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제26 육군병원
내가 학동 때 무슨 용무였는지는 몰라도 고향에서 가까운 마산에 간 적이 있다. 처음 본 마산(馬山)은 이은상의 ‘가고파’나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연상되듯 매우 포근하고 안정된 도시 분위기였다.
성인이 되어 1969년 11월 창원 39사단 신병교육대에 입대하여 훈련 중 입대 전부터 앓아오던 기관지염이 악화하여 마산 제26 육군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병원이라기보다 마치 큰 숲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었고 병동 주변은 온통 고목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주변에는 다른 취락이 없어 한밤중에는 가끔 마산-진동 간 동전 고개를 넘어가는 자동차 소리만 어렴풋이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나와 같은 병실에는 급성 간염으로 입원한 ‘남종우’라는 이름을 가진 선임병 있었는데 그는 제대를 몇 달 앞둔 병장으로 아직 계급장도 없는 훈련병인 나에게 ‘군대 생활은 오로지 인내(忍耐)와 눈치가 유일한 요령이다.’라며 잘 참고 견디어 무사히 병장 달고 제대하는 길을 일러주었다.
남 병장 덕분인지 이듬해 6월 퇴원과 동시 다시 신병교육대로 가서 6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고 자대배치되어 병장 달고 베트남 전쟁까지 참전한 후 다시 39사단 보충대에 와서 만 3년 간의 군복무를 잘 마쳤다. 그땐 창원 시내 소답동에 있었던 이 향토사단도 2015년 경남 함안군 군북면 소포리로 이전하였다.
당시의 마산 변두리 월영동에 있었던 제26 육군병원은 1971년 국군 마산통합병원으로 확대 개편한 다음 1984년 국군 마산병원으로 바뀌었다가 1993년 진전면 임곡리로 이전하였다. 월영동 옛터에는 1998년 전후 마산시의 ‘월영마을 사업’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다.
지금도 나는 마산, 아니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을 지날 때면 숲으로 둘러싸인 제26 육군병원과 남종우 병장이 생각난다. 내게 금언(金言) 같은 요령을 전해 준 남 병장은 나보다 두어 살 연상인데 고향은 창녕(昌寧)으로 기억한다. 지금쯤 나만치 늙어 낙향하였다면 내가 사는 청도에서 창녕은 지척이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야고보서 1:4)
<사진> 마산 제26 육군병원/ 월영마을 사업 단지 조성/ 월영동 아파트단지/ 창원시 소답동 육군 제39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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