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안녕하세요 97학번 홍성일입니다. 동아리 후배님들이나 선배님들 동기들 모두들 잘 계신것 같군요..
에궁.. 공익온지 26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80일이나 남았군요..
마르스라는 무술 잡지를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거기 게시판에 음.. 한번 볼만한 택견에 관한 글이 써 있어서 퍼 왔습니당.. 이글을 쓰신 분은 기천을 꽤 오랫동안 수련하신 분이고요.. 이 글에 나오는 택견은 한국전통택견회의 택견입니다. 유파를 떠나서 택견이라는 커다란 틀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이름:박병문
2001/2/22(목) 21:48 (I)) 203.233.175.130
한국전통무술세미나 관람기(4)- 택견
《한국전통무술세미나 관람기》
♣ 택견 ♣
이번 세미나는 여러 택견의 문파중에 인간문화재를 배출하는 한국전통택견회가 참여하였다.
현재의 인간문화재이신 정경화 선생이 강연을 맞기로 되어 있으나 도미 중이어서 이권 관장이 대신 강연을 맞았다.
시연의 내용은 본때뵈기 앞의 거리 여덟마당, 뒤의 거리 네마당, 혼자익히기(기본 동작), 마주메기기 및 견주기로서 대걸이와 맞서기가 있었다.
①자세보다 흐름을 중요시 하는 무술
군무도에서 사용한 말을 다시 한번 더 사용한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택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품밟기의 시연부터 있었다.
좌품, 우품, 원품으로 구성된 품밟기의 동작을 분해하여 시연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택견하면 는질거리고 굼실거리는 동작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무조건 흐느적거리는 동작만을 보면 택견과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흐느적거리는 동작 속에서도 사실은 앞에 군무도에서 말한 전통무술의 정형적인 정지자세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좌품이나 우품은 가라데나 태권도에서 기본자세로 쓰이는 자세, 즉 태권도의 뒷굽이자세(후굴자세)와 비슷한 모양이다. 다시 말하면 당랑권에서 4·6식 이라고 표현되거나 국술·특공무술에서 기본자세로 쓰이는 공격·방어자세도 비슷하다.
그리고 원품은 기마자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무술들은 좌자세나 우자세(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 하나 만으로 고정적인 자세만을 유지하나 택견의 품밟기는 이런 자세들이 실전에서 쓰일 때의 "자세전환의 움직임"을 무술적인 체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에서 군무도의 보법에 관하여 "기마자세+좌우궁보+좌우기룡보"의 혼일된 "어떤 흐름"의 표현이라고 했듯이, 택견의 보법인 품밝기 역시 "좌자세+우자세+기마자세"의 혼일된 "어떤 흐름"의 표현이라고 판단된다.
역시 택견은 흐름을 중요시 하는 무술이다.
심지어 다른 무술에서는 "독립보(학다리)"라고 불리는 개별적인 정지동작도 택견에서는 "품째밟기"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표현된다.
군무도에 사용했던 찬사를 다시 한번 사용한다면 "개별적인 자세를 넘어선 근원적인 움직임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품밟기 안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② 발차기를 위한 모든 자세를 포용한 "근원적인 움직임"
군무도의 "어떤 흐름"이란 것이 "양쪽으로 퍼올리는 삽을 가진 풍차의 움직임"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택견의 "어떤 흐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발차기 스텝의 모든 동작의 근원적으로 통일한 일원적 움직임"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 경희대학교에서 나온 "태권도겨루기론" 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 다양한 스텝에 감동한 적이 있다. 차고 내딛는 스텝, 차고 물려딛는 스텝, 앞발을 45도 뒤로 빼고 차는 스텝, 자세를 바꾸고 차는 스텝 등 다양한 스텝이 표현되었다.
그런데 택견을 접하고 나서는 이런 다양한 스텝이 삼각형의 품밟기 안에 다 포섭된다는 것을 알았다. 품밟기는 좌우 빠지거나 물려딛는 스텝(품밟기), 전후스텝(품길게 밟기), 다리를 들어 막거나 길게 빠지는 스텝 (품째밟기)으로 다양히 변화하며 이 변화는 "다리를 차고 내려놓은 어떠한 자세"나 "다리를 차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어떠한 자세"도 다 포섭한다.
택견의 품밟기는 이런 모든 발차기를 위한 스텝들을 "근원적인 움직임"으로 정리한 것으로 판단되며, 왜 그 움직임이 굼실거리는 것이어야 하는지는 다른 측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③ 발차기만을 위한 보법
앞에서 군무도를 이야기하며 언급한 전통무술의 7가지 자세를 비롯하여 다는 모든 무술의 스텝은 권을 쓰는 동작을 받혀 주기 위한 자세이다.
하늘을 나는 구름이라 표현되는 기천의 현란한 스텝도 반장수를 받쳐주기 위한 동작이지 발차기에 대한 효용은 많지 않다. 권투의 경쾌한 스텝도 권을 쓰는 법을 받쳐주는 스텝이다.
태권도나 선무도 등 소수의 무술을 제외한 어느 무술을 보아도 스텝은 권술을 받쳐주는 것이지 발차기를 위한 스텝은 별로 없다.
그런 면에서 택견의 보법은 특이한 위치에 있다고 하겠다.
반면 보법이 발차기 위주로 되어 있는 만큼 손을 받쳐주는 측면은 미약하지 않나 싶다.
오히려 손은 발차기를 도와주는 측면으로 단순하고 질박하게 쓰이는 것 같다.
그날 시연에서도 보인 긁기, 헤치기 등은 현란한 권법이라기 보다는 발차기를 도와주는 측면으로 보인다.
그리고 손의 타격기는 잘 알려진 대로 낙함, 도끼질, 항정치기 등 손목의 스텝을 이용하지 않은 내려치기가 주종으로서 위력은 있으나 아무래도 단순하다.
손목스냅을 넣기 위해서는 다리와 허리에 일종의 전사(꼬아줌)가 있어서 스냅을 받쳐주어야 하는데 스탭이 발차기를 구성하는데 주력하므로 그렇게 하기가 힘이 든 것이다.
그런 손목 스냅이 없는 손의 타격기를 강화하기 위해 손심네기와 같은 수련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날 손심내기의 시연을 보던 어떤 이는 "택견에 왜 저런 수련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표출하였는데 그 이유는 위와 같이 찾을 수 있겠다.
④ 발차기와 유술기의 결합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폭넓게 변화하는 품밟기의 스텝은 유도나 씨름 등에서도 사용되는 유술기의 스텝도 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날 시연에서도 보았듯이 낮은 발차기를 상대의 발을 거는 유술기로도 쓰는 것이다.
택견은 이런 식으로 유술기와 타격기의 조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이루어낸 것 같다.
유술기와 타격기의 조화를 추구한 무술은 많지만 거의 대부분 손기술과 유술기를 조합한 것이지 발차기와 유술기를 조합한 것은 거의 없다.
합기도의 술기(꺽기)도 유술기이지만 "상대의 주먹을 잡아 꺽는 기술(방권술)"과 상대의 잡은 손을 흘리고 치는 기술(손빼고 치기)"로 전환되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손의 타격기와 유술기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아이키도를 보아서도 알 수 있지만 역시 손의 공방을 이용한 조화원리를 유술기에 적용한 것이다. 아이키도의 화려한 전환의 원리 역시 "손기술을 받쳐주는 스텝"인 것이다.
유도나 레스링의 발걸이 기술은 택견의 기술과 비슷하지만 상체와 손의 제압을 우선한다는 면에서 보면 역시 손기술에 속한다.
그러한 면을 살펴볼 때 택견은 발차기와 유술기를 결합한 유일한 무술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
⑤ 유도와 택견의 차이점
그럼 유도와 택견의 유술기는 어떻게 현실적인 차이가 있는가?
택견에도 손으로 하체를 잡아 던지는 기술이 있는 만큼 유도나 씨름의 기술과 많은 점에서 상통한다.
하지만 택견은 발차기와 걸이를 호환하는 것을 과제로 삼은 무술이다.
택견의 손기술인 긁기나 헤치기가 한 손만을 휘두르는 방법인 것도 유도와 같이 두손으로 맞잡으면 손의 유술기로 성격이 바뀌기 때문인 것 같다.
차면서 걸고 걸면서 차는 기술을 익히려면 두손으로 잡는 유술기는 배제하고 연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몇 년전 충주에서 제1회 택견대회가 열렸을 때, 어느 전수관의 관장님이 유도선수 출신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문하생이 대걸이 시합에서 갑자기 한팔 엎어치기를 하여 상대를 제압했으나 유도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경고를 받았다.
이런 비실전적인 룰이 있는 이유는 유도와 같은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성격이 다른 택견의 유술기를 익히는 데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든 룰인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강연에서 대걸이와 맞서기를 하던 두 시연자가 서로 두손으로 엉겨 붙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내가 알기로는 그러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 룰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가?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지고 올 수 밖에 없었다.
⑥ 뛰어난 낙법
특히 이번 택견시연에서 감명받은 것은 뛰어난 낙법 실력이었다.
다른 무술의 시연자는 매트 위에서도 낙법을 치기 버거워 했는데, 택견의 시연자는 딱딱한 마루바닥인 연단에서도 고단도의 낙법을 부담 없이 치는 것을 보았다.
흔히 택견은 걸이기술도 상대를 배려해 주기 때문에 낙법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날 세미나에 참여한 한국전통택견회의 걸이기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도의 기술은 떨아지는 방향과 힘을 받는 방향이 같아서 상대의 움직임에 저항하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 떨어지는 순간에만 정확한 자세를 잡으면 된다.
하지만 택견의 걸이기술은 상대의 다리를 제압하고 방향을 틀면서 던지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떨어지는 방향과 힘을 받는 방향이 달라 낙법치기가 용이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보여준 택견의 낙법은 정말 신기에 가까왔다.
⑦ 남는 이야기.......
강사로 나온 이권 관장은 "택견은 인체의 모양 있는 그대로 움직이는 무술이라 몸에 무리가 가지 않고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런 말은 어쩌면 택견이 강한 무술이 아니라고 들릴 수 도 있다고 본다.
더욱이 택견의 굼실거림이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지 않으려는 배려라는 견해, 그리고 택견은 민속놀이라는 견해와 맞물려 택견이 강한 무술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본인이 소견으로는 택견의 는질거리는 움직임은 그런 뜻은 아니라고 본다.
소림권이나 가라데, 태권도 등의 온전한 타격기는 송곳을 나무에 꼿는 듯한 타격기를 구사한다. 하지만 타격기와 유술기의 중간기술을 사용하는 태극권이나 기천 등은 타격기를 해도 부드럽고 지긋이 누르는 듯한 힘을 사용한다.
택견이 는질거리는 움직임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타격기와 유술기를 상호 전환하기 쉽게하는 힘쓰기 법이라는 것이다.
송곳을 꼿는 듯한 온전한 타격기는 타점 범위가 작아서 타점거리 이전에 막히면 힘없이 떨어지고 타점거리 이후로 물러나면 힘없이 닿을 뿐이다.
택견의 는질거리는 움직임은 타점거리 이전에 닿아도 힘으로 계속 밀고나가며, 타점거리 이후에 닿아도 계속 나아가 밟아 버리는 움직임이다.
이런 지긋한 힘은 근본적으론 유술기의 힘으로써 그런 힘만이 유술기와 타격기를 상호 호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태권도의 발차기가 송곳이라면 택견의 발차기는 내려찟는 방아라고나 할까... 이런 힘은 지긋하면서도 강한 유술기의 힘과 비슷하여 언제든지 유술기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도 택견은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무술" 보다는 "강한 무술" 이라는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