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논평] 약탈자본에 문 뚫린 한국경제, 내부 공모자들이 있다.
- 론스타에게 칼을 쥐어준 ISDS조항, 거기서부터 패소는 예정되어 있었다 -
미국계 사모펀드 기업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판정 결과에 따라 한국은 거의 3천억원(2천925억원/2억1천650만달러/환율 1천350원 기준)에 달하는 국민재산을 손해배상금으로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자까지 더하면 그 이상입니다. 10년 재판의 결과였습니다. 중대한 국가적 손실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에 따른 책임논쟁이 이어지고 있으나 본질과는 거리가 먼 논의들만 무성합니다. 게다가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판정취소 신청을 통한 해결의 길이 있는 듯 사안에 대한 중대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켜 핵심 쟁점을 덮고 있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미국에 의한 구조조정의 결과로 약탈자본에 무방비로 개방된 한국 금융시장의 현실입니다. 그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이런 구조조정 압박에 호응하고 협력한 공모자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이 사건의 본질은 국가가 자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 사법주권을 스스로 해체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위협으로 ISDS 조항을 수용하도록 한, 이른바 모피아 세력들이 이 패소의 원천적 주범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사건의 본질을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주범들은 여전히 한국정치와 정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자신들의 원죄가 드러나지 않도록 사안의 진실을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에 국가가 개입한 결과로 생긴 패소라며 ‘관치경제의 폐해’라고 둘러대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관치경제의 폐해가 아니라 국가가 자국경제 보호를 위해 취한 정당한 방어행위가 타격을 받은 사건입니다. 돌아보면 1997년 말 금융위기로 한국경제는 국제통화기구(IMF)의 지배 아래 들어가면서 ‘구조조정계획(SAP : Structura(l Adjustment Plan)’에 의해 미국의 요구에 따른 구조적 재편성에 들어가고, 외채부담으로 부실화된 기업들이 채무상환 요구에 따라 헐값으로 매각되는 ‘한국 경제 초토화 과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론스타의 등장은 이런 토대에서 가능했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매각에는 그와 같은 구조적 조건과 함께 모피아 세력의 협력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은행인수 자격이 없는 기업에게 인수자격을 부여하고 헐값 매입과 투기적 매각을 승인한 과정은 이들의 역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습니다.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 2006년부터 외환은행 매각 시도, 2008년 홍콩 상하이 은행 HSBC와의 매각 협상 실패, 2012년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론스타는 한국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승인시기 지연 등으로 생긴 손실이 있다면서 ISDS를 걸고 제소한 것입니다. 영화 <블랙머니>는 이때의 상황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한미 FTA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당시 체결한 한국-벨기에 협정에 담긴 ISDS 조항이라는 점도 아울러 주목해야 합니다. 자국경제 보호장치가 외국계 거대자본의 침탈로 뚫리도록 한 결과입니다.
당시 ISDS 수용에 대한 반대가 커지자 이른바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권은 막대한 소송비용과 분쟁 해결 전문 법률시스템을 갖고 있지도 않은데 정책 자체가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외국계 기업의 이해를 결과적으로 옹호했습니다. 그리고 현 한덕수 총리 등이 론스타의 법률 대리인이라는 이해 상충의 지위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 등의 사실은 현 사태의 책임소재를 반드시 가려내야할 근거입니다. 그 시기 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는 "투자자를 위한 사법 주권 양보"라는 발언을 했고 그때의 당 대표 홍준표도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4조7000억 원의 차익을 챙겨 한국을 떠난 사모펀드에 3천억 원을 지급하게 생겼는데, 이 재판의 인용 기준액이 6조가 아니라 그 액수의 4.6퍼센트이고 그 액수의 절반이나 지급결정되어 전혀 선방이 아니라는 것도 아울러 주시해야 합니다.
론스타의 제소자 자격문제, 자국경제의 최소방어정책의 중요성, 벨기에 페이퍼 컴퍼니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내세우지 않은 협상전략은 모피아의 이해상충 논리가 개입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국제협상 전문법률가 송기호 변호사의 주장대로, 이번 재판의 판정문 일체를 공개해 그 책임소재를 물어야 합니다. 그에 더해 자국경제 방어막을 허무는 극단적 신자유주의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 론스타와 같은 약탈자본(vulture capital)의 공격으로부터 국가와 국민 모두를 지켜내야 합니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세력의 중심에 이들 모피아 세력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2022년 9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