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0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만나 한국지엠의 처리 방향을 밝혔다. 일주일 전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뒤의 첫 공개 행보이다. 앵글 사장은 군산공장에 대해 “수년간 가동률이 20%도 되지 않아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지엠 부평·창원 공장에 신차 2종을 배정해 연간 50만대 생산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그 전제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요약하면 군산공장 폐쇄는 번복할 수 없고, 정부의 협조가 없으면 부평·창원 공장도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실제 GM은 한국지엠의 경영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군산공장을 구조조정했다고 못 박았다. GM 측은 일방적으로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나머지 두 공장도 성치 않을 것이라고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로서는 군산공장의 폐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된 셈이다. 군산지역은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이번 자동차 공장 폐쇄로 최악의 상태에 놓인 만큼 지역경제를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부평·창원 공장도 구조조정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GM은 신규 차종을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로부터 만족할 만한 지원이 없으면 GM이 완전 철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GM은 그런 방식으로 호주에서 완전 철수했다.
한국지엠의 태생적 한계는 GM 본사의 글로벌전략 아래에 천수답 생산체제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군산공장의 가동률 감소는 GM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이 지역에 수출했던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생산물량은 4년 전 연간 80여만대에서 지난해 말 50만대 정도로 줄었다. GM 본사에서 잘 팔리는 신차를 배정해주면 생산량이 늘어 실적이 향상되고 그렇지 않으면 엉망이 되는 구조다.
이제 정부 앞에 놓인 선택지는 GM의 지원 요청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날 “GM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보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신차 배정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생산체제가 만들어져야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연한 얘기이다. 지금과 같은 GM의 태도로는 정부가 협조하더라도 한국지엠이 생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국 공장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GM의 글로벌전략에 따라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 한국지엠이 이 지경이 된 과정도 실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정치적 배려가 앞설 경우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향신문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이 어제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과 한국GM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신차 배정 등을 언급하면서도 GM 본사 투자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와 우리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인지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한 GM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탓일 텐데 진정성을 보이려면 먼저 구체적인 경영 정상화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GM 정상화를 위해 신차 배정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과제는 수익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한국GM 적자가 2조5000억원이 넘게 된 원인에는 GM의 책임도 크다. 한국GM 매출원가율은 90%가 넘는데 이는 다른 자동차 업체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한국으로 들여오는 부품 가격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금리 대출과 비합리적 자금 운용으로 한국GM의 금융 비용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산공장 폐쇄 발표를 앞둔 지난달에도 GM은 만기가 도래한 1조3000억원의 차입금 중 4097억원을 회수했다. 앞으로 갚아야 할 GM 차입금은 이달 말 7220억원, 4월 초 9880억원에 달한다. 한국GM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GM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또 다른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한국GM 노조다. 노조는 GM의 자본 투자 확약, 3조원 규모 차입금의 자본금 출자전환, 신차 투입 로드맵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어제 국회에 전달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처지는 딱하지만 모든 책임을 GM 본사와 회사에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노조는 적자가 나는데도 파업을 일삼고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꼬박꼬박 챙겼다. 이로 인해 고비용 구조가 고착됐고 생산성도 떨어졌다. 그런 만큼 무엇을 요구하기에 앞서 임금 동결과 비용 절감 등 고통 분담 방안부터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악조건 속에서 한국GM 정상화의 길은 험난할 것이다. 하지만 GM 본사의 확고한 의지와 노조의 자발적인 고통 분담이 더해지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렇게만 되면 한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매일경제
첫댓글 나는 경향신문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정치적으로 배려해주지말고, GM의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계획을 확인하고, 지원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