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등이 강남권 주택시장을 선도하며 국내 최고가 아파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중 단연 몸값( 3.3㎡당 기준)이 가장 비싼 아파트는 삼성동 아이파크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3.3㎡당 평균 4824만원이다. 올해 195㎡(이하 전용면적)형이 3.3㎡당 6819만원인 4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언덕 위에 위치한 데다 최고 48층이어서 한강 조망권이 좋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과 경기고 등이 가까이 있어 교통과 교육환경이 뛰어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주택시장에서 강남권의 높은 콧대가 꺾이고 있다. 강북 아파트들이 강남이 독점해온 최고가 주택시장 자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을 중심으로 한 강북지역의 한강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다.
용산구 이촌동 옛 렉스를 재건축해 8월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첼리투스는 완공과 동시에 삼성동 아이파크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124㎡형 단일 주택형으로 최고 56층인 이 단지는 최고 시세가 26억원으로 최고 3.3㎡당 5000만원이 넘는다. 평균 시세는 3.3㎡당 4500만원 선으로 아이파크에 조금 못 미친다.
서울숲 옆의 최고 45층짜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는 아이파크를 바짝 뒤쫓고 있다. 3.3㎡당 평균 4606만원이다. 평균 가격 기준으로 아이파크에 이은 두 번째 고가 아파트다.
일부 고가 거래가격은 강남 넘어서
남산·서울숲·한강 조망권을 모두 갖춘 이 단지는 2013년 9월 전용면적 241㎡형이 44억 원에 거래되면서 당시 가장 높은 아파트 실거래가로 기록됐다. 2012년에도 전용면적 271㎡형이 54억원에 거래돼 최고가 아파트 자리에 올랐다. 올해에도 28억원에서 최고 46억원(241㎡, 36층)까지 2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들 아파트에 비해 저층인 한남동 한남더힐은 ‘키’(12층)에 비해 가격이 쑥쑥 자랐다. 3.3㎡ 당 평균 3900만원 정도로 4000만원에 육박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59㎡)을 제외한 177~243㎡형 중대형은 3.3㎡당 5000만원을 넘는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2014년 전국 전용면적별 공동주택 실거래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아파트는 최고 65억 6500만원에 팔렸다. 올 들어서 거래가격이 더 높아져 244㎡형이 77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중대형 주택형만 기준으로 하면 아이파크를 능가하는 가격 수준이다.
▲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성 아이파크, 래미안 첼리투스, 갤러리아 포레, 한남더힐.
이들 아파트가 입지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강북에서 선전하는 이유가 뭘까.
우선 강남권에서 기대하지 못하는 뛰어난 한강 조망권 덕이다. 남향으로 한강 조망이 펼쳐진다. 강남권에선 한강 조망권이 북향이다. 고소득층이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시장 판도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강 조망권, 새 아파트 등 매력
삼성동 아이파크 등이 입주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강북의 고급 아파트로 고급 주택수요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갤러리아포레 등은 모두 입주 5년 이내이며 입지조건도 좋은 편이다. 한남더힐과 갤러리아 포레는 2011년에 입주했다. 래미안 첼리투스는 8월 초에 입주한 새 아파트다. 이 아파트들 모두 남산 등이 가까워 자연환경이 좋고 강남과 강북 도심 방면 교통이 편리하다.
이촌동 동양부동산 관계자는 "강북 내 고급 단지에 주로 40~50대 성공한 사업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학군 수요 감소도 이유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계획도시로 개발된 강남은 풍부한 생활 인프라와 유명학군을 갖춰 인기를 끌었다”며 “최근 자율형사립고등학교들이 강북 쪽에도 많이 포진돼 강남학군 프리미엄이 희석되는 추세며 고소득층이 주거의 질을 중요시하면서 각종 인프라들이 포화된 강남보다 복잡하지 않고 한강 조망권을 갖춘 강북 지역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남권이 최고가 자리를 쉽게 내줄 것 같지는 않다. 기반시설이 낫고 재건축이 활발해 새 아파트 입주가 늘기 때문이다. 3.3㎡당 4000만원 넘는 가격에 분양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어 이들 아파트의 입주 후 가격 기세가 주목된다.
이선화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