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3이거나 고1때였던 것 같다. 당시 영어 교과서 UNION에, 물론 쉬운 영어로 고쳐 쓴,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관상어 가게에 어린 남매가 찾아왔다. 값비싼 놈으로만 여러 마리를 고르더니 대금으로 동전 두잎을 내면서 “이거면 충분해요?”하고 물었다. 주인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럼, 좀 남아!” 하며 몇 센트 거슬러 주기 까지 했다. 의아해하는 아내에게 자신이 어렸을 적에 사탕값으로 살구씨를 내고 거스름돈까지 받았던 추억을 설명했다. 아내는 따뜻한 키스로 동감을 표현했다.
지금까지도 문득 문득 상기될 만큼 감동적이어서 원문을 다시 읽고 싶었다. 근60년전의 옛 교과서를 어디서 찾는담? 아하! 인터넷 시대가 아닌가! 보물찾기하듯 검색창을 샅샅이 뒤져 드디어 찾아내 보니, Paul Villiard가 쓴 콩트 ‘The Gift of Understanding’이었다. 다만 ‘살구씨’는 ‘버찌씨’의 잘못된 내 기억이었다.
한 세상 사는 모든 사람의 이치는 대동소이할 터이므로, 나의 인생도 회고해보면 비슷한 사건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린 어느날 맨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아저씨가 새벽같이 일어나 집 앞 도로의 눈을 열심히 치웠다. 동참하지 못한 송구함을 어떻게 표현할까 머뭇거리는데 그가 “막걸리 몇병 사와요!” 하고 선뜻 면책의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그 후에도 가끔 문간에서 마주치면 뚜렷한 직업도 없어 보이는지라 동네 가게로 같이 가서 막걸리를 몇병 사주곤 했다.
밤 10시가 지난 어느날 누가 문을 두드렸다. 아내가 열어보니 아래층 아저씨였다. 아내가 “돈 2천원만 꿔달래요,”하고 청력이 먼 나에게 그의 말을 전했다. 지갑을 열어보니 천원짜리는 없고 5천원권이 있었다. “갚을 필요 없습니다,”하고 한장을 건넸다. 그는 사냥매가 먹이를 채듯 낚아채더니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다. 그후에 그는 나와 다시 마주치자 학습효과가 있었는지 (이번에는 2천원이 아니고) “5천원만 빌려줘요,”하고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사연을 전해 들은 내 아내는 “천원짜리를 한 만원만 항상 넣고 다니세요. 그리고 3천원씩만 줘요,” 하며 그에 대해 별다른 반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참으로 지혜롭고 인자하게 '응전'한 가게 주인들은 나의 처신에 응원의 미소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작가는 어린이들의 치기를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만일 아저씨를 박대하여 돌려보냈더라면 나는 그들과 교감하고 ‘통공’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아! 얼마나 다행인가, 나의 심성에도 그 정도의 선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내 아내는 관상어 아줌마와 동렬에 들 만하지 않은가! “3천원씩만 줘요,” 하는 동의는 미국식 키스와 같을 터이므로.
첫댓글 기쁜 즐거운 소식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만원을 천원짜리고 바꾸어 갖고 다니다가~~~~이천원에 더하기 천원 하야 삼천원을~~~
잘 읽었습니다. 좋은 이웃에 지혜롭고 푸근한 부인!!! 하오하오 딩하오.
김형민씨 내외... 부창부수이올시다.... 저도 응원의 미소를 보냅니다...
아랫집 아저씨도 천진한 어린아이 과에 속하는 사람인가봐요 ㅎㅎㅎㅎ
근데.. 이런 것을 검색하는 기술(?)은 어떻게 배우는건지....
어린이과? ㅋㅋㅋ. Hominid = 사람과 동물!
형민이는 천당갈꺼여... 먼저 남을 이해하려하니....
천당도 등급이 있는데 바로 하나님의 오른편에 정좌하실듯 합니다
좋은 일 하시니 복 받을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