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至極이 닿았다
정 선
어쩌다,
시월은 뱅크시의 소녀가 놓아 준 빨간 풍선
시월이 나뭇가지 위에 각혈을 했다
아침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시월은 온기를 빼앗아 가는 차가운 라떼 잔
시월은이끼시월은앞발톱시월은연기시월은번갯빛
시월은 마음 다치는 절정을 묶는 넥타이
그냥 시월을 시들어 가는 커피 향이라고 부르고 싶어
핑크뮬리가 고개를 바닥에 눕혔다
창백하고 붉은 환장의 바다, 애월을 밟고
귓속에는 악귀가 들끓었다
바람은 유언을 들었으나 입을 꾹 다물었다
눈감는 것도 하나의 삶이라고 우기는 밤과
숨을 쉬어야 삶이라고 외치는 새벽이 챙 챙 심벌즈를 치는 동안
토리의 배아지같이 부드럽고 따스한 12월이 찾아왔다
남수단에서 아겔의 딸 조이가 오동포동 웃고 있는 엽서가 날아왔다
징허디징헌 끈들이 목을 조르고 있을 때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름들이 한순간 댕강 떨어지는 동백꽃 같을 때
12월은 옹그린 팔을 커다랗게 벌려 생일을 보듬어 준 것이다
너는 보배다
너는 보배다
무심한 얼굴 위로 함박눈을 뿌려 주는 것이다
바람은 “왓츠 고잉 온?” 장난스럽게 물었다가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더 이상 묻지도 않고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나는 시월의 심장을 쥐어뜯고서야 차갑게 순환되는 사람
나는 틈틈이 부서져야 새로이 미완성으로 가는 사람
안목安木
8월 4일 금요일
오후 1시 3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안목은 안식이다
무언의 메시지를 남기고 버스는 동쪽으로 떠났다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빈 몸으로 오라
깃털로 날아오라
안목이 채근한 모양이다
사람들은 마이크를 들고 미친 듯이 말을 달렸고
나는 마더처럼 춤을 추었다
안온한 주황 불빛
호흡이 불편해서 삐걱거리는 침대
보랏빛 짙은 눈그늘
그리고 네가 아끼는 네이비블루 티셔츠
곪은 이야기들 너머
너머 그쯤
가슴 가슴마다 철썩이는 을 심어요
갈매기 소리가 싱그러운
너를 닮은 아담하고 이쁜 안목이
창창하게 살아 내고 있다
트라우마는 맞닥뜨려
‘그곳’에서 ‘그곳’을 견디는 것
그것만이 해금의 길
겨울 안목은 천연덕스럽게 보라카이 에메랄드 빛을 닮아 갔다
안목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야
네가 아끼는 네이비블루 티셔츠를 목에 감고서
처연히 아름다워서 뱉고 싶은
도무지 아름다워서 뱉을 수 없는
금기어,
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