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분해하면 몸값 두 배… 촉매 없이 까다로운 공정 해결
높은 온도서 플라스틱 분해한 뒤
온도 낮춰 안정적 화합물 재생성
계면활성제 등으로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을 위해 분리 수거를 한 플라스틱 제품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일상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소재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의 재활용(리사이클링)을 뛰어넘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류궈량 미국 버지니아공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으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를 1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업사이클링(새 활용)은 폐기한 제품이나 쓸모없는 물품을 수선해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시켜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뜻한다.
● 점점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폐기물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PE, PP는 업사이클링이 필요한 대표적인 소재다. PE는 방수, 내유성, 신축성, 보온성 등의 성질이 있어 일회용 포장 용기, 장난감, 파이프, 투명필름 등에 사용된다. PP는 투명성, 내열성, 견고함, 내약품성 등의 특징이 있어 포장 용기, 미세먼지 마스크, 필름, 어망, 테이프, 의료부품 등에 쓰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수산통계센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3억4800만 t이다. 앞으로 매립되거나 폐기될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구원이 한국환경공단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1인당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은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증가했다. 서울에서만 하루에 23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PP와 PE는 특히 골칫덩어리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PP, PE 생산량은 2016년 기준 각각 26.5%, 31.8%로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단기 사용 제품을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만큼 두 소재의 폐기물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 촉매 없이 고부가가치 물질로 전환
업사이클링을 하려면 먼저 플라스틱을 분해해야 한다. 문제는 플라스틱은 다양한 고분자 물질로 구성돼 있어 자연 분해가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PP와 PE 폐기물 혹은 혼합물을 분해해 지방산으로 전환하기 위해 ‘온도 구배’ 열분해 방식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왁스처럼 만들고 망간 스테아르산염 처리를 해 지방산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데 성공했다. 얻어낸 지방산을 이용하면 계면활성제로 전환할 수 있다. 계면 장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계면활성제는 비누, 샴푸, 세제, 소독제 등에 쓰여 시장 규모가 매우 크다. 연구팀은 계면활성제 제품이 플라스틱 시장 가치의 2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업사이클링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온도 구배 장치를 통한 열분해 방식은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기존 방식처럼 값비싼 촉매나 화학반응을 위한 까다로운 반응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장점”이라며 “온도 구배 장치로 열분해를 한 플라스틱 왁스의 질과 양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설명했다.
온도 구배
온도 구배란 열이 흐르는 방향의 단위 길이당 온도 차를 뜻한다. 온도 구배 원리를 이용해 서로 다른 온도 지점이 존재하는 온도 구배 장치를 만들면 화학물질을 열분해할 수 있다. 온도가 높은 지점에서 화학 반응이 활성화돼 분해 반응이 진행되고, 온도가 낮은 지점으로 이동해 안정된 형태로 새로운 생성물이 형성되는 원리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