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대 學內에는 거의 천년이 되는 은행나무가 수십 그루 있다.
아내와의 新婚時節 늦 가을 동경대 은행나무 밑을 같이 거닐곤 했다.
무릎까지 빠지는 은행잎의 경이로움은 그 후 다시는 보지 못했다.
은행 열매를 주워와서 껍질을 벗기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면서 역겨운 냄새가 남을 처음으로 알았다.
왜 술집에서 몇 개 되지도 않는 은행 열매가 비싼지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교과서에 실려있던 용문사 은행나무.
용문사 은행나무가 생각나서 고향 남해에서 술집을 하다가 불이 나서, 고향을 도망 나오다가, 고속도로 표지판에 용문사가 있고 그 옆에 강릉이 있어 강릉으로 오게 되었다는 그녀가 생각났다.
은행나무는 활엽수일까, 침엽수일까?
잎이 넓적한 걸 보고 활엽수로 대답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침엽수로 분류하기도 한다. 은행잎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는 부채 모양으로 퍼진 바늘 같은 잎맥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나무의 분류학적 위치는 침엽수도 활엽수도 아니라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1과 1속 1종만이 존재하는 나무라는 것.
자신과 엇비슷한 친족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은행나무는 2억년 이상 지구에서 자라왔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지금은 가로수로 흔히 심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절이나 서원 같은 특별한 곳에 심어 경배하던 나무였다.
은행나무의 원산지는 중국 저장성 서남쪽이다.
유럽 쪽으로 건너간 지는 250년쯤 된다 한다. 괴테가 살던 시대에는 독일에 은행나무가 없었다.
대문호이자 식물분류학자이기도 했던 괴테는 동양서적을 탐독하던 중에 은행나무를 발견했다.
그가 마리아네와의 연애에 빠져 있을 때였다. 괴테는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에 은행나무 이파리를 그려 넣었다.
“은행나무 이파리 끝은 비록 갈라져 있지만 한 장이듯이 당신과 나 역시 둘이면서 하나지요.”
이 러브레터로 60대 노년의 괴테는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네를 연인으로 얻었다.
악취를 풍기는 은행열매를 떨어뜨리는 통에 광화문 세종로에서 은행나무 암나무를 앞으로 만나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가지가 삐죽한 수나무들이 얼마나 외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