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은 선거전 초반부터 탄핵 공방 등 대형 이슈에 의해 판도가 요동쳐 왔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요 3당의 사령탑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선대위원장,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개인적 인기가 당의 지지율과 연동하는 양상을 보여 ‘마치 대통령선거를 연상케 한다’는 분석을 낳았다. 이들의 연설과 의상, 몸짓은 그 자체가 화제가 됐고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과 후보를 선택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본보 기자들이 각 당의 ‘선거운동 24시’를 밀착 취재하며 피부로 느낀 이들의 리더십의 ‘겉과 속’을 집중 해부한다. 》
▼박근혜…외유내강형 카리스마▼
손을 잡고 울먹이는 아주머니, 파이팅을 외치는 40대 아저씨, 경쟁적으로 카메라폰을 들이대는 젊은이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유세현장 모습이다. 박 대표가 ‘떴다’ 하면 대낮 큰길마저 꽉 막히는 일이 잦다. 영남은 물론 광주나 수도권 충청 제주 등도 예외가 아니다.
황상민(黃相旻·심리학) 연세대 교수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육영수(陸英修) 여사에 대한 향수가 오버랩된 감성적 측면이 강하다”고, 이남영(李楠永·정치학) 숙명여대 교수는 “청와대를 떠난 후 20년 가까이 묻혀 지내다 야당 지도자로 떠오른 데 따른 신비감도 많이 작용하고 있다”고 박근혜 신드롬을 분석한다.
그러나 ‘내공’도 만만치 않다.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정기적인 학습을 받는가 하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를 상당한 정도로 구사한다.
그를 직접 만난 사람들은 “말에 군더더기가 없다. 핵심만 명료하게 얘기해 설득력이 있다”, “대단한 강골이다”는 촌평을 빼놓지 않는다. 악수를 나눌 때도 그 많은 사람 하나하나와 반드시 눈길을 마주쳐 ‘건성’이란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정치를 제대로 배웠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표 선출 직후에는 공약발표를 전격 중단시키고, 직접 살핀 후에야 OK사인을 내 “녹록하지 않다”란 평을 듣기도 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그러나 아직 정치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 받은 적이 없어 지금의 인기가 정치적 지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박정희 후광’도 독(毒)이 될 수도, 득(得)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이남영 교수는 “박 대표의 미래는 앞으로 스스로의 리더십으로 정국현안을 풀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하는 실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추미애…"소신있는 추다르크" vs "독불장군"▼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지지자들은 그를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고 부른다. 옳다고 생각하면 온몸을 던지는 소신행보 때문이다.
반면 반대자들은 그를 ‘독불장군’이라고 비판한다. 주로 추 위원장과 대립 각을 세워온 당내 구주류 중진들은 “튄다”며 혹평해왔다.
하지만 지금 당 관계자들은 “‘3보1배’가 위기에 처한 당을 살려 내고 있다. 추미애가 아니었다면 3보1배를 할 수도,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도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강한 여자의 눈물’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역설적 분석이다.
3보1배는 그가 최초로 ‘정치력’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한다. 그동안 추 위원장은 개혁적인 여성 정치인으로서 인기가 높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신을 ‘정치적인 실천’을 통해 관철해 낸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지적을 들어왔다. 당무와 선대위원장직 수락을 거부하며 내걸었던 ‘개혁 공천’이 좌절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3보1배 이후 그가 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그동안 대립 각을 세웠던 구주류 중진들에 대해서도 “당의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모신다.
‘스타 정치인’으로서 부상했다가 난파선의 선장을 맡은 절박한 심정으로 엄청난 정치적 시련을 겪으면서 인간적으로도 훌쩍 큰 듯한 모습이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참모들은 또 “추 위원장처럼 학습능력이 탁월한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내영(李來榮·정치외교학) 교수는 “추 위원장이 ‘대담하고 과감한 개혁성’을 유지하면서, 최고지도자가 갖춰야 할 안정감과 포용력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정동영…도회적 이미지 순발력 탁월 ▼
‘바람’ ‘유연함’ ‘순발력’ ‘메트로 섹슈얼’(도회적이면서도 섹시한 이미지)….
3김의 카리스마적 리더십 이후 형성되고 있는 ‘스타 리더십’의 정점에 서있는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을 특징짓는 표현들이다.
그는 1월 11일 의장 취임 직후 방문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노란 잠바로 지금까지 ‘열린우리당=노란색 물결’이라는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 여의도 당사에 불법자금 2억원이 유입됐다는 보고를 접한 뒤 하루 만에 지금의 영등포 폐공판장으로 당사를 옮기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 이를 재빨리 화두로 만들어 내는 능력도 갖췄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MBC 앵커 출신인 그는 선거 운동기간 중 상황에 따라 호흡과 기복을 조절하는 매혹적인 화술을 선보였다. 1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낮은 목소리로 “총선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위기감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거리 유세에서는 당가에 맞춰 춤추며 솟구치는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했다. 주변의 여성 유권자들은 그의 연설과 함께 머리를 세련되게 빗어 넘긴 그의 율동에 열광했다.
정 의장은 종래 여당 당수에 비해 덜 권위적이며 덜 정치적이다. 그는 선거 운동기간 중 “정치가 대단한 게 아니다.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런 ‘탈(脫) 정치적’ 이미지와 유화적 성향으로 인해 야당과의 대립 각을 보다 분명히 하는 데 애로가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이날 경기 구리종합시장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구세력의 부활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을 때 유권자들은 연신 카메라폰을 눌렀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첫댓글 아무리 부모 후광이 있어도 본인 자체가 인물이니 국민들이 열광하죠. 그리고 정대표님은 탁월한 순발력으로 그런 망언을 하셨나?
큰 나무밑에서는 작은나무가 자라질못하지만 준비한 정치인답게 외유내강으로 잘하고계시는 박대표님~~~~
모든 면에서 진실되고,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박근혜님과 가벼운 입과 이미지에만 열중하는 정동영,지도자로서의 실력은 갖추지 못하고 명분이 없는 정치적 발언에만 능한 추미애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듯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