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21일째) 월요일
어젯밤도 거의 잠을 못 잤다.
이틀 연속 잠을 못 이룬 건 처음이다.
일곱시에 4일 동안 묵었던 숙소를 출발하여 청두를 향했다.
출발하자마자 파랑산 고개를 넘어가는데 고도가 급상승한데다 얼마나 꼬불꼬불한 고갯길의 연속인지 갑자기 멀미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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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 중에도 계속 눈을 감을 수 없었던 건 감탄사가 연방 나올 만큼의 빼어난 경치 때문이었다.
오육천미터의 산들이 눈앞에 즐비하게 늘어섰는데 구름과 막 떠오른 아침 해 까지 더해 기막힌 절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잠시 차가 멈춰 섰고 우리는 파랑산 전망대에서 쓰구냥산을 비롯한 멋진 산들을 감상했다.
3,200M정도에서 시작하여 4,500M를 정점으로 다시 차는 내리막길을 가기 시작했는데 낮은 곳으로 가자 멀미는 씻은 듯 사라졌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차는 다시 멈췄고 우리는 9위안짜리 쌀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다시 차를 타고는 이틀간 못 잔 탓인지 거의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너무 더워 눈을 떠보니 어느새 청두다.
높다란 빌딩이 늘어선 잿빛도시가 낯설다.
지금까지 우리가 있었던 곳이 천국 임을 알겠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희멀건데다 옷차림도 여느 도시 사람들과 비슷해서 타임머신을 타고 순식간에 과거에서 현재로 온 느낌이다.
청두에서 우리가 머물 숙소는 심스 코지 게스트 하우스인데, 청두 유스호스텔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싱가포르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가 경영한다는데 무척 분위기 있고 깔끔하다.
인테리어도 멋지고, 작지만 수납공간이 많아 사용하기에 무척 편리했는데, 무엇보다도 4일 동안 악취가 나는데다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봐야 하던 지저분하고 불편한 욕실을 쓰다 깔끔하고 편리한 욕실을 사용하게 되어 제일 기뻤다.
지영샘은 케이씨님과 손가락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기로 하고 우리는 1번 버스를 타고 무후사로 갔다.
셔틀 버스를 이용 하려고 무후사에서 두보초당 티켓 까지 한꺼번에 샀는데 이것이 나중에 화근이 되어 우리는 더운 날에 거리를 오가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
이날 무후사는 너무 덥고 사람도 많아 큰 감흥 없었는데, 하긴 우리나라도 아니고 다른 나라의 영웅들, 거기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뭐 그리 큰 느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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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사를 빠져 나와 두보초당 가는 셔틀 버스를 타러 갔는데 이 사람, 저사람에게 물어 겨우 탄 버스에 운전기사는 우리보고 자꾸만 내리라고 한다.
다시 무후사 티케팅 하는 곳으로 가서 물으니 두보초당 까지 가는 버스는 공짜이고 저쪽으로 가서 타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물어 물어 버스를 탔는데 이번에도 운전기사는 또 내리란다.
결국 40여분 동안 더운 길거리에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끝에 나는 요셉님 부부와 함께 택시를 타고 두보초당 가게 되었다.
차라리 미리 무후사와 도보초당을 잇는 셔틀버스가 있다는 걸 조사해 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분들(아홉명)이 더운 길거리를 오가며 고생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참으로 죄송했다.
촌장님 부부와 현숙님이 택시를 타고 오고, 비송님, 미경샘, 이숙님은 두보초당을 포기하고 숙소로 가기 위해 티켓을 환불하러 갔다.
두보초당은 식물원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천천히 걸으며 쉬어 가기에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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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숙소로 돌아간 줄 알았던 세분이 저쪽에서 나타나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니 티켓 환불이 안 된다고 해서 실랑이를 벌였는데, 열 받은 매표소 아줌마가 밖으로 나와 직접 셔틀 타는 곳을 가르쳐 주었고, 덕분에 그 문제의 셔틀 버스를 타고 두보초당까지 왔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셔틀 타는 곳이 있었음에도 셔틀 버스가 서 있지 않았는데다가, 도저히 버스가 서 있을 자리처럼 안 보여서 그냥 지나친 게 문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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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두보가 그처럼 멋진 집에서 살았을 리 없지만 두보의 집은 그곳에서 발굴한 유물로 전시되어 있는데, 그것이 두보의 물건인지 그 후에 살던 사람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참을 천천히 둘러보고 머물고 싶은 곳이나 시간이 되서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런데 근처에 있을 줄 알았던 버스정류장도 안 보이고 택시를 잡으려 해도 도통 잡히지 않아 한참을 걸은 후에 겨우 택시를 탔는데, 숙소 다 와서 택시 기사가 내리란 곳을 보니 전혀 낯선 곳이다.
결국 숙소에 전화를 한 후에 바로 코앞에서 우리 숙소를 발견했는데, 아까 우리가 갔던 길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오는 통에 숙소 근처 임을 몰라 숙소 다 와서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숙소에 도착하니 케이씨님을 비롯한 사람들은 한사람도 안보이고, 촌장님 일행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약속 시간이 15분이 지나있었는데, 우리가 안 오니 여섯 사람이 그냥 식사하러 가 버린 모양이다.
문보살님이 케이씨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는 숙소를 나와 케이씨가 가르쳐 준 대로 주유소를 지나 식당을 찾아 나섰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세분이 걱정되어서 케이씨님과 통화해서 식당으로 찾아오라는 문자를 남겼다.
훠거식당에 도착해 저녁을 먹는데 더운데다 복잡하고 피곤해서 입맛이 없다,
좀 기다리니 비송님, 미경샘, 이숙님이 들어오는데 모두 엄청 지치고 짜증스런 얼굴이다.
대충 먹고 숙소로 돌아와 차 석대에 나누어 타고 천극 ‘변검’을 을 보러 갔다.
변검에 대해 조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변검은 중국 쓰촨성에서만 계승되는 민간 예술입니다.
베이징의 경극(京劇), 쑤저우 지역의 곤극(昆劇)과 더불어 중국 3대 전통 연희로 꼽히는 쓰촨성 천극(川劇 )공연의 한 부분입니다.
특별한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쓰촨성 출신사람에게만 전승됐고, 그 가운데에서도 엄격한 심사를 거친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에게만 전해졌고 또한 남자들에게만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에는 여자나 외국인에게도 조금씩 기술이 전수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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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대로(琴台路)의 문화공원(文化公园)안에 위치하고 있는 천극찻집 수풍야윤(蜀风雅韵)에서 180위안을 내고 공연을 보았는데, 맛있는 차를 마시며 재미있는 공연을 보다 보니 하루 동안 힘든 일들이 다 잊혀 지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공연 중 특히 손가락으로 하는 그림자놀이와 인형 놀이에 감동을 하였는데, 사람이 얼마나 훈련을 하면 저런 경지에 도달하는가 하는 생각을 들었다.
야외극장이라 에어컨 가동을 할 수 없는 곳이라 무지 더웠는데, 무대복 차림의 배우들은 고생이 엄청 심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운치 있는 친다이루 거리(금대로)를 달려 숙소로 돌아와 길고 긴 하루를 마감하였다.
첫댓글 이날도 늦어서 사건 하나 만들었다! ㅎㅎ 그래도 두보초당 멋있던 것은 기억해 두어야겠다 ㅋㅋ
이제 반환점을 돌안 듯....수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