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조금씩 느려지는구나
나이 앞에서
조금씩 가벼워지는구나
걸음 걸음이
나이 앞에서
조금씩 멀어지는구나
세월 앞에서
언젠가 가야할 길
인연이 끝
이별
이별, 그리고 천천히 멀어지는 시간
사람은 누구나 젊은 날에는 자신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간다.
걸음은 빠르고, 마음은 뜨겁고, 내일은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를 통해 세월이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전보다 계단을 천천히 오르게 되고,
무거운 짐보다 가벼운 가방을 먼저 찾게 되며,
밤늦도록 이어지던 이야기보다 조용한 휴식을 더 좋아하게 된다.
몸이 먼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 우리 안에 스며드는 것이다.
“조금씩 느려지는구나.”
이 말은 단순히 몸의 속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마음의 속도이기도 하다.
젊은 날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길가에 피어 있는 꽃 한 송이,
오래된 친구의 안부,
따뜻한 햇살 하나에도 마음이 머문다.
느려진다는 것은 어쩌면 삶을 더 깊이 바라보게 되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가벼워진다.
욕심도, 미움도, 경쟁도 예전 같지 않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일들이 이제는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추억이 된다.
손에 꼭 쥐고 놓지 못했던 것들도 세월 앞에서는 하나둘 내려놓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잃어가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어쩌면 불필요한 무게를 덜어내며 삶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인연도 그렇다.
평생 함께할 것 같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멀어진다.
자주 만나던 얼굴이 기억 속으로 옮겨가고,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목소리는 어느 날 들리지 않게 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겨진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법칙인지도 모른다.
이별은 갑자기 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조금씩 우리 곁으로 걸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은 천천히 사람을 멀어지게 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랑했던 순간들을 가슴에 담으며 살아간다.
언젠가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길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하루가 더 소중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웃음이 더 귀하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들이 마음속 추억으로 남는 또 다른 시작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조금씩 느려지고,
조금씩 가벼워지고,
조금씩 멀어져 간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사랑했던 기억만은 오래도록 남아
우리 삶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