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예수사관학교장 변충구 목사는 신앙과 삶이 하나로 합쳐지는 '온전한 삶'을 추구한다.
권남덕 기자 photo@kidok.com 사람들은 흔히 그를 ‘기인’(奇人)이라 부른다. 그도 그럴법한 것이 그에게는 도무지 범상해 보이는 구석이 없다. 사시사철 군복에, 삶과 신앙의 모든 과정을 간명한 공식으로 풀어낸다. 그가 시무하는 세계로교회는 교적부도 없고, 교역자들은 전임자가 없이 모두 봉사자들이다. ROTC 출신에, 의학을 전공했으면서도 철학과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가 되었다. 세상을 보는 관점도, 생각하는 방식도 여느 사람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그가 운영하는 원주 예수사관학교는 4만여평의 대지에 연간 10만여명의 사람들이 다녀가는 곳이다. 빨간 폭스바겐이 시선을 끌고, 성경 속의 인물들이 이곳저곳에 서 있고, 9층짜리 건물은 거대한 배 모양이다. 그가 이 사관학교를 위해 지금의 땅을 사둔 것은 29세 때였다. 그러니 그를 처음 만난 사람이 그를 ‘기인’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땅 위에 걸친 노아의 방주’ 변충구 목사(59.세계로교회.예수사관학교장). 하지만 그를 그저 단순히 기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 한 예를 교회 및 세미나.숙소로 사용되고 있는 9층 건물에서 찾을 수 있다.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시킨 이 건물은 금방이라도 기적을 울리며 출항할 듯한 모습으로 예수사관학교의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건물이야 얼마든지 특이한 형태로 지을 수 있지만, 이 건물에 얽힌 이야기들은 의미심장하다. 우선, 건물의 건설과정. 변 목사와 세계로교회 교인들이 직접 설계하고 건축한 이 건물은 아직도 완공되지 않은상태이다. 건물이 처음 시공된 것이 5년전이니 이 건물은 5년여에 걸쳐 계속 건축 중인 상태다. 이유는 건축 헌금이 마련될 때마다 한층씩, 한층씩 건물을 올리다보니 마지막 10층은 아직도 못올리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융자를 얻어 한꺼번에 완공을 시키는 기존 교회의 건축방식과는 사뭇 다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속사정 뒤에는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파국을 맞는 기존의 한국 교회에 대한 반성이 숨어 있다. ▲ 요소 요소에 감추어진 ‘공식들’ 또 다른 예 가운데 하나, 변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예수사관학교에는 말 그대로 ‘다양한’ 시청각 교재들이 산재해 있다. 각종 동상에서부터 벽에 붙어있는 글귀에 이르기까지 예수사관학교 안에는 의미를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한 상징들로 충만하다. 가령, 벽에 붙어 있는 동물의 가죽을 열면 그 뒷면에 성경의 말씀을 공식으로 풀어낸 도형이 그려져 있다던가, 야외에 놓여 있는 구약의 인물 동상에는 그 인물에 대한 설명과 그 인물이 의미하는 성경의 가르침이 해설되어 있다던가 하는 식이다. 변 목사가 이처럼 성경 말씀을 구체적인 상징과 공식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그가 얼마만큼 성경을 유기적으로 읽어내고 흩어져 있는 성경 속의 의미들을 체계적으로 연결해 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시청각 교재 가운데서도 단연 최고의 시청각 교재는 아무래도 변 목사 자신이다. 충북 괴산의 산골에서 오직 ‘꿈’이란 하나의 비전을 붙들고 평생을 전투하듯 살아온 그에게는 치열한 삶 만큼이나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충북대 약학과 시절, ROTC를 지망한 그는 임관식에서 육군참모총장상, 기초보수과정에서 육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그리고 임관된 지 6개월만에 중앙정보부로 발탁될 정도로 탁월함을 인정받는다. 그런데도 그는 갑자기 군을 떠나 미국에서 철학, 신학, 의학박사 과정을 차례로 마친다. 그리고는 원주로 돌아와 약국을 운영하며 지금의 예수사관학교 모태가 된 벧엘청소년농군학교를 설립한다. 그가 이 일의 기초가 되었던 지금의 예수사관학교 부지는 29살 때 미리 사논 땅이었다.
▲ ‘너만은 믿었다’ 전기도 없는 산간벽지의 소심하고 내성적인 소년이 이 같은 극적 탈바꿈을 이룰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보다 신앙의 힘이지만, 그 외에도 몇 명의 사람과 자신이 처음 품었던 꿈을 잊지 않고 꾸준하게 추구해나간 성실성이 밑바탕이다. “초등학교 때 방학일기를 몰아치기로 썼습니다. 내용은 다 쓸수 있었는데 날씨가 문제였죠. 그래서 다른 친구 일기장에서 날씨만을 베껴 숙제를 냈습니다. 헌데, 담임 선생님이 제 일기를 딱 지목하더니 나와서 자신의 죄가 뭔지를 말하라는 겁니다. 겁에 질려 모든 것을 사실대로 고백했는데, 담임 선생님은 의외의 말씀을 하셨습니다.방학 전 선생님은 꼭 일일일선(一日一善) 당부하셨고, 다른 아이들에게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너만은 꼭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너만은 믿었다”는 그 말의 여운은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전혀 아픈 줄을 모를 정도로 새로운 ‘눈’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그후 청소년기에 만난 슈바이처 전기는 그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었고 변 목사는 자신의 삶을 슈바이처라는 모델에 맞춰 재설계했다. 그가 의학을 공부한 뒤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게 된 데에는 슈바이처 박사의 삶이 근거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 총신대 신학원에서 만났던 고 김희보 총장은 그에게 평생 공부하는 습관을 선물로 주었다. “졸업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목사님이 자네는 행동은 강한데 이론이 약하다며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나야 할 분까지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거기에 청년시절 3일간 입소했던 가나안농군학교에서의 충격은 그가 베델청소년농군학교를 만드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
▲평생의 약속
일일일선과 끊임없는 공부, 섬기는 삶에 대한 ‘약속’은 그의 평생을 이끌어가는 기초가 되었다. 그런 약속들은 그가 입고 있는 군복의 상의 깃에 간명한 한자로 요약되어 적혀 있다. 바로 ‘신’(信)과 ‘지’(智). 그는 오직 믿음과 지혜로 예수님이 보여주었던 그 섬김과 희생을 삶을 살고자 한다. 활동의 폭이 넓고, 더 치열하게 살았던만큼 그 이면의 좌절과 실망도 더 깊었겠지만 변 목사는 그럴 때마다 자신의 ‘약속’을 늘 기억했다는 고백이다. 그 고백은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과 신앙에 대한 이해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정직하게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곧 가시밭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길의 끝점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주님이 주시는 영광입니다.” 정직하고 올바르게,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산다는 것은 비록 고난과 어려움의 연속일지라도 그 모든 고난과 고통을 통해 주님의 주시는 영광의 면류관을 쓰게 된다는 것이 변 목사의 믿음이자 고백이다.
▲ ‘상의’(上醫)의 꿈 사실 변 목사는 기인이 아니다. 그저 그는 하나님이 주신 ‘비전’과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하고 성실하게 지켜온한 사람일 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그 약속과 비전에 남들보다 더 성실하고 정직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변 목사는 여전히 ‘의사’로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가 꿈꾸는 의사는 인간의 질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다. “의사는 세 종류가 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의 하의(下醫)는 육체를 고치는 사람입니다. 중의(中醫)는 사회를 고칩니다. 하지만 상의(上醫)는 나라를 고칩니다.” 의학과 목회, 그리고 여기에 복지까지 접목해 보다 더 큰 섬김의 삶을 준비하는 변 목사는 그 구체적인 실천의 하나로 실버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나라의 문제를 ‘라파의료원’을 설립, 노인문제와 복지차원에서부터 접근해 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변 목사의 이런 모든 활동 뒤에는 ‘기독교 실용주의’가 있다. 그의 ‘기독교 실용주의’는 쉽게 표현하면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성경에서 배운대로, 읽은 말씀대로 자신의 삶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성경말씀이 개개인의 삶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말씀은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으로 들어가서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는 사회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있는 말씀이 됩니다.” 십자가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 하지만 그럼에도 부패와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는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현실에서 변 목사가 보여주고 실천해 온 ‘기독교 실용주의’의 무게는 더욱 크고 의미깊게 들릴 수 밖에 없다. |
첫댓글 아주 아주 긴 글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다 읽어보시면 결코 후회하시지 않으실걸요....기독신문에 나온기사를 옮겨놓았습니다....유익한 글 되기를 바라며~~~~~~~
예수사관학교 변 목사님의 기독교에 대한 가치관을 잘 읽었습니다. 그의 인생관에서 주님을 향한 믿음과 행동의 일치가 上醫의 꿈을 이루시리라 믿습니다. 아버지가 크게 쓰시는 변 목사님! 이나라와 세계의 횃불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작은자님! 주신 글 감사했습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서 평안하시기를.....^-^
예수사관학교가 넘 생소해서 좀 도움이 될까해서 올렸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저도 감동으로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하나님사랑과 사람 사랑...세상을 사랑하는 변 목사님의 특한 말씀실천이 깊이 남습니다...권사님 리풀로 사랑을...저도 감사해요...권사님도 평안하세요^_^
지난 5월8일 어버이날 새벽에 헌신예배를 드렸던 저희 "새벽중창단" 단원들이 오는 6월6일 현충일에 "예수사관학교"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윗글을 통하여 사전예비지식을 얻게되어 작은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지행일치(知行一致)" 또는 "신행일치(信行一致)"가 믿는자들에게 있어질때, 이땅의 비리와 부패와 혼란이 사라질것으로 믿으며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며 힘쓰야겠다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