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
래미는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회사에서 나와버렸다. 그냥 아진이와 마주치고싶지 않았다. 분명 점심시간에 중요한 약
속이 있다며 미안하다고 하더니 그 중요한 약속이 여자와 만나는거라니…, 정말 중요한 약속일 수도 있었지만 여자를 만난 그
때문에 화가 나는 건 어쩔수가 없었다. 지하철로 향하는 내내 백에서 폰의 진동이 느껴졌지만 래미는 모른척했다. 지금은 그의
전화를 받고 싶은맘이 없었고, 그와 마주치면 괜히 화를 낼것만 같아서 받지않았다. 표를 끊고, 지하철을 기다리던 래미는 쉴새
없이 울리던 진동이 이제는 조용해지자 안에 넣어두었던 폰을 꺼내들었다. 그때…
"어?"
"하악… 래미 너 왜 하악…먼저가!"
"아, 그게 그러니깐…"
그냥 오늘 하루만은 안보고싶었는데 그런 래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아진은 래미를 찾기위해 뛰어왔는지 여전히 숨
이 고르지 못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자 그제서야 진정이 됐는지 이제는 호흡곤란증세는 보이지 않았다.
"아침에 같이 가기로한거 잊은거야?"
"그러니깐…네! 잊었어요!"
"하이튼 젊은애가 그렇게 깜빡하면 어떡하냐,"
"그…그러게요-"
지금 래미는 아진이 얼굴을 보니 아깐 점심시간에 카페에서 여자와 이야기하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잊을려고 머리를 흔들어
봐도 떠올려지는건 어쩔수없었다.
"미안해요, 약속 못지켜서 근데 오늘은 그냥 저 지하철 타고 갈께요."
"그럼 나도 같이 갈께,"
"이러지마요. 내일 회사갈때 어쩔려구 그래요. 그냥 오늘은 저 혼자 갈께요."
"…단래미."
"…"
성까지 붙여가며 자기 이름을 불러준적이 한번도 없던 아진이었기에 래미는 아진이말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무슨일 있어?"
"없어요, 저한테 일이 뭐있겠어요."
"근데 왜그래? 지금 래미를 보면 날 피하는것만같아!"
"피한적 없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쳐다봐요. 그…"
"래미는 언제나 그랬어, 나보다 다른사람 눈을 먼저 신경쓰고그랬지."
"…"
"사랑하잖아, 근데 다른사람들 눈이 뭐가 중요해?"
"아진씨…"
"나 사랑하는거 아니야? 래미는 나 사랑하지않아?"
"사랑해요, 한번도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어느새 아진과 래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들 사랑싸움이 재미있는지 지하철이 들어와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않
고 아진과 래미를 바라보고만 있을뿐이었다. 생각도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 래미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얼굴이 붉어지는걸 어쩔
수 없었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아진씨."
"난 래미를 보면 항상 불안했어, 주위를 의식할때마다 나에 대한 래미의 맘이 불안했으니깐."
몰랐다. 그저 래미는 혹시나 자기가 아는 사람들이 보고 아니 회사사람들이라도 보게 된다면 아진이 힘들어할까봐 항상 밖에서
는 조심했다. 그럴때마다 아진이 이렇게 불안해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당연히 아무말이 없었으니깐 그런 생각을 안가져본
게 당연할지도…
"미안해요, 전 아진씨가 이렇게 불안해할꺼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괜찮아, 지금에라도 알았으니깐. 이제부터 나 신경 좀 써줄꺼지?"
그 여자와 무슨관계인지는 몰라도, 신경이 쓰여도 래미는 이제 관여치않기로했다. 아진이의 눈은 다른때보다도 더 진실한 눈이
었기에 래미는 아진을 믿기로했다. 래미가 아진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아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고, 래미를 자기품에
안아버렸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야유가 들렸다.
#
"곱창 좋아하지?"
현희는 배고프다고 노래를 하는 성욱이 때문에 오랜만에 할머니한테 인사라도 할겸해서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곱창집으로
향했다.
"곱창? 너 곱창도 먹을줄 알아?"
"뭐야, 너 지금 나 여자라고 무시하는거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내 주변 여자들은 다 싫어하더라구. 돼지국밥도 안좋아하더라 살찐다나 뭐라나, 근데 넌 그런게 없는거 같다."
"야야 그거 다 내숭이야, 분명 친구들끼리는 잘 먹고다닐껄?"
"그런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전히 할머니 곱창집에는 인기가 여전했다. 현희는 주변을 둘러보며 할머니를 찾기시작했지만 그 어디에
도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두분인가요?"
"네? 네…"
"마침 자리가 딱 하나 비었네요, 저기에 앉으시겠어요?"
"네, 근데요 할머니는 어디에 계세요?"
"할머니요? 아, 주인할머니 말하는거에요?"
"네?네, 안계세요?"
"오늘 갑자기 집에 일이 있어서 안나오셨어요."
"그래요?"
현희는 아쉬웠다. 오랜만에 할머니 좀 볼려고 했는데 이렇게 안도와줄수가… 그렇다고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기뭐했기
에 이왕 온김에 곱창이라도 먹고 갈까싶어 성욱이와 함께 빈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는집이야?"
"응, 내 남친 친할머니가 운영하는곳이지 여기 맛있는곱창집이라고 호평난곳이야."
"남친? 뭐야 너 이것도 있었냐?"
"역시 너 아까부터 자꾸 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누가 그렇데냐, 으앗 곱창이다. 정말 맛있겠다."
일부러 말을 피하는 성욱을 보며 현희는 자기가 먼저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로했다. 그렇게 곱창이 나오고 지지직 구워지는것을
보니 배가 고파 빨리 먹고싶은 맘뿐인 둘이었다. 곱창을 먹고 영화나 볼겸해서 영화관에 갈려고했지만 갑자기 걸려오는 성욱이
의 전화에 일이 생겨 담에 만나기로하고 헤어지기로 했다. 현희는 오랜만에 성욱이를 만나서 그런지 너무나도 반가웠다.
"뭐? 천성욱 그녀석을 만났다고?"
"응, 근데 예전 성욱이가 아니야, 완전 꽃미남으로 변해버린거 있지."
"그래? 너 좋았겠다?"
"좋았지, 오랜만에 만났는데 말도없이 휴학하더니 사라진 그녀석이 돌아왔으니 반갑지."
"그러게, 근데 혹시 성욱이가 너한테 무슨말 안했어?"
"무슨말?"
"어? 아…아니야 아무것도."
천우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지만 현희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했다. 그렇게 현희는 8년만에 만난 성욱이를 다
시 만났다는 기쁨에 괜시리 기분이 좋았고, 그날밤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사무실로 출근하자마자 사람들이 한데
모여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현희는 뭔가싶어 백을 책상위에 나두고 그들쪽으로 다가갔다.
"무슨일 있어요?"
"아, 현희씨 완전 특종이에요 특종!"
"특종요?"
특종이라고 말하는 남직원말에 현희는 궁금해졌다.
"글쎄, 어제 다희씨가 지하철에서…"
그래 이건 정말 특종이다. 완전 특종이다. 현희는 전부터 래미와 기획팀장 사이에 뭔가가 있을꺼라고 생각은 했었다. 근데 역시
나 자기의 예감이 적중하듯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니 가만… 분명 팀장님한테는 다섯살 난 2년이 지났으니깐 일곱살난
아들이 있는걸로 들었는데. 현희는 자기 자리에 돌아와서 얼른 래미가 오기만을 기다렸고,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팀장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오는 래미를 보고는 현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래미를 데리고 사무실에서 나와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영
문도 모른체 현희에게 끌려온 래미는 옥상에 도착하고 왜 그러냐고 물었고, 현희는 그런 래미의 오른쪽 팔을 살짝 때렸다.
"아얏, 언니 왜그래요!"
"너 왜 나한테 말안했어!"
"뭘 말안해요."
"왜 팀장님하고 사귄다는거 말안했냐는거야!"
"언니, 그…그걸 어떡해…"
"어떻게 안게 중요해? 내가 전에 수도없이 물었지 그때 넌 아니라고 했잖아."
"…"
"정말 실망이다. 나한테라도 말해주면 안되는거였어?"
"그게…부끄러워서."
"뭐? 그게 말이돼?"
"미안해요 언니 일부러 말안한건 아니에요, 진짜예요!"
"됐어!"
"언니 한번만 봐줘요? 네?"
조금은 괘씸했지만 용서하고 말고가 어디있을까, 하지만 현희는 래미를 놀리는게 은근히 재미에 들렸고, 일부러 삐진척 화난척
행동을 했더니 래미는 현희한테 너무 미안했는지 미안한 표정이 얼굴에 역력했다.
"됐어, 조금은 괘씸하지만 한번만 봐줄께,"
"진짜죠? 진짜 봐주는거죠?"
"그래! 근데 너 진짜 팀장님하고 결혼이라도 할려고 그래?"
"…"
"전에 너 분명 팀장님 유부남이라고 하지 않았어?"
"네, 전부인하고 이혼했고, 아민이도 절 잘 따라요."
"아민이? 뭐야 벌써부터 그렇고 그런사이가 된거야?"
부끄러운지 래미는 고개를 숙이며 두볼을 붉히고 있었다. 현희는 그런 래미가 귀엽기만했다. 사랑하는데 이혼남이건 아니건 뭐
가 그리 중요한걸까, 하지만 한편으로 현희는 래미가 걱정되기도 했다.
"축하해, 하지만 난 네가 팀장님때문에 울지않길바래."
첫댓글 잘봤어요....래미가 은근히 피해 다니는군요....하지만 팀장이 불안하다고 하는데....그런데 이런 하필이면 회사 직원이 볼 줄이야....현희는 약간 괘씸하게 느낀가 보군요....다음편도
사내커플은 오래가지않는법이니깐요, 헤헷- 현희도 아마 그동안 말하지않아서 좀 섭섭했을꺼에요 ㅎㅎ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은 래미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요네요??
래미일이 해결되기전까지 래미이야기가 좀 나올꺼 같애요^^ 부족한 제소설 읽어주시공 코멘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