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되자 나는 마음이 다소 조급해졌다. 사실 나는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했다. 어찌보면 나이가 많아서 그나마 느긋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 브라더들이 많이 왔다. 러시아에는 마르기들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바바께서는 나중에 러시아에서 많은 트레이니들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말대로 트레이닝 센터에는 점점 러시아 트레이니들이 늘고 있었다. 러시아 사회는 자본주의에 적응하기 어려워했고 많은 사람들이 큰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바바의 말씀이 그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놀라운 것은 러시아에서 오는 트레이니들이 매우 젊었다는 것이다. 주로 20대의 브라더와 시스터들이 많았다. 나는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아라칸으로 옮겨진 생활공간도 나의 리듬을 깨뜨리고 있었다. 나는 이유가 뭔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만트라 다다와의 사이도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새로 트레이너 다다로 부임해 온 크리슈나 다다도 있었지만 중요한 일은 여전히 만트라 다다가 결정했다. 크리슈나 다다는 매우 순종적인 스타일이었다. 원래는 트레이너 다다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지만 만트라 다다에 의해 선택된 크리슈나 다다는 전혀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만트라 다다는 여러 트레이닝 센터를 총괄하는 GTS(General Training center Secretary)로 임명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인도로 가야 하지만 여전히 필리핀에 머물고 싶어했다. GTS를 맡고 있던 루드라난다 다다는 80이 넘었기 때문에 전세계를 여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만트라 다다에게 자신의 역할을 넘기려 했지만 다바오에서 많은 일을 벌여 놓은 만트라 다다로서는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듯 했다. 루드라난다 다다는 아난다마르가의 최고책임자인 PP다다를 입문시킨 아차리아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고위직의 동향에 대해 수군거리는 얘기들도 많았지만 나로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자리와 나는 사실상 관련이 없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본부의 움직임이 트레이닝 센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만트라 다다는 워낙 바빴고 설사 GTS를 맡더라도 필리핀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했다. 인도와 스웨덴의 트레이닝 센터를 가끔씩 방문하더라도 필리핀에서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일단 트레이닝 센터에 새로 트레이너 다다가 부임하면 모든 결정은 트레이너 다다가 해야 했다. 하지만 크리슈나 다다는 너무 소극적이었다. 트레이너 다다는 GTS 다다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자신이 맡은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중요한 일을 직접 결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가장 높은 PP 다다라 하더라도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트레이너 다다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이 바바가 세운 원칙이었다.
나는 크리슈나 다다와는 말이 잘 통했다. 그가 젊었기 때문에 편했던 점도 있었다. 나는 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내 말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자신은 만트라 다다의 지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나는 서서히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나의 에고 때문이었다. 설사 조직의 고위직을 맡은 사람들의 모순이 보이더라도 내가 바바에게 헌신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나로서는 그런 고위직을 맡을 의사도 능력도 없으니 상관없는 일이었다.
내가 왜 다다가 되기를 원하는 지 처음부터 생각해보았다. 단순한 현실도피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나의 에고가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필요는 없었다. 설사 다다가 못되더라도 바바의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만이었다. 내가 다다라는 자리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그것이 대단한 사회적 지위도 아니고 출세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바바를 위해 일할 수 있다면 다다가 되고 안되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 성격이 다소 급한 면도 있었지만 생각이 정리되자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는 만트라 다다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만트라 다다가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저는 이곳을 떠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다다가 되고 싶지 않은가요?"
만트라 다다는 지난 번과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는 뭔가 포기하지 못한 것이 남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네 저는 다다가 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한국에 돌아가 마르기로 살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프라우트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마음을 비우고 얘기하자 만트라 다다는 무척 놀라는 듯 했다. 그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킨 후 다시 말했다.
"지금은 내가 바쁘니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일단 물러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요."
나는 홀가분했다. 다른 브라더들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니 모두 놀라며 말렸다.
"조금만 더 견디면 다다가 될텐데 왜 포기하려 하나요?"
"시간의 문제가 아니예요. 내가 뭔가 집착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이제 마음을 비웠어요."
나를 공격했던 몇몇 브라더들은 무척 당황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공격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일단 마음을 비우니 모든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