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의방(不思義房) |
이른바 부사의방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 구경하여
보니, 그 높고 험함이 원효의 방장보다 만 배나 더했다.
높이가 백자쯤 되는 나무 사다리가 바로 절벽에 의지해
있는데 삼면은 다 헤아릴 수 없는 구렁이라, 몸을 돌이켜 층층을 헤아리며 내려가야 방장에 이를 수 있으니, 한 발만 실수하면
다시 어쩔 도리가 없다.
쇠줄로 그 집을 잡아매고 바위에 못질을 했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바다의 용(龍)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통 때에도 한 대(臺)나 누(樓)에 오를 때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도 신경이 약한 탓인지 머리가
아찔하여 밑을 내려다 볼 수 없었는데, 이에 이르러서는 다리가 와들와들 떨려서 들어가기도 전에 머리가 빙빙 돈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 승적(勝跡)을 익히 들었다가 지금 왔는데, 만일 그 방장에 들어가서 진표대사의 상에게 예(禮)하지
못한다면 뒤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이제 기다시피 내려가니, 발은 아직 사다리에 있으나 몸은 하마 굴러 떨어지는 듯 하면서 마침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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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남행월일기(南行月日記)>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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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의 최고봉(509m)인 의상봉(마천대) 동쪽으로 암벽이 병풍처럼 둘렀는데 부사의방장은
절벽 중간쯤에 있다. 이곳 주민들은 다람쥐절터라고 불러왔다. 사진은 내변산 노적리에서 바라본 의상봉. 옥토망월형의 변산 최고의 명당이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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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의방이 있는 의상봉 마천대에서는 뭇생명의 모태인 갯벌을 없애는 새만금사업 현장이
지호지간으로 내려다 보인다. 통째로 날아간 해창석산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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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의방 가는 길은 공군 레이더 기지가 있는 마천대의 8부 능선쯤에서 30여미터를 로프에
간신히 의지해 내려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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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야만야한 낭떠러지 중간에 4평정도의 평평한 공간이 있다. 부사의방은 이곳에 있었다. 조선
중기까지 이곳에 암자가 있어 스님들의 도량으로 사용되었다. 1990년대 중반 어떤 스님이 잠시 비닐천막을 치고 수행했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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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회랑처럼 된 지대가 있고 그 끝에 구조물을 설치한 흔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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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으로도 평평한 지대가 간신히 이어져 있는데 백척 사다리는 이곳에 설치한 것으로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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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바위와 깨진 기왓장이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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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에 쇠말뚝을 박고 암자를 쇠사슬로 얽어매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쇠말뚝을 박은 흔적을 확인하였다. |
王朝
- 서지월 詩 -
빗장을 열면 靑銅구리빛 하늘이 병풍처럼 다가서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땅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뭍에서
솟아나와 당당한 正一品들이다
솔숲에 바람들고 뿌리째 흔들리는 山川草木 밤하늘 별을 밟고 가는 者
누구인가 부사의방(不思義房) 소울음소리 들은 者 누구인가 山갈대 소리 목침 곁에 들려온다.
사발의 냉수에 천년사직
잠들었어도 잠들지 않은 해와 달 땀 흘리는 碑, 뒷간을 돌아나오면 마굿간에 한잠도 안자고 앉았다가 부시시
일어서는 녹슨 쇠방울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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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과 부사의방 사진 잘 보았습니다.
눈먼 개발의 광풍이 산하를 도륙하는 이때에.. 천하 명당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도 부질없는 생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