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에 한 어르신이 계신데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폐지를 모으고 계셨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종이 박스를 가지런히 정리를 하셨다. 자세히 보면 어르신 눈이 불편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으신데도 불구하고 능숙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계신다. 더 놀라운 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을 위해 동네 가게에서 종이 박스를 어르신 마당에 갖다주시는 것이다. 일기가 좋지 않은 날만 제외하면 늘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열심히 손을 움직이시는 어르신께서 어느 순간 보이지 않으신다.
이처럼 우리는 주위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자주 만난다. 안내견에 의지해서 큰길을 건너시는 분도 계시고 까만색 안경을 쓰시고 지팡이에 의지해서 목적지를 향해 가시는 분도 계신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졌을 수도 있고 자라면서 시력을 잃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불편함 속에서도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보라보라 버스』에 나오는 세인이라는 어린아이는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어린 나이에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 본인도 불편하겠지만 부모님 마음은 어떠하실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휴대폰 문자도 최대한 크게 설정해야 되고 잃어가는 시력에 대비하여 점자를 익혀야 하며 보조 도구를 활용하여 걷는 연습도 해야 한다. 가장 큰 소망이 있다면 '보라보라' 버스를 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을 훤히 시원하게 볼 수 있는 '보라보라' 버스 말이다.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무장애 시설들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하나를 기획하고 설계하더라도 꼼꼼한 점검 절차가 필요할 듯싶다. 학교만 하더라도 그렇다.
『보라보라 버스』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나와 다른 앞이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좀 더 배려하는 생각을 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나와 다른 모습을 지닌 친구이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불편한 것뿐이지 다른 것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