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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넷)
쿼바디스 영화를 본 날 편지를 받고 들뜬 기분에 마냥 신나 지내던 어느 날, 혜린이는 물론 희복이도 함께해 말론 브란도, 알파치노 주연의 ‘代父’ (1972년 아카데미 작품상수상 미국 갱단의 세상을 그린 영화)를 또 봤다.
만남... 추운 겨울이라 영화관이 딱 이었고, 나란히 앉아 있다는 자체... 재밌는 영화에, 님도 보는 ‘일석이조’의 행복이었다.
고등학교 입학...
혜린이는 인문계에 진학했지만, 난 꿀림빵(재수) 공고생(용산공고통신과)이 되어 동갑네기 친구들보다 한 발 늦게 고딩 물을 먹으며 작지만 소박한 꿈이 있는 새로운 시작 학창시절의 추억을 쌓았다.
근데 무슨 일인지 혜린이가 이핑계 저핑계 차일피일 미루며 만나주지 않아 시커멓게 타 들어가는 마음 환장할 지경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희복이를 통해 혜린이 마음이 돌아섰다는 것을 안 난 무지 슬프고 또 슬펐다. 품에 항상 간직하고 다녔던 혜린이가 건네 준 편지를 꺼내... 보고 싶은 얼굴을 그렸다 지우며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양희은 노래)을 기타 줄 요란하게 튕기며 때리고 또 때렸다. . .
“그래 맞아 혜린이는 나에게 과분했어... 키도 작아 볼품없고 거기다 재수한 공고생... 뭐하나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나를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애처로워 그냥 만나줬던 거야... 그냥...”
하지만 그리움에 지쳐 포기한 상태에서도 못 버릴 미련에... 하루는 혜린이 학교 파하고 오는 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무작정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교복 단정히 입은 여고생 혜린이 저만치 보인다. 콩닥콩닥 뛰는 가슴...
“혜린아 왜 나를 피하는지 말 좀 해봐”
“그냥이야...”
싸늘히 식어버려 돌아서는 발걸음...
길모퉁이 돌아 보이지 않지만, 장승이 되어버려 한 참을 서있었다.
그냥... . .
그래도 밉지가 않은 혜린이를 내 인생의 노트... 추억 속에 묻고 지내는
고2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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