 사태로 인하여 교회 약 250개가 파괴되었다고 보도했다. 쿠키족은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BJP의 모디 정부가 주 정부를 통하여 메이테이 편을 들고 있으며, … 국가가 후원하는 폭력”이라며 비난하고 있다8). 특히 마니푸르 정부는 4월에 임팔 동부의 교회 3개를 강제로 철거했는데, 이렇게 종교적으로 공격적인 접근 방식이 이번 사태를 악화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9).
마지막으로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종파적 갈등은 물론 보호림에 있는 양귀비 재배를 근절하려는 주 정부의 정책과 국경지역에 널리 펴져 있는 마약거래 관련 북동부 이민자들 간 갈등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10). 산악 지대에서 불법적으로 재배 및 거래되는 마약에 대한 정부의 퇴치 정책과 이를 둘러싼 지역 부족과의 갈등이 또 하나의 원인인 것이다.
향후 전망
인도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약 4만 명의 보안군을 배치하여 평야와 산악 지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두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강제적으로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전의 환경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두 커뮤니티는 이미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았고, 상대적으로 멸시를 받아 온 쿠키 및 나가족들은 이번 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러한 희생을 뒤로 하고 우호적인 관계로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앞으로 인도 정부의 동북부 지역 개발이 더욱 더디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비록 이번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부족들 간의 갈등에 의한 충돌인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개발에 대한 이슈가 내재 되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북동부 산악지대 개발에 대한 갈등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북동부 산악지대 개발을 위해 인도 정부는 이전보다 더 강력한 지원과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은 인도 내 종족 및 부족 간의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정부가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종족 및 부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특히 학교 입학, 장학금, 고용의 동등한 기회, 정치적 의회 의석 지원 등 다양한 종족 및 부족 지원 정책들이 오히려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 각주
1) Manipur violence news Updates: State Oppn parties waiting to meet PM Modi, says Congress | Mint (livemint.com) (접근일: 2023. 06.15)
2) Indian minister's home set ablaze in violence-hit Manipur state | Reuters (접근일: 2023. 06.15)
3) Ministry of Tribal Affairs, Government of India, Schedule Tribes Profile, https://tribal.nic.in/Statistics.aspx (접근일: 2023. 06.17)
4) https://www.thequint.com/opinion/manipur-violence-unease-over-land-st-status-worsening-meitei-kuki-mistrust (접근일: 2023. 06.12)
5) https://itanagar.nic.in/service/inner-line-permitilp/ (접근일: 2023. 06.13)
6) https://www.mea.gov.in/Images/pdf1/Part21.pdf (접근일: 2023. 06.14)
7) Subscribe to read | Financial Times (ft.com) (접근일: 2023. 06.17)
8) 전게서
9) https://www.thequint.com/news/politics/manipur-violence-st-status-for-meiteis-valley-vs-hills#read-more#read-more (접근일: 2023. 06.14)
10) Financial Times 전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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