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가을의 정점을 찍더니 비가 온 뒤 이내 쌀쌀해진 공기와 날렵해진 바람이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다 보니 따뜻한 스파(spa)가 생각난다. 전국의 수많은 스파 중 진안홍삼스파에 눈이 가는 건 뜨끈한 물에 몸을 푹 담그며 홍삼의 기운을 받을 수 있어서다.
마이산이 바라보이는 홍삼스파 노천탕<사진제공·홍삼스파>
홍삼스파는 보약이다
진안홍삼스파는 단순한 스파 시설이 아니다. 몸에 좋은 홍삼과 한방 약재로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해 오감을 자극하는 시설이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 홍삼을 입으로 먹지 않고, 스파를 통해 몸으로 흡수하도록 한다.
스파에 입장하면 하모니·스톤·아로마·허브·버블 등 5가지 스파 시설 이름이 적힌 팔찌를 채워준다. 한 가지씩 이용할 때마다 직원이 표시를 해준다. 버블스파와 허브스파는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입장하자마자 이 두 곳을 예약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다른 시설부터 이용하는 게 시간 절약법이다. 입장객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여유는 있지만 인기 있는 시설은 예약이 필수다. 시설 이용 시 수영복과 수영모는 필수다. 반팔티나 반바지, 캡모자는 착용할 수 없다. 수영복과 수영모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매표소에서 유료로 빌려야 한다.
진안홍삼스파 입구
스파에 입장하면 가운데 넓게 자리한 바데풀이 손님을 맞이한다. 넓은 수영장처럼 생겼는데, 워터젯·에어버블·넥샤워·마사지링 등을 이용해 테라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운동 전 스트레칭 하듯 가볍게 몸을 풀고 싶을 때 유용하다. 체험시설을 이용하는 중간중간 시간이 남을 때 자유롭게 이용하기 좋다. 바데풀 안쪽에 사운드플로팅 시설이 있다. 전용 튜브에 몸을 맡기고 물 위에 누우면 엄마의 양수 속에 떠 있는 듯 편안한 상태가 된다. 수중 스피커와 조명, 음악이 긴장을 풀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만히 물 위에 떠서 오감에만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몸이 이완되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바데풀은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단 깊이가 120cm나 되므로 어린아이들은 꼭 비치돼 있는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사운드플로팅 공간과 테라피 이용 중인 이용객
바데풀에서 가볍게 몸을 이완하고 나면 '버블테라피' 예약시간이다. 둥근 원형 베드에 사람들이 쭉 둘러앉는다. 따뜻한 온열베드에 반쯤 누운 자세로 편안히 있으면 발아래서부터 홍삼 거품이 스멀스멀 차오르기 시작한다. 하얀 크림 같은 거품이 온몸을 감쌀 만큼 풍성해지면 아이도 어른도 동심으로 돌아가 몽글몽글한 거품으로 마사지를 한다. 잔잔하게 퍼지는 홍삼 향과 서서히 바뀌는 조명, 몸에 닿는 쫀득한 거품이 오감을 자극한다. 재미난 놀이를 하는 것 같지만 피부 정화, 노폐물과 유해물질 배출, 근육 이완 효과, 혈액순환 촉진 등의 테라피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참 마사지를 하다 보면 천장에서 트로피컬 레인샤워가 쏟아져 온몸의 거품을 씻어준다.
왼쪽, 버블테라피 온열베드 공간, 버블로 온몸을 마사지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이용객<사진제공·홍삼스파>
다음은 '하모니테라피'. 밤하늘의 별을 테마로 한 공간이라 둥근 천장에서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따뜻한 온열 시트에 앉으면 홍삼가루가 뿌려진 머드팩을 하나씩 준다. 이것을 바르고 가만히 있으면 불이 꺼지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쏟아지는 별빛 속에 따뜻한 안개비가 공간을 가득 채울 무렵이면 홍삼머드팩의 천연성분이 피부로 스며들어 각질 제거와 심신안정, 혈액순환을 돕는다. 버블테라피를 할 때처럼 천장에서 소낙비가 내려와 머드를 씻어낸다. 피부가 보들보들하고 쫀득해진 느낌이 들어 자꾸만 내 몸을 쓰다듬게 된다.
드디어 '허브테라피' 예약 시간이다. 개별 나무 침대 안에 멸균 건조한 개똥쑥이 가득 들어 있다. 특별한 것 없이 침대에 누워 잔잔한 명상음악을 듣는다. 약쑥 향과 나무 향 덕에 숲에 누워 있는 듯해 까무룩 잠이 들었다. 15분 정도의 짧은 잠이지만 개운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체험하지 않았는지 팔찌를 보니 아로마와 스톤이 체크돼 있지 않았다. 가운데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친절하게 '아로마테라피'에 사람이 없다며 이용하라고 권한다. 입구에 준비된 홍삼추출액을 하나씩 들고 들어가 개별 욕조에 푼 뒤 입욕하면 된다. 따뜻한 물에서 홍삼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니 온몸이 노곤해진다.
개별 욕조에 홍삼 입욕제를 풀어 몸을 담그면 긴장이 풀리고 잔잔한 홍삼 향이 퍼진다.
'스톤테라피' 방에서 콩자갈 침대에 누워 따뜻한 콩자갈을 배에 올리기도 하고 발가락 사이에 끼우기도 해 근육과 관절에까지 따뜻한 기운이 퍼지도록 한다.
어느새 팔찌의 5개 테라피가 모두 체크됐다. 노천탕에 나가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만 올라가면 바로 노천탕이다. 생각보다 찬 공기에 놀라 얼른 동그란 노천탕에 몸을 담근다. 노천탕의 매력은 머리는 차고 몸은 따뜻해 코가 뻥 뚫리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봉긋봉긋 두 개의 봉오리가 치솟은 마이산이 병풍처럼 펼쳐지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해 질 녘에 노천탕에 나가면 보글보글 김이 솟는 노천탕 위로 붉은 노을이 물들어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노천탕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마이산의 정기를 느껴보자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형상의 마이산
스파를 통해 홍삼으로 체력 충전을 마치고 마이산으로 향한다. 말의 귀처럼 양쪽으로 쫑긋 솟았다 하여 이름 붙은 마이산(馬耳山). 진안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마이산 탑사(塔寺)만 가는 게 목적이면 남부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주차장에서 탑사까지 걸어서 2km 남짓이니 마이산의 정기를 느끼며 가볍게 트레킹하기에 좋다.
마이산 석양
탑사에 도착하면 왜 탑사라 불리는지 이해가 된다. 절 마당은 온통 크고 작은 탑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크고 많기만 한 탑이 아니다. 1920년경 이갑용 처사가 25세에 마이산으로 들어와 도를 닦다가 신의 계시를 받아 천지음양의 이치와 팔진도법(八陣圖法)을 적용해 30년에 걸쳐 쌓은 탑이라 한다. 탑은 '마이산탑'으로 전라북도 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됐다.
탑이 완성된 지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태풍이 와도 무너진 적이 없을 만큼 견고하게 쌓여 있다. 천지탑·오방탑·일광탑·월광탑·중앙탑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천지탑은 탑사에서 가장 크고 마이산의 모습을 닮았다. 높이가 무려 13.5m나 되는 탑 앞에 서니 왠지 마음이 숙연해진다. 탑을 쌓은 이는 돌을 하나하나 쌓으면서 무엇을 염원했을까.
탑사의 상징인 된 돌탑
탑사 옆 오르막길을 5분 정도만 오르면 이성계가 조선 왕조를 세우라고 계시를 받은 은수사가 나온다. 이성계가 이 사찰에서 마신 샘물이 은같이 맑다 하여 은수사라 불린다. 이성계가 머물던 시절에 심었다는 청실배나무가 늠름하게 은수사를 지키고 있다. 청실배나무 아래 약수터와 사찰 곳곳에 정화수 그릇이 옹기종기 놓여 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정화수 그릇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신비한 역고드름을 보기 위해 겨울철 은수사를 찾는 이들이 많다. 탑사의 돌탑에도, 은수사의 역고드름에도 마이산을 찾는 이들의 염원이 듬뿍 담겨 있다.
여행정보
- 주소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외사양길 16-10
- 이용시간 : 09:30~20:30(입장시간 09:30~17:00) (동시 수용인원이 300명을 초과한 경우 대기시간이 발생할 수 있음)
- 휴무일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 이용요금 : 일반 3만9,000원(주말 4만3,000원), 소인 3만 원(주말 3만4,000원)
- 문의 : 1588-7597
주변 음식점
- 마이산옛터 : 흑돼지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마이산로 263 / 011-677-4201, 063-432-4201
- 진안관 : 애저찜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진장로 21 / 063-433-2629
- 국태가든 : 더덕구이백반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외사양길 25 / 063-433-5588
숙소
- 호텔 홍삼빌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외사양길 16-10 / 063-433-0396
- 국립운장산자연휴양림 : 전라북도 진안군 정천면 휴양림길 77 / 063-432-1193
- 용담호반가든펜션 : 전라북도 진안군 용담면 진용로 2627 / 063-433-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