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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장자수업 1
강신주의 장자수업 1 베스트셀러저자강신주출판EBS BOOKS | 2023.10.20.페이지수360 | 사이즈 147*216mm판매가서적 17,100원
책소개
★★★ EBS 철학 대기획 〈강신주의 장자수업〉 동시 출간·방송
★★★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 강신주의 마지막 장자 책
★★★ 2,500년 사상 가장 강력한 장자 해석
“삶에 대한 지독한 물음이 들 때, 장자를 만나라!”
쓸모 과잉 시대, 경쟁에 지친 한국 사회에 던지는 2,500년 전 장자의 가르침
철학자 강신주는 젊은 시절 『장자』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여 년간 장자의 사유를 숙고하여 수 권의 장자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장자』를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철학서로 꼽은 이유는, 『장자』가 쓸모 과잉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긍정성과 자존성을 되찾게 하는 가장 강렬한 텍스트인 까닭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장자를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정의한다. 장자는 ‘무용(無用)의 철학자’다. 2,500년 전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BC 221)는 부국강병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모두가 자신의 쓸모와 존재를 증명하던 시절이었다. 인재 논리가 팽배했던 시절에 장자는 유일하게 ‘쓸모없음의 철학’을 역설했다. 장자는 ‘타자(他者)의 철학자’다. 장자는 동양에서 최초로 ‘타자’를 발견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장자는 ‘문맥주의자’다. ‘모든주의’ ‘절대주의’를 경계하고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문맥들로 구성되었음을 알았다. 『강신주의 장자수업』(총 2권)은 이 세 가지 관점을 큰 축으로 2,500년 전국시대와 21세기 한국 사회를 넘나들며 가성비와 효용에 갇힌 세계가 우리를 얼마나 좀먹고 있는지 그 심각성을 일깨운다. 나아가 장자의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자존성과 삶의 주권을 되찾을 힘을 강하게 펌프질해 맥동 치게 한다.
이 책은 EBS 방송 프로그램 〈강신주의 장자수업〉(2023년 10월 23일 방송 예정)과 동시 기획되어 출간 및 방송된다. 〈노자와 21세기〉(1999, 김용옥) 〈현대철학자, 노자〉(2013, 최진석)에 이은 10년 만에 이뤄지는 EBS 철학 대기획 프로그램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강신주 철학자, 작가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주로 고대 중국의 사상사, 즉 제자백가의 사유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제자백가를 통해서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유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최근에 그는 중국 고대 철학사를 새롭게 재조명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 제자백가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연세대, 경원대, 인천대 등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태학사 중국철학 총서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지은 책으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강신주의 역사철학 · 정치철학 3 : 구경꾼 vs 주체》 《강신주의 역사철학 · 정치철학 1 : 철학 vs 실천》 《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다상담》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 1권 ]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_ 바람이 붑니다, 이제 대붕의 등에 탈 시간입니다
1부 대지를 뛰어올라
1 철학을 위한 찬가 - 황천 이야기
2 사랑의 비극을 막는 방법 - 바닷새 이야기
3 소요하라, 당신의 삶을! - 빈 배 이야기
4 바람이 분다, 그러니 살아야겠다! - 대붕 이야기
5 소인의 힘, 소인의 권위 - 윤편 이야기
6 쓸모없어 좋은 날 - 거목 이야기
7 허영, 애달파하기에는 너무나 치명적인 - 미인 이야기
8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네 - 손약 이야기
9 타자와 함께 춤을 - 포정 이야기
10 텅 빈 하늘의 바람 소리 - 바람 이야기
11 자유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 네 선생 이야기
12 보편적인 것은 없다 - 동시 이야기
2부 물결을 거스르며
13 선과 악을 넘어서 - 위악 이야기
14 왓 어 컬러풀 월드(What a Colorful World)! - 마음 이야기
15 여유와 당당함의 비법 - 사생 이야기
16 인과율을 가로지르며 - 그림자 이야기
17 자유를 품고 사는 삶 - 지리소 이야기
18 신과 영혼에 대한 애달픈 갈망 - 진재 이야기
19 광막지야에서 장자가 본 것 - 성심 이야기
20 몸과 마음이 교차하는 신명 - 취객 이야기
21 바로 여기다, 더 나아가지 말라! - 하나 이야기
22 타자에 주파수를 맞춰라 - 심재 이야기
23 형이상학이라는 깊은 늪 - 논변 이야기
24 열자는 이렇게 살았다! - 열자 이야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2,500여 년 전 동아시아의 장자는 단순히 중국의 철학자들 중 한 명도, 혹은 제자백가 중 한 명도 아니었습니다. (…) 그는 우리가 인생 전체를 갈아 넣어 얻으려 하는 삶의 가치들이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유해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 통용되는 가치들, 우리가 목매는 가치들은 모두 ‘당근과 채찍’ 논리의 변주에 불과하다는 것이 장자의 통찰입니다.
--- p. 5~6 책을 펴내며
인재, 즉 체제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격렬히 거부하자는 것!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향유하자는 것! 크게는 국가나 사회, 작게는 회사나 가정에서 정의를 추구하지 말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몸담고 있는 곳에서 쿨하게 떠나자는 것! 2,500년 전도 그렇지만 지금 시대에도 『장자』가 반체제적이고 혁명적일 수 있는 이유, 체제를 위한 교재가 아니라 우리 삶을 위한 책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p. 14 프롤로그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쓸모를 기준으로 무언가를 평가하곤 합니다. 저만 해도 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듣던 소리가 “그거 하면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라는 말이었습니다. (…) 2,500여 년 전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BC 221)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이든 사회든 아니면 국가든 생존과 경쟁이 최고의 화두이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부국강병(富國强兵)이라는 슬로건은 상징적입니다. 어떻게 하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고 군대를 강하게 만들까? 이 논리는 개개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죠. 어떻게 하면 개인은 부유하고 강해질 수 있는가?
--- p. 27~28 철학을 위한 찬가 - 황천 이야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배를 얻어 타고 황하를 건넌다고 해볼까요. 이때 다른 배가 잘못해서 이 배에 부딪히면, 배 주인과 배를 얻어 탄 사람 중 누가 더 화를 낼까요? 아마도 ‘내 배야’라는 의식을 가진 배 주인일 겁니다. 층간 소음이 발생한 경우도 생각해보세요. 같은 집이어도 월세로 사는 사람과 자기 집인 사람 중 누가 층간 소음에 민감할까요? 비슷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면 집 소유자가 더 민감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 이는 모두 내가 가진 것이 나를 설명한다는, 달리 말해 나는 내가 가진 것이고 내가 가진 것이 바로 나라는 인간의 해묵은 편견과 관련됩니다.
--- p. 56 소요하라! 당신의 삶을 - 빈 배 이야기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협소한 세계를 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작게 만들어 협소한 세계에 적응할 것인가. (…) 그래서 바람이 중요한 겁니다. 바람은 더 큰 세계가 있다는 상징, 협소한 세계 밖에는 타자가 있다는 상징이니까요. 곤은 바람을 통해 더 큰 세계를 꿈꾸었고, 붕은 바람을 타고 더 큰 세계로 가려고 합니다. 자신의 큼에 어울리는 세계를 선택하려는 겁니다.
--- p. 73~74 바람이 분다, 그러니 살아야겠다! - 대붕 이야기
장자는 심각한 그들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말합니다. 당신들은 세계가 둥그런 원기둥이라고, 그래서 밀리면 추락해 죽는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그래서 파국을 미리 예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것 아니냐고. 장자는 미소와 함께 희망을 말합니다. 원기둥 가장자리는 절벽이 아니고, 그 바깥도 낭떠러지도 아니라고. 자신이 서 있는 육지에서 보면 저 먼 바다는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 같지만 직접 가보면 절벽이나 낭떠러지 같은 것은 없는 것처럼 말이지요.
--- p. 119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네 - 손 약 이야기
타자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혹은 타자와 ‘같이하면서 관계를 맺지 않으면’ 삶도 체험도 불가능합니다. 육체 노동자는 타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것이 타인이든, 소이든, 나무이든, 물고기든, 철이든 티타늄이든, 혹은 땅이든 물이든 간에 상관없이 말이죠. 반면 상명하복에 포획된 정신노동은 삶의 세계에서 조우하는 타자와 제대로 관계하기 어렵습니다. 지배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타자는 우리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 p. 134 타자와 함께 춤을 - 포정 이야기
바람 소리가 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만약 바람 소리가 났다고 하면 그 소리에는 ‘어떤 구멍’과 ‘어떤 바람’이 반드시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이 마주치더라도 모두가 똑같은 소리를 내지도 않습니다. 구멍의 모양새는 다양하고, 바람도 그 속도와 방향에 따라 복수적입니다. 구멍의 모양에 따라,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각자 고유한 바람 소리를 냅니다.
--- p. 151 텅 빈 하늘의 바람 소리 - 바람 이야기
장자의 사유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타자’와 ‘문맥’일 겁니다. 물론 장자가 이 키워드를 개념화해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두 키워드가 개념으로 주제화된 것은 20세 후반기 이후부터입니다. 이것이 『장자』라는 이야기책이 아직도 낡아 보이지 않는 이유일 겁니다. 이미 2,500여 년 전 장자는 현대 서양 철학자들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타자와 문맥을 숙고하니까요.
--- p. 189 선과 악을 넘어서 - 위악 이야기
전국시대에 중국 대륙에서도 문명으로 치장한 야만이 거부할 수 없는 추세로 심화하고 팽창하자, 이에 정면으로 맞서는 철학자가 탄생합니다. 바로 장자였습니다. (…) 장자는 짧지만 강렬한 사생 이야기를 통해 가축화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 상벌로 길들여지기를 단호히 거부하는 인간, 야생마나 늑대만큼 자유를 향유하는 인간을 꿈꾸었습니다.
--- p. 223 여유와 당당함의 비법 - 사생 이야기
성심은 ‘이루어진 마음’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 정착민적 마음, 즉 성심은 내 집, 내 땅, 나아가 내 것이라는 강력한 소유욕과 함께합니다. 반면 유목민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을 미련 없이 떠납니다. (…) 성심이 없다면 시비도 없다는 통찰, 혹은 정착생활이 시비를 낳는다는 통찰입니다.
--- p. 279~286 광막지야에서 장자가 본 것 - 성심 이야기
이제야 장자의 마지막 충고가 우리 눈에 들어옵니다. “그 이상 나아가지 말고 이것에 따를 뿐이다(無適焉, 因是已)” “세계의 어떤 것도 가을 털끝보다 더 큰 것은 없다”고 느껴지는 그 충만한 상황, “세계의 그 누구도 일찍 죽은 아이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지는 그 애절한 상황, 그리고 “세계는 나와 더불어 태어났다”고 느껴지는 그 경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지 말고, 이런 상황에 따르라는 이야기입니다.
--- p. 314 바로 여기다, 더 나아가지 말라! - 하나 이야기
타인을 지배하지도 않고 타인에 복종하지 않으려는 자유에의 의지, 혹은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타인을 업겠다는 사랑에의 의지는 “흐트러지지 않은” 열자의 원칙입니다. (…) 한결같다는 말, 마음을 비운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차라투스트라가 이렇게 말했다면, 열자는 이렇게 산 것입니다.
--- p. 355~357 열자는 이렇게 살았다! - 열자 이야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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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나를 위한 길을 갈 것인가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치열한 경쟁 시대였다. 군주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 등용에 혈안이 되었고, 자신을 위한 인재가 되어줄 이에게 명예와 권력, 부를 약속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자백가들은 자신의 말을 따르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바로 여기서 ‘길’, 즉 ‘도(道)’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2,500년 전의 인재 논리를 보면, 21세기 오늘날의 경쟁 논리에 뛰어든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저자는 ‘경쟁과 인재의 논리’는 장자의 시대에서나 지금 시대에서나 여전히 유효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아니, 전국시대에는 지배계급에서나 그 논리가 국한되었지만, 오늘날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었으니 더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장자는 전국시대의 쓸모와 인재의 논리를 문제 삼고 극복하려고 한 철학자였다. 그는 쓸모가 사실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쓸모없음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쓸모 있는 사유란 국가나 자본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국가를 위한, 자본을 위한 사유이지 진정 나를 위한 사유, 인간을 위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2,500년 전 장자의 사유를 통해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길을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은 『장자』 원문 중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48가지 이야기를 선별하여 강렬한 해석으로 장자를 21세기 우리 삶에 직면시킨다. 회사에, 나라에, 자본에,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그 쓸모를 보이지 못하면 나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강박으로 오늘도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이들을 위한 삶의 긍정과 자존감을 되찾게끔 하는 책이다.
타자(他者)를 만나지 못하면 우리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장자는 타자를,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했던 철학자다. 저자는 그런 장자를 한마디로 ‘타자의 철학자’라고 정의한다. 장자는 ‘타자’라는 개념을 통해 당 시대의 우상 공자(孔子)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공자의 명언“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를 두고, 장자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타자가 원하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원하고, 내가 원치 않는 것을 타자가 원치 않는 관계란 거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원치 않고, 타자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치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장자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장자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머니, 아버지, 남편, 아내, 딸, 아들, 선배, 후배 등등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파괴가 아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타자와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물리적으로 만난다고 만난 것일까?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빌려, 타자를 만나면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 즉, 기쁨과 슬픔이 든다고 설명한다. 타자를 만났을 때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면 타자를 만나도 사실 ‘만났다’고 볼 수 없다.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식당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우리는 그들과 만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 남편을, 아내를, 아이를 봐도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만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상아(吾喪我), 나를 비울 때 타자와 마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자와 만날 수 있을까? 저자는 장자의 그 유명한 말 ‘오상아(吾喪我,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를 통해 타인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비운다는 것,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내 안의 소유욕과 자의식을 없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나는 똑똑해’‘나는 남자(여자)야’ ‘나는 돈이 많아’ ‘나는 섹시해’ 등등 내 속을 가득 메운 생각과 자의식이 사라질 때 그 자리에 타자가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막연하기만 한 오상아 개념을 바람 소리를 비유로 들어 설명한다. ‘바람 소리’‘물 흐르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등등 우리가 듣는 소리들은 무언가의 마주침에서 일어난다. ‘어떤 구멍’과 ‘어떤 바람’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주침의 소리는 누구로부터 났을까? 바람일까? 구멍일까? 정답은 바람과 구멍 둘 다이다. 구멍이 막혀 있으면 바람이 분들 소리가 날 수 없고, 구멍이 비어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이 둘이 마주칠 때 비로소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탄생과 변화도 이러한 마주침의 효과라고. 그런데 내가 속이 꽉 찬 죽순처럼 소유욕과 자의식으로 가득하다면 어떤 바람, 어떤 타자가 나를 스쳐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오상아다. 때로는 텅 빈 구멍이 되고, 때로는 바람이 되어, 우리는 타자를 그 구멍에 담거나 타자의 구멍에 들어가야 비로소 만나 소통할 수 있다.
문맥은 오직 하나가 아니다
저자는 장자를 보는 핵심 키워드로 하나는 ‘타자’를 또 하나는 ‘문맥’을 든다. 장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이것만이 원칙이야’라는 모든주의(all-ism)가 아니라 ‘세상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맥들도 가득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반대로 모든주의에는 날을 세웠다. 모든주의는 우리 각자의 단독성(singularity)을 사장하고 우리에게 열렸던 타자의 구멍을 다시 닫히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책에서, 문맥의 일원화를 ‘문맥 단수주의’, 문맥의 다양성을 ‘문맥 복수주의’라고 쓰고 있다. 부국강병과 입신양명이 하나의 절대적 원칙으로 통용되던 2,500년 전 전국시대처럼 개인의 성공과 부의 달성이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절대적 신념이 되었듯, 우리의 삶 역시 장자가 말한 문맥 복수주의에는 멀어져 있다. 저자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느껴왔다. 쓸모의 논리가 팽배한 세계가 유일한 세계라고 생각한다면, 그 세계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자의 문맥 복수주의는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문맥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낀다면, 자신이 쓸모 있어지는 다른 문맥을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장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유용이 중요한 것도 무용이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우리 삶을 긍정하고 더 근사한 방향의 문맥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강신주의 장자수업 2
강신주의 장자수업 2 베스트셀러저자강신주출판EBS BOOKS | 2023.10.20.페이지수376 | 사이즈 146*216mm판매가서적 17,100원
책소개
★★★ EBS 철학 대기획 〈강신주의 장자수업〉 동시 출간·방송
★★★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 강신주의 마지막 장자 책
★★★ 2,500년 사상 가장 강력한 장자 해석
“삶에 대한 지독한 물음이 들 때, 장자를 만나라!”
쓸모 과잉 시대, 경쟁에 지친 한국 사회에 던지는 2,500년 전 장자의 가르침
철학자 강신주는 젊은 시절 『장자』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여 년간 장자의 사유를 숙고하여 수 권의 장자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장자』를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철학서로 꼽은 이유는, 『장자』가 쓸모 과잉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긍정성과 자존성을 되찾게 하는 가장 강렬한 텍스트인 까닭이다.
철학자 강신주는 장자를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정의한다. 장자는 ‘무용(無用)의 철학자’다. 2,500년 전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BC 221)는 부국강병이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모두가 자신의 쓸모와 존재를 증명하던 시절이었다. 인재 논리가 팽배했던 시절에 장자는 유일하게 ‘쓸모없음의 철학’을 역설했다. 장자는 ‘타자(他者)의 철학자’다. 장자는 동양에서 최초로 ‘타자’를 발견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했다. 마지막으로 장자는 ‘문맥주의자’다. ‘모든주의’ ‘절대주의’를 경계하고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문맥들로 구성되었음을 알았다. 『강신주의 장자수업』(총 2권)은 이 세 가지 관점을 큰 축으로 2,500년 전국시대와 21세기 한국 사회를 넘나들며 가성비와 효용에 갇힌 세계가 우리를 얼마나 좀먹고 있는지 그 심각성을 일깨운다. 나아가 장자의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의 자존성과 삶의 주권을 되찾을 힘을 강하게 펌프질해 맥동 치게 한다.
이 책은 EBS 방송 프로그램 〈강신주의 장자수업〉(2023년 10월 23일 방송 예정)과 동시 기획되어 출간 및 방송된다. 〈노자와 21세기〉(1999, 김용옥) 〈현대철학자, 노자〉(2013, 최진석)에 이은 10년 만에 이뤄지는 EBS 철학 대기획 프로그램이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강신주 철학자, 작가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주로 고대 중국의 사상사, 즉 제자백가의 사유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제자백가를 통해서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유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최근에 그는 중국 고대 철학사를 새롭게 재조명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 제자백가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연세대, 경원대, 인천대 등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태학사 중국철학 총서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지은 책으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강신주의 역사철학 · 정치철학 3 : 구경꾼 vs 주체》 《강신주의 역사철학 · 정치철학 1 : 철학 vs 실천》 《철학 vs 철학 : 동서양 철학의 모든 것》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의 다상담》 《김수영을 위하여》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철학이 필요한 시간》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이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목차
[ 2권 ]
3부 등불을 불어 끄고
25 에히 파시코(ehi pasiko)! 아니 그냥 파시코! - 총명 이야기
26 깨기 힘든 악몽 - 여희 이야기
27 장주가 장자로 다시 태어난 날 - 조릉 이야기
28 허영의 세계에서 기쁨의 공동체로 - 새끼 돼지 이야기
29 삶과 죽음의 대서사시 - 현해 이야기
30 망각의 건강함 - 공수 이야기
31 길과 말, 그 가능성과 한계 - 길 이야기
32 수레바퀴 옆에서 - 당랑 이야기
33 비교하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 - 위시 이야기
34 대붕이 남쪽 바다로 날아간 까닭 - 시남 선생 이야기
35 살토 모르탈레(Salto Mortale)! - 날개 이야기
36 두 다리의 변증법 - 뒤처진 양 이야기
4부 바람 부는 곳으로
37 문턱에서 길을 보며 - 도추 이야기
38 열 번째 화살을 찾아서 - 벌레 이야기
39 죽음, 그 집요한 관념을 해체하며 - 맹손재 이야기
40 예술이 간신히 탄생하는 순간 - 재경 이야기
41 울타리의 유혹에 맞서서! - 꿩 이야기
42 섭섭한 세계와 장자의 고독 - 삼인행 이야기
43 자유를 지켜보는 전사의 마음 - 여우 이야기
44 사랑하는 마음의 은밀한 이중성 - 원숭이 이야기
45 자유인의 저항할 수 없는 매력 - 애태타 이야기
46 두 세계가 만나는 곳에서 - 수영 이야기
47 관이 좁은 위대한 죽음 - 임종 이야기
48 누가 장자의 꿈을 깨울까? - 나비꿈 이야기
에필로그_ 떠날 수 있는 자유와 힘을 위하여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속으로
자신에 대해, 타인에 대해, 사물에 대해, 사건에 대해, 관계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내가 품고 있는 생각은 나만의 꿈이 아닐까? 장자의 꿈 모티브는 이런 반성을 유도합니다. 그렇다고 장자가 단순히 유아론(solipsism)을 표방하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장자는 깨어남, 즉 각(覺)을 이야기하니까요. 이건 꿈이 아닐까 하고 장자가 반성하고 회의하는 이유는 꿈으로부터 깨어나기 위해서입니다. 방법론적 유아론(methodological solipsism)! 장자에게 있어 꿈 모티브의 핵심은 바로 이겁니다.
--- p. 28 정말 깨기 힘든 악몽 - 여희 이야기
겉치레와 허영에 젖은 억압사회는 시각이라는 감각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 억압사회를 벗어나는 작은 실마리가 허영의 논리를 극복하는 데 있다면, 우리는 시각의 독점적 지위를 해체해야만 합니다. 보는 자가 보이는 자를 지배한다는 사실, 그리고 보이는 것만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p. 59 허영의 세계에서 기쁨의 공동체로 - 새끼돼지 이야기
장자에게 ‘허(虛)’, ‘상(喪)’ 혹은 ‘망(忘)’ 등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세 개념은 모두 마음을 대상으로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잃어버리고, 마음을 잊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장자의 허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잘해야 정색하면서 말할 겁니다. “폭포 근처나 절벽 끝에서 결가부좌를 해보세요. 수행을 완성해 마음을 비우면 도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입니다.
--- p. 87~88 망각의 건강함 - 공수 이야기
인간에게 들키지 않고 인간에게 길들면서 집쥐의 길, 즉 도(道)가 탄생합니다. 집쥐는 쥐가 인간 주거지에 잘 길들 때 탄생한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집쥐는 자신이 쥐라는 걸 한순간이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의 집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길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감시가 심해지거나 혹은 집 도처에 쥐약이나 쥐덫 등 위험 요소들이 많아지면 쥐는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 길들어야 합니다.
--- p. 105 길과 말, 그 가능성과 한계 - 길 이야기
그레이엄은 위시(爲是)와 인시(因是) 개념을 구분합니다. 여기서 ‘위(爲)’는 동사로 ‘~라 여긴다·간주하다·생각하다’라는 뜻이고, ‘인(因)’도 동사로서 ‘~를 따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시(是)는 명사로서 ‘이것’이라는 뜻으로, 두 개념의 경우 각각 ‘위’와 ‘인’의 목적어로 사용됩니다. 그러니까 ‘위시’는 ‘이것이라 생각한다’는 뜻이고, ‘인시’는 ‘이것에 따른다’는 뜻이 됩니다. (…) ‘이것이라 생각한다’는 뜻의 ‘위시’에서 ‘이것’은 다른 것과 비교되는 ‘이것’입니다. 반면 ‘이것에 따른다’는 뜻의 ‘인시’에서 ‘이것’은 비교 대상이 없는 ‘이것’입니다.
--- p. 135~139 비교하지 않아야 보이는 것들 - 위시 이야기
살토 모르털레(Salto Mortale)! 목숨을 건 도약이라는 뜻입니다. (…) 절벽 끝에 이른 발자국은 남아 있지만 그 끝에서 되돌아 나온 발자국이 없다면, 우리는 그 누군가가 심연으로 추락했거나 아니면 심연 너머 저편으로 날아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짐작할 겁니다. 누군가 목숨을 건 도약을 했다고, 누군가 두려움 속에 자신이 밟고 있던 이편 절벽 끝에서 발을 뗐다고 말입니다.
--- p.167 살토 모르탈레(Saltp Mortale)! - 날개 이야기
문이 닫힐 때 안과 밖은 구분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문이 열릴 때 안과 밖의 구분은 해체됩니다. (…) 타자를 이해하는 길이 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열리는 거죠. 반대 상황도 가능합니다. 문이 만들어졌기에 바깥쪽의 타자를 안쪽으로 들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바깥쪽이 안쪽으로 열리는 환대의 길입니다. 그렇지만 타자를 이해하거나 환대하는 것, 즉 문을 여는 일에만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어쩌면 나를 파괴하려는 타자와 단호히 단절하는 것, 즉 문 닫는 일도 그만큼 중요하니까요.
--- p. 201~202 문턱에서 길을 보며 - 도추 이야기
피지배계급의 서글픈 허영은 이렇게 탄생합니다. 자신이 지배계급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과시적 허영과는 달리 지배계급의 간택을 받으려는 피지배계급의 허영이기에 서글프다는 겁니다. 서로에 대한 피지배계급의 뒤틀린 질투는 이런 서글픔을 가중시킵니다. 이웃들의 실패와 불운에 안타까움을 피력하지만, 속으로는 묘한 기쁨과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반대로 이웃들의 성공과 행운에 치하를 보내지만, 그 이면에는 우울함과 자괴감이 동시에 들어섭니다. 우리 이웃들을 모두 잠재적 경쟁자들로 느끼기 때문이죠.
--- p. 207 열 번째 화살을 찾아서 - 벌레 이야기
모르는 사람의 딸이 죽었을 때와 애지중지하던 내 딸이 죽었을 때, 두 경우에 우리가 죽음을 느끼는 강도는 확연히 다릅니다. (…) 딸의 빈방에서도, 거실에서도, 부엌 식탁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딸이 신던 신발에서도, 딸이 입던 옷에서도, 딸이 가지도 놀던 곰 인형에서도, 심지어 배우자에게서도 “딸이 없다”는 경험, 블랙홀과 같은 부재감에 사로잡힐 겁니다. (…) 바로 이것이 2인칭의 죽음입니다. 여기서 2인칭은 내가 ‘너’나 ‘당신’이라고 부르는 사람, 다시 말해 내 앞의 누군가를 가리키는 문법적 의미를 넘어섭니다. 인문학적 의미의 2인칭이니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 기쁨을 주는 사람, 그래서 부재하면 내게 슬픔을 안기는 사람이 2인칭입니다. 반면 모르는 사람의 딸은 내게 3인칭이죠.
--- p. 219 죽음, 그 집요한 관념을 해체하며 - 맹손재 이야기
여우! 그 존재 자체로 천-천자-대인-소인으로 구성된 천하질서, 천으로 정당화된 가부장적 질서 바깥에 위치합니다. 천하에 의존하지 않고 당당한 삶을 영위하는 여자! (…) “홀로 걷는 여자”, 여우에게서 우리는 말을 타는 전사의 당당함을 떠올려야 합니다. 여우는 억압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감당하는 전통 가부장제 속의 여성과는 다릅니다. (…) 그녀가 억압사회에서 허우적거리는 웬만한 남자들보다 위대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 p. 284~285 자유를 지켜보는 전사의 마음 - 여우 이야기
비운 마음은 죽은 마음이나 정적에 빠진 마음이아닙니다. 그건 생각할 수 없을 정도 민감한 마음, 역동적인 마음, 타자가 “예스”라고 할 때까지 새로운 제안을 하는 지치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 이렇게 원숭이 이야기는 사자성어 조삼모사의 저주로부터 풀려나게 됩니다. 저공은 간악한 사기꾼도 말재주로 타인의 이익을 취하려는 장사꾼도, 아닙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자에게 행하는 것이 사랑이고 소통이라는 것을 알았던 사랑꾼이자 소통꾼이었으니까요.
--- p. 304~305 사랑하는 마음의 은밀한 이중성 - 원숭이 이야기
그러나 타자가 부재한 꿈은 그저 백일몽일 뿐입니다. (…) 누가 그리고 어떤 얼굴이 저를 깨울지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합니다. 어쨌든 장자의 조언에 따라 철학자입네, 선생입네, 남자입네, 저자입네, 강연자입네, 중년입네 하며 살지는 않을 겁니다. 정체가 묘연한 사람에게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자유와 타자와 소통할 수 있는 힘이 허락되니까요. 이제 장자가 되었던 꿈으로부터 완전히 깰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p. 360~362 누가 장자의 꿈을 꺠울까? - 나비꿈 이야기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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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나를 위한 길을 갈 것인가
장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치열한 경쟁 시대였다. 군주들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재 등용에 혈안이 되었고, 자신을 위한 인재가 되어줄 이에게 명예와 권력, 부를 약속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자백가들은 자신의 말을 따르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바로 여기서 ‘길’, 즉 ‘도(道)’라는 말이 등장했다고 말한다. 2,500년 전의 인재 논리를 보면, 21세기 오늘날의 경쟁 논리에 뛰어든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저자는 ‘경쟁과 인재의 논리’는 장자의 시대에서나 지금 시대에서나 여전히 유효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라고 말한다. 아니, 전국시대에는 지배계급에서나 그 논리가 국한되었지만, 오늘날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었으니 더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장자는 전국시대의 쓸모와 인재의 논리를 문제 삼고 극복하려고 한 철학자였다. 그는 쓸모가 사실은 우리 삶을 파괴할 수 있고, 쓸모없음이 우리 삶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쓸모 있는 사유란 국가나 자본이 요구하는 사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게 해주는 사유야말로 국가를 위한, 자본을 위한 사유이지 진정 나를 위한 사유, 인간을 위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2,500년 전 장자의 사유를 통해 ‘남에게 쓸모 있는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길을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은 『장자』 원문 중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48가지 이야기를 선별하여 강렬한 해석으로 장자를 21세기 우리 삶에 직면시킨다. 회사에, 나라에, 자본에,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그 쓸모를 보이지 못하면 나의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강박으로 오늘도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이들을 위한 삶의 긍정과 자존감을 되찾게끔 하는 책이다.
타자(他者)를 만나지 못하면 우리 삶은 완성되지 않는다
장자는 타자를, 그리고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했던 철학자다. 저자는 그런 장자를 한마디로 ‘타자의 철학자’라고 정의한다. 장자는 ‘타자’라는 개념을 통해 당 시대의 우상 공자(孔子)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공자의 명언“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를 두고, 장자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게 타자가 원하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원하고, 내가 원치 않는 것을 타자가 원치 않는 관계란 거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자가 원치 않고, 타자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치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장자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장자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머니, 아버지, 남편, 아내, 딸, 아들, 선배, 후배 등등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가 파괴가 아닌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다.
타자와 만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물리적으로 만난다고 만난 것일까? 이 책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빌려, 타자를 만나면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 즉, 기쁨과 슬픔이 든다고 설명한다. 타자를 만났을 때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면 타자를 만나도 사실 ‘만났다’고 볼 수 없다.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식당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우리는 그들과 만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 남편을, 아내를, 아이를 봐도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만남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상아(吾喪我), 나를 비울 때 타자와 마주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자와 만날 수 있을까? 저자는 장자의 그 유명한 말 ‘오상아(吾喪我, 나는 나 자신을 잃었다)’를 통해 타인과 마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자신을 비운다는 것,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내 안의 소유욕과 자의식을 없앤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나는 똑똑해’‘나는 남자(여자)야’ ‘나는 돈이 많아’ ‘나는 섹시해’ 등등 내 속을 가득 메운 생각과 자의식이 사라질 때 그 자리에 타자가 들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저자는 막연하기만 한 오상아 개념을 바람 소리를 비유로 들어 설명한다. ‘바람 소리’‘물 흐르는 소리’ ‘숨 쉬는 소리’ 등등 우리가 듣는 소리들은 무언가의 마주침에서 일어난다. ‘어떤 구멍’과 ‘어떤 바람’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주침의 소리는 누구로부터 났을까? 바람일까? 구멍일까? 정답은 바람과 구멍 둘 다이다. 구멍이 막혀 있으면 바람이 분들 소리가 날 수 없고, 구멍이 비어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이 둘이 마주칠 때 비로소 소리가 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탄생과 변화도 이러한 마주침의 효과라고. 그런데 내가 속이 꽉 찬 죽순처럼 소유욕과 자의식으로 가득하다면 어떤 바람, 어떤 타자가 나를 스쳐 갈 수 있을까? 그래서 오상아다. 때로는 텅 빈 구멍이 되고, 때로는 바람이 되어, 우리는 타자를 그 구멍에 담거나 타자의 구멍에 들어가야 비로소 만나 소통할 수 있다.
문맥은 오직 하나가 아니다
저자는 장자를 보는 핵심 키워드로 하나는 ‘타자’를 또 하나는 ‘문맥’을 든다. 장자가 바라보는 세계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다, ‘이것만이 원칙이야’라는 모든주의(all-ism)가 아니라 ‘세상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맥들도 가득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반대로 모든주의에는 날을 세웠다. 모든주의는 우리 각자의 단독성(singularity)을 사장하고 우리에게 열렸던 타자의 구멍을 다시 닫히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책에서, 문맥의 일원화를 ‘문맥 단수주의’, 문맥의 다양성을 ‘문맥 복수주의’라고 쓰고 있다. 부국강병과 입신양명이 하나의 절대적 원칙으로 통용되던 2,500년 전 전국시대처럼 개인의 성공과 부의 달성이 21세기 자본주의 시대에 절대적 신념이 되었듯, 우리의 삶 역시 장자가 말한 문맥 복수주의에는 멀어져 있다. 저자는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느껴왔다. 쓸모의 논리가 팽배한 세계가 유일한 세계라고 생각한다면, 그 세계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순간 우리는 절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장자의 문맥 복수주의는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문맥에서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낀다면, 자신이 쓸모 있어지는 다른 문맥을 만들어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장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유용이 중요한 것도 무용이 중요한 것도 아니라고. 우리 삶을 긍정하고 더 근사한 방향의 문맥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